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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작가: 고독한 여우
별채에는 침수향이 은은히 피어오르고 있었는데, 그건 한때 내가 가장 좋아하던 향이었다.

서연주는 사람을 시켜 나를 그곳에 가두면서 시녀에게 숯불까지 더 피워 두라고 일렀다.

"밤이면 추위를 많이 탄다."

시녀는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나는 침상에 기대어 그 말을 듣다가 문득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는 아직도 내가 추위를 탄다는 것도, 침수향을 좋아한다는 것도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 영근이 이미 한 토막 사라져 더는 참회 절벽의 찬 바람을 막아 내지 못한다는 사실도, 내 본명검이 산산조각 나 혼백이 매 순간 가느다란 바늘에 찔리는 듯한 고통을 겪고 있다는 것도 기억하지 못했다.

시스템에서는 이따금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혼백 안정도가 하락하고 있습니다."

"이탈 통로 준비 중."

문가에 서 있던 서연주의 몸이 그 말을 듣고 미세하게 굳었다.

나는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

"들으신 겁니까."

그는 부정하지 않았다.

그저 내 앞까지 걸어와 내려다볼 뿐이었다.

"이은령, 대체 나한테 얼마나 더 숨긴 거지?"

나는 잠시 멍해졌다.

이 순간에 와서도 그가 가장 먼저 묻는 것은 결국 그것이었다.

나는 조용히 말했다.

"제가 뭘 숨겼다는 말입니까?"

그는 차가운 기운이 깔린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넌 이 세상 사람이 아니지 않느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서연주가 희미하게 웃었다.

가벼운 웃음이었지만 싸늘하기 그지없었다.

"그럼 내게 접근한 것도, 나와 혼인한 것도, 무망종(無妄宗)에 남은 것도 애초에 무슨 임무 때문인 건가?"

나는 말없이 그를 바라봤다.

한참이 지나서야 나는 깨달았다.

그는 시스템의 목소리를 들었지만, 자신이 가장 두려워하던 절반만 들었던 것이다.

내 사랑도 임무라고 믿었고, 내가 언제든 떠날 사람이라고 믿었으며, 한 번도 진심으로 그의 곁에 머문 적이 없다고 믿고 있었다.

목구멍에 차가운 눈덩이가 걸린 듯 삼킬 수도, 뱉을 수도 없었다.

"아니라고 하면... 믿어 주실 건가요?"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침묵은 믿지 않는다는 말보다 더 깊은 상처가 되었다.

그때 문밖에서 잔잔한 발소리와 함께 윤선화가 약그릇을 들고 문을 열고 들어왔다.

혼례복을 벗고 순백의 옷차림으로 갈아입은 그녀는 눈가까지 붉게 물들어 더없이 가녀려 보였다.

"사형, 사저께 드릴 약을 가져왔습니다."

서연주는 막지 않았다.

윤선화는 내 앞에 다가와 약그릇을 내밀었다.

"사저, 약 드십시오. 이렇게 크게 다치셨으니 사형도 마음이 편치 않으실 겁니다."

나는 약그릇을 바라봤다.

"마음이 편치 않다고?"

그때 윤선화는 오직 나만 들을 수 있을 만큼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사저, 사형은 어제 밤새 제 침상 곁을 지키시느라 한숨도 못 주무셨습니다."

그녀가 빙긋 웃었다.

"사형께서 사저는 워낙 성미가 고집스러우니 조금 고생해 봐야 한 발 물러설 거라고 하셨습니다. 또한 혼례식만 끝나면 알아서 사저를 안치한다고 하시더군요."

안치라...

나는 하마터면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삼백 년 동안 그의 부인으로 살았는데 돌아온 것은 고작 ‘안치’라는 두 글자뿐이라니.

그 순간 윤선화는 일부러 손목을 비틀었다.

약그릇이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 나더니, 깨진 사기 조각이 그녀의 손등을 스쳐 붉은 핏방울이 조금씩 맺혀 올랐다.

그러자 서연주는 곧장 그녀의 손을 감싸 쥐었다.

"왜 이리 덤벙대는 것이냐?"

윤선화는 울먹이며 고개를 저었다.

"사저 탓이 아닙니다. 제가 제대로 못 들고 있었습니다."

서연주가 나를 바라봤다.

그 눈빛에는 책망도 있었고, 피로도 있었으며, 예전의 내가 가장 두려워했던 실망도 담겨 있었다.

"이은령."

나는 그의 말을 끊었다.

"전 손도 대지 않았습니다."

그가 말했다.

"알고 있다."

나는 굳어 버렸다.

알고 있으면서도 그는 여전히 윤선화의 곁에 서 있었다.

서연주는 눈을 내리깔고 담담히 말했다.

"하지만 혼례식이 코앞이니 더는 선화를 놀라게 할 순 없다."

나는 그를 바라보다가 문득 모든 걸 깨달았다.

그는 속은 것이 아니라, 진실을 알고도 매번 모르는 척했을 뿐이었다.

상처받는 사람은 늘 나였기 때문이고, 나는 언제나 그를 용서했기 때문이다.

시스템의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

"현재 애정치 3."

서연주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나는 침상 가장자리를 짚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부군."

그가 미간을 찌푸렸다.

"이번엔 또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이냐?"

나는 그를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

"북방의 눈... 더는 바라지 않습니다."

그의 눈빛이 순간 흔들렸다.

그것은 한때 그가 내게 약속했던 것이었다.

"합적주도, 장명등도... 모두 필요 없습니다."

나는 허전하게 빈 허리춤을 손으로 쓸었다.

"내 검 자루에 새겨 준 당신의 이름도... 이제는 필요 없습니다."

마침내 서연주의 표정이 변했다.

"이은령, 홧김에 하는 말은 그만하거라."

나는 고개를 저었다.

"홧김이 아닙니다."

나는 그를 똑바로 바라봤다.

"평생 저를 저버리지 않겠다고 하셨지요. 그 말... 제가 대신 거둬들이겠습니다."

그는 내 어깨를 있는 힘껏 움켜쥔 채, 서늘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누가 멋대로 거둬들이라고 했지?"

어깨뼈가 으스러질 만큼 아팠지만 나는 끝내 그를 바라보며 옅게 웃었다.

"서연주 당신은 이미 오래전에 그 약속을 저버렸습니다."

그의 눈빛이 순식간에 짙게 가라앉았다.

이때 옆에 있던 윤선화가 흐느끼며 말했다.

"사형, 다 제 잘못입니다. 제가 아니었다면 사저도 이렇게까지 사형을 미워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렇게 크게 다치셨으니 원망이 생기는 것도 당연하겠지요. 그러니 더는 사저와 다투지 마십시오."

그녀가 말릴수록 서연주의 얼굴은 더욱 차갑게 굳어 갔다.

그는 마침내 질렸다는 듯 나를 노려봤다.

"이은령, 내가 널 너무 오래 봐준 건가?"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바로 그때 시스템의 목소리가 울렸다.

"현재 애정치 1."

전각 안이 잠시 적막에 잠겼다.

서연주 역시 그 소리를 들었지만 오히려 낮게 비웃었다.

"또 그 수법인가."

그는 내 어깨에서 손을 놓았다.

"예전엔 떠나겠다는 말로 날 겁박하면 한 번쯤 달래 줄 마음도 있었다. 헌데 이제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속임수까지 반복하려 드는 건가? 참으로 질리는구나."

나는 멍하니 그를 바라봤다.

이 지경이 되었는데도 그는 여전히 내가 연기하고 있다고 믿고 있었다.

서연주는 나를 내려다보며 실망이 서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은령, 정말 떠날 수 있었다면 이런 말은 굳이 매번 내 귀에 들리게 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오늘까지 이렇게 소란을 피운 것도 결국 혼례식 전에 내가 먼저 고개 숙이길 바라고, 수많은 사람 앞에서 선화를 저버리고 다시 널 달래길 바라는 것 아니냐."

"하지만 넌 스스로를 너무 과대평가했다."

한 마디 한 마디가 무딘 칼날처럼 천천히 가슴을 도려냈다.

나는 그를 바라보다가 끝내 변명할 마음조차 사라졌다.

그래.

나는 그에게 수도 없이 진실을 말했지만, 그는 단 한 번도 믿어 준 적이 없었다.

윤선화가 눈시울을 붉힌 채 그의 소매를 붙잡았다.

"사형, 그런 말씀은 하지 마십시오. 사저께서 감당하지 못하실 겁니다..."

서연주는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그때 그의 표정은 이미 얼음처럼 차갑게 굳어 있었다.

"참회 절벽으로 데려가라."

그는 더 이상 나를 보지 않은 채 담담히 명했다.

"혼례식이 끝날 때까지는 밖으로 내보내지 마라."

호위들이 들어와 나를 끌고 나갔다.

그러다 문턱에 이르렀을 때, 그의 나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두루마기는 꼭 챙겨 주거라."

나는 문득 웃음이 터져 나왔다.

크지 않은 웃음소리였지만 전각 안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우리는 서로 눈이 마주쳤고, 서연주의 미간에는 불쾌한 기색이 어려 있었다.

"부군."

"정말 제가 추울까 걱정되셨다면... 그날 저를 눈밭에 혼자 버려두지는 말았어야 했습니다."

그의 얼굴이 더욱 굳어졌다.

"이은령, 대체 언제까지 이럴 셈이지?"

그 순간, 가슴속 무언가가 마침내 완전히 끊어졌다.

나는 대답 대신 그저 그를 조용히 바라보았다.

목숨 걸고 붙잡으려 했던 사람이 끝내는 내 마지막 진심마저 성가신 투정쯤으로 여긴다는 사실을, 이제야 비로소 받아들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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