تسجيل الدخول“오늘의 주인공, 신부 하지아 양을 모시겠습니다!”연회장의 문이 천천히 열리며 조명이 쏟아졌다.결혼식 행진곡이 울려 퍼지고 하지아는 부케를 손에 든 채 주경환을 향해 걸어갔다.하지아에게는 이번이 두 번째로 맞이하는 결혼식이었다. 지난번 결혼 생활은 처참하기 그지없었다.그래서인지 이번 역시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서지 않았다.순간 그녀는 뒤돌아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무대 위, 주경환은 긴장한 듯 손가락을 가볍게 떨고 있었다.“지아야!”무대 아래 친정 부모님석에는 하지아의 부모님이 눈물을 글썽이며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그 옆에는 하씨 가문의 친척들, 그리고 하지아의 동창들과 절친들이 앉아있었다.그들은 지아를 향해 손을 흔들며 입을 모아 축하 인사를 건넸다.지아는 깜짝 놀라 제자리에 멈춰 섰고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사회자가 그녀를 재촉하려 하자 주경환이 손을 들어 제지했다.그는 넥타이를 다잡고 확신에 찬 발걸음으로 자신의 신부를 향해 걸어갔다.“지아야, 네가 걱정이 많다는 거 알아. 하지만 이것만은 약속할게. 안심해도 돼.”하지아는 고개를 들어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는 주경환의 얼굴을 바라보았다.눈앞에 고등학교 시절, 매일 수업이 끝나면 교문 앞에서 그녀를 기다려 함께 집으로 돌아가던 흰 셔츠를 소년의 모습이 떠올랐다.그녀의 손을 잡고 동네 불량배들에게 쫓겨 좁은 골목길로 숨어들었을 때, 코앞에서 느껴지던 소년의 숨결도 생각났다.소년의 풋풋했던 얼굴은 어느덧 눈앞의 주경환과 겹쳐졌다.옛말에 운명의 상대는 빙빙 돌아도 결국 함께하게 된다고 했다. 오늘에서야 하지아는 비로소 그 말을 믿게 되었다.그녀가 잠시 갈림길에 서 있을 때, 주경환은 그녀의 손을 잡고 한 걸음씩 정상 궤도로 이끌어 주었다.“우리 부모님,.. 그리고 내 친구들까지...”주경환은 손을 들어 다정하게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아버님, 어머님이 어떻게 너한테 계속 화를 내시겠어? 두 분은 늘 널 사랑하셨어. 친구들도 네가 돌아왔다
박현우는 기세등등하게 사람들에게 외치며 조용히 하라는 손짓을 했다.“오늘 저는 주 대표님의 결혼을 직접 축하하고 싶어서 이렇게 찾아뵙게 되었습니다.”주경환은 여전히 품위를 유지하며 박현우의 쇼를 지켜보았다.“제게 사진이 몇 장 있어요. 저는 이 사진을 신부 측 가족들과 친구분들께 꼭 보여드리고 싶네요.”박현우는 말을 마치며 휴대폰을 꺼내 주경환과 하지아가 다정하게 찍힌 사진을 내보였다.이에 주경환이 무척 친절하게 제안했다.“박 대표님, 휴대폰 화면이 작아 보이는데 뒤에 있는 대형 스크린으로 띄워 드릴까요?”박현우가 음산하게 웃었다.“그럼 좋지요.”스태프가 장비를 조절하자 박현우의 휴대폰 화면이 무대 위의 스크린에 성공적으로 연결되었다.박현우는 의기양양해하며 소리쳤다.“사진 속 이 여자는 주 대표님이 약혼녀 몰래 만나는 불륜 상대죠? 주 대표님, 이건 어떻게 설명하시겠습니까?”주경환이 콧방귀를 뀌었다.“박 대표님은 사진 속 여자가 누군지 아세요?”“당연하죠! 내 아내니까요.”주경환이 박장대소를 터뜨렸다.“하지만 제가 알기로 박 대표님의 아내는 강혜림 씨가 아닌가요? 저와 만난 이 여자는 강혜림 씨가 아니에요.”주경환이 이 사실까지 알고 있을 줄 몰랐던 박현우는 당황하며 서둘러 설명했다.“강혜림과 혼인 신고를 하긴 했지만 그건 그 여자가 처음 출국했을 때 도움이 필요해서였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하지아입니다.”주경환이 입술을 삐죽였다.“제가 잘못 들은 건 아니죠? 사랑하는 사람과 혼인 신고를 한 사람이 다르다는 겁니까?”‘젠장, 입이 빠르게 먼저 질러버렸네.’박현우는 뼈저리게 후회했다.“아니, 그게 아니라... 강혜림과는 이미 이혼 절차를 밟는 중입니다. 조만간 제 아내와 정식으로 혼인 신고할 예정이니 주 대표님은 신경 쓰지 마시죠.”주경환은 여유롭게 대형 스크린을 가리켰다.“박 대표님, 그럼 저 영상들도 좀 설명해 주시겠어요?”영상 속에는 박현우가 악마 같은 표정으로 강혜림을 구타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박현우가
결혼식 전날 밤, 하지아는 신랑과 신부가 결혼식 전에 만나면 안 된다는 핑계로 주경환을 내쫓았다.주경환은 문 너머에서 억울한 목소리로 칭얼거렸다.“여보, 어차피 내일이면 같이 잘 건데 그냥 들여보내 주면 안 돼?”하지아는 아예 문을 걸어 잠갔다.“안 돼, 이건 전통이란 말이야. 내가 당신을 들여보내 줬다가 부정이라도 타면 어떡해?”부정 탄다는 말에 주경환은 즉시 수긍했다.“그래도 너무 보고 싶은 걸 어떡해?”하지아는 어이가 없어 눈을 굴렸다.“주경환, 우리 헤어진 지 5분도 안 됐거든?”하지아는 주경환이 이 정도로 사랑에 미친 사랑꾼에게 껌딱지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주경환은 아쉬움에 잠긴 채로 떠났다. 하지아는 침대에 누웠으나 잠이 오지 않았다.내일이면 주경환의 아내가 된다.비록 지난 며칠 함께 지내며 즐거웠지만 결혼과 연애는 엄연히 다른 문제였다.그녀는 여전히 불안했다.게다가 박현우에게 배신당한 처지에 부모님께 용서를 구할 면목도 없었다.내일 결혼식에서 친정 식구들 자리는 여전히 텅 비어 있을 것이다.하지아는 가족과 친구들의 축복을 온전히 받지 못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아려왔다. 그녀는 주경환 같은 사람에게 시집가는 것만으로도 복 받은 거라며 자신을 다독였다.어느덧 하지아는 잠이 들었다.꿈속은 온통 눈부시게 하얀 세상이었다.멀지 않은 곳에 꽃다발을 든 한 남자가 서 있었다.“주경환.”하지아는 웨딩드레스를 입은 채 그를 향해 달려갔다.그런데 그 남자가 고개를 들자 주경환이 아닌 박현우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아악!”하지아는 식은땀을 흘리며 비명을 지르며 깨어났다.이미 해는 높이 떴고 신부를 데리러 온 차량이 밖에서 대기 중이었다.메이크업을 마치고 그 머메이드 웨딩드레스를 입자 주변 사람들이 일제히 탄성을 내뱉었다.메이크업 아티스트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사모님은 제가 본 신부 중에 가장 아름다우세요.”친구가 농담을 건넸다.“어쩐지 주경환이 동트기도 전부터 와 있더라니. 안달이 났네. 나였으면 밤새 담이라도
하지아는 속으로 생각했다. 주경환의 사업 규모는 박현우보다 열 배는 더 크니 응대해야 할 일도 훨씬 많을 것이라고.그래서 그녀는 그와 곧 다가올 결혼식에 대해 큰 기대를 품지 않았다.“그저 감정 없는 정략결혼일 뿐이야.”그녀가 가장 친한 친구에게 했던 말이었다.하지만 주경환은 결혼 준비의 모든 단계에 모습을 드러냈다.결혼식장은 그가 직접 골랐고 내부의 모든 장식도 하나하나 직접 확인했다.하긴, 그라데나 최대의 예술 명문대인 몰티즈 아트 대학교에서 디자인 큐레이팅과 창의 산업 경영 박사 학위까지 딴 그가 아니던가.결혼반지도 주경환이 특별히 의뢰하여 제작한, 세상에 단 하나뿐인 디자인이었다.심지어 웨딩드레스를 고를 때조차 주경환은 그녀를 충분히 존중해 주었고 함께 참여한다는 느낌을 주었다.지금 입고 있는 이 머메이드 드레스만 해도 주경환의 석사 과정 졸업 작품이었다.주경환은 낮은 소파에 앉아있다 보니 긴 다리를 편히 두지도 못했다.그는 여우 같은 눈을 굴리며 노골적인 시선으로 그녀의 몸을 훑어보았다.하지아는 그 눈빛에 저도 모르게 쑥스러워 고개를 숙였다.그녀는 드레스 깃을 위로 끌어올리며 물었다.“별로야?”주경환이 일어나 그녀 곁으로 다가오더니 어깨에 손을 얹어 몸을 돌려세웠다.거울 속 하지아는 은은한 광채를 뿜어내고 있었다. 희고 가느다란 목선, 화장기 없는 얼굴임에도 눈부시게 빛이 났다.“자기는 자신이 얼마나 예쁜지 알아야 해.”지아는 쑥스러워 혀를 쏙 내밀었다. 그의 손길이 닿은 피부는 불에 덴 것처럼 화끈거렸다.주경환의 숨결이 귓가에 닿았고 그가 내뱉는 뜨거운 열기가 얼굴에 스치자 금세 뺨이 붉게 달아올랐다.이지아는 등 뒤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기운에 서둘러 거리를 벌렸다.그녀는 거울을 보며 이리저리 몸을 돌려보았다.“이 드레스는 네가 디자인했다며?”주경환은 멈출 생각이 없었다. 그는 그녀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갔다. 구석에 몰린 지아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었다.그녀가 더듬거리며 물었다.“너, 뭐, 뭐 하려고 그
강혜림은 서둘러 매무새를 가다듬고 가장 자신 있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그녀는 가슴골을 살짝 드러내며 주경환에게 바짝 다가갔다.“주 대표님, 저를 구해주신 게 대표님인가요? 혹시 몸으로라도 갚아야 할까요?”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유도하가 강혜림의 옷깃을 잡아 낚아채듯 옆으로 밀쳐냈다.주경환은 의자에 깊숙이 기대앉아 나른한 목소리로 내뱉었다.“너 같은 게 감히?”강혜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하지아만큼은 아닐지라도 나름 청순한 외모로 자부심을 느끼고 살았건만 주경환의 눈에는 그저 벌레만도 못한 존재인 모양이었다.그녀는 다시 식탁 앞으로 돌아와 앉았다.“시키시는 대로 할게요. 원하시는 게 뭐죠?”주경환은 그녀에게 10억 원을 약속했다. 그 정도면 딸 아름이를 보육원에서 데려와 모녀가 멀리 떠나 새 삶을 시작할 수 있는 액수였다.“아름이 친아버지가 누구지?”물론 공짜는 아니었다. 주경환은 강혜림이라는 시한폭탄 같은 존재를 이용해 박현우를 상대할 생각이었고, 그러려면 당연히 그녀의 약점을 쥐고 있어야 했다.이 미친 여자가 눈이 뒤집히면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를 일이었으니까.강혜림은 입을 꾹 다문 채 대답하지 않았다.주경환도 서두르지 않았다.“강혜림 씨를 다시 모셔다드려.”그가 말한 곳은 경인시가 아니라 박현우의 별장 지하실이었다.강혜림은 그곳에 7일 동안 갇혀 개 사료로 배를 채우며 박현우의 박대를 견뎌야 했다. 죽기보다 싫은 그 지하실로 다시 돌아가는 일만큼은 절대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잠깐만요. 말할게요.”강혜림이 처음 외국에 나갔을 때 현지 홈스테이 가정에 머물며 여주인의 구박을 받았다.“그 여자한테 복수하려고 그 여자의 남편을 유혹했어요. 그날 밤 그 남자가 제 방으로 들어왔고...”강혜림은 말을 이어가다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정말 후회했고 무서웠어요. 집에서 쫓겨나 갈 곳이 없어지자 박현우에게 아이를 가졌다고 속였던 거예요.”박현우는 옛 애인이 안쓰러워 그녀와 혼인 신고를 했다. 강혜림은 그 혼인관계증명서 한 장 덕분
다음 날 아침.박현우는 좋은 소식으로 하루를 시작했다.주경환의 결혼식 청첩장이 손에 들어온 것이다.박현우는 순금으로 제작되어 내부에 커다란 사파이어가 박힌 청첩장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결혼식 청첩장이 이렇게 쉽게 손에 들어오다니. 주씨 가문도 세간에 떠도는 소문만큼 신비주의는 아닌가 보군?”“그나저나 참 이상한 집안이야. 청첩장에 신랑 이름만 있고 신부 이름이 없어?”하지만 박현우는 신부가 누구인지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어차피 어느 명문가의 딸이겠지. 상관없어.’그는 이선재를 향해 물었다.“준비는 다 됐어?”이선재가 고개를 끄덕였다.“됐습니다.”예전에 하지아는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약혼까지 깨며 박현우와 결혼했다.이제 그녀가 이 세상에서 기댈 곳이라고는 박현우밖에 없었다.만약 하지아를 받아줄 만한 사람을 굳이 꼽자면 주경환뿐이었다.박현우는 웃었다.“하하. 하성시 갑부의 결혼식이라면 분명 기자들이 깔렸겠지. 스캔들이 터지고 나면 주경환은 끝이야. 그놈은 무슨 면목으로 계속 지아 곁을 맴돌겠어? 그때가 되면 지아는 결국 내 곁으로 돌아올 거야.”박현우의 완벽한 계산이었다.그는 다시 이선재에게 명령했다.“오늘 경매가 하나 있을 거야. 가서 아내가 좋아하는 핑크 다이아몬드 세트를 낙찰받아 재결합 선물로 줘야지.”하지만 이선재는 움직이지 않았다.“왜 그래?”“대표님, 지금은 자금이 부족합니다.”“그럼 내 지분 중 20%를 팔아. 일단 급한 불부터 꺼야지.”이선재는 한숨을 내쉬며 조심스레 조언했다.“지분을 파시면 대표님은 더는 박하 그룹의 최대 주주가 아니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나중에...”박현우는 귀찮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상관없어. 지아를 데려온 다음에 다시 사들이면 돼.”그렇게 지분은 매물로 나오자마자 헐값에 팔려 나갔다.그리고 그 배후의 매수자는 다름 아닌 주경환이었다.그 후 며칠 동안 박현우는 이선재를 시켜 계속 지분을 팔아 현금을 마련했고, 그 돈으로 이미 익숙해진 사치스러운 생활을 유지했다.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