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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2화

Autor: 임서아
권승준이 부정하지 않자 권유성의 표정은 점점 더 무거워졌다.

한참을 생각에 잠겨 있던 권유성이 마침내 권승준을 보며 아주 진지하게 말했다.

"너와 허아연 관계, 신중하게 생각해."

권승준이 말을 하기도 전에 권유성이 다시 말했다.

"앞으로 네가 나아갈 한 걸음 한 걸음이 다 중요하다. 감정 문제로 실수하는 건 원치 않아."

어려서부터 권승준은 늘 믿음직스러워서 어떤 일이든 굳이 이래라저래라 할 필요가 없었다.

권유성도 조언을 건넨 건 이번이 처음이었기에 이유까지 함께 밝힌 것이었다.

권유성이 탐탁지 않아 하자 권승준이 여유롭게 웃으며 말했다.

"할아버지, 그렇게 심각한 일 아니에요. 허 선생님은 신분을 바꿔서 돌아온 거예요. 이제 주현우의 아내도 아니고 주현우랑은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

권유성은 그 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얼굴을 찡그린 채 권승준을 보며 말했다.

"아무리 신분을 바꿔서 돌아왔다지만 신분이 바뀌어도 여전히 허아연인데 주현우가 순순히 놓아줄까? 너희 둘이 잘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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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제442화

    권승준이 부정하지 않자 권유성의 표정은 점점 더 무거워졌다.한참을 생각에 잠겨 있던 권유성이 마침내 권승준을 보며 아주 진지하게 말했다."너와 허아연 관계, 신중하게 생각해."권승준이 말을 하기도 전에 권유성이 다시 말했다."앞으로 네가 나아갈 한 걸음 한 걸음이 다 중요하다. 감정 문제로 실수하는 건 원치 않아."어려서부터 권승준은 늘 믿음직스러워서 어떤 일이든 굳이 이래라저래라 할 필요가 없었다. 권유성도 조언을 건넨 건 이번이 처음이었기에 이유까지 함께 밝힌 것이었다.권유성이 탐탁지 않아 하자 권승준이 여유롭게 웃으며 말했다."할아버지, 그렇게 심각한 일 아니에요. 허 선생님은 신분을 바꿔서 돌아온 거예요. 이제 주현우의 아내도 아니고 주현우랑은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권유성은 그 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얼굴을 찡그린 채 권승준을 보며 말했다."아무리 신분을 바꿔서 돌아왔다지만 신분이 바뀌어도 여전히 허아연인데 주현우가 순순히 놓아줄까? 너희 둘이 잘되도록 물러설까?"주현우가 허아연에게 품은 정이 진심이든 아니든, 지난 2년 동안 한결같이 애틋한 좋은 남편의 이미지를 굳건히 지켜왔다.새하얗게 센 머리가 바로 허아연을 사랑한다는 가장 뚜렷한 증거였다.때문에 권유성은 권승준과 허아연이 잘되는 걸 원치 않았다. 훗날 일이 커져서 모두에게 영향을 줄까 봐 걱정됐다.특히 권승준은 신분이 더욱 특별했다.권유성의 걱정에도 권승준은 전혀 흔들림 없이 느긋하게 말했다."허 선생님이 어떤 신분이든 주현우한테 돌아갈 리는 없어요. 그리고 저랑 허 선생님, 주현우의 허락 같은 것도 필요 없고요."말을 마치고 더 이상 권유성과 시비를 따지고 싶지 않았던 권승준은 말을 돌렸다."할아버지, 처리할 서류가 좀 있어서 먼저 방에 들어갈게요."그리고 한마디 덧붙였다."허 선생님과의 관계, 충분히 신중하게 생각한 거예요."권승준의 말이 끝나자 권유성이 곧바로 쏘아붙였다."내가 보기엔 넌 전혀 신중하지 않아."평소 신중한 권승준이었기에 권유성은

  •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제441화

    스스로를 제대로 돌보지 못해 허민수와 부모님한테 걱정을 끼친 것이다.허민수의 방에서 나온 허아연은 다시 2층으로 올라가 어릴 때부터 지내던 방으로 갔다. 방문을 열자 침대 시트와 이불 커버까지 새로 펴져 있었다.짐작이 틀리지 않다면 분명 주민경이 자주 드나들며 사람을 시켜 청소를 해뒀을 것이다.책장 앞에 선 허아연의 눈에 자신의 일기장이 들어왔다.그 순간 허아연은 일기장을 뚫어져라 바라볼 뿐 책장에서 꺼내지는 않았다.예상이 빗나가지 않았다면 주현우도 분명 그 일기장을 봤을 것이고 허아연이 예전부터 좋아했던 사람이 줄곧 자신이었다는 것도 알았을 것이다.그게 아니라면 머리가 새하얗게 셀 리가 없었다.다만 한번 놓치면 다시는 그때로 되돌아갈 수 없는 일들이 있었다. 10시가 넘어 두 사람이 본가를 나설 때 권승준이 자연스럽게 허아연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허 선생님, 저도 있잖아요."허아연이 허씨 본가로 당당히 돌아온 뒤로 권승준은 아예 허 선생님이라 부르기 시작했다.휘영청 맑은 달빛 아래 밤바람이 살랑살랑 불었다.허아연이 고개를 돌려 권승준을 보며 말했다."권 비서실장님, 고마워요."권승준은 한 손은 바지 주머니에 넣고 다른 손으로는 허아연의 손을 잡은 채 천천히 걸음을 맞춰 걸었다.30분쯤 뒤 허아연을 호텔에 데려다준 권승준은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갔다.허아연과의 결혼 날짜도 이제는 알아봐야 했다.둘 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서로의 마음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았다. 차를 세우고 집에 들어선 권승준은 권유성이 나와 있는 걸 발견했다.입가에 웃음을 띤 채 권승준이 시원시원하게 물었다."할아버지, 오늘은 방에서 나오셨네요?"권승준의 기분이 좋아 보이자 권유성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강성시에서 온 그 아가씨랑 연애하는 거냐?"평소 권유성은 권승준의 사생활을 거의 묻지 않았고 대화를 나눠도 대부분 업무 얘기였는데 오늘은 뜻밖이었다.권승준이 컵에 물을 따르며 자연스럽게 답했다."맞아요."그리고 웃으며 덧붙였다."할아버

  •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제440화

    전서진의 위로에도 주현우는 여전히 아무 말이 없었다.한참 뒤에야 고개를 들어 전서진을 보며 물었다."서진아, 나랑 아연이 아직 가능성 있을까?"허아연이 사라진 지난 2년 동안 얼마나 후회하면서 다시 시작하기만을 빌었는지 하늘은 알 것이다.주현우는 허아연과 함께한 3년의 결혼 생활을 자신이 본분을 다하지 못했다고 생각했다.다시 잘해보고 다시 아껴주고 싶었다.주현우의 물음에 전서진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술잔을 손에 든 채 한참 주현우를 바라보던 전서진이 입을 열었다."현우야, 너무 억지로 밀어붙이지 말고 자연스럽게 놔둬 봐."가능성이라니?이미 죽는 척도 마다하지 않고 교진시를 떠났던 허아연인데 돌아와서도 끝끝내 주현우와 아는 척하지 않으려 했다.게다가 지금은 누가 봐도 권승준과 가까이 지내며 잘해보려는 게 분명했다.그런데 두 사람 사이에 무슨 가능성이 있다는 걸까?다만 주현우의 기분이 안 좋아 보였기에 전서진도 너무 매정하게 말하지는 못하고 자연스럽게 두라고만 얼버무렸다.자연스럽게 두라는 말에 주현우는 그저 전서진을 바라보기만 했다.그건 곧 가능성이 없다는 뜻이었다.잠시 전서진을 바라보던 주현우가 다시 술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마음이 무거워 보이는 주현우를 바라보던 전서진이 오른손을 뻗어 술잔을 가져가며 말했다."몸도 아직 다 안 나았는데 좀 주의해."시끌벅적한 술집 한가운데 있는데도 주현우는 마음이 너무 무겁고 전혀 즐겁지 않았다. 마치 마음 한구석이 텅 빈 것 같았다.전서진이 술잔을 가져가자 주현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겉옷을 챙겨 들고 그대로 나가버렸다.전서진도 급하게 따라 일어나 뒤쫓아 나갔다.강가로 간 두 사람은 강바람을 맞으며 학창 시절 얘기와 예전 얘기를 아주 많이 나눴다.그런데 과거를 추억하며 전에 허아연이 자신에게 얼마나 의지했는지를 떠올릴수록 주현우는 점점 더 미련이 생겼고 다시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더 간절해졌다.사람이란 원래 그런 법이었다.자신이 최선을 다하지 못했던 일일수록 더 매달리고 싶은 법이

  •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제439화

    분을 못 이겨 쏟아내던 허아연이 다시 감정을 추스르며 말했다."전에 교진시를 떠난 건 당신과 더는 엮이고 싶지 않아서였어요. 이제 겨우 당신한테서 벗어나서 깨끗하게 정리했는데 내가 다시 되돌아갈 것 같아요?""돌아갈 수 없어요, 우리 사이는 진작에 돌아갈 수 없게 됐어요.""나도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그리고 당신과 함께했던 그 시간들은 다시 떠올리기도 싫어요."말을 마친 허아연은 주현우의 손을 뿌리치며 차갑게 말했다."알아서 잘 처신해요, 내 삶에 더 이상 영향 주지 말고요."매정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주현우가 알아듣지 못하고 손을 놓지 않을 것 같았다.하지만 허아연은 더는 엮이고 싶지 않았다.돌아서서 떠나는 허아연의 뒷모습을 보던 주현우의 눈시울이 순식간에 붉어졌다.그리고 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몸을 돌려 앞쪽 화단을 바라봤다.순간 마음이 착잡해지고 가슴이 답답해져서 한참을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다.주현우를 피하려고 죽은 척까지 했던 허아연이었다.그 생각이 든 주현우는 자조적인 웃음을 흘렸다.두 사람이 대체 어쩌다 이 지경까지 된 걸까? 어쩌다 이렇게 사이가 틀어진 걸까?……호텔 안.방으로 돌아온 허아연은 가방을 침대에 내려놓고 침대 끝에 걸터앉아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 옷을 챙겨 욕실로 갔다.샤워기 아래 서서 눈을 감고 고개를 젖힌 채 따뜻한 물이 얼굴을 타고 흐르도록 내버려두었다.오늘 밤 한 말을 주현우가 새겨듣고 더 이상 자신의 삶을 방해하지 않기를 바랐다.정말로 더 이상 어떠한 관계로도 얽히고 싶지 않았다.3년의 결혼 생활 동안 평생 겪을 억울함은 다 겪은 것 같았다.그런 일들을 다시 겪고 싶지 않았다.……같은 시각, 호텔 아래층.차를 몰고 호텔을 떠난 주현우는 곧바로 전서진에게 전화를 걸어 술 마시러 나오라고 불렀다.바에 도착한 전서진은 주현우가 이미 주문한 술을 보고 대뜸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현우야, 너 미쳤어? 몸도 안 나았는데 술을

  •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제438화

    "그러니까 주 대표님도 너무 고집부리지 마세요. 앞으로 살아갈 날이 훨씬 많은데 앞을 보고 나아가야죠.""다른 건 저도 더 드릴 말씀 없고 주 대표님과 따로 나눌 얘기도 없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앞으로는 좀 더 이성적으로 행동해 주셨으면 해요."방금 한 말은 에둘러 표현한 거였다면 지금 말은 상당히 직설적이었다.운전석에 앉은 주현우는 허아연의 말에 순식간에 눈빛이 어두워졌다.허아연은 여전히 주현우를 용서할 생각도, 솔직하게 다 털어놓을 생각도 없었다.말을 마친 허아연은 손목시계를 확인하고는 덧붙였다."시간이 늦었네요, 이만 들어가서 쉬어야겠어요."말을 마친 허아연은 주현우가 여전히 움직이지 않자 직접 몸을 기울여 차량 잠금 버튼을 눌렀다.그리고 바로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허아연이 차에서 내리는 걸 보고서야 주현우도 정신을 차리고 다급하게 운전석 문을 열고 뒤따라 내렸다.허아연 앞까지 달려간 주현우가 손을 뻗어 손목을 잡으며 불렀다."아연아."허아연이 화들짝 돌아서는 순간, 주현우가 다시 품에 끌어안으며 사과했다."아연아,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주현우의 포옹과 사과에 눈을 깜빡이던 허아연은 가슴 한 켠이 이유 없이 답답해졌다.두 손을 주현우의 허리 양옆에 어정쩡하게 걸친 허아연은 무슨 말을 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마른침을 삼키며 한참을 생각하던 허아연이 결국 힘없이 입을 열었다."맞아요, 저 허아연이에요.""내가 허아연이라고 이렇게 확신하는 걸 보면 DNA 검사를 해 본 거겠죠."허아연이 담담하게 모든 걸 인정하자 순간 주현우는 더 세게 꽉 끌어안더니 눈시울까지 붉어졌다.곧바로 밀어내지 않고 주현우의 감정이 조금 진정되기를 기다리던 허아연은 두 손으로 가슴을 밀어내고 천천히 품에서 빠져나왔다.그리고 고개를 들어 주현우를 올려다보며 아주 차분하게 말했다."주현우 씨, 이미 다 지나간 일이에요. 우리도…… 이미 끝난 사이예요."자신의 마음을 확실히 밝히고 주현우가 정신 차리고 이성적으로 받아

  •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제437화

    차 유리창에 비친 주현우의 시선을 허아연도 알아채고 있었다.하지만 여전히 먼저 말을 걸지 않았다.차가 호텔 주차장에 멈추고 나서야 주현우는 몸을 돌려 애틋한 눈빛으로 바라봤다.결혼 전에도 주현우는 이렇게 그윽한 눈빛으로 허아연을 바라보곤 했다.허아연의 일기장을 발견한 뒤로는 다시는 이런 눈빛을 보인 적이 없었고 기분 좋은 표정조차 지은 적이 없었다.지금 이 순간 허아연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 주현우는 허아연을 끌어안고 입 맞추고 싶었고 그동안 못다 한 걸 다 보상해주고 싶었다.주현우가 아무리 뜨거운 눈빛으로 바라봐도 허아연은 아무런 동요도 없이 냉정하기만 했다.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치자 저도 모르게 며칠 전 받은 DNA 검사 결과가 떠오른 주현우는 본능적으로 손을 올려 허아연의 얼굴을 어루만졌다.결과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감히 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확인한 뒤로는 허아연을 볼 때마다 자꾸 저도 모르게 만지고 싶고 조금이라도 가까이 다가가고 싶었다.허아연이 없던 지난 2년 동안 주현우는 사실 많이 지쳐 있었다.너무 많이 그리웠다.허아연은 얼굴에 닿은 주현우의 손을 바로 떼어내며 말했다."주 대표님, 이러시면 곤란해요.""별일 없으시면 문 좀 열어주시겠어요?"허아연의 자연스럽게 선을 긋는 태도에 주현우는 표정이 어두워지며 천천히 손을 거뒀다.잠시 허아연을 바라보던 주현우가 입을 열었다."아연아, 꼭 이럴 거야? 끝까지 인정 안 할 거야?"권승준에게는 이미 정체를 밝힌 허아연이었다.주현우가 여전히 정체에 집착하자 허아연은 미간을 찡그리며 숨을 내쉬었다.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허아연이 이내 담담하게 말했다."주 대표님, 만약 마음의 짐을 덜고 싶으신 거라면 안심하셔도 돼요. 죄책감 가지실 필요 없어요."말을 하던 허아연이 잠시 침묵하다가 다시 말했다."저 권 비서실장님 댁에 식사하러 가기로 했어요. 그러니까 주 대표님이 이렇게 계속 저를 찾아와서 선 넘는 행동하시는 거 저랑 권 비서실장님 모두한테 실례예요."주현우에게 직접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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