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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화

Auteur: 임서아
허아연의 손을 놓은 주현우는 주민경의 얄궂은 눈빛을 보며 테이블 위 자료를 집어 들어 머리를 툭 쳤다.

"눈빛이 왜 그래."

주민경이 머리를 긁적였다.

"헤어스타일 다 망쳤잖아."

그때 유서희와 주석진도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두 사람이 허아연과 인사를 나눈 뒤, 주석진은 주현우를 위층 서재로 불러 일 얘기를 나누러 갔다.

유서희는 주방에 가서 요리를 도왔고 허아연은 주민경과 거실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허아연이 진지하게 프로젝트 기획안을 봐주고 있을 때 주민경이 나른하게 쳐다보며 천천히 말했다.

"아연아, 우리 오빠 어젯밤 이상했어."

주민경의 말에 자료를 들고 있던 허아연이 고개를 들고 바라봤다.

그때 주민경이 허아연을 보며 이어서 말했다.

"널 보는 눈빛이 이상했어, 너 챙겨줄 때도 이상했고. 눈빛이 너무 다정하더라. 제일 말도 안 되는 건 사람들 앞에서 너한테 입 맞춘 거야."

"어젯밤 그 모습 보니까 오빠가 너 좋아하는 것 같던데."

주민경이 말한 이런 디테일들을 허아연은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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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제254화

    그래서 유건희는 의외로 차분했다.허아연이 걸어온 길을 유건희가 먼저 걸어왔으니까.허아연이 발을 살짝 절뚝이며 맞은편에 앉자 유건희가 말했다."논문 반응 좋아서 위에서 벌써 전화가 몇 통 왔어요. 강 부장님이 기회 되면 만나고 싶다고 했고 학교에서도 연락 왔는데 세미나가 열린다고 하니 그때 한번 다녀와요.""아, 그리고 9월에 개강하면 학생들에게 강연 한번 해요. 보름 정도 남았으니 강연 자료 준비해요."윗분들의 칭찬은 허아연도 놀랍지 않았기에 꽤나 침착했다. 그런데 교진대 강연이라니, 허아연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아직 자격이 좀 부족한 거 아닐까?막 입을 떼려는데 유건희가 먼저 말했다."한민규 씨와 지일우 씨 다 강연한 적 있어요. 회사에서 매년 전공 강의 나가는데 항상 남자들만 갔으니 이번엔 아연 씨가 가봐요. 부담 갖지 말고 전공 얘기하고 공부 방법 같은 거 공유하면 돼요."허아연이 부담스러워할까 봐 걱정된 유건희가 덧붙였다."아연 씨가 충분한 자격과 능력이 있다고 생각해서 보내는 거예요."유건희가 이렇게까지 믿어주니 허아연도 고개를 끄덕이고 답했다."알겠어요, 대표님. 잘 준비해 볼게요."유건희는 교진대 교수이기도 했다. 교진대 학생이라면 거의 다 유건희 수업을 들어봤을 정도였다.유건희의 얼굴과 이미지 덕분에 여학생들이 수업을 신청하려 다른 학교에서 몰래 강의 들으러 오는 학생도 있었다.이어서 허아연은 유건희에게 로봇 테스트 진행 상황을 보고하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하던 일을 마무리한 뒤에는 한민규와 함께 실험실로 향했다.실험실이 꽤 멀어서 기름값도 아낄 겸 매번 차 한 대로 이동했다. 허아연 다리가 아직 완전히 낫지 않은 터라 최근에는 대부분 한민규 팀을 따라다녔다. 차가 시내를 벗어나 해안 도로로 들어서는 순간, 도심의 시끌벅적함을 뒤로 하고 고요함만 남았다.그리고 끝없이 펼쳐지는 바다가 보였다. 뒷좌석에 앉아 뺨을 괴고 창밖을 바라보는 허아연은 마음이 한없이 차분했다. 지금 이 고요함을 누릴 수 있는 순간

  •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제253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조금씩 결실을 보는 이 느낌이 참 좋았다.실시간 검색어 창을 끄고 일을 시작하려는데 미처 내려놓지도 못한 휴대폰이 다시 울렸다.권승준에게서 온 전화였다.허아연이 발신자를 확인하고 얼른 받았다."권 비서실장님."전화기 너머로 미소가 느껴지는 권승준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전해졌다."허 선생님, 논문 게재 축하해요. 반응도 좋다니 더 잘됐네요." 권승준의 축하 인사에 허아연이 웃으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비서실장님.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논문의 기술 수준이 높아서 시에서 주관하는 학술상 심사에도 문제없을 것 같아요."허아연이 더 환하게 웃었다. "감사합니다, 비서실장님."권승준과 잠깐 더 이야기를 나누고 전화를 끊자마자 누군가 사무실 문을 두드리며 들어왔다. 안내 데스크 여직원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허 선생님, 꽃 배달 왔어요!"직원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배달 기사가 커다란 꽃다발을 안고 들어왔다."허아연 씨 맞으시죠? 서명해 주세요."허아연은 서둘러 서명하고 꽃을 받아 들었다.품에 안고 보니 꽤 놀라웠다. 누가 보낸 걸까? 해바라기가 제일 좋다는 걸 어떻게 알았지?꽃 사이에 꽂힌 메모지를 꺼내 보자마자 허아연이 피식 웃었다.[우리 아연이 논문 게재 축하해! 우리 아연이가 최고야! 사랑하는 민경이가, 쪽~!]주민경의 꽃을 시작으로 이후로도 꽃과 축하 인사가 줄줄이 이어졌다. 다른 회사에서 보낸 것도 있고 예전 비서였던 김민희가 보낸 것도 있고 전서진과 심유환도 꽃을 보내왔다.허아연이 대학 시절 들었던 동아리에서도 선배님의 논문 게재를 축하한다며 꽃을 보내왔다.예전 경주 그룹에 있을 때 함께 일했던 협력사들도 꽃을 보내며 축하했다. 어느새 허아연의 사무실은 꽃으로 꽉 차서 꽃집을 차려도 될 판이었다.책상 앞에 앉아 눈앞에 펼쳐진 꽃들을 바라보던 허아연의 눈시울이 살짝 붉어졌다.이제야…… 허아연 본인답게 살며 3년 간의 지옥에서 서서히 벗어나는 것 같았다. 사람은 역시 자기가 좋아하는

  •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제252화

    ……오지은이 병원에 누워 있는 동안 허아연은 성공적으로 논문을 게재했다. 유건희의 소개로 Science Robotics 두 번째 지면을 따냈다.Science Robotics는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학술지 중 하나로 논문이 게재되자마자 업계에서 적잖은 반향을 일으켰다.삽시간에 유건희의 전화는 불이 날 지경이었다."건희야, 이번에 가정용 로봇이 미래 생활에 미치는 영향 다룬 SR 저널 논문 저자가 너희 회사 직원이야? 어린 친구가 이론 수준이 꽤 높던데. 논문에서 제안한 새로운 제어 기술, 너희 회사에서 이미 가능성 연구하고 있는 거야?""선배님, 허아연 씨는 저희 스타라이트 테크 직원이 맞아요. 논문도 허아연 씨가 쓴 거고요. 논문에서 제안한 새 제어 기술은 지금 스타라이트 테크에서 연구 중입니다." 전화기 너머 선배가 말했다. "나도 언급한 기술 좀 살펴봤는데 로봇에만 쓰일 수 있는 게 아니야. 허아연이라는 친구 생각이 남다르네. 기회 되면 부대에 데리고 와봐.""알겠습니다, 선배님."전화를 끊자마자 이번엔 교진대에서 전화가 걸려 왔다."건희야, 이번에 허아연 씨가 발표한 논문이 연구 가치가 충분해서 학교에서 세미나 열기로 했어. 그때 허아연 씨도 같이 데리고 와.""알겠습니다, 총장님."유건희에게 높은 분들의 전화가 끊이지 않는 동시에 스타라이트 테크 내부에서도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허아연의 새 제어 기술이 너무 대단하다며 진짜 천재가 아니냐는 말이 돌았다.다른 테크 기업들도 허아연의 논문에 주목했다. 허아연 머릿속에 있는 생각에 비하면 논문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허아연의 아이디어는 절대 이걸로 끝이 아닐 것이다. 너도나도 허아연 연락처를 알아내려 했다. 고액 연봉을 제시하거나 스타라이트에 거액의 위약금을 물어주는 것도 불사하겠다는 곳도 있었다.심지어 주현우 주변에서도 의논이 분분했다. [허아연이 이번에 발표한 논문 반응 꽤 좋던데, 해외에서도 전문가들이 논문 토론하고 있대.][허아연이 그 정도 실

  •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제251화

    허아연의 어깨에 턱을 올린 주현우는 살결을 어루만지며 나른하게 말했다."어젯밤에 꿈에서 너랑 해버렸어."허아연이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담담하게 물었다. "주현우 씨, 벌써 대낮인데 아직도 잠이 안 깼어요?"주현우가 잠이 덜 깬 눈으로 허아연을 보며 느긋하게 물었다."어젯밤 서비스 성에 안 찼어? 마음에 안 들었어?"허아연은 거울 속 주현우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허리를 숙여 세면대에 치약 거품을 뱉으며 더 이상 대꾸하지 않았다.싸늘하게 굴어도 주현우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한바탕 더 장난치고 실컷 놀리고 나서야 준비를 마치고 허아연을 회사에 데려다줬다.그 뒤로 며칠간 허아연은 주현우를 피해 다녔다. 주현우가 몇 번 스타라이트 테크로 찾아갔지만 만나지 못했다. 이번엔 주현우도 진자 오지은에게 칼을 빼 들었는데 3국 프로젝트에서 정말 오성 그룹을 제외시켰다.오지은이 몇 번이나 찾아왔지만 주현우는 만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그날 오전, 사무실에 막 돌아와 자리에 앉자마자 옆에 두었던 휴대폰이 울렸다.오지은의 엄마인 이은빈에게서 온 전화였다.무표정으로 발신자를 확인하던 주현우가 끝내는 전화를 받았다."아주머니."전화기 너머로 이은빈이 울먹이는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말했다. "현우야, 너랑 지은이 무슨 일 있었어?" 주현우가 무덤덤하게 말했다. "아무 일도 없었어요. 원래부터 무슨 일 있을 것도 없고요."이은빈이 울상으로 말했다."현우야, 지은이가 어젯밤에 집에서 손목을 그었어. 나랑 지은이 아빠가 일찍 발견하지 않았으면 지은이가, 지은이가……"이은빈이 말하며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전화기 너머 주현우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오지은이 손목을 그었다고?잠시 침묵하던 주현우가 차분하게 말했다."아주머니, 지은이는 죽을 고비를 넘기고 살아남았어요. 그렇게 쉽게 죽지 않아요." 주현우의 말에 이은빈이 다급해하며 말했다. "근데 현우야, 지은이가 어젯밤에……"이은빈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주현우가 정중하게 말했다."아주머니, 볼

  •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제250화

    "음……"거칠게 몰아붙이는 주현우의 키스에 허아연은 한참 뒤에야 겨우 밀어내고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주현우가 흐뭇하게 허아연을 끌어안으며 말했다."자자."흔히들 부부 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며 잠자리 한 번이면 화해한다고 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아직 제대로 된 부부 관계를 맺은 적이 없었다. 주현우도 강제로 허아연을 덮쳐서 상처줄 리는 없었다. 그래서 온갖 방법을 동원해 유혹하는 것이었다. 강제로 주현우 품에 안긴 허아연은 힘이 풀렸다. 결혼하기 전부터 주현우가 못됐고 제멋대로라는 건 알고 있었다.그래도 그 때는 주현우 때문에 죽고 못 살았다. 다른 데서는 절대 못 했을 경험을 하게 해줬고 늘 상상도 못 한 세계로 데려갔다. 허아연의 청춘에 지워지지 않을 흔적을 남겼던 사람이었다.허아연처럼 모범생에 착한 여학생일수록 나쁜 남자한테 더 쉽게 빠지곤 했다. 주현우 같은 남자라면 더 말할 것도 없었다.주현우와 잠자리라도 한 여자라면 앞으로 평생 우려먹을 자랑거리가 됐을 것이다. 하루 종일 병원에 있었고 밤에는 크게 한바탕 싸운 데다 또 주현우에게 몇 번을 치이고 나니 허아연은 진짜로 지쳤다.주현우 품에서 잠시 버둥거리다 말고 말했다."주현우 씨, 몸으로 때우려고 유혹해 봤자 마음 안 바뀌어요."주현우가 허아연을 안은 채 피식 웃었다."이게 무슨 몸으로 때우려고 유혹한 거야. 정말 그렇게 하면 그땐 울면서 나한테 떠나지 말라고 할 걸." 허아연이 질색하며 말했다."제발 조용히 좀 해요."주현우는 불을 끄고 허아연을 더 꽉 끌어안았다."아연아, 아까 신음 소리가 너무 좋았어."허아연이 손을 올려 주현우를 탁 치며 말했다."그만 말하라고요."주현우는 그 말에 또 손을 가만히 두지 못하고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허아연이 손을 밀어내 봐도 주현우는 계속했다. 몇 번 실랑이하던 허아연이 주현우 팔뚝을 꽉 깨물고는 고개를 들고 쳐다보며 말했다."주현우 씨, 계속 거짓말할 거예요? 경험 없는 사람이 지금 이래요?"주현우는 웃

  •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제249화

    주현우가 너무 철저하게 막고 있었다. 옆방에 전화받으러 가면서도 문을 잠그고 나갔다. 안 그랬으면 진작 아레아 베이를 떠났을 것이다. 허아연이 고개를 돌리고 외면하자 주현우는 손가락으로 턱을 가볍게 들어 올려 자기 얼굴을 바라보게 했다.허아연이 주현우를 밀어냈다.주현우는 오른쪽 무릎을 침대 위에 꿇고 허아연의 손목을 잡더니 살짝 몸을 기울여 그대로 침대 위에 가두었다.허아연이 미간을 찌푸리며 화를 내려는데 주현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허아연 귓가에 바짝 붙어 끈적이는 목소리로 나지막하게 말했다. "아연아, 나 힘 반도 안 줬는데 넌 벌써 상대가 안 되잖아. 나 화나게 해서 달려들면 진짜 덮칠 수도 있어." 주현우의 말에 허아연이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눈을 부라리며 쏘아봤다.꽤 사나워 보였지만 워낙 어릴 때부터 알던 사이라 주현우는 그런 허아연이 무섭기는 =커녕 오히려 재미있었다. 허아연의 매서운 눈빛에도 주현우는 가볍게 입을 맞추고 낮게 속삭였다. "그동안 이렇게까지 싸우고 버티는 거 나도 너무 힘들었어. 우리 앞으로는 잘살아 보자, 다시는 속 썩이지 않을게." "내가 보여준 성의가 아직 부족하다면 법무팀 시켜서 내 명의의 자산과 지분 전부 다 넘겨줄게. 내일 바로 처리하라고 하면 돼."허아연은 입술을 꾹 다물고 말하지 않았다.허아연이 진지하게 굴수록 주현우는 오히려 더 놀리고 싶었다.갑자기 몸을 숙이더니 허아연의 두 손을 잡아 머리 위로 올려 고정시키고 다정하게 말했다."오늘 밤 한 말 다 진심이야. 나 아직 어떤 여자도 손댄 적 없어. 전에 건 다 연기한 거야. 믿지 못하겠으면 확인해 봐도 돼."허아연이 세게 발버둥 쳤다. "주현우 씨, 제발 이런 염치없는 변태 같은 소리 좀 하지 마요."허아연이 싫다고 하면 할수록 주현우는 더 말하고 싶었다."아연아, 우리 결혼한 지 3년이나 됐잖아. 진짜 끝내려면 부부 관계는 한 번쯤 제대로 해야 하지 않아? 안 그러면 나중에 내가 웃음거리가 되지 않겠어?"허아연은 화가 나서 위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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