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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7화

Author: 임서아
오늘은 오예은의 생일이었다.

허아연이 들어가는 걸 눈으로 배웅한 주현우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한참 동안 건물을 바라보다가 몸을 돌려 차에 기댄 채 주머니를 뒤져 담배와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였다.

허아연 집 앞에 잠시 머물다가 차를 몰아 강가로 향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전서진이 맥주가 든 봉지를 들고 나타났다.

나른하게 두 팔을 난간에 기대고 있는 주현우를 본 전서진이 말했다.

"결혼한 건 너인데 고생은 내가 다 하네. 나 이제 네 연애 전문가가 다 됐어. 차고에 있는 새 차 나한테 줘."

주현우는 전서진을 힐끗 쳐다보더니 봉지에서 맥주 한 캔을 꺼내 뚜껑을 따고 고개를 젖혀 한 모금 크게 들이켰다.

선선한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와 두 사람의 머리카락과 옷자락을 스쳤다.

덕분에 오히려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전서진은 더 묻지 않아도 주현우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음료 캔을 따서 반쯤 들이키던 전서진이 팔을 난간에 걸치며 주현우를 돌아보았다.

"그냥 이혼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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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제477화

    말을 마친 안서준은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태연하게 우쭐거리던 주현우의 얼굴을 떠올리자 더욱 못마땅했다.허아연과 만나는 것도 싫었고 주현우가 의기양양해하는 꼴은 더더욱 보기 싫었다.전화를 끊은 안서준은 굳은 얼굴로 통유리창 앞으로 걸어갔다.마침 도착한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방으로 돌아가려던 허아연은 안서준의 방문이 열려 있는 걸 보고 다가왔다."오빠."통유리창 앞에 서 있던 안서준은 허아연의 목소리에 바로 돌아서서 인사했다."왔어?""네, 왔어요."허아연이 들어오자 안서준이 말했다."경주 그룹, 스타라이트 테크와 진행하는 협력 사업은 아마 며칠 안으로 계약할 것 같아. 기술 연구 개발에는 네가 참여해야 할 거야.""좋아요. 결정에 따를게요. 연구 개발은 최선을 다해 협조하고 최대한 빨리 제품을 출시할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업무 얘기가 나오자 허아연은 눈에 띄게 신이 나서 말을 이었다."이 원격 제어 시스템이 완성되면 나중에 군 부대와 협력할 가능성도 커요. 스타라이트 테크가 쭉 협력해왔거든요."세 회사는 모두 우세를 지니고 있었는데 무엇보다 연구 개발 기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었다. 가장 큰 이익은 기술 발전을 앞당겨 새로운 시스템을 더 빨리 선보이고 여러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앞서 나갈 수 있다는 것이었다.각 지역 정부가 세 회사에 조속한 협력과 새 소프트웨어 시스템 개발을 재촉하며 압박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두 지역의 관계에도 도움이 되고 여러모로 이로운 일이었다.허아연의 분석을 들은 안서준이 말했다."세 회사가 협력하면 모두에게 이득이 되지. 요즘 연구에는 시간도 중요하니까."허아연은 안서준의 말에 동의하며 업무 얘기를 좀 더 나누다가 문득 물었다."참, 오빠. 지난번에 집 산다고 하지 않았어요? 나는 일단 전에 살던 아파트로 돌아가서 지낼까 해요. 새 사옥과 스타라이트 테크까지 훨씬 가깝거든요." "언제 집 보러 갈 거예요? 내가 같이 가줄게요."허아연이 아파트로 돌아가겠다고 하자 안서준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제476화

    지금 주현우는 사실 다른 생각은 없었다. 그저 허아연에게 잘해주고 챙겨주고 싶을 뿐이었다.주현우의 호의에 허아연이 시원스럽게 웃으며 말했다."주 대표님 마음은 감사하지만 나도 동승 그룹 근처에 아파트가 있어요. 고마워요, 주 대표님."주현우의 집을 받을 생각은 당연히 없었기에 고민할 것도 없이 바로 거절한 것이었다.그 말을 듣고서야 주현우는 허아연 명의로 된 아파트가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지난 2년 동안 주민경이 대신 관리해온 집이었다.허아연의 말에 주현우도 더는 할 말이 없었다. "그래, 그럼 됐어. 무슨 일이든 도움이 필요하면 나한테 바로 연락해."감정 얘기는 꺼내지 않았지만 먼저 호의를 보이며 자세를 낮추고 나름의 화해의 손짓을 보낸 셈이었다.여전히 두 팔을 가슴 앞에 모은 채 서 있던 허아연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도움이 필요하면 그때 연락할게요, 주 대표님."허아연은 호텔 안을 한번 돌아보고 다시 말했다."그럼 먼저 올라갈게요."예의를 갖추면서도 분명하게 선을 긋는 태도에 주현우도 고개를 끄덕이고는 호텔로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멀어지는 허아연의 가녀린 뒷모습을 바라보던 주현우는 오늘 이용당한 일과 오늘 밤 분위기가 날이 서지 않았던 것, 권승준과 거리를 두고 있다는 사실이 떠오르자 별안간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제법 기분이 좋았다.습관처럼 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찔러 넣은 주현우는 한참 동안 호텔을 바라보다가 허아연의 모습이 사라지고도 한참이 지난 뒤에야 몸을 돌려 주차장으로 돌아가 차를 몰고 떠났다.앞으로 만날 때마다 오늘처럼 지낼 수 있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주현우는 진작부터 허아연이 갈수록 독립적이고 자신감 넘치며 매력적으로 변해 가는 걸 느끼고 있었다.예전에는 없던 여유로운 분위기까지 더해져서 더 마음이 끌렸다. ……호텔 객실.안서준의 방문은 열려 있었다.허아연이 외출해서 돌아오지 않으면 아무리 늦은 시간이라도 안서준은 문을 닫고 쉬는 법이 없이 늘 불을 켜둔 채 돌아오기를 기다

  •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제475화

    주현우는 전서진과 주민경을 불러 2차 술자리를 이어갈까 했지만 허아연이 쳐다보지도 않자 생각을 접었다. 어차피 같이 가자고 해도 거절할 게 뻔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차가 호텔 야외 주차장에 멈췄고 허아연이 내리자 주현우도 배웅하려 따라 내렸다.어깨에 가방을 메고 가볍게 팔짱을 낀 허아연은 배웅하려 내린 주현우에게 태연하게 인사를 건넸다."고마워요, 주 대표님."오늘 밤 주현우를 이용한 것은 사실이었다.그 모습을 본 주현우가 물었다."나 아직 쓸 만했어?"허아연이 권승준 스스로 물러나게 하려고 자신을 이용했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대놓고 물은 것이었다.주현우의 물음에 허아연이 웃으며 답했다."괜찮았어요."그 말에 웃던 주현우가 웃음을 거두고 말했다. "괜찮았다면 다음에도 필요할 때 언제든 불러."주현우가 자존심을 굽히자 허아연이 말했다."그래요. 미리 감사 인사 해둘게요, 주 대표님."허아연은 몸을 돌려 호텔 로비를 한번 바라보고 말했다."늦었네요, 먼저 올라갈게요."말을 마친 허아연이 막 돌아서려는데 주현우가 갑자기 다시 불러 세웠다."아연아."허아연의 정체를 알고부터 주현우는 대부분 이렇게 불렀다.아연이라고 부르는 주현우의 목소리에 허아연이 돌아보며 부드럽게 물었다."주 대표님, 더 할 말 있어요?"허아연의 그윽한 눈을 마주한 순간 주현우는 마음이 흔들렸다.다가가서 안아주고 화해하고 다시 시작하자고 말하고 싶었다.하지만 방금 보인 태도와 이제 속마음 한마디조차 털어놓으려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떠올리자 이내 생각을 접었다.적어도 지금은 이런 얘기를 꺼낼 때가 아니었다.주현우가 부드럽게 말했다."예전 일들은 내가 잘못했어. 내가 미안해."방금 허아연이 빈정거리며 일부러 들으라고 한 말은 모두 사실이었다. 주현우를 사랑할 때 허아연은 자기 자신을 정말이지 한없이 낮췄다. 주현우의 사과에 허아연이 시원스레 웃으며 말했다."됐어요. 다 지난 일이잖아요. 아까 한 말도 조금은 일부러 한 거니까 마음에 담아두지 마요.

  •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제474화

    주현우가 언짢은 말을 하면 허아연은 가시 돋친 말로 받아쳤다. 역시 사랑하지 않는 쪽이 언제나 이기는 법이었다.주현우가 계속 캐물어도 허아연은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내 아무렇지 않게 화면을 넘겨볼 뿐 상대할 생각조차 없었다.지금은 말하고 싶지 않았기에 아예 입을 다물었다.허아연이 상대하지 않자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주현우는 고개를 돌려 한참 동안 바라봤다. 그래도 허아연은 말할 생각이 없는지 고개를 숙인 채 휴대폰만 보고 있었다.주현우는 브레이크를 밟아 차를 갓길에 세웠다.허아연은 그제야 휴대폰을 내려놓고 느긋하게 주현우를 바라보았다.아직 이른 시간이었지만 교외의 밤은 시내보다 훨씬 조용하고 어두웠다. 주변에 지나가는 차도 없어서 두 사람만 있는 도로는 분위기가 어색할 만큼 적막했다.한참 서로를 바라보다 주현우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허아연이 먼저 물었다."그래서 뭘 더 듣고 싶은데요? 아니면 업무 얘기라도 해요."허아연이 대수롭지 않게 여길수록 주현우는 더 안달이 났다.한참 쳐다보던 주현우는 결국 참지 못하고 오른손으로 허아연의 턱을 잡아 자신을 보게 하며 나지막이 물었다."지금 권승준한테 대체 무슨 마음이야?"허아연은 손을 올려 주현우의 손목을 잡아 떼어내며 말했다."주현우 씨, 나는 지금 안씨 가문 안시연이지 당신 아내 허아연이 아니에요. 예의 좀 지키고 함부로 손대지 마요."손을 떼어냈는데도 주현우는 다시 허아연의 턱을 붙잡았다."말 돌리지 마, 딴청 부리지 말고 내 질문에 똑바로 대답이나 해."허아연이 상대하지 않을수록 주현우는 더 따져 묻고 싶어졌다.이미 속으로는 허아연이 어떤 선택을 할지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직접 대답을 듣고 싶었다.이번에도 허아연은 주현우의 손을 떼어내지 않고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바라보며 물었다."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이런 걸 물어요? 물을 자격은 있어요? 물어서 뭘 어쩔 건데요?"주현우가 알고 싶어 할수록 허아연은 더 말해주기 싫었다. 어차피 주현우도 답을 알고 있으면서 이러는

  •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제473화

    교외의 야경은 딱히 볼 것도 없고 사방이 캄캄하기만 했다. 차에 탈 때마다 늘 창밖만 바라보는 허아연을 본 주현우가 차갑게 물었다."밖이 캄캄하기만 한데 뭘 그렇게 봐?"날이 선 주현우의 말투에 허아연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유치해요."프로젝트 얘기를 하자고?주현우는 경영을 맡고 허아연은 연구개발을 담당하는데 두 사람 사이에 나눌 얘기가 뭐가 있을까? 권승준과의 기싸움에서 이기고 싶은 것뿐이었다.오랫동안 알고 지낸 만큼 허아연은 주현우를 너무 잘 알았다.유치하다는 말에 주현우는 화가 나 헛웃음이 났지만 허아연에게 화풀이하지는 않았다. 잠시 바라보다가 다시 시선을 거둘 뿐이었다.한참 뒤, 결국 참지 못한 주현우가 입을 열었다."나한테는 화도 잘 내고 자존심도 잘 세우더니, 왜 권승준한테만 그렇게 관대해?""권 어르신이 널 찾아갔는데도 권승준과 밥을 먹어? 허아연, 자존심 좀 세우면 안 돼?"갑작스럽게 몰아붙이는 주현우의 말에 허아연은 숨이 턱 막힐 지경이었다.권승준과 싸우거나 관계가 틀어진 것도 아닌데 밥 한 끼 먹는 게 무슨 문제란 말인가?애초에 관계를 확실히 한 것도 아닌데 원수처럼 지내야 할까? 주현우를 무표정하게 바라보던 허아연은 일부러 트집을 잡아 싸우려는 게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동안 주현우를 빤히 보던 허아연은 치미는 화를 누르고 짐짓 차분하게 비꼬았다."내가 언제 자존심을 세웠다는 거예요? 나한테 무슨 자존심이 있어서요?""함께한 3년 동안 주현우 씨는 내가 안중에도 없었고 툭하면 여자 문제 뒤처리나 시켰잖아요. 그래도 언제 한 번 웃으며 반기지 않고 다정하지 않게 대한 적 있어요?""만나는 여자를 내 앞에 데려왔을 때도 여전히 자존심을 굽히면서 집에 와서 밥은 먹을 건지 물었는데 내가 언제 자존심을 세웠다는 거예요?""그러니까 어르신이 나한테 하신 말씀은 당신이 전에 나한테 한 짓에 비하면 훨씬 점잖은 편이었어요. 내가 승준 씨와 밥 한 끼 먹는 게 뭐 어때서요? 승준 씨는 나한테 상처 준 적도

  •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제472화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허아연은 주현우의 눈빛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태연하게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허아연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눈길을 돌리자 주현우는 속이 부글거렸다. 자신과는 이렇게 기싸움을 하면서 권승준 앞에서는 왜 순한 양이 되는지 못마땅했다. 주현우가 계속 허아연을 바라보자 권승준이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인사를 건넸다."우연이네. 현우, 너도 여기 있었구나."주현우는 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고 허아연에게서 시선을 거두며 웃었다."그러게요, 정말 우연이네요."권승준이 반응하기도 전에 주현우가 화제를 돌렸다."비서실장님, 안 선생님과 업무 얘기 좀 나눠도 될까요?"주현우의 말에 권승준은 눈썹을 슬쩍 치켜올리며 여유롭게 답했다."현우야, 업무 얘기가 있으면 다음에 따로 약속을 잡아."따로 약속을 잡으라는 권승준의 말에도 주현우는 허아연을 보며 말했다."안 선생님, 프로젝트에 관해 이야기 좀 나눌까요?"허아연은 주현우의 날 선 정중한 말투가 왠지 조금 유치하게 느껴졌다.옆에서 지켜보던 권승준의 눈빛에도 살짝 흥미로운 기색이 스쳤다. 일을 벌이기 좋아하는 주현우가 자신과 겨뤄보려는 거라고 생각했다.권승준이 한참 동안 꼼짝 않고 주현우를 바라보다가 다시 허아연에게로 시선을 옮겼다.두 사람의 시선이 다 자신에게 쏠리자 허아연은 난감해졌지만 사는 게 다 이런 게 아닐까 싶었다. 며칠에 한 번씩은 꼭 사람 성가시게 하고 뜻대로만 흘러가게 두지 않는 법이었다.주현우가 좀 유치하게 굴고 있었지만 허아연은 권승준 앞에서 대놓고 거절하지 않았다. 그리고 돌아서서 권승준을 보며 부드럽게 설명했다."비서실장님, 동승 그룹과 경주 그룹이 요즘 협력을 논의하고 있어서 주 대표님과 잠깐 얘기 나눌게요."허아연이 주현우를 선택하자 권승준도 바로 뜻을 알아챌 수 있었다. 단순히 주현우와 업무 이야기를 나누겠다는 뜻이 아니었다. 앞으로 권승준과 더 가까워지거나 관계를 발전시키지 않겠다는 뜻을 완곡하게 전한 것이었다.권유성이 찾아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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