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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2화

Penulis: 김하이
그는 머리를 숙이고 송하나의 가느다란 손목을 감싼 하얀 거즈에 시선이 닿았다.

그 순간, 눈빛이 짙어지고 복잡한 감정들이 눈가에 응어리가 맺혔다.

결혼 생활 4년 동안, 이강우는 그녀를 제대로 자세히 들여다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았다.

그는 이 여자의 모든 것을 간과했다.

그녀의 강인함, 그녀의 고통, 그리고... 아름다움까지.

이강우가 멍하니 허공을 바라볼 때, 침대에 누운 송하나가 악몽에 시달리는 듯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녀가 깨어날 기미를 보이자 이강우는 가슴이 움찔거렸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 없이 병실 밖으로 물러났다.

문을 닫고 몸을 돌리자마자 마주 오던 사람과 그대로 부딪치고 말았다.

심성빈이 성큼성큼 병실로 걸어왔다. 이제 막 비행기에서 내려서 달려온 듯 눈썹 사이에 확연한 여독과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이강우는 눈동자가 확 짙어졌다.

그는 심성빈이 요즘 해외에서 얼마나 중요한 프로젝트에 매진하고 있는지, 어느 정도의 심혈을 기울였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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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별이 되어 빛나리   제1033화

    모든 사진이 마치 무딘 칼날처럼 이강우의 심장을 난도질하며 똑똑히 일깨워 주고 있었다. 그때의 이강우가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그리고 송하나를 잃은 것은 다름 아닌 본인이 직접 놓쳐버린 결과라는 사실을 말이다.똑똑똑.바로 그때 사무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비서실장이 점심 식사를 들고 들어왔다.“대표님, 평소 좋아하시던 음식들로 준비했습니다. 요즘 계속 야근하셨으니 특별히 국도 하나 더 추가했습니다. 따뜻할 때 조금이라도 드세요.”비서실장은 그렇게 말하면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음식들을 하나씩 책상 위에 차려놓았다.이강우는 눈앞에 가득 차려진 음식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분명 먹은 것이 없어 뱃속이 텅 비어 있었지만 전혀 입맛이 돌지 않았고 마음은 공허하기만 했다.이강우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목소리는 뼛속까지 시릴 만큼 차가웠고, 차분한 말투 아래에는 억눌린 분노가 서려 있었다.“전부 치워. 각 부서에 전달해. 20분 후에 회의 시작할 거야.”비서실장은 순간 당황해하면서 저도 모르게 물었다.“대표님, 아침부터 지금까지 아무것도 드시지 않으셨잖아요. 그러다가는 몸이 못 버팁니다. 몇 숟가락이라도 드시는 게...”“내 말 이해 못 하겠어?”이강우가 고개를 들어 비서실장을 바라봤다. 칠흑 같은 눈동자에는 짙은 어둠이 드리워져 있었고, 숨 막힐 듯한 압박감이 사방으로 퍼져 나왔다.비서실장은 순간 등허리가 서늘해졌고, 이강우의 기분이 최악이라는 사실을 단번에 알아차렸다.비서실장은 더는 설득하지 못하고 황급히 대답했다.“네, 알겠습니다. 대표님 지시대로 하겠습니다.”비서실장은 서둘러 책상 위의 음식을 모두 정리해 도시락 용기를 들고 대표이사실에서 나왔고 다른 직원이 있는 자리로 다가가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당장 각 부서에 공지해요. 휴식 시간을 취소하고 20분 후 회의 시작한다고요.”직원은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네? 원래 오후 2시 반에 회의 시작이라고 했잖아요. 왜 갑자기 시간이 앞당겨진 거예요?”“대표님께서 방금 결정하

  • 별이 되어 빛나리   제1032화

    직원은 그 말을 듣자마자 얼굴 가득 환한 미소를 지었다.“네. 지금 바로 포장해 드릴게요. 휴대하기 편하도록 예쁘고 정성스럽게 포장해 드릴게요!”포장하기를 기다리는 동안 송하나는 다른 기념품들도 꼼꼼하게 둘러봤다.그리 비싸지는 않았지만 모두 이 작은 마을에서만 볼 수 있는 것들이었다.문화 거리를 다 둘러본 뒤 두 사람은 한가롭게 걸어서 숙소로 돌아갔다.씻고 나온 송하나는 푹신한 침대에 엎드린 채 앨범을 클릭한 뒤 며칠 동안 찍은 사진들을 하나씩 살펴보기 시작했다.온통 흰 눈으로 뒤덮인 세상이 가득했다. 그 외에도 끝없이 펼쳐진 숲과 목조 주택 등이 있었는데 사진 한 장 한 장이 모두 아름다워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송하나는 사진 몇 장을 신중하게 골라 자신의 SNS에 올리기로 했다.사진을 고르고 또 골랐지만 결국 일곱 장만 추려졌다.아무리 해도 아홉 칸을 채우기에는 사진이 부족했고, 그렇다고 어느 사진 하나 빼기도 아까웠다.결국 송하나는 고민 끝에 사진 두 장을 더 보탰다.한 장은 마당에서 눈사람과 함께 찍은 셀카였고, 다른 한 장은 방금 산 기념품들을 한데 모아서 찍은 사진이었다.사진을 모두 고른 송하나는 손끝으로 화면을 가볍게 눌러 게시물을 올린 후 만족스럽게 휴대폰을 내려놓고 눈을 감은 채 잘 준비를 했다.같은 시각, 국내에서는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고 있었다.이원 그룹은 최근 정부와 관련된 주요 협력 사업을 하나 맡게 되면서 업무량이 갑자기 두 배로 늘어나게 되었다. 그 탓에 회사의 모든 직원이 바짝 긴장한 채로 정신없이 바쁘게 일했다.세 시간 동안 이어진 임원 회의가 끝난 뒤 이강우는 손목시계를 흘끗 확인했다. 어느새 12시 반이었다.이강우는 고개를 살짝 들며 차분하면서도 서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잠시 쉬었다가 오후 두 시 반부터 다시 회의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말을 마친 뒤에는 자리에서 일어나 곧장 사무실로 성큼성큼 걸어갔다.비서실장이 빠른 걸음으로 뒤를 따라가며 조용히 보고했다.“대표님, 점심

  • 별이 되어 빛나리   제1031화

    심성빈은 고개를 들어 반짝반짝 빛나는 송하나의 두 눈을 바라봤다. 즐거워하는 송하나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심성빈은 입꼬리를 올리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봤어. 정말 귀엽던데? 하지만...”심성빈은 잠시 뜸을 들이며 송하나를 빤히 바라보다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말을 덧붙였다.“너만큼 귀엽지는 않아.”조금 전 심성빈은 송하나에게 완전히 시선을 빼앗겨 눈사람을 제대로 볼 겨를이 없었다.심성빈은 매우 자연스럽게 송하나의 손을 잡아 장갑을 벗기더니 꽁꽁 얼어버린 작은 손을 만져보고는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마음 아파했다.“손이 왜 이렇게 찬 거야?”심성빈은 따뜻하고 건조한 손바닥을 펼쳐 송하나의 손을 꼭 잡고 비비면서 자신의 체온으로 송하나의 언 손을 녹여주었다.손끝에서부터 온기가 서서히 퍼져 나가며 차가운 기운이 조금씩 가셨다.송하나의 두 손이 충분히 따뜻해지고 나서 심성빈은 송하나에게 따뜻한 과일차를 건넸다.“우선 이것 좀 마시면서 몸 좀 녹여. 감기 걸리면 안 되니까.”송하나는 얌전히 컵을 건네받은 뒤 과일차를 홀짝였다. 적당히 달고 따뜻한 차가 목을 타고 넘어가자 몸까지 따뜻해지는 것 같았고 은은하게 달콤해서 맛있었다.어느덧 해 질 무렵이 되었다.노을 진 하늘에서 흰 눈이 나풀거리며 내려앉는 모습은 보는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었다.심성빈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제안했다.“오늘 마을 문화 거리에서 야시장이 열린대. 같이 가보지 않을래?”송하나는 심성빈의 상처가 걱정돼서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아니요. 안 가는 게 좋겠어요. 성빈 씨는 아직 상처가 다 낫지 않았으니까 많이 움직이면 안 돼요.”심성빈은 손을 들어 송하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인내심 있게 달랬다.“천천히 둘러보면 상처에 무리가 가지 않을 거야. 야시장은 매일 있는 것도 아니라서 이번 기회를 놓치면 아쉽지 않겠어?”송하나는 마음이 조금 흔들려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승낙했다.“그러면 너무 오래 둘러보지는 말고 일찍 돌아오기로 약속해요.”“알겠

  • 별이 되어 빛나리   제1030화

    송하나는 심성빈의 눈빛을 마주 보았다. 그 눈빛에 담긴 뜨거운 열기가 너무 강렬해 괜히 가슴이 두근거리고 조금 어색한 기분이 들었다.송하나는 서둘러 고개를 내려 시선을 피하면서 약상자를 정리하기 시작했고, 포비돈 요오드와 면봉, 거즈를 하나둘 제자리에 가져다 놓았다.정리를 마친 뒤에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그러면 나는 이만 방으로 돌아가서 쉴게요. 성빈 씨도 일찍 쉬어요.”말을 마친 뒤에는 심성빈이 대꾸하기도 전에 몸을 돌려 거실을 빠져나왔다. 황급히 도망치는 가녀린 뒷모습에서 다급함과 당황함이 물씬 느껴졌다.심성빈은 소파에 앉아 있었다. 어깨와 등은 여전히 욱신거렸지만 마음만큼은 행복으로 가득 차서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심성빈은 급히 떠나가는 송하나의 뒷모습을 애정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작게 웃음을 흘렸다.다음 날 아침 일어나 보니 창밖에 눈이 더 많이 쌓여 있었다.밤새 눈이 내린 모양인지 온 세상이 하얗게 뒤덮여 있었다.심성빈이 등을 다친 탓에 송하나는 밖에 나가 놀자는 제안에 동의하지 않고 심성빈에게 집에서 푹 쉬라고 했다.심성빈은 송하나의 진지한 모습을 보고 작은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설득했다.“그냥 조금 다친 것뿐이라 괜찮아.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돼.”멀리 이곳까지 왔는데 송하나가 심심하게 지내는 건 싫었다.“안 돼요.”송하나는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아직 멍이 다 빠지지도 않았잖아요. 혹시라도 무리하면 상처가 낫기는커녕 더 심해질 수도 있어요. 그러니까 꼭 쉬어야 해요.”조금의 여지도 주지 않는 단호한 태도였다.심성빈은 어쩔 수 없이 순순히 송하나의 말에 따랐다.“그러면 너는? 나랑 같이 집에 있으면 심심할 텐데.”송하나는 밖에 가득 쌓인 흰 눈을 바라보며 대답했다.“그럴 리가요. 나는 마당에 나가서 눈사람을 만들어야겠어요.”송하나는 춥지 않게 두꺼운 롱패딩을 챙겨입고 숙소 직원에게 부탁해 눈사람을 만드는 도구를 빌려서 홀로 마당으로 나갔다.폭신폭신한 눈이 두껍게 쌓여 그 위

  • 별이 되어 빛나리   제1029화

    심성빈은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그의 목소리는 조금 낮아졌다.“하나야, 꼭 지금 봐야겠어?”“네. 지금 봐야 해요.”송하나의 말투는 단호했고, 그 눈동자에 서린 걱정은 숨길래야 숨길 수 없었다.말을 마친 그 순간 그녀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지나치게 가깝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그녀는 거의 심성빈의 품 안으로 파고들 듯 기대어 있었고, 한 뼘도 안 되는 거리에서 숨결이 뒤섞이고 있었다.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얼굴이 순식간에 불덩이처럼 달아올랐고 귓불까지 연분홍빛으로 물들었다.그녀는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 채 반걸음 뒤로 물러나 시선을 피했다.“어, 어서 윗옷 좀 벗어 보세요. 난 프런트에 전화해서 구급상자 가져다 달라고 할게요. 약을 발라야겠어요.”말을 마친 그녀는 소파에 앉은 그를 더 이상 쳐다보지도 못한 채 서둘러 몸을 돌려 프런트에 전화를 걸었다.심성빈은 등 뒤에서 빨개진 그녀의 귓불과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가슴속에 따뜻한 감정이 차올라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그는 순순히 손을 들어 셔츠를 벗고 푹신한 소파에 바르게 기대앉아 얌전히 그녀를 기다렸다.잠시 후 송하나가 통화를 마치고 뒤를 돌았다가 예상치 못한 광경에 멈칫했다. 심성빈이 셔츠를 벗고 상반신을 고스란히 드러낸 것이다.훤칠하고 탄탄한 체격에 군살 하나 없는 모델처럼 완벽한 몸매가 눈에 들어왔다. 과하지도, 지나치지도 않은 잔근육들이 매끄러운 결을 따라 선명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억제된 힘과 섹시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근육질 몸매였다.평소 그는 언제나 흐트러짐 없이 단정한 옷차림을 고수했고, 송하나 앞에서 몸을 드러낸 적은 한 번도 없었다.갑자기 이런 모습을 마주하니 송하나는 당황해졌다. 그녀는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 허둥대다 결국 어색하게 눈을 돌렸다.그때 문밖에서 가벼운 노크 소리가 들렸다.송하나는 얼른 문으로 가 직원이 건넨 구급상자를 받아 들었다.직원이 친절하게 물었다.“혹시 다치신 분이 계신

  • 별이 되어 빛나리   제1028화

    조금 전 아찔한 충돌을 겪고 나니 송하나에게는 더 스키를 탈 마음이 사라졌다.심성빈은 그녀의 마음이 아직 진정되지 않았음을 알아채고 물었다.“더 타기 싫어?”“네. 조금 겁이 나네요.”송하나가 솔직하게 대답했다.“그럼 좀 편한 걸로 바꿔서 놀자.”오후가 되자 두 사람은 스키 장비를 반납하고 스노모빌 같은 다른 체험을 즐겼다.심성빈이 앞에서 운전하고 송하나는 뒷좌석에 앉아 두 팔로 그의 허리를 가볍게 감쌌다.스노모빌은 끝없이 펼쳐진 새하얀 숲 사이를 달렸다. 온 세상이 은빛 눈으로 뒤덮여 마치 동화 속 얼음 왕국에 들어온 듯 자유롭고 평온했다.울창한 숲을 지나던 중 눈더미 속에서 희미한 소리가 들려왔다.작은 다람쥐 한 마리가 허둥지둥 나무줄기를 타고 오르려 했지만 뒷다리에 힘을 주지 못하는지 얼마 올라가지도 못하고 눈 위로 툭 떨어졌다. 작은 다람쥐는 몸을 잔뜩 웅크린 채 벌벌 떨었다.송하나는 마음이 약해져 얼른 심성빈에게 세워 달라고 한 뒤 뒷좌석에서 내려 조심스럽게 다가갔다.작은 다람쥐는 뒷다리를 다친 듯했다. 추위와 배고픔에 몸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너무 불쌍하네요.”송하나는 목소리를 낮추고 심성빈을 돌아보았다.“이대로 야외에 두면 오래 버티지 못할 것 같아요. 마을에 있는 동물 구조센터에 데려다줄까요?”“그래.”심성빈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그녀의 뜻을 따랐다.두 사람은 다람쥐를 조심스럽게 손바닥에 감싸 안아 들고 스노모빌의 방향을 돌렸다. 그들은 다람쥐를 동물 구조센터까지 데려가 직원에게 맡겼다.직원이 다람쥐를 받은 후 견과류를 건네자 이 녀석은 정신없이 먹기 시작했다. 몹시 굶주렸던 모양이었다.직원의 보살핌을 받으며 점점 활기를 되찾는 걸 확인하고서야 두 사람은 안심하고 자리를 떠났다.저녁 무렵 숙소로 돌아온 두 사람은 근처 유명한 맛집에 가서 현지 특색인 숯불구이와 따뜻한 뱅쇼를 주문했다.위험한 일도 있었지만 그래도 알차게 보내며 충분히 즐겼다.저녁을 먹은 뒤 두 사람은 통나무집으로 돌아왔다.실내 벽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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