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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9화

Author: 바람노래
소진이 선우의 얼굴을 보더니 바로 물었다.

“너 그 표정 뭐야? 왜, 배은혁이 불쌍해 보이기라도 해?”

선우는 급히 고개를 저었다.

“그런 사람이 뭐가 불쌍해.”

하지만 마음속에서는 또 다른 말이 흘렀다.

‘그럴 시간 있으면 차라리 나나 불쌍해하지...’

‘배은혁이 아무리 처량해도, 그래도 서하 씨랑 몇 년은 결혼해서 부부로 살았잖아.’

‘지금 이혼 문제로 난리긴 해도... 최소한 몇 년은 법적으로 남편이었고.’

‘나는? 난 지금도 그냥... 정식 명단에도 못 드는 사람.’

‘...’

얼마 전, 선우와 소진이 둘이 걷다가 지인이 만났을 때, 그 지인은 둘이 연애 중인 줄 알고 놀랐다.

그런데 소진이 뭐라고 했더라?

“얘? 얘는 우리 집 수리하러 온 인테리어 기사야.”

그 순간 지인 얼굴이 굳어지고, 유명 로펌 변호사가 갑자기 인테리어 기사로 추락하는 장면이 연출됐었다.

지인은 선우가 로펌에서 잘린 줄 알았겠지.

그 기억만 떠올려도 골이 지끈거렸다.

‘내 주제에 누굴 불쌍하다고 생각하겠어? 누구랑 비교해도 내가 더 불쌍한데.’

소진이 말했다.

“그래, 괜히 배은혁 같은 인간 불쌍해하지 마. 불쌍한 놈은 다 이유가 있어.”

서하가 옆에서 말했다.

“너희 둘이 잡담하는 건 좋은데, 굳이 배은혁 얘기는 할 필요 없잖아.”

“그래, 안 해. 그 개같은 인간 얘기 안 하면 되지.”

소진은 단칼에 정리했다.

선우는 속으로 확신했다.

‘저 말투로 보면... 저렇게 나도 욕하겠지.’

왜냐하면 소진의 눈에는 선우와 은혁은 같은 카테고리 안에 있는 남자였다.

...

밥을 다 먹고 나자, 소진은 젓가락을 내려놓고 바로 말했다.

“여기서 네 일 끝났어. 이제 가.”

‘봐라... 나는 그냥 쓰고 버려지는 도구지.’

선우는 속이 뒤집히면서도 겉으론 순순히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그때, 소진이 말했다.

“내일 아침밥 일찍 가져와. 7시에 와라.”

이 말은 서하를 향한 말이었다.

서하가 말했다.

“굳이 그렇게 일찍 안 와도 돼. 7시에 오려면 변호사님 몇 시에 일어나야 해? 또 음식까지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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