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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Author: 동유
정이준은 한동안 침묵했다. 그제야 뭔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챈 듯한 모양이었다.

“왜 그래?”

나는 사진을 찍어 정이준에게 보냈다.

“잘 봐.”

정이준은 잠시 침묵하다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잘못 배송됐네.”

“뭐? 지금 잘못 배송된 게 문제야? 네가 그 여자랑 결혼사진을 찍은 건 아무 문제 없어?”

정이준은 난처한 듯 말했다.

“회사로 와. 내가 다 설명할게.”

전화를 끊은 뒤 나는 가방을 들고 곧장 집을 나섰다.

심장이 욱신거리며 아팠다.

정이준은 단 한 번도 내가 회사에 가는 걸 허락한 적이 없었다. 내가 회사에 가면 보기 좋지 않다는 게 그 이유였다.

그런데 처음 회사로 가도 된다고 허락받은 것이 이런 일 때문일 줄은 몰랐다.

회사에 도착해 엘리베이터를 타자 한 직원이 나를 가로막았다.

“외부인은 사무실에 들어가실 수 없어요. 응접실에서 기다려주세요.”

내가 설명하려는 순간 최다윤이 갑자기 나타나서 나를 데리고 사무실로 들어갔다.

“괜찮아요. 제가 아는 분이에요.”

최다윤은 물 만난 물고기 같았다. 마치 이곳의 안주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다.

나를 이끌고 사무실로 들어간 최다윤은 내게 물 한 잔을 따라주며 말했다.

“대표님은 지금 회의 중이에요.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나는 물을 건네받지 않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소파에는 정이준과 최다윤의 커플 잠옷이 있었고, 정이준이 쓰는 컵도 어느새 커플 컵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책상 위에는 두 사람이 함께 만든 수공예품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나는 참지 못하고 냉소를 흘렸다.

결혼 후 나는 여러 차례 정이준에게 함께 공방에 가서 직접 수공예품을 만들어 보자고 했는데 정이준은 매번 내켜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시간이 없다고 하거나, 다음에 가자는 핑계만 반복했고 결국에는 한 번도 가지 않았다.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정이준은 단지 나와 함께 가는 것이 싫었을 뿐이었다.

최다윤은 신경 쓰지 않고 웃는 얼굴로 물건을 정리했다.

“언니, 오해하지 마세요. 저랑 대표님은 아무 사이 아니에요. 언니가 아직 많이 힘들다는 거 알아요. 부부관계 횟수가 적어서 만족하지 못한다는 것도 알고요. 다음에 제가 꼭 대표님을 잘 설득해 볼게요. 그런데 솔직히 말해서 대표님은 워낙 정력이 좋은데 언니는 또 아픈 걸 무서워하니까 대표님도 언니랑 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것 아닐까요?”

최다윤은 그렇게 말하면서 마치 도발하듯 나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나는 괴로운 마음을 견디며 차갑게 웃었다.

“어머, 우리 부부관계까지 그렇게 잘 알고 있는 거야?”

최다윤은 웃음을 터뜨리더니 갑자기 빨개진 얼굴로 말했다.

“그만큼 대표님께서 저를 신뢰하신다는 거죠. 저한테 영상도 있어요.”

최다윤은 영상을 보여주면서 말을 이어갔다.

“제 친구도 봤는데 언니가 너무 몸을 사리는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참 이상하네요. 언니 엄마가 내연녀였으니까 언니도 그런 일에는 좀 더 거리낌이 없을 줄 알았는데...”

최다윤은 일부러 말을 흐리면서 나를 흘깃댔다.

나는 흠칫 놀라며 온몸을 덜덜 떨기 시작했다.

“어떻게 그것까지...”

최다윤은 부드럽게 웃으며 내 손을 잡았다.

“언니, 저도 일부러 그런 얘기를 꺼낸 건 아니에요. 하지만 그렇게 창피한 엄마를 두셨으니 대표님이 언니를 좋아하지 않는 것도 이해는 가요.”

나는 최다윤의 손을 뿌리친 뒤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우리 엄마를 그런 식으로 얘기하지 마!”

당시 우리 엄마와 관련된 일은 큰 화제가 되었었다.

엄마는 병이 들어 나를 키울 수 없게 되자 아빠를 찾으러 먼 길을 떠났다.

그런데 아빠에게는 이미 아내와 아이가 있었다.

나와 엄마는 아빠의 아내에게 쫓겨났고 사람들은 우리 엄마를 뻔뻔한 여자라고 욕했다.

엄마는 나를 지키기 위해 벽에 머리를 들이받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러나 사실 엄마는 그곳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아빠에게 아내와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몰랐었다. 아빠에게 완전히 속았던 것이다.

심지어 바보같이 아빠가 돈을 벌러 갔다고 믿고 있었다.

그 일은 오직 정이준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정이준이 그 사실을 최다윤에게 전부 말해버린 것이다.

나는 눈이 벌게져서 손을 들어 최다윤의 뺨을 때렸다.

그때 갑자기 정이준이 사무실 안으로 들어와 나와 최다윤을 억지로 떼어놓았다.

“임서빈, 나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너를 부른 거야. 여기 와서 행패를 부리라고 너를 부른 게 아니라고.”

나는 정이준을 힘껏 밀쳐낸 뒤 다시 다가가서 정이준을 꽉 붙잡았다.

“왜 내 영상을 멋대로 최다윤한테 보여준 거야? 그리고 왜 우리 엄마 일을 최다윤한테 얘기한 거야? 우리 엄마가 억울하다는 거 너는 알고 있었잖아!”

정이준은 목소리가 조금 누그러지긴 했지만 여전히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표정이었다.

“다윤이는 우연히 영상을 보게 된 거고, 친한 친구에게만 영상을 보여줬다고 했어. 그리고 절대 다른 사람에게는 보여주지 않을 거라고 약속했어. 그리고 너희 어머니는...”

정이준은 일부러 말을 길게 끌었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이잖아.”

나는 너무 화가 난 나머지 헛웃음을 치며 허무한 눈빛으로 정이준을 바라봤다.

‘약속했다고?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고?’

나는 있는 힘껏 정이준의 뺨을 때렸다.

그러나 힘을 과하게 쓴 탓인지 몸이 뒤로 넘어가며 뒤에 있던 책장에 세게 부딪히게 되었다.

책장은 그 충격으로 크게 흔들리더니 내 쪽으로 쓰러졌고, 나는 깜짝 놀랐다.

정이준은 본능적으로 최다윤을 먼저 끌어당겼다.

그리고 다음 순간, 나는 책장 아래 깔리게 되었고 의식이 흐릿해지는 가운데 정이준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눈이 감기기 직전, 정이준은 눈빛이 심하게 흔들리더니 나를 향해 달려왔다.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알 수 없었다.

의사 말로는 갈비뼈가 세 개나 부러졌다고 한다.

이번에는 정이준이 먼저 내게 문자를 보냈다.

[네 옷을 사러 왔는데 어떤 스타일이 좋아?]

그러나 정이준이 보낸 사진 구석에는 피팅을 하고 있는 최다윤의 모습이 찍혀 있었다.

어쩌면 최다윤의 옷을 사주러 갔다가 겸사겸사 내 옷도 사주는 것일지 몰랐다.

그런 생각이 들자 갑자기 웃음이 났다.

정이준이 드물게 먼저 연락을 했지만 이번에는 답장을 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차분한 표정으로 정이준의 연락처를 삭제하고 이혼합의서를 내려놓은 뒤 공항으로 향했다.

...

한참이 지났지만 임서빈에게서는 아무런 답장도 오지 않았다.

잠이 든 걸까?

정이준은 임서빈의 취향에 맞춰 옷을 몇 벌 샀다.

그러나 병원에 도착해 보니 침대가 텅 비어 있었고 침대 위에는 이혼합의서가 놓여 있었다.

정이준은 눈빛이 심하게 흔들렸고, 들고 있던 쇼핑백은 그 순간 바닥에 툭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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