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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ผู้เขียน: 임서아
허아연은 깜짝 놀라서 고개를 들었다.

"아직 안 잤어요? 깜짝 놀랐네요."

허아연은 주현우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주현우는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은 채 차갑게 허아연을 쳐다보았다.

주현우의 시선에 허아연은 왠지 모르게 불안해졌다.

한 번도 허아연에게 관심이 없던 사람이었다.

허아연은 주현우의 시선을 피하며 설명했다.

"배터리가 없어서 휴대폰이 꺼졌어요. 민경이가 출장에서 돌아와서 같이 밥 먹었고요."

주현우는 피식 웃었다.

"밥을 6, 7시간씩 먹어?"

허아연도 주현우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허아연이 어디 갔었는지 이미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

주현우를 한참 올려다보던 허아연이 입을 열었다.

"나도 친구가 있고 내 삶이 있을 수 있잖아요."

허아연을 내려다보던 주현우가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 이혼하지도 않았는데 벌써 연기도 하기 싫어?"

'연기라니?'

'언제 연기했다는 거야?'

결혼 생활 3년 동안, 허아연이 밖에 나간 건 오늘이 처음이었다.

단지 주현우가 허아연보다 일찍 집에 돌아왔고, 허아연은 마침 휴대폰 배터리 꺼졌을 뿐이었다.

허아연은 3년 내내 이렇게 홀로 독수공방하며 지내왔었다.

주현우와 시시비비를 가릴 생각이 없었다.

어차피 자신이 선택한 길이었다.

허아연은 그저 담담하게 귀띔했다.

"주현우 씨, 우린 곧 이혼할 사이예요."

그 말은 간섭하지도 말고, 간섭할 자격도 없다는 뜻이었다.

허아연이 말을 마치자 주현우는 여전히 싸늘한 눈으로 보고 있었다.

아무 말도 없는 주현우를 본 허아연은 뒤돌아 욕실에 들어가려 했다.

그때, 주현우가 주머니에서 한 손을 빼더니 갑자기 허아연을 확 잡아당겼다.

"결혼하고 싶으면 결혼하고, 이혼하고 싶으면 이혼하고. 우리 주씨 가문이 우스워?"

며칠 전에 이혼 얘기를 꺼냈을 때도 그냥 넘어갔는데 오늘 또 얘기하다니.

만만하게 보여?

주현우에게 끌려간 허아연도 순간 욱하는 마음에 단호하게 말했다.

"결혼하고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당신과 결혼하지 않았을 거예요."

잠시 침묵하던 허아연이 다시 말을 이어갔다.

"이혼하면 회사에 영향 갈까 봐 걱정하는 거 알아요. 절차 다 밟고 나서도 비밀로 할게요. 언제 공개하든, 공개하지 않든 다 현우 씨 결정 따를게요."

계속되는 허아연의 이혼 요구에 주현우는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 옆으로 돌아섰다.

순간, 방안에는 서로의 숨소리까지 선명하게 들릴 정도로 고요해졌다.

잠시 뒤, 뒤돌아선 주현우는 허아연을 보며 싸늘하게 귀띔했다.

"허아연, 아직 이혼한 거 아니야. 네가 어떤 신분인지 잊지 마."

허아연은 담담하게 되물었다.

"주씨 가문 둘째 며느리라는 신분이요? 아니면 경주 그룹 부대표님이라는 신분이요? 주현우 씨는 본인의 신분을 기억해 본 적이나 있어요?"

주현우는 웃음을 터뜨리며 물었다.

"억울해? 후회돼? 내가 어떤 놈인지 결혼 전에는 몰랐어?"

그 말에 허아연은 말을 잇지 못했다.

결국 이 말밖에 할 수 없었다.

"그땐 너무 어려서 생각이 단순했어요."

주현우는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어리고 단순했다는 말이면 없던 일이 돼? 허아연, 네가 회사에 들어온 3년 동안 널 지켜보는 눈이 밖에 얼마나 많은지 너도 알 거야. 네가 말을 안 한다고 숨길 수 있다고 생각해?"

"지켜보는 눈이 많다는 걸 알면서 주현우 씨는 왜 조심하지 않았어요?"

이번에는 주현우가 말문이 막혔다.

주머니에 손을 찔러놓고 허아연을 한참 바라보던 주현우가 무표정하게 물었다.

"정말 이혼할 거야?"

"네."

허아연은 담담하게 답하고 바로 이어 말했다.

"샤워할게요. 현우 씨도 얼른 쉬어요."

허아연은 그 말만 남기고 옷장에서 잠옷을 챙겨 욕실로 들어갔다.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주현우는 침대에 기대어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왼쪽에는 넓게 자리를 비워 둔 상태였다.

허아연은 이유를 묻지 않았다.

말없이 안대와 귀마개를 하고 이불을 챙겨 소파에 누웠다.

침대 위, 주현우는 책을 내려놓고 고개를 들었다.

그렇게 한참 동안 허아연을 바라보았다.

허아연이 자신을 등진 채 꼼짝하지 않는 것을 본 주현우도 불을 끄고 잠을 청했다.

……

쿠당탕.

새벽 세 시쯤, 허아연은 또다시 소파에서 굴러떨어졌다.

이제는 더 화낼 기력조차 없이 팔을 문지르고 있었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해? 언제까지 소파에서 자야 하는 거야?'

고개를 돌려 침대 위에 있는 주현우를 바라보았다.

주현우가 깨어 있다는 걸 허아연도 알고 있었다.

사실 며칠 동안 주현우도 제대로 쉬지 못했을 것이다.

주현우를 한참 동안 바라보던 허아연은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현우 씨, 우리 그냥 절차 밟아요."

정말 이제 더는 버티기 힘들었다.

머릿속에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마지막 끈이 당장이라도 끊어질 것 같았다.

절차를 밟자는 허아연의 말에 딸깍하는 소리와 함께 방 안이 밝아졌다.

주현우가 불을 켠 것이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주현우가 차갑게 말했다.

"자리 비워놨잖아."

허아연은 주현우를 돌아보며 말했다.

"자리가 문제가 아니에요. 더 이상은 내가 못 버티겠어서 그래요."

그 말을 끝으로 허아연은 바닥에서 일어나 아무 말 없이 다시 소파로 돌아가 등을 돌린 채 누웠다.

3년 동안, 허아연은 정말 최선을 다했다.

너무 외롭고 지쳤던 나날이 떠오른 허아연은 몸을 잔뜩 웅크렸다.

작에 한숨을 내쉬며 눈을 감으려는데 갑자기 누군가 번쩍 안아 들었다.

허아연은 깜짝 놀라 눈을 번쩍 떴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주현우의 옷깃을 꽉 잡으며 미간을 찡그렸다.

"현우 씨, 뭐 하는 거예요?"

주현우는 침대로 걸어가 허아연을 내려놓고 말했다.

"굳이 소파에서 자라고 한 사람 없어."

허아연이 소파에서 잔다고 한 날, 주현우는 대꾸도 하지 않았다.

항상 허아연 혼자 쓸데없는 생각하고 지레짐작한 것이었다.

허아연은 주현우를 빤히 바라볼 뿐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주현우는 뚫어져라 쳐다보기만 하는 허아연에게 아무렇지 않게 이불을 덮어주었다.

"걱정 마, 너한테 관심 없으니까."

허아연은 말없이 침대 위로 올라오는 주현우를 계속 바라보았다.

주현우가 옆에 누울 때까지도.

멋진 옆모습에 오뚝한 콧날이 허아연의 시야에 들어왔다.

주현우를 한참 바라보던 허아연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럼 이혼은 어떻게 해요? 현우 씨 할아버지와 부모님부터 설득해야 하는 거예요?"

주현우는 눈을 감은 채 나른하게 웃었다.

"우리 할아버지, 우리 부모님. 선을 아주 제대로 긋네."

말을 마치고 고개를 돌려 허아연을 바라보았다.

둘 사이엔 사람 하나 누울 정도의 거리가 있었다.

그럼에도 풍기는 은은한 향기를 느낄 수 있었다.

허아연에게서 나는 달콤한 우유향이었다.

"허아연, 왜 갑자기 이렇게까지 이혼하려는 거야?"

방 안은 아주 고요했다.

두 사람이 이렇게 차분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건 처음이었다.

고개를 돌려 주현우를 바라본 허아연은 여전히 좋아하는 마음이 남아있었다.

특히 주현우가 차분하게 말하고 진지하게 바라봐 줄 때면 더.

하지만 안타깝게도 주현우는 허아연을 좋아하지 않았다.

주현우를 바라보던 허아연이 솔직하게 말했다.

"너무 힘들어요. 이젠 현우 씨만 바라보며 살고 싶지 않아요. 나도 내 삶을 살고 싶어요."

그 말에 주현우는 그제야 허아연이 관리학이나 금융학 전공이 아니라 산업 로봇 전공이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주현우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허아연이 다시 조용히 말을 이어갔다.

"현우 씨, 내가 현우 씨한테 간섭하지도 않고 대신 뒷수습도 해주니까 쓸모 있는 것 같죠? 이런 식으로 대충 눈 감고 사는 건 다른 여자들도 다 할 수 있어요."

"내가 그렇게 대단한 사람도 아니잖아요. 지참금도 얼마 없었고 대단한 현모양처도 아니에요."

허아연의 자기 평가를 들은 주현우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아주 크고 호탕하게 껄껄 웃었다.

한참 웃던 주현우가 허아연을 보며 물었다.

"그날 농담하는 거 들었어?"

며칠 동안 골머리를 앓았던 허아연이 갑자기 이혼하려던 이유를 드디어 알게 되었다.

허아연이 답하기도 전에 주현우가 먼저 설명했다.

"다 농담한 거야, 진지하게 받아들일 필요 없어."

주현우의 담담한 말에 허아연은 또박또박 말했다.

"현우 씨, 내가 이혼하려는 건 그날 농담 때문만이 아니에요. 우리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가 더 커요. 그리고 순간 욱해서 이러는 게 아니라 충분히 생각하고……"

말이 끝나기도 전에 주현우가 몸을 돌려 허아연을 품에 가뒀다.

허아연의 말이 뚝 끊겼다.

그렇게 그대로 얼어붙은 채로 주현우만 빤히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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