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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ผู้แต่ง: 임서아

제1화

ผู้เขียน: 임서아
“아연아, 현우가 온갖 언론사 실시간 검색어에 뜨고 기자들이 호텔 앞을 완전히 막고 있어. 이번에도 네가 수고 좀 해야겠다.”

밤 열 시였다.

책상 앞에 앉아 시어머니의 전화를 받던 허아연은 힘없이 이마를 짚었다. 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결혼한 지 3년, 주현우의 스캔들과 스캔들 여자 친구는 마치 우후죽순마냥 끝도 없이 늘어났다.

가끔 만날 때는 항상 주현우가 벌인 스캔들 뒷수습을 할 때였다.

하지만 허아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유서희가 의미심장하게 타이르며 말했다.

“아연아, 이번 일은 단순하게 회사 평판이나 주가 문제만이 아니야. 오지은이 돌아왔어. 오지은은 다른 여자들과 달라. 너 꼭 현우와의 결혼을 지켜내야 해.”

‘오지은이 돌아왔다고?’

피곤하기 그지없는 허아연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다시 한참을 침묵하던 허아연이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알았어요, 어머니. 지금 갈게요.”

전화를 끊은 허아연은 피곤한 듯 휴대폰을 한참동안 바라보다가 차 키를 들고 일어섰다.

……

30분 후.

허아연이 호텔 뒷문을 통해 들어오자 강성태와 김민희가 이미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김민희는 고급 브랜드 쇼핑백 하나를 들고 허아연 앞에 다가왔다.

“대표님, 옷은 이미 준비되어 있습니다.”

오늘 밤 오지은이 입었던 것과 같은 디자인이자 주현우와 연기를 하기 위한 소품이었다.

강성태가 방문을 두드렸다.

“현우 도련님, 사모님께서 오셨습니다.”

“들어와.”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한 말투와 태도의 주현우 목소리가 전해졌다.

강성태가 문을 열어주자 마침 욕실에서 나온 주현우가 모습을 드러냈다.

헐렁한 회색 가운 차림의 주현우가 젖은 머리를 닦으며 걸어 나왔다.

탄탄한 가슴과 복근 실루엣이 선명하게 드러났고 나른함과 섹시함이 몸에 배여있었다.

허아연과 마주친 주현우는 바람 현장을 들킨 당황스러움도, 죄책감도 전혀 없었다.

두 사람은 3년 동안 너무 익숙해져 있었다.

몸을 숙여 테이블 위 담배와 라이터를 집어 든 주현우는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물고 불을 붙였다.

주현우는 옅은 연기가 새어 나오는 입술로 무심하게 인사를 건넸다.

“왔어?”

“네.”

허아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담담하게 말했다.

“먼저 옷 갈아입을게요.”

허아연은 말하며 김민희가 건넨 옷을 들고 침실 쪽으로 향했다.

그러던 허아연이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다.

‘오지은이…… 정말 돌아왔네.’

허아연을 본 오지은도 잠시 멈칫했다.

하지만 이내 아무 일 없다는 듯 미소 띤 얼굴로 말을 걸었다.

“아연이 왔네.”

그리고 허아연의 머리를 가볍게 톡톡 두드리며 어린아이 달래듯 말했다.

“부탁 좀 할게, 아연아.”

허아연은 저도 모르게 옷을 더 꼭 껴안으며 가까스로 답했다.

“별말씀을요, 지은 언니.”

허아연은 오지은이 주현우이 첫사랑인 것도, 주현우가 아직도 오지은을 사랑하는 것도 몰랐다.

알았다면 주 어르신이 주현우를 좋아하는지 물었을 때 고개를 끄덕여 억지로 주현우와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처럼 이렇게 초라해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주현우는 언제나 일 처리가 신속하고 빈틈없는 사람이었다.

주현우가 경주 그룹의 전권을 쥔 뒤로 회사는 더욱 승승장구했다.

나이 많은 어른들도 주현우 앞에서는 고개를 숙이고 자세를 낮추었다.

하지만 이토록 철저한 사람이 사생활은 이상하리만치 허점투성이였다.

아마도 결혼 생활에 불만을 품고 이런 방식으로 허아연을 모욕하여 어르신에게 복수하려는 건지도 몰랐다.

오지은이 손을 거두고 허아연 옆을 스쳐 지나갔다.

허아연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

오지은이 나오자 주현우는 재킷을 건네며 다정하게 말했다.

“옷 입어, 감기 걸리겠어.”

“날 너무 걱정하는 거 아냐? 현우야.”

행복한 표정의 오지은이었다.

두 사람을 바라보는 허아연의 마음은 복잡하기만 했다.

‘분명 위험을 무릅쓰고 불길 속에서 나를 안아 구해줬던 사람이었는데……’

‘분명 전에는 그렇게 다정했고 내 말은 다 들어주던 사람이었는데……’

‘나와 현우 씨, 왜 이렇게 됐을까?’

한참 동안 두 사람을 바라보던 허아연은 아무 말없이 옷을 안고 침실로 들어갔다.

오지은과 같은 디자인의 흰 치마를 입고 나왔을 때, 오지은은 이미 떠난 뒤였다.

강성태와 김민희도 돌아간 뒤였다.

밖에서 요란한 노크 소리가 들렸다.

“대표님, 곧 이혼하신다던데 사실입니까?”

“대표님, 오지은 씨와 같이 계신 겁니까?”

만약 방금 주현우와 오지은이 함께 있는 모습이 정말 찍혔다면 내일 경주 그룹의 주가가 요동칠 것이다.

다리를 꼬고 앉아있던 주현우는 휴대폰을 던져두고 여유롭게 일어나 잠옷 차림으로 방문을 열었다.

“대표님, 이혼 후에도 허아연 대표님은 경주 그룹에 남으시나요? 이혼할 경우 허아연 대표님은 재산 분할은 얼마나 받으시나요?”

“대표님, 지금 대표님과 허아연 대표님의 이혼 합의에 세간의 관심이 몰리고 있습니다. 경주 그룹에서 허아연 대표님에게 지분을 넘길 계획이 있나요?”

침실 앞에 서 있던 허아연이 피식 웃었다.

온 세상이 이혼한다고 떠들어 대다니, 선견지명이 대단한 언론사들이었다.

허아연은 문 앞에 몰려 있는 사람들을 보며 감정을 추슬렀다. 그리고 우아하게 주현우 뒤로 걸어갔다.

가늘고 하얀 팔로 주현우의 허리를 부드럽게 감싼 허아연은 주현우의 어깨에 턱을 살포시 올리고 달콤하게 속삭였다.

“여보, 무슨 일이에요?”

허아연의 부드러운 포옹과 여보라는 말에 주현우는 고개를 돌려 허아연을 바라보았다.

“허아연 대표님?”

“허아연 대표님이잖아?”

“오지은 씨가 아니라 허아연 대표님이야.”

허아연의 등장에 사람들은 정신없이 셔터를 눌러대면서도 실망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주현우의 대형 스캔들을 포착했다 생각했는데 또 허아연이라니.

허아연의 팔은 계속 주현우의 허리를 감싸고 있었다.

주현우는 기자를 보며 여유롭게 물었다.

“그걸 꼭 말로 해야 알아?”

“죄송합니다. 주현우 대표님, 허아연 대표님.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주현우 대표님, 죄송합니다. 휴식 방해했습니다.”

기자들은 사과의 말과 함께 다급하게 자리를 떴다.

방문이 닫히고 주현우가 돌아서자 허아연은 급하게 주현우 허리에 올렸던 손을 떼며 말했다.

“기자들 상대하기 위해서일 뿐이에요.”

허아연의 태도는 소원하고 거리감이 느껴졌다.

주현우는 아랑곳하지 않고 옷걸이 쪽으로 걸어가 허아연을 등지고 가운을 벗었다.

넓은 어깨에 잘록한 허리의 완벽한 역삼각형 몸매에 하얀 피부까지.

오랜 헬스로 다져진 몸은 군더더기 없는 군살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허아연은 얼굴이 달아올라 더는 쳐다보지 못하고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럼 난 먼저 회사로 돌아갈게요.”

주현우가 다시 고개를 돌렸을 때 허아연은 이미 문을 열고 떠난 뒤였다.

주현우는 한참 동안 문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리고…… 다시 옷을 입기 시작했다.

*

돌아가는 길, 두 손으로 핸들을 잡은 허아연은 기진맥진한 상태였다.

가슴이 꽉 막혀 너무 답답했다.

지난달 건강 검진에서 의사가 작은 결절이 보인다며 스트레스를 줄이고 정기적으로 검진하라고 했다.

결혼 전에는 분명 없었다.

고개를 돌려 조수석에 놓인 이혼 서류를 흘끗 쳐다보던 허아연은 또다시 무력해졌다.

방금 호텔에 들고 갔다가 결국 다시 가져온 것이다.

3년 동안, 이혼을 수없이 많이 결심했었다. 하지만 주현우가 불길 속에서 자신을 안고 뛰쳐나오던 모습을 떠올릴 때마다 허아연은 또다시 체념하고 말았다.

이혼 서류를 건네는 순간, 주현우가 단번에 동의한다면 허아연은 다시는 돌아갈 수 없었다.

때문에 이혼 서류를 오랫동안 간직하고만 있은 것이다.

……

스캔들이 정리되자 모든 것이 다시 평소처럼 흘러갔다.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말이다.

그날 오전, 허아연이 한 소형 회의실 앞을 지날 때 회의실 안에서는 회의가 한창이었다.

“또다시 계산해요? 현우 씨, 벌써 여섯 번이나 확인했어요.”

“허아연 씨는 복도 많아요. 결혼 한번 잘해서 바로 승승장구했잖아요. 기획안 작성할 필요도 없고 갑측으로 사인만 하면 되니까요.”

“부러워요? 우리는 허아연 씨처럼 수단도 뛰어나지 못하고 사람 마음 사로잡을 줄도 모르고 인내심도 없잖아요. 저번 날 인기 검색어 봤어요? 또 현우 씨 뒤처리해주러 갔던데. 정말 참는 건 국가대표급이라니까요.”

두 여자의 말이 끝나자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우 씨, 전날 밤에 허아연 씨가 호텔에 갔을 때 오지은 씨와 한창 볼일 보고 계셨다면서요. 그렇게 세게 나가는데 허아연 씨가 울지도 않았어요?”

주현우는 사람들의 말에 웃으며 물었다.

“그런 루머는 어디서 들었어? 재미있네.”

그날 밤, 주현우는 오지은과 그저 식사 중이었다. 다만 웨이터가 쏟은 주스 때문에 함께 위층으로 올라가 옷을 갈아입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주현우는 해명하지 않았다. 주현우는 다른 사람이 어떻게 말하든 상관없었다. 허아연 기분이 어떤지는 더더욱 관심 없었다.

“현우 씨, 허아연 씨는 도련님과 레벨도 맞지 않는데 빨리 이혼하시죠. 다른 사람한테 기회를 주셔야죠.”

문 밖에 서 있는 허아연.

주현우는 환한 표정으로 마치 남 얘기를 하듯 자신의 스캔들을 말하고 있었다.

허아연은 그런 주현우를 빤히 쳐다보았다.

주현우가 지금 얘기 중인 프로젝트는 정부의 자원이었다. 주현우와 잘 아는 인맥들이 책임진 프로젝트였다.

주현우는 이런 프로젝트에 단 한 번도 허아연을 끼워준 적 없었다.

결혼 후, 주현우는 자신의 생활과 인간관계에 허아연이 개입하지 못하게 했다. 오히려 결혼 전보다 못한 관계였다.

그때, 전서진이 의자에 느긋하게 몸을 기대고 주현우를 보며 말했다.

“현우야, 얘네 허튼소리 신경 쓰지 마. 회사도 아연이가 도와주고 집안일도 아연이가 다 챙겨주잖아.”

“네가 아무리 밖에서 제멋대로 놀아도 불만 한마디 없이 오히려 뒷수습까지 해주는 이런 여자가 어디 있어?”

“200년 전으로 돌아가도 아연이 정도면 효부 기념비 세워줘야 할 정도야. 이런 아내도 마다하고 뭘 더 바라는 거야?”

전서진의 말에 누군가 반기를 들었다.

“그냥 눈감아주고 사는 거잖아요. 현우 씨, 그건 내가 허아연 씨보다 훨씬 더 잘할 수 있어요. 정말 이혼하면 저랑 결혼해요. 저 지참금도 허아연 씨보다 훨씬 더 많아요.”

“임윤아, 그건 네가 끼어들 일이 아니야. 오지은 씨도 있잖아.”

상석에 앉아있던 주현우가 웃으며 말했다.

“윤아 씨, 할아버지한테 지참금 잘 준비하라고 해.”

회의실에서 화기애애한 농담 소리가 흘러나왔다.

허아연은 말없이 돌아서서 조용히 사무실로 돌아갔다.

허아연의 조건이 평범한 건 사실이었다.

선생님이었던 어머니는 허아연이 8살 때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경찰이던 아버지도 몇 년 전 출동 중에 순직했다.

할아버지도 전에 군인이었지만 높은 직급은 아니었다. 그저 주현우 할아버지의 운전기사였다.

때문에 허아연과 주현우는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다.

주현우와 결혼 후, 주현우 할아버지는 허아연을 회사 부대표로 앉혀 주현우의 업무를 보좌하게 했다.

보좌라고는 하지만 실은 주현우를 잘 지켜보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허아연은 실패했다.

허아연은 서랍에서 이혼 서류를 꺼내 들고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사실 처음부터 자신을 속이지 말아야 했다.

허아연은 오래전부터 주현우가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갑자기, 허아연은 더 이상 기다리고 싶지 않았다.

주현우의 행복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싶지 않았다.

회의가 끝나자 허아연은 주현우를 찾아갔다.

허아연이 주현우 사무실 앞에 도착했을 때, 주현우가 마침 안에서 문을 열었다.

허아연을 본 주현우는 조금 의외인 듯했다.

“무슨 일이야?”

“사인이 필요한 서류들이 있어서요.”

주현우는 다시 책상 앞으로 돌아가 자리에 앉아 사인펜을 들었다.

주현우가 업무 서류에 사인을 마치자 허아연은 이혼 서류 두 부를 건네고 담담하게 말했다.

“시간 괜찮을 때 우리 이혼 서류 제출하러 가요.”

사인펜을 든 오른손을 허공에 멈춘 채, 주현우는 허아연을 바라보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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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 전화가 오면 주진우는 밖에 나가 통화를 했다. 허아연은 병상 앞에서 허민수의 손을 꼭 잡은 채 문밖에서 통화 중인 주진우를 바라보았다. 주진우에게 고마운 마음이 너무 컸다. 그날 밤. 주민경과 유서희도 오고 주석진까지 다 찾아왔다. 허씨 가문에는 식구도 적고 허아연도 친구가 많지 않았기에 주씨 가문 사람들 말고는 병문안 오는 사람이 없었다. 사람들 다 도착했는데도 주현우는 여전히 나타나지 않았다. 9시가 넘어서도 계속 머물러있는 주진우에게 허아연이 말했다. "진우 오빠, 여긴 제가 있을 테니 돌아가서 쉬어요." 허아연의 말에 주진우는 허민수도 잠이 든 걸 확인하고 말했다. "알았어. 그럼 먼저 갈게.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연락해." "네." 허아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엘리베이터 앞까지 배웅한 허아연이 함께 내려가려 하자 주진우가 말리며 말했다. "여기까지만 배웅하고 돌아가. 어르신 큰 문제 아니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너도 좀 쉬어." "네." 허아연은 여전히 얌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말이 끝나자마자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주진우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허아연은 병실로 돌아갔다. 병실은 아주 조용했다. 조금 전 정아 이모도 쉬라고 돌려보낸 뒤였다. 허아연은 병상 옆에 앉아 깊이 잠든 허민수의 손을 꼭 잡고 나지막하게 말했다. "할아버지, 절대 무슨 일 생기면 안 돼요." 부모님도 떠나고 이제 남은 가족은 할아버지 한 사람뿐이었다. 허아연은 할아버지가 옆에 몇 년이라도 더 있어 주기를 바랐다. 침대 끝에 앉아 있던 허아연의 휴대폰이 진동했다. 중원 그룹 장도원의 전화였다. 허민수가 깰까 걱정된 허아연은 밖으로 나갔다. "장도원 대표님." 전화를 받자마자 허아연은 바로 프로답고 똑 부러진 허아연 부대표님으로 변신했다. 마치 집에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웃으며 전화를 받았다. 통화 소리가 병실 안 환자들을 방해할까 걱정된 허아연은 전화를 받으며 복도 끝에 있는 박을 베란다로 걸어

  •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제26화

    허아연은 주현우를 등진 채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잠시 침묵하던 허아연이 입을 열었다. "아니에요. 그냥 한 말이라는 거 알아요." 분명 욕먹은 것도, 난처해진 것도 다 허아연인데 되려 주현우를 위로해야 했다. 답을 들은 주현우는 허아연의 귀마개를 다시 꽂아주었다. 이어지는 며칠 동안은 특별할 것 없이 평범한 일상의 연속이었다. 주현우가 매일 집에 돌아오기는 했지만 둘 사이 대화는 여전히 많지 않았다. ……그날 오후, 회의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온 허아연에게 정아 이모의 전화가 걸려 왔다. "아연 씨, 어르신께서 입원하셨어요. 방금 검사 다 마쳤으니까 퇴근하면 보러 오세요." 전화를 받던 허아연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할아버지가 입원했는데 왜 일찍 알리지 않았어요?"요즘 허아연은 할아버지와 관련된 일에만 이토록 큰 반응을 보였다. "어르신께서 일하는데 방해된다고 알리지 말라고 하셨어요."허아연은 말문이 막혔다. 일이 아무리 중요해도 할아버지보다 중요할 수는 없었다. 정아 이모의 말을 더 들을 새도 없이 전화를 끊고 차를 몰고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에 도착했을 때 허민수는 이미 여러 가지 검사를 다 마친 상태였다. 컨디션도 괜찮아 보였다. 허아연은 병상 옆에 앉아 허민수의 손을 꼭 잡고 일부러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할아버지, 이렇게 큰일을 저한테 숨겼다가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떡해요. 나 평생 후회하면서 살게 하려고 그랬어요?" 허민수는 허아연의 손등을 토닥이며 껄껄 웃었다. "그냥 사소한 심혈관 질병이야. 나이 들면 다 있는 거야. 너한테 알려도 결국은 의사가 치료해야 하는 거잖아." 허아연은 미간을 찌푸리며 단호하게 말했다. "쓰러졌는데도 사소한 문제예요? 다시는 이러지 마요. 앞으로는 무슨 일이든 나한테 제일 먼저 알려요." 허아연의 걱정에 허민수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래. 알았어. 앞으로는 뭐든 제일 먼저 너한테 알릴게."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정아 이모는 옆에서

  •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제25화

    입으로는 알겠다고 했지만 본가를 떠나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내내 허아연은 전혀 기운이 없었다. 힘없이 시트에 기대어 팔짱을 끼고 머리를 받침대에 기댄 채 초점 없이 창밖만 바라보았다. 눈에 생기가 느껴지지 않았다.'너무 힘들어. 마음이 너무 힘들어.' 이따금 백미러를 통해 뒷좌석을 확인하던 주현우는 말없이 창밖만 바라보는 허아연을 보며 아무 말도 걸지 않았다. 조금 전에는 정말 그냥 튀어나온 말이었다. 운전석에서 주현우의 휴대폰이 몇 번이나 울리고 통화를 몇 통이나 했지만 허아연은 전혀 느끼지 못하고 창밖만 바라보았다. 차가 집 마당에 도착해 주현우가 차 문을 열어주었을 때에야 허아연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허아연은 급히 짐을 챙겨 내리며 깍듯하게 말했다. "고마워요."인사를 하고 다시 나긋나긋하게 이어 말했다. "또 일 봐야 하죠? 먼저 들어갈게요." 주현우가 답하기도 전에 허아연은 먼저 집 안으로 들어갔다. 주현우는 손잡이를 잡은 채 허아연이 집 안으로 들어갈 때까지 뒷모습을 지켜보다가 운전석으로 돌아가 바로 시동을 걸고 출발했다. 위층 침실로 돌아온 허아연은 주현우가 들어오지 않는 것을 확인한 뒤 문을 닫았다. 방문에 기댄 허아연은 그제야 숨을 길게 내쉴 수 있었다. 마당을 멍하니 바라보는 허아연의 머릿속에는 온통 주현우가 한 말이었다. 말실수인 건 허아연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주현우의 속심말이기도 했다. 허아연의 기분을 전혀 생각하지 않았기에 쉽게 튀어나올 수 있었다. 조금이라도 허아연의 기분을 신경 썼다면 할 수 없는 말이었다. 감정 변화 하나 없는 눈빛으로 아주 오랫동안 마당을 바라보았다. 그제야 마음이 조금씩 진정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답답하고 괴로웠다. 또 한참 마당을 지켜보던 허아연은 그제야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직접 운전해서 할아버지를 뵈러 본가로 돌아갔다. ……저녁 10시, 본가에서 돌아온 허아연이 침실에 들어오자 주현우가 머리를 닦으며 욕실에서 나오고 있었다. 허아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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