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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8화

مؤلف: 임서아
주현우의 목소리에 허아연이 정신을 차리고 담담하게 말했다.

"데이터 추산하고 있어서 발신자 확인을 못 했어요."

주현우가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 할머니 생신이야. 같이 밥 먹으러 가자. 어디서 일하고 있어, 데리러 갈게."

허아연은 두 손으로 키보드를 두드리며 어깨로 휴대폰을 받치고 말했다.

"어제 이미 할머니 뵙고 왔어요. 오늘 야근한다고도 말씀드렸으니까 혼자 가요."

주씨 가문 식구들은 항상 허아연에게 잘 대해주었다. 특히 주건영과 박민정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래서 어제 오전에 혼자 미리 다녀오면서 생신 선물도 미리 드렸다.

이제 주씨 가문 가족 모임 자리에는 끼지 않는 게 맞았다.

괜히 사람들에게 쓸데없는 기대를 심어주고 싶지 않았다.

전화기 너머에서 주현우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허아연이 얼른 말을 이었다.

"아직 할 일이 남아서 먼저 끊을게요."

주현우가 대답하기도 전에 말을 마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

허아연은 휴대폰을 제자리에 내려놓고 다시 일에 집중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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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제269화

    주민경이 이어 말했다."어제 점심에 현우 오빠 혼자 돌아온 다음부터 할머니가 입을 닫고 하루 종일 한마디도 안 하셨거든. 오빠 볼 때 안색이 안 좋긴 했지만 나무라거나 혼내지도 않고 그냥 무시하셨어." "그러다 저녁 여덟 시쯤에 갑자기 쓰러지셔서 구급차 불러서 병원으로 모셨어.""의사 선생님 말로는 나이도 많으시고 가벼운 뇌경색이 있으신데 갑자기 감정 기복이 심해지시면서 쓰러지신 거래. 며칠 입원해서 경과 지켜봐야 한대.""어젯밤 밤새 병원에서 할머니 곁에 있었는데 계속 뒤척이면서 잠을 거의 못 주무시면서 너와 너희 할아버지한테 미안하다 하시는 거야. 현우 오빠도 병원에 왔는데 쫓아버리셨어." 주민경이 힘없이 털어놓는 말을 들은 허아연이 위로했다."조금 지나면 괜찮아지실 거야."그 말에 주민경이 말했다."오빠 성격을 잘 아니까 나도 너한테 다시 잘해보라고 설득할 생각 없어. 다만 이혼이 뭐 그렇게 대단한 일이라고 할머니, 할아버지가 저렇게까지 신경 쓰시는지 모르겠어." "너랑 현우 오빠가 각자 자기한테 가장 잘 맞는 사람 만나는 게 제일 좋은 거 아니야?"주민경은 사실 며칠 전에 오지은 아버지 오중근이 회사를 찾아갔고 주현우가 결국 3국 프로젝트에 다시 합류시켰다는 얘기를 감히 허아연에게 말하지 못했다.도대체 뭐 하는 짓인지, 누가 들어도 화날 일이었다. 그래서 그동안 주현우가 한 짓들을 알면서도 허아연에게 말하지 않은 것이 많았다.주현우를 두둔하려거나 감싸주려는 게 아니라 허아연이 더 힘들어할까 봐서였다. 겉으로 드러난 일들만으로도 충분히 속이 말이 아닐 테니 불난 집에 부채질하기 싫어서 얘기하지 않았었다. 주민경의 말에 허아연이 말했다."평소에 네가 할머니한테 잘 말씀드려.""응, 계속 얘기하고 있는데 빨리 이해하시면 좋겠다."주민경이 이내 화제를 돌렸다."아연아, 우리 저녁에 샤브샤브 먹자. 내가 배달로 주문할게."허아연이 웃으며 말했다."좋아."그날 저녁 주민경은 허아연 집에서 잠을 잤다. 다음 날 아침, 함께

  •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제268화

    주현우의 목소리에 허아연이 정신을 차리고 담담하게 말했다."데이터 추산하고 있어서 발신자 확인을 못 했어요."주현우가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오늘 할머니 생신이야. 같이 밥 먹으러 가자. 어디서 일하고 있어, 데리러 갈게."허아연은 두 손으로 키보드를 두드리며 어깨로 휴대폰을 받치고 말했다."어제 이미 할머니 뵙고 왔어요. 오늘 야근한다고도 말씀드렸으니까 혼자 가요."주씨 가문 식구들은 항상 허아연에게 잘 대해주었다. 특히 주건영과 박민정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래서 어제 오전에 혼자 미리 다녀오면서 생신 선물도 미리 드렸다.이제 주씨 가문 가족 모임 자리에는 끼지 않는 게 맞았다. 괜히 사람들에게 쓸데없는 기대를 심어주고 싶지 않았다.전화기 너머에서 주현우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허아연이 얼른 말을 이었다."아직 할 일이 남아서 먼저 끊을게요."주현우가 대답하기도 전에 말을 마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허아연은 휴대폰을 제자리에 내려놓고 다시 일에 집중했다.허아연 집 앞에 와 있던 주현우는 뚜뚜뚜하는 신호음 소리에 탁하고 휴대폰을 던져버렸다.차창을 내리고 옆에서 담배를 들어 불을 붙였다.담배 연기를 내뱉는 주현우의 미간이 일그러졌다. 한참이 지나도록 미간이 펴질 줄 몰랐다. 주현우는 한동안 허아연 집 밑에 머물며 손에 든 담배를 다 태우고 나서야 담배 꽁초를 튕겨버리고 액셀을 콱 밟아 본가로 돌아갔다.허아연이 이미 박민정을 만나고 왔다고 하니 주현우도 혼자 갈 수밖에 없었다.무표정한 얼굴로 집 안에 들어서니 주진우와 주민경이 박민정, 주건영 곁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주현우가 돌아오는 걸 본 박민정이 무의식적으로 뒤를 살폈다. 혼자 들어오는 걸 확인하고는 바로 표정이 어두워지며 시무룩해져서 주현우에게 물었다."아연이는 같이 안 왔어?"허아연이 어제 미리 와서 생일 축하 인사도 하고 선물도 주고 갔지만 그래도 오늘 밥 먹으러 또 오라고 얘기했었다. 기회를 보면서 주현우와 다시 붙여보려는 마음도 있었다.그런데

  •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제267화

    오늘은 오예은의 생일이었다. 허아연이 들어가는 걸 눈으로 배웅한 주현우의 눈빛이 어두워졌다.한참 동안 건물을 바라보다가 몸을 돌려 차에 기댄 채 주머니를 뒤져 담배와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였다.허아연 집 앞에 잠시 머물다가 차를 몰아 강가로 향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전서진이 맥주가 든 봉지를 들고 나타났다.나른하게 두 팔을 난간에 기대고 있는 주현우를 본 전서진이 말했다."결혼한 건 너인데 고생은 내가 다 하네. 나 이제 네 연애 전문가가 다 됐어. 차고에 있는 새 차 나한테 줘."주현우는 전서진을 힐끗 쳐다보더니 봉지에서 맥주 한 캔을 꺼내 뚜껑을 따고 고개를 젖혀 한 모금 크게 들이켰다.선선한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와 두 사람의 머리카락과 옷자락을 스쳤다. 덕분에 오히려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이었다.전서진은 더 묻지 않아도 주현우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음료 캔을 따서 반쯤 들이키던 전서진이 팔을 난간에 걸치며 주현우를 돌아보았다. "그냥 이혼하는 게 어때? 아연이가 3년 동안 컨디션이 영 좋지 않았던 건 사실이잖아.""이혼하고 나면 심하게 경계하지 않아서 나중에 또 가능성이 있을 수도 있잖아." 주현우가 맥주를 한 모금 마시고 피식 웃으며 말했다."진짜 이혼하면 그냥 영영 남이 되는 거야."전서진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주현우가 말했다."좀 더 생각해 볼게."돌이켜보면 몇 년 동안 주현우도 제정신이 아니었다. 허아연이 부대표가 되어 일을 야무지게 해내는 걸 보면서도 딴 속셈이 있다고 의심했었다.옆에서 전서진이 말했다."이혼한다고 네가 억울할 건 하나도 없어. 진작에 경고했잖아, 자업자득이지."주현우가 싸늘하게 눈을 흘기자 전서진은 바로 입 다문다는 손짓을 하며 입을 닫았다. ……그 뒤로 며칠 동안 주현우는 허아연에게 연락하지 않았다.그러던 어느 날 점심, 허아연이 실험실 일을 마치고 행정동 사무실로 돌아와 점심을 먹으려는데 유서희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전화를 받으며 허아연이 다정하게 말했다. "어

  •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제266화

    주현우가 한참 동안 말없이 바라보기만 하자 허아연은 바람에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고 담담하게 웃으며 시원스레 말했다."인정해요. 그날 밤 주현우 씨 유혹을 버티지 못한 건 맞아요, 제정신이 아니었어요.""그런데 주현우 씨, 그건 사랑이 아니에요. 결혼 생활도 아니고요. 그날 밤 내가 오해를 살 만한 행동을 했다면 사과할게요."방금 주현우의 솔직한 고백을 듣고 나니 문득 마음이 홀가분해졌다.과거의 모든 일을 순식간에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비굴했던 것도, 냉대도, 주현우의 좋은 면도 나쁜 면도 이제 다 지나간 일이 되었다.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아름다웠던 것도, 힘들었던 것도 다 추억이 될 것이다. 허아연을 바라보던 주현우는 문득 그녀가 예전보다 훨씬 어른스러워진 것 같았다. 전보다 훨씬 의젓하고 단단해져 있었다. 예전과도 많이 달라져 있었다. 여전히 이혼을 고집하는 허아연을 바라보며 주현우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지금의 허아연은 유난히 독립적이고 강해 보였다.주현우가 여전히 말을 하지 않자 허아연이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오래 알고 지냈고 당신이 나를 구해준 적도 있고 할아버지들도 많이 친하시니까 그동안 나도 그냥 좋게 마무리하자는 생각에 많이 참았어요."말을 마친 허아연이 앞을 보던 시선을 거두고 주현우를 바라보며 차분하게 말했다."주현우 씨, 우리 그냥 예전처럼 친구로 지내요."그 말에 주현우는 피식 웃음이 났다.예전처럼 친구로 지내자고?이제 거짓말할 줄도 아네.진짜 이혼하면 아주 중요한 모임이 아닌 이상 두 사람은 다시 만날 일이 없을 것이다.웃음이 가신 뒤 주현우가 장난스럽게 말했다."스타라이트 가서 잘 배웠네, 이제 사람 구슬릴 줄도 알고." 주현우가 직접적인 대답을 피하자 허아연은 숨을 깊이 들이쉬었다가 천천히 내쉬더니 몸을 바로 세우고 부드럽게 말했다."시간이 늦었어요. 들어가서 강연 자료 수정해야 해요. 주현우 씨도 일찍 들어가서 쉬어요."그러고는 덧붙였다."오늘 내가 한 말

  •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제265화

    허아연이 살포시 웃으며 말했다."하지만 주현우 씨, 오예은 씨가 당신을 살렸다고 해서 우리 결혼 생활 중에 당신이 한 일들이 지워지는 건 아니에요. 그리고 나를 대했던 당신의 태도는 오씨 가문이나 오예은 씨가 당신을 살렸다는 것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어요."주현우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허아연이 차분하게 이어 말했다."나에 대한 당신의 오해 때문에 3년 동안 나를 냉대하고 힘든 시간을 감당하게 하는 건 말이 안 돼요." "그리고 주현우 씨, 우리가 알고 지낸 시간이 얼만데 당신이 나를 그렇게 생각하고 오해했다는 게 솔직히 마음에 많이 걸렸어요."경주 그룹에 들어간 건 부부니까 같은 곳을 바라보며 최선을 다해 노력하면 주현우도 허아연의 노력을 알아줄 거라고 생각해서였다. 그런데 사람마다 생각이 다른 법이었다. 열심히 노력한 행동이 상대방 눈에는 전혀 다른 의도로 보이기도 했다.말하는 사람은 뜻이 없어도 듣는 귀에는 다르게 들린다는 게 이런 거겠지. 자신의 진심이 남들 눈에 속셈과 꿍꿍이로 보일 줄 진작 알았으면 애초에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경주 그룹에 들어가지 않았을 것이다.가끔 아무 의미 없는 희생도 있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게 진리였다.허아연이 3년간의 결혼 생활 이야기를 꺼내자 주현우가 웃으며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그건 절대 못 넘어가겠어?" "아레아 베이에서 지내기 정 싫으면 다른 집으로 가자. 아니면 이 집에서 살고 싶으면 내가 이쪽으로 와서 있을게." 주현우의 말에 고개를 돌리고 한참 동안 바라보던 허아연은 시선을 거두고 담담한 표정으로 앞을 바라봤다.주변을 지나가던 사람들은 고급 승용차에 기대어 이야기를 나누는 두 사람을 보고 드라마 촬영이라도 하는 줄 알고 눈길을 떼지 못했다. 손에 생수병을 쥔 채 차에 몸을 기댄 허아연은 한참을 생각에 잠겼다가 그제야 주현우를 바라보며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주현우 씨, 3년 동안 사실 나 정말 힘들게 지냈어요." 말을 마친 허아연은 다시 침묵했다. 한참이 지나서

  •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제264화

    허아연도 오예은은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오예은은 마음씨가 착한 사람이었다.아직도 기억나는 일이 하나 있었다. 허아연 엄마가 돌아가고 이듬해, 주민경과 함께 행사에 참석했을 때 임윤아 일행이 엄마 없다며 놀렸던 일이 있었다. 그때 난감해하는 허아연을 도와준 사람이 오예은이었다. 심지어 임윤아 일행을 단단히 혼내고 한참 동안 허아연을 위로하며 다독여주었다.그 뒤로도 마주칠 때마다 오예은은 허아연에게 다정하게 대해주었고 유용한 과외서적도 여러 권 선물했었다.오지은과는 성격이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다만 어릴 때부터 몸이 좋지 않다는 말을 들은 적 있었다. 고개를 돌린 허아연을 보던 주현우가 살며시 웃으며 말을 이었다."오예은이 나를 살려줬어."그 말에 허아연은 꼼짝도 하지 않고 주현우를 바라봤다.선선한 바람이 불어와 머리카락이 흩날리고 허아연의 옷자락도 흔들렸다.아무 말 없이 쓸쓸한 눈빛으로 옛일을 추억하는 주현우를 바라보았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주현우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수능 끝나고 다 같이 놀러 갔을 때 나랑 오예은이 산 아래에 뭐 사러 가다가 산 중턱에서 차가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뒤집어졌어. 조수석 문이 튀어 나가면서 오예은은 밖으로 튕겨 나갔지.""나는 차 밑에 깔려서 나가질 못하고 있었는데 오예은이 두 시간 넘게 산 아래로 달려가서 사람들을 불러온 거야. 오예은 몸 상태가 어떤지 너도 알잖아,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어." "사람들이 차를 들어 올려서 나를 구조하자마자 차에 불이 붙었어.""그 일은 완전히 비밀에 부쳐져서 민경이도 몰라.""그러다 오예은이 세상을 떠났고 그 신세를 진 것 때문에 그동안 오씨 가문을 챙겨준 거야. 따로 좀 챙겨준 것때문에 오지은이 뭔가 오해를 한 것 같은데 내가 똑똑히 일러둘게. 오지은은 우리 사이에 걸림돌이 될 수 없어." 오예은의 병에 대해서는 더 설명하지 않았다. 오예은과 사귀었던 과거도 그냥 덮어버렸다. 허아연과의 결혼 생활을 이어가고 싶은 지금 꺼낼 이야기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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