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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6화

مؤلف: 정대천
이제 와서 돌이켜 보니 가슴이 마치 바늘로 찌르는 듯 아려 오는 것 같았다.

신수빈은 자리에서 일어나 신병문을 이끌고 밖으로 나섰다.

그녀는 문 앞에 이르자, 다시 한번 예를 갖추어 윤수혁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신병문은 누이에게서 분명한 해명을 들은 덕에 셋째 아우의 일은 큰 탈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방금 전까지 걱정으로 불안해하던 그는 그제서야 마음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연회 자리에서는 윤서원이 매형의 신분으로 직접 나설 수 없어 윤수혁이 대신 자리를 함께했다. 그는 젊은 시절부터 집을 떠나 강호를 떠돌며 지낸 인물이었다. 신병문 또한 아버지를 따라 장사를 하며 세상일을 두루 겪은 터라 두 사람은 말이 잘 통했고 대화는 시종 즐거웠다.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친구처럼 늦게 만난 것이 아쉽게 느껴질 정도였다.

신수빈의 기억 속에서 윤수혁은 말수가 적은 사람이었는데 오늘은 큰 오라버니와 차분히 이야기를 나누며 많지도 적지도 않게 매번 꼭 들어맞는 말로 응답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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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448화

    금자는 못마땅한 듯 입을 삐죽이며 중얼거렸다.“도대체 왜죠!”신수빈은 옅게 웃을 뿐,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백성들의 마음속에서 이미 신격처럼 떠받들어지는 절대적인 황권은 누구도 쉽게 흔들 수 없는 것이었으니까.‘기다려라. 그렇다면 하나씩, 차근차근 너희를 그 자리에서 끌어내려 주겠다.’이도현에게 시간이 없는 것처럼, 신수빈에게도 여유는 없었다.지금의 윤 가는 이미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었다.큰 마님은 세상을 떠났고, 서 씨는 광기에 빠졌으며, 둘째 마님은 내쫓긴 데다 친정까지 죄를 받아 몰락했다. 이제 셋째 마님마저 형옥에 끌려간 뒤 아무 소식도 없었다.삼방 쪽에서는 몇 차례나 사람을 보내왔고, 셋째 대감과 넷째 도련님 일가도 여러 번 창란원에 찾아와, 신수빈에게 호국부인의 이름으로 청을 넣어달라 부탁했다. 하지만 신수빈은 단호히 모두 돌려보냈다.“숙부님, 도련님, 참 우스운 말씀을 하십니다. 제게 무슨 낯이 있어 호국부인이라는 이름을 내세워, 천자의 노여움을 산 사람을 구하겠습니까? 다른 건 차치하더라도, 숙모님 곁에 있던 유모는 제가 아이를 낳던 날 부자를 들고 와 독을 쓰려 했고, 다른 이들과 짜고 저를 암살하려 했습니다. 제가 왜 그런 사람을 구해야 합니까?”“수빈아, 그래도 우리는 한 식구 아니냐. 이번 일을 겪었으니, 다시는 그런 짓을 하지 않을 게다.”“제 목숨은 단 한 번뿐입니다. 누군가의 인성을 다시 시험해볼 만큼 가볍지 않아요. 숙부님, 도련님, 저는 산후라 몸이 좋지 않으니 이만 돌아가 주시지요.”신수빈의 거절은 더없이 분명했다.셋째 대감은 속으로 분노를 삼키면서도 감히 드러내지 못했고, 넷째 도련님은 어쩔 수 없이 윤수혁을 찾아갔다.윤수혁은 지금 금군에서 요직을 맡아 총애를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그의 말을 들은 윤수혁은 짧게 물었다.“둘째 제수씨는 뭐라 하더냐?”넷째 도련님이 신수빈의 말을 그대로 전하자, 윤수혁은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네 형수가 말을 제대로 안 했느냐, 아니면 네가 사람 말을 못 알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447화

    황권이 절대적인 시대에, 천명이 깃드는 것은 곧 신앙과도 같았다.그것은 조정 대신들뿐 아니라 백성들 모두가 마음속에 품고 있는 믿음이기도 했다.애초에 그들의 믿음 속에서 천명은 하늘이 내려주는 것이었다.만약 백성들이 천자에 대한 공경을 잃게 된다면, 세상은 곧 어지러워질 수밖에 없었다.전 왕조가 바로 그러했다.정당하지 못한 방식으로 권좌에 올랐기에, 백성들의 마음속에는 이미 공경이 사라져 있었다.만약 천자와 그 어머니가 신성한 자리에서 끌어내려지고, 그 일이 세상에 퍼진다면 백성과 조정 대신들의 믿음은 흔들릴 것이다.이는 역대 왕조마다 이어져 온 규범이며, 누구도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따르고 지켜온 질서였다.또한 바로 그 때문에, 예언과 하늘의 경고는 백성들 마음속에서 황권보다 더 무겁게 받아들여졌다.그들은 예언 한마디에도 동요했고, 때로는 반란까지 꿈꾸게 되었다.나라를 안정시키는 일은 곧 민심을 안정시키는 일이었다.이것이 바로 왕도였다.이도현은 어려서부터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황형이 세상을 떠난 뒤, 그에게 자식이 있음에도 자신이 왕위를 잇는다면 형이 죽고 아우가 뒤를 잇는 형국이 되어 명분이 서지 않았다. 아직 평정되지 않은 천하는 다시 혼란에 빠질 것이 분명했다.그래서 그는 어린 천자를 즉위시켰다.그래야만 이 강산을 더 확실히 장악하고, 끝내 하나로 통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그렇기에 그는 태후를 단번에 죄로 다스릴 수 없었다.그저 ‘병이 들었다’고 하게 한 뒤, 훗날 ‘세상을 떠났다’는 길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장월의 작위를 빼앗듯 정식으로 죄를 묻는 방식은 선택할 수 없는 일이었다.오직 ‘하늘’만이 ‘천자의 어머니’를 벌할 수 있을 뿐이었다.신수빈은 이런 이치를 알지 못했지만, 이도현은 그녀를 탓하지 않았다. 다만 지금 눈앞의 혼란은 반드시 수습해야 했고, 더 이상 사태가 번져 백성들 사이로 퍼져 나가게 둘 수는 없었다.금군이 셋째 마님을 끌어낸 뒤, 내관이 천자의 조칙을 전했다.윤씨 셋째 마님 유씨는 어전에서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446화

    신수빈은 내관이 건넨 망토와 손난로를 받아 들자마자, 서둘러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곁에 서 있던 여러 관가의 부인들과 명부들은 그 특별한 총애를 부러워했지만, 누구 하나 시샘하는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반달 넘게 이어진 포위전 동안 신 씨가 보여준 행적과, 성루 위에서 회임한 여인들을 구해내며 남긴 말이 아직도 사람들의 기억 속에 선명히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호국부인이라는 칭호는 그야말로 그녀에게 더없이 잘 어울렸다.신수빈은 이도현이 어린 황제를 데리고 번잡한 제천 의식을 치르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문득 태후를 위해 마련된 자리를 바라보았다.그 자리는 비어 있었다. 태후는 여전히 이도현과 감정이 틀어진 상태였고, 일 년 중 가장 중대한 제천 제사마저 외면하고 있었다.하지만 그녀가 오든 말든 신수빈에게는 별다른 상관이 없었다. 어차피 자신의 계획에는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할 테니까.이도현이 무엇보다 황실의 위엄을 중히 여긴다는 것을,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선황이 세워놓은 이 강산을 그는 누구보다 소중히 여겼다. 그러니 제천 의식이 끝나기 전까지는 신수빈 또한 결코 섣불리 움직이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가 자신을 아끼는 것은 어디까지나 사사로운 정일 뿐, 만일 제사 대전을 망치게 된다면 그는 결코 그녀를 용서하지 않을 터였다.제천과 제사가 모두 끝나고, 명부들이 차례로 물러나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신수빈은 비틀거리며 위태롭게 걸음을 옮기던 셋째 마님을 보고 다가가 그녀를 부축해 한쪽으로 이끌었다.“셋째 숙모, 무슨 일입니까?”그러나 셋째 마님은 뜨거운 것에라도 덴 듯 손을 홱 빼내더니, 마치 역병이라도 피하듯 신수빈에게서 멀찍이 물러섰다. 그리고 황급히 등을 돌려 떠나려던 순간, 궁성 담장 쪽을 스쳐 지나가는 그림자를 보고는 비명을 질렀다.어젯밤부터 이미 겁에 질려 있던 그녀는 줄곧 긴장에 사로잡혀 있었다. 이 궁 안에서도 그 ‘귀신’이 여전히 자신을 따라붙고 있다는 생각에 순식간에 무너져 내린 것이다.그녀의 날카로운 비명에 주변 사람들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445화

    겨울 달에 벌어졌던 그 포위전의 음산한 여운을 몰아내려는 듯, 자정을 넘긴 뒤부터 장안 거리에는 폭죽 소리가 끊이지 않고 울려 퍼졌다.신수빈은 혹여 아이가 한밤중에 놀라 깰까 염려해 일부러 유모에게서 아이를 데려와 품에 안았다.아이를 가장 안쪽에 눕히고 품으로 감싸 안고 있자, 바깥쪽에 누워 있던 남자가 못마땅하다는 듯 낮게 중얼거렸다.“저 녀석, 먹고 자는 것밖에 몰라서 하늘이 무너져도 안 깰 놈이다. 뭘 그렇게 쓸데없이 걱정하는 것이냐.”신수빈은 고개를 숙여 아이를 바라보았다. 두 주먹을 양옆에 놓고 입술을 쪽쪽 빠는 것이 마치 꿈속에서도 먹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깰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작게 웃음을 흘렸다. 이내 뒤에서 뜨겁게 감싸오는 품에 안긴 채, 눈을 감고 잠에 들었다.동이 트기도 전에 이도현은 떠나야 했다. 신수빈은 아이를 단단히 싸매고, 아쉬움이 가득한 눈으로 그가 아이를 받아 안는 모습을 바라보았다.작디작은 아기는 그의 품 안에서 고요하게 잠들어 있었다.정월에는 일이 유난히 많아질 터라, 매일같이 아이를 보러 갈 수 없을 것 같았다. 그 생각에 마음이 떨어지지 않아, 신수빈은 앞으로 다가가 며칠 전 준비해 두었던 압세 평안 주머니를 아이의 포대기에 달아주고, 고개를 숙여 조용히 아이의 볼에 입을 맞췄다.“얌전히 잘 자라서 통통해지거라. 이 어미가 시간 나면 꼭 보러 가마.”이도현은 그녀가 줄곧 고개를 숙인 채, 품에 안긴 아이만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보며 불만스러운 눈빛을 드러냈다.“그럼 내 건?”신수빈은 잠시 멈칫했다.“뭐요?”이도현은 턱으로 방금 그녀가 들고 있던 평안 주머니를 가리켰다.“왕야, 이건 원래 아이들한테 주는 거예요.”신수빈이 난처한 듯 웃자, 이도현은 짧게 콧웃음을 흘렸다.예전에는 향낭이니 허리띠니 챙겨주던 것들이 있었는데, 이제는 그것조차 기대할 수 없다는 듯한 기색이었다.신수빈은 속으로 한숨을 삼켰다. 어쩌겠는가, 아이가 그의 손에 있는 이상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그녀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444화

    이도현은 말을 이어가다 입꼬리를 끌어올렸고, 살짝 치켜든 눈썹에는 노골적인 장난기와 짙은 농담기가 어른거렸다.그 말을 들은 신수빈은 순간 멍해졌다가, 이내 한참이 지나서야 볼이 붉게 물들었다. 특히 ‘위에 올라타는 모습’이라는 말은, 듣는 것만으로도 얼굴이 화끈거릴 만큼 부끄러웠다.신수빈은 그대로 그의 품에 얼굴을 묻었다. 머리 위로 흘러내리는 그의 웃음소리가 귓가를 스치자 괜히 더 얄미워져, 속옷 너머로 그의 가슴을 살짝 깨물었다.이도현은 그 정도의 통증에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의 머리칼을 천천히 쓰다듬으며 낮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그동안 많은 일에서… 내가 너를 제대로 대하지 못했다. 널 함부로 대하고, 가볍게 여긴 것도 사실이다. 헌데 앞으로 넌 내 부인이 될 사람이다. 나는 널 존중하고, 아끼고, 지키겠다. 예전처럼 함부로 억누르거나 모욕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신수빈은 그의 품에 안겨있어 지금 그가 표정인지 볼 수는 없었다. 다만 그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워, 마치 현악기의 울림처럼 귓가를 타고 스며들어 마음 깊숙이 파문을 남겼다.그녀는 눈을 감았다. 마음속이 어지럽게 흔들렸다.전생의 기억이 떠올랐다. 윤서원과 서호에서 처음 만났던 그날, 쏟아지는 비 속에서 그는 우산을 건네주고는 예를 지킨다며 함께 쓰지 않고 그대로 비를 맞으며 돌아섰다. 그 뒤 그의 거처를 수소문해 우산을 돌려주러 갔을 때, 그는 그날 비를 맞아 앓아누웠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 후, 그녀가 산속에서 맺힌 이슬로 끓인 용정차를 좋아한다고 말했을 때, 그는 밤에 산에 올라 새벽 이슬을 모았다. 그 과정에서 뱀에게 물렸으면서도, 그녀가 알까 봐 끝까지 숨겼다.그리고 수많은 일들이 있었다. 지금은 대부분 기억 속에 묻혀 흐릿해졌지만, 단 하나 또렷하게 남아 있는 장면이 있었다.신씨 가문 대문 앞에 무릎을 꿇고 그녀의 아버지에게 혼인을 허락해 달라며, 평생 그녀를 지키고 사랑하겠다고 맹세하던 그의 모습.그 뒤로… 신혼 첫날 밤, 그녀는 선물처럼 다른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443화

    신수빈은 옅게 웃었다. 감정에 휩쓸려 나온 말이라 믿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지금 이 순간 그가 자신을 위해 이렇게까지 생각해 준다는 점만은 고마웠다.“닭 잡는 데 소 잡는 칼까지 쓸 필요는 없어요. 제가 하면 됩니다. 제가 안 되면 그때 왕야께 부탁드려도 늦지 않아요.”이도현은 그녀의 성정을 잘 알고 있었다. 정말 필요하다면 그녀는 망설이지 않고 먼저 입을 열 사람이었다.“그래.”그는 대답하며 그녀의 차림을 훑어보았다. 신수빈은 하녀의 사선 여밈 저고리에 소박한 석류치마를 입고 있었는데, 몸에 꼭 맞지 않는 옷이었고 산후에 살이 조금 올라 앞섶이 팽팽하게 당겨져 있어 보는 사람의 숨을 은근히 막히게 만들었다. 지금의 그녀는 소녀의 앳됨과 여인의 풍염이 뒤섞인 미묘한 경계에 서 있어, 설명하기 어려운 유혹을 풍기고 있었다.“그 차림, 제법 고운 계집종 같군.”신수빈은 이 남자가 어떤 순간에 어떤 눈빛을 보이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예전에는 아이를 해칠까 늘 조심했지만 이제는 그럴 걱정도 없었다. 계산해보면 출산한 지 사십 일을 조금 넘었고, 몸이 깨끗하면 그 무렵부터 합방이 가능하다는 말을 들은 기억도 떠올랐다. 이 남자가 자신에게 그토록 공을 들인 이유가 무엇인지도 알고 있었다.이제 앞날을 정한 이상, 그를 더 단단히 붙잡아야 했다.신수빈은 자연스럽게 양팔을 그의 어깨에 얹고 부드럽게 몸을 기댔다.“그럼 제가 왕야를 모시고 잠자리에 들게 해드릴까요?”그녀의 모습은 갓 아이를 낳은 여인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고혹적이었고, 마치 세상에 내려온 선녀처럼 아른거렸다. 이도현의 목울대가 천천히 움직였다. 그는 웃음을 머금은 채 그녀를 내려다보며 목소리를 살짝 낮췄다.“작은 계집종이 감히 침상에 오르겠다는 것이냐?”신수빈은 입술을 살짝 다물고 웃으며 눈빛을 흘렸다.“왕야께서 허락해 주시겠어요?”그녀는 그의 어깨를 짚고 양옆에 무릎을 세운 채 그를 눕히려 했다. 이렇게 먼저 다가온 적은 없었기에 이도현은 순간 놀란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228화

    잠시 후, 서가 너머에서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여기다.”소리를 따라가자 이도현은 한 줄로 늘어선 서가 앞에 서 있었다. 그가 몸을 돌려 그녀를 바라볼 때는, 늘 오만했던 얼굴에 희미한 부드러움이 덧입혀져 있었다.“이곳은 역대 왕조의 사관들이 기록한 문헌과 사료다. 민간 학자들이 모은 전기들도 있고 밖에서는 구할 수 없는 고본도 적지 않다. 와서 보거라. 마음에 드는 것이 있으면 본왕이 사람을 시켜 보내 주겠다.”신수빈은 잠시 멈칫했다.“왕야께서 저를 데리고 오신 이유가 책을 고르기 위함이었습니까?”“그럼 무엇이겠느냐?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237화

    이도현은 그렇게 몇 번이고 되뇌더니 가볍게 웃으며 읊조렸다.“아리따운 여인과 함께 걷고 있는데, 얼굴이 무궁화처럼 곱도다. 훨훨 날 듯 걷는 자태에 옥패 소리가 고요히 울리네. 아름다운 맹강이여 그 고운 수빈이 잊히지 않도다. 네 이름도 여기에서 따온 것이냐.”신수빈은 줄곧 그를 무인이라고 여겼다. 글 몇 편쯤 읽었을지는 몰라도 문인들만큼은 아닐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선진 시경의 구절까지 줄줄이 읊는 것을 보고는 자신이 그를 얕잡아보았다는 걸 깨달았다.“맞아요. 저와 오라버니의 이름은 모두 조부께서 지어주셨습니다.”“좋은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229화

    신수빈은 눈을 꼭 감고 있었다. 그런데 곧 닥칠 것이라 여겼던 통증은 끝내 찾아오지 않았다. 그녀는 몸을 웅크린 채 벽 모퉁이에 기대어 있다가 조심스레 눈을 떴다.눈앞에 펼쳐진 것은 허리를 굽혀 작은 공간 하나를 떠받치고 선 이도현의 모습이 보였다.그 광경에 그녀는 잠시 멍해졌다.이도현은 고개를 숙여 창백한 얼굴로 움츠리고 있는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무언가에 맞은 줄로 여긴 것이다.“어디 다쳤느냐?”신수빈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고개를 젓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아니요.”사방에는 흩어진 책들이 널려 있었고 그의 등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230화

    이도현은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짙고 깊은 눈동자는 먹구름에 잠긴 하늘처럼 흐릿하게 일렁여 그 안에 어떤 생각이 깃들어 있는지 좀처럼 가늠할 수 없었다.“그런 게 좋으냐?”신수빈은 잠시 멈칫했다. 이도현이 이런 질문을 던질 것이라고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내 옅게 웃으며 숨김없이 입을 열었다.“출가하기 전에는 세상 물정을 몰랐습니다. 아버지와 오라버니들이 마련해 준 풍족한 울타리 안에서 자라며 그저 그 삶에 만족했지요. 그렇기에 조정의 관원들이 무엇을 맡고 어떤 일을 하는지조차 분간하지 못했고 집안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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