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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4화

Author: 김하이
송하나와 허지안은 시아를 데리고 사람 없는 한적한 나무 그늘로 갔다.

창백하고 수척한 시아의 얼굴을 보니 송하나는 걱정이 됐다.

“시아 선배, 괜찮아요?”

그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모욕당했으니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시아의 눈가에는 눈물이 맺혔지만 끝내 흘러내리지 않게 꾹 참았다.

“괜찮아.”

시아가 살짝 고개를 저었다.

“하나야, 지안아. 오늘 정말 고마웠어.”

모두가 시아에게 악의를 퍼붓던 순간 가장 먼저 나서서 감싸 주고 곤경에서 구해 준 건 바로 송하나와 허지안이었다.

시아에게는 그 마음이 무엇보다 소중했다.

“에이, 별일도 아닌데요. 다 그 글을 올린 사람이 잘못이죠.”

허지안은 한바탕 욕을 하려다가 시아가 다시 난처해할까 봐 말을 삼켰다.

시아는 깊게 숨을 들이쉬며 부정적인 감정을 억누르고 애써 침착해졌다.

그리고 두 사람을 바라보며 물었다.

“너희 이따 시간 있어? 나 좀 돌아다니고 싶은데.”

허지안은 난처한 표정으로 망설이다 말했다.

“저는 저녁에 개인 레슨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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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별이 되어 빛나리   제1155화

    시아는 고개를 저었다. 두 눈에는 막막함이 가득했다.“아직은 딱히 정해둔 곳 없어.”“시씨 가문을 벗어나고 시준만 떠날 수 있다면 어디든 상관없어.”송하나는 그녀의 쓸쓸하고 무력한 모습을 보며 가슴 한편이 저릿했다.위로의 말들이 맴돌았지만, 그 어떤 것도 힘없이 느껴졌다.시야를 돕고 싶은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너무 한정적이라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이 답답했다.그저 신중하게 입을 여는 수밖에...“선배, 앞으로 제 도움 필요하면 언제든 얘기해요. 꼭이요.”시아가 고개를 끄덕였다.눈가가 살짝 붉어졌다가도 금세 눈물을 감추며 평정심을 되찾으려 애썼다.“이만 돌아가자.”너무 오래 나와 있으면 시준의 의심을 살까 봐 걱정되었다.송하나는 고개를 끄덕이곤 시아를 따라 불빛 찬란한 연회장으로 다시 들어갔다.만찬이 끝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윌리엄 가문의 사람들이 특별히 시씨 가문을 방문했다.시아와 윌리엄의 약혼 날짜를 확정하고 결혼을 추진하기 위함이었다.윌리엄 본인은 시아를 무척 좋아했고 정략결혼에 대해 매우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윌리엄 가문 또한 시우 그룹과의 깊은 협력을 중요하게 생각했기에 모두가 순조로운 진행을 바랐다.가문의 중대한 혼사 문제였으므로 이미 은퇴한 시경운은 시준을 본가로 불러 함께 이 일을 논의했다.윌리엄 가문은 충분한 성의를 보이며 약혼식을 일주일 뒤로 정하자고 제안했다.제안을 들은 시경운도 매우 만족스러워하며 즉시 응하려 했다. 그러다 옆에 앉은 시준을 돌아보며 그의 의견을 물었다.“시준이 네 생각은 어때?”시준은 찻잔을 들고 겉으로는 평온한 표정이었지만 마음속에서는 차가운 기운이 일렁였다.그는 두 사람의 결혼을 결코 원치 않았지만, 양가 간의 혼사는 이미 오래전부터 약속된 일이었다.시우 그룹을 막 인수한 시준은 아직 기반이 확고하지 않은 상황이다. 아무런 이유 없이 일방적으로 파혼한다면 윌리엄 가문의 심기를 거스를 뿐만 아니라 아버지 시경운마저도 감당하기 어려울 터였다.게다가 시우 그룹의 미래

  • 별이 되어 빛나리   제1154화

    송하나는 고개를 돌려 심성빈을 바라보며 나직하게 속삭였다.“성빈 씨, 저 그럼 시아한테 다녀올게요.”“그래, 가봐.”심성빈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뒷모습을 주시했다. 인파를 헤치고 시아에게 다다를 때까지 눈길을 떼지 않았다.“시아 선배.”송하나의 부름에 시아가 퍼뜩 고개를 들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그녀의 등장에 시아는 침울했던 눈빛이 순식간에 밝아졌다. 마치 먹구름 속에서 한 줄기 빛이 새어 나오는 듯했다.그녀는 즉시 자리에서 일어서며 놀라움과 기쁨이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하나야! 네가 여긴 웬일이야?”이 성대한 만찬에서 시아는 시종일관 가면을 쓰고 주위 사람들을 상대해 왔다.오직 송하나를 본 지금 이 순간에야 비로소 얼굴에 진심 어린 생기가 돌았다.“성빈 씨랑 함께 왔어요.”송하나가 나지막이 대답했다.옆에 있던 윌리엄의 시선이 두 사람에게로 향했다.시아를 처음 봤을 때 이미 그녀의 미모에 충분히 감탄했었는데 또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나타날 줄이야.서구적인 마스크로 화려하고 매혹적인 시아와 동양적인 이목구비로 단아하고 온화한 송하나.두 여자가 함께 서 있는 모습은 그야말로 눈이 호강하는 한 폭의 그림 같았다.시아는 송하나의 손목을 덥석 잡고는 윌리엄을 돌아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윌리엄, 저는 친구랑 할 이야기가 있어서 먼저 실례하겠습니다.”윌리엄은 아쉬운 기색을 감추지 못한 채 본능적으로 한 걸음 가까이 다가섰다.“저도 끼워주면 안 돼요?”시아는 여전히 담담한 표정이었지만 상대방에게 협상할 여지를 주지 않는 단호한 어조로 일축했다.“여자들끼리 나누는 사적인 대화라 남자분이 계시면 곤란할 것 같아요. 양해 부탁드릴게요, 윌리엄.”이렇게까지 말한 이상 아무리 뻔뻔한 윌리엄이라도 더는 들러붙기 어려웠다. 그는 멋쩍은 듯 대답했다.“알겠어요. 그럼 천천히들 이야기해요. 이따가 또 올게요.”그는 아쉬운 기색을 뚝뚝 흘리며 뒤돌아 떠났다.한편 시아는 송하나의 손을 잡고 시끌벅적한 메인 홀을 빠르게 지나쳐 옆문을 밀고

  • 별이 되어 빛나리   제1153화

    “조만간 시우 그룹 20주년 기념 만찬이 열리는데 이 기회에 각계 파트너들을 초청해서 권력 이양을 대외적으로 발표하자. 시준아, 만찬은 네가 직접 진행하도록 해.”시준은 술잔을 들고 침착하고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네, 아버지. 준비 잘하겠습니다.”잔을 내려놓은 뒤, 시경운은 또 다른 중요한 일을 떠올렸다.“윌리엄의 다리 부상도 거의 나았으니 조만간 시아와 윌리엄의 혼사를 정하고 만찬에서 약혼을 공식 발표하는 게 좋겠구나. 그렇게 해서 우리와 윌리엄 가문의 오랜 협력을 공고히 하면 겹경사 아니겠니?”식탁 위에는 순간 정적이 흘렀다.시아는 나이프와 포크를 쥔 손가락을 꽉 움켜쥐었다.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접시 위 음식을 말없이 휘저을 뿐 아무런 반박도 하지 않았다.이 집에서 시아는 결코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없었다.결혼마저도 남들이 정하는 대로였다.그녀는 마치 거래 가능한 물건처럼 남들의 손에 휘둘릴 뿐이었다.시준은 와인잔을 쥔 손에 은근히 힘이 들어갔다. 눈가에도 알아차리기 힘든 불쾌감이 스쳤다.그가 온 힘을 다해 시우 그룹의 오너 자리에 오르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는 여동생 시아를 곁에 둘 자격을 얻기 위함이었다.절대 다른 남자에게 시집가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아버지, 그건 좀 부적절한 것 같습니다.”시준은 눈가에 담긴 감정을 갈무리하고 태연한 얼굴로 조용히 이의를 제기했다.“제가 막 그룹을 맡은 시점에서 윌리엄 가문과의 혼사를 서둘러 발표하면 외부에서 시우 그룹의 기반이 불안정하여 정략결혼으로 상황을 안정시키려 한다고 쉽게 추측할 수 있습니다. 이는 그룹 이미지에 불리한 영향을 미칠 것 같아요.”“혼사에 관한 일은 나중에 다시 논의하는 것이 좋겠습니다.”시경운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시준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판단하여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럼 약혼 문제는 잠시 보류하고 만찬에서 네가 시우 그룹의 정식 후계자라는 것만 발표하자.”시아의 입가에 은은한 미소가 번졌으나 끝까지 고개를 들지는 않았다.그녀에게는 이것

  • 별이 되어 빛나리   제1152화

    가정부는 공기 중에 감도는 묘한 기류를 단번에 감지했다. 심성빈의 살짝 침울한 시선과 마주치자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드세요, 하나 씨.”결국 안정제를 탁자에 조심스레 내려놓고 급히 물러났다.방 안에 흩어지지 못한 묘한 잔향이 여전히 진동했다. 송하나는 낯 뜨거운 민망함에 몸 둘 바를 몰랐다.그녀는 애써 태연한 척하며 안정제를 마셨다.금세 바닥을 드러낸 빈 병을 탁자에 내려놓으며 심성빈을 힐끔 바라보았다.“시간이 꽤 늦었네요. 내일 일찍 일어나야 하니까 먼저 올라가 볼게요.”그녀는 최대한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성빈 씨도 일찍 쉬어요.”심성빈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윽한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며 목소리를 내리깔았다.“그래. 같이 올라가자.”두 사람은 나란히 계단을 오르며 발소리가 엇갈렸다.침실 문 앞에 이르러 송하나는 걸음을 멈추고 몸을 살짝 돌렸다.“잘 자요.”짧고 담백한 두 마디를 남기고 송하나는 방으로 들어갔다.침대에 누워 살며시 눈을 감았더니 좀전의 가벼운 입맞춤이 떠올랐다.마음 한구석에서 묘한 이질감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그녀와 심성빈의 관계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다정하고 이해심 많고 언제나 그녀를 먼저 생각하는 심성빈.이런 남자라면 마땅히 거리낌 없이 받아들여야 했다.하지만 이상하게도 애틋한 스킨십이 있을 때마다 보이지 않는 장벽이 둘 사이에 가로놓인 것만 같았다.무어라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 선에 가까워질수록 본능적으로 뒷걸음질 치고 망설였다.그 시각, 옆방.심성빈은 방에 들어서자마자 곧장 욕실로 향했다.샤워기 아래에 서자 차가운 물줄기가 머리 위에서부터 어깨와 등 근육을 따라 흘러내렸다.그는 온몸을 감싸는 냉수에 몸을 맡기며 걷잡을 수 없이 치솟는 마음속 동요를 가라앉히려 애썼다.송하나를 향한 자신의 갈망이 점점 더 강렬해지고 있음을 선명하게 느꼈다.좋아하는 사람과 종일 함께 있는데 육체적 반응이 없다는 게 더 이상한 일 아닐까?그저 이런 감정을 억지로 몇 번이고 억눌러야만 했다.다음 날, 심

  • 별이 되어 빛나리   제1151화

    심성빈은 혹시라도 칼날에 송하나가 다칠까 봐 노심초사했다.그렇게 조심스러워하는 남자의 모습에 송하나는 조금 어이가 없었다.“성빈 씨, 저 그렇게까지 걱정 안 해도 돼요. 스스로 잘할 수 있으니까 괜찮아요.”“조심해서 나쁠 건 없잖아.”송하나는 더 이상 입씨름하지 않고 몸을 돌려 채소를 씻기 시작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모든 식재료 손질이 끝나고 식탁 위에 가지런히 놓였다.훠궈 육수도 냄비 속에서 서서히 풀려나가 한쪽은 홍유 육수가 보글보글 끓고 다른 한쪽은 버섯 육수가 청명한 빛을 띠었다.따뜻한 김이 피어올라 두 사람 사이를 가득 채웠다.김이 모락모락 나는 훠궈를 먹으며 창밖으로 주룩주룩 내리는 빗소리를 듣는 것은 또 다른 운치가 있었다.송하나는 매운 것을 잘 먹지 못하지만, 갑자기 호기심이 발동해 매운 육수의 소고기를 한 점 먹어보았다.입안 가득 터지는 매운맛에 그녀는 눈물이 핑 돌 지경이었다.심성빈은 미리 썰어둔 과일을 곧바로 그녀 앞에 내밀었고 따뜻한 물 한 잔도 건넸다.송하나는 한참이 지나서야 뜨겁고 매운 기운을 겨우 가라앉혔다.저녁 식사가 끝나고 두 사람은 다시 소파에 파묻혀 영화를 봤다.스탠드 불빛만 부드럽게 새어 나왔고 영상은 조용히 흘러갔다.송하나는 심성빈의 어깨에 기대어 앉아 자신도 모르게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이에 남자는 행여나 그녀를 방해할까 봐 볼륨을 낮췄다.비 오는 날씨 탓인지 그의 등 뒤 상처가 은근히 도지며 찌릿한 가려움과 함께 피부가 조여 왔다.등이 살짝 굳어졌지만, 어깨에 기대어 잠든 그녀를 깨울까 봐 움직이지 않고 꾹 참았다.송하나가 스르륵 잠에서 깨어 고개를 들자 고통을 참으며 팽팽하게 긴장해진 심성빈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며 나지막이 물었다.“성빈 씨, 왜 그래요?”심성빈은 무의식적으로 숨기려 했다.“아니야, 아무것도.”“등 뒤 상처가 불편한 거 맞죠? 약 발라줄게요.”심성빈은 잠시 망설이다가 낮은 목소리로 허락했다.“응.”그는 상의를 벗고 소파에 엎

  • 별이 되어 빛나리   제1150화

    ‘우리도 언젠가 우리 둘을 쏙 빼닮은 아이를 가지겠지. 그때도 하나는 지금처럼 다정하고 인내심 있게 아이를 키울 거야.’심성빈은 생각만 해도 가슴 한구석이 무언가로 벅차게 채워지는 기분이었다.송하나와 함께 둘만의 오붓한 가정을 꾸리는 미래를 너무나도 간절히 바랐다.계산대에 거의 다다랐을 때, 서른 살쯤 되어 보이는 외국 남자가 정장 차림으로 허둥지둥 달려왔다.“미아!”여자아이가 자신의 이름을 듣고 남자를 올려다보며 달콤하게 외쳤다.“아빠!”하지만 아이는 여전히 송하나의 손을 놓지 않았다.이에 송하나가 입을 열었다.“혹시 그쪽 따님이신가요? 방금 혼자 저기 서서 울고 있길래 저희가 막 안내 데스크로 데려가려던 참이었어요.”“제가 아빠입니다. 아까 업무 전화를 받느라 잠시 한눈판 사이에 아이를 놓쳤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별말씀을요.”송하나는 아이를 아빠한테 돌려주려 했지만, 미아가 한사코 그녀의 손을 놓아주지 않았다.“아빠, 나 엄마 찾았어요. 우리 엄마 데리고 집에 가요. 네?”아이는 말하면서 송하나를 살짝 잡아끌며 아빠 옆으로 데려가려 했다.순간 심성빈의 얼굴이 미세하게 굳어졌다.조금 전까지 바비인형처럼 예쁘고 사랑스러웠던 여자아이가 지금은 전혀 귀엽게 느껴지지 않았다.그는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가 자연스럽게 송하나의 허리를 감싸 안고는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다.“꼬마야, 네가 사람 잘못 봤어. 이 이모는 아저씨 여자친구란다.”아이 아빠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채 연신 사과했다.“정말 죄송합니다. 실은 제 전처도 화인국 사람이거든요. 아이가 오랫동안 엄마를 못 봐서 예쁜 화인국 여성분만 보면 죄다 엄마인 줄 알아요.”“미아, 얼른 이모 손 놔드려.”아빠의 설득에 여자아이는 마지못해 송하나의 손을 놓았다.“괜찮아요.”송하나는 옅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이어서 아이를 향해 다정하게 손을 흔들며 작별 인사를 건넸다.미아는 아쉬운 듯 그녀를 올려다보며 기대에 찬 눈빛으로 물었다.“이모는 우리 엄마랑 정말 많이 닮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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