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고윤택이 정시온의 손을 잡으려는 순간, 정시온이 들고 있던 컵이 ‘탕' 하는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컵은 산산이 부서져 바닥에 흩뿌려졌다.모든 사람은 멍해서 어찌할 바를 몰랐지만 오직 정기석만이 두 눈에 깊고 어두운 눈빛이 스쳤다.정시온은 뒤늦게 정신을 차리며 급히 사과했다.그는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형아, 미안해. 내 탓이야. 내가 그만 조심하지 않아서...”고윤택은 자신이 직접 만든 컵이 정시온에 의해 부서진 모습을 보며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순간 이성을 잃은 고윤택이 정시온을 가리키며 소리쳤다.“너 일부러 그랬지? 넌 고의로 엄마의 생일 선물을 깨뜨렸어.”이 컵은 고윤택이 오랜 시간 동안 정성을 다해 만든 것이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겨우 완벽한 컵을 만들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 그의 정성이 이렇게 부서진 것이다.고윤택은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정시온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아니야. 정말 아니야. 윤택 형아가 오해한 거야...”정시온은 눈시울을 붉혔다.“형아, 정말 미안해.”그는 작은 몸을 웅크리며 바닥의 조각들을 주우려 했다.“아악!”정시온의 작은 손이 도자기 조각에 베어 피가 흘러내렸다.“시온아!”하지율은 표정이 일그러지며 쭈그리고 앉아 그를 품에 안았다.정시온은 고개를 숙이며 잘못을 빌었다.“지율 이모, 미안해요... 제가 형아가 이모에게 드린 컵을 깨뜨렸어요.”“내 생일은 이미 지났어. 망가졌으면 그만이야.”하지율은 정시온의 상처를 확인하며 담담히 말했다.고윤택은 어이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멍한 얼굴로 그들을 쳐다봤다.그가 엄마에게 선물한 것들은 사탕 한 알부터 직접 그린 그림까지 모두 소중히 보관되곤 했다.한번은 고모가 무심코 그가 엄마에게 선물한 사탕을 먹었을 때, 종래로 화를 내지 않던 엄마는 처음으로 얼굴을 굳혔다.하지만 지금, 그의 정성이 담긴 컵이 박살 났는데도 엄마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정시온만 관심하고 있었다.하지율이 말했다.“
‘비참한 연기밖에 할 줄 모르는 정시온이 뭐가 좋다고 그러는데?’고윤택의 눈에 강한 질투의 눈빛이 서렸다.그는 당장 정시온의 진짜 모습을 폭로해 이 나쁜 아이가 겉보기처럼 순수하지 않다는 것을 엄마에게 알리고 싶었다.하지만 그는 깊게 숨을 들이마신 후, 참아냈다.정시온의 손에서 손해만 입었을 뿐 이긴 적이 없었던 그는 아무런 증거도 없으면 아무도 자신을 믿지 않을 거란 걸 알았다.오늘 그는 정시온을 폭로하기 위해 엄마를 찾아온 게 아니다. 그에겐 더 중요한 일이 있었다.고윤택이 오자 유소린은 고지후에 대한 험담을 마음껏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들은 간단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식사 동안 정시온은 계속 주변에서 일어난 재미있는 일들을 이야기했다. 어린 나이였지만 말재주가 좋아 모두를 웃게 했다.하지율은 고윤택을 무시했지만, 유소린은 그를 외면하지 않고 종종 그의 공부나 최근 일들에 관해 물었다.고윤택은 다른 사람들에게는 훌륭한 매너를 보여주었다.유소린은 고지후와 거의 똑같이 생긴 고윤택의 예쁜 얼굴을 보며 소리 없이 한숨을 내쉬었다.하지율이 고윤택을 얼마나 사랑하는지에 대해 아마 유소린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었다.고윤택을 위해 하지율은 임채아를 오래 참아왔고 심지어 가정부처럼 약선요리까지 해줄 수 있었다.식사가 거의 끝나갈 무렵, 유소린이 말을 꺼냈다.“그런데 윤택아, 오늘 왜 엄마를 찾아온 거야? 무슨 일이라도 있어?”고윤택은 저도 모르게 가방을 꼭 쥐며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엄마께 드릴 선물이 있어요.”하지율이 비로소 고윤택을 쳐다보았다. 유소린은 호기심에 물었다.“뭔데?”고윤택은 약간 망설이다가 고개를 들었는데 마침 하지율의 시선과 마주쳤다.오늘 엄마가 제대로 자신을 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고윤택은 저도 모르게 마음속에서 흥분이 일었다.‘고모의 말씀이 맞아. 엄마는 아직도 날 신경 쓰고 있어. 내가 조금만 머리를 숙이고 잘못을 인정한다면 엄마는 다시 내게로 돌아올 거야.’그렇게 생각한 고윤택은 자신감이 생겼다
하지율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조금 더 먹으면 손발이 차가운 증상이 완전히 나을 거야. 나중에 이모가 너의 위장을 치료해줄게. 넌 아직 어려서 소화 기능이 완전히 발달하지 않았으니 평소에 단 음식, 차가운 음료, 튀긴 음식은 적게 먹는 게 좋아.”정시온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지율 이모, 그럼 제가 무엇을 먹는 게 좋을까요?”하지율은 메뉴를 펼치며 몇 가지 음식을 가리켰다.“이 몇 가지 요리는 아이들이 먹기에 적합해. 먹고 싶은 게 있어?”이때 고윤택도 하지율 옆에 앉아 있었다.그러나 그가 여기 온 이후로 하지율은 그에게 한마디도 하지 않고 오히려 정시온과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고윤택은 자신이 따돌림당하는 것 같은 불안감을 느꼈다.그는 예전에 임채아를 볼 때마다 그녀 곁으로 달려가 하루 동안의 재미있는 일들을 나누던 것을 떠올렸다.하지만 그는 엄마와는 말을 하려고도 하지 않았다.유치원 친구들의 부모님들은 적어도 대학교는 졸업했지만 그의 엄마는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했다.할머니는 엄마가 24개의 앵글어 자모도 제대로 읽지 못할 거라고 말했다.그 때문에 그와 아빠는 이런 엄마와 대화할 수 없었다.나이가 들면서 고윤택은 점점 수치심과 허영심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그는 엄마를 의지하던 아이에서, 엄마가 창피하다고 느끼는 아이로 변해 갔다.평소 유치원에서 그는 다른 아이들과 선생님에게 엄마에 대해 감히 말하지 못했다.누군가가 그에게 누가 유치원에 데려다주는지 물으면, 그는 집의 가정부라고 대답했다.할머니는 말했다. 사람은 더 좋은 발전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그래서 어린아이가 강한 사람을 동경하는 건 당연하다고 했다.5살 전, 그는 아무것도 몰랐고 엄마를 하늘처럼 믿었다.5살 후, 엄마는 더는 그를 존경하게 만들 수 없었다.그리고 임채아 이모가 나타났고, 그가 엄마에게서 바랐던 모든 환상을 완벽하게 보충해줬다.그는 자신이 잘못한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엄마가 다른 아이와 그렇게 친밀하게 지내는
하지율이 웃으며 물었다.“무슨 일이야?”정시온이 대답했다.“윤택 형아와 관련된 일이에요.”고윤택의 이름을 듣자 하지율은 웃음을 거뒀지만 여전히 물었다.“윤택한테 무슨 일이라도 있어?”정시온이 말했다.“형아는 지율 이모가 아저씨랑 이혼한 소식을 알고 엄청 화를 냈어요. 정말 형아를 버린 게 맞는지 지율 이모에게 직접 물어보고 싶다고 했어요.”하지율은 아무 말도 하자 정시온이 계속해서 말했다.“아까 보니 윤택이 형아가 우리를 따라오고 있더라고요. 아마 지금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지율 이모, 형아도 안으로 들어오게 하면 안 될까요?”하지율은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유소린이 하지율의 표정을 살피며 말했다.“어머, 나도 윤택이를 오랫동안 못 봤어. 윤택이가 보고 싶었는데 잘 됐다. 내가 나가서 볼게.”하지율은 유소린이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막지 않았다.몇 분 후, 유소린이 고윤택의 손을 잡고 들어왔다.“자, 윤택아, 이쪽에 앉아.”유소린은 고윤택을 하지율의 왼쪽에 앉혔다. 정시온은 하지율의 오른쪽에 앉았다.하지율은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윤택은 큰 변화가 없어 보였지만 예전보다 훨씬 말이 적었다.고윤택이 도착하자 분위기는 조금 어색해졌다.이때 정시온이 말을 꺼내며 조용한 분위기를 깨뜨렸다.“형아, 오늘은 지율 이모가 밥을 사주는 거니까 먹고 싶은 거 마음껏 시켜도 돼.”고윤택은 마치 작은 주인인 것처럼 행동하는 정시온을 보고 마음속에 불편한 감정이 일었다.고윤택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입술을 삐죽이며 불쾌함을 감추지 못했다.정시온이 조심스럽게 물었다.“형아, 왜 그래? 내가 무슨 말을 잘못해서 형아를 화나게 했어?”이 장면은 어쩐지 익숙했다. 고윤택은 문득 예전에 그들 가족 세 명이 채아 이모와 함께 식사했을 때가 떠올랐다. 당시 채아 이모는 정시온처럼 엄마에게 먹고 싶은 거 마음껏 주문하라고 하며 부담가지지 말라고 말했다.그때는 채아 이모가 세심하게 엄마의 기분까지 챙겨주는 것으로 보였다
임채아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지후야, 하준이를 구할 다른 방법은 정말 없는 거야?”“나도 민성 그룹과 협력해 하지율을 홍보할 거야. 하준이가 또 사고 치지 않게 당분간은 조용히 있는 게 좋겠어.”임채아는 멍해졌다.“지후야, 하준이를 구하지 않을 거야?”고지후는 무뚝뚝하게 말했다.“하준이에게 전해.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다면 함부로 문제를 일으키지 말라고. 매번 뒤를 봐줄 사람이 항상 있는 건 아니니까.”임채아의 눈빛이 흔들렸다.‘지후가 장하준에 대한 태도가... 변한 것 같은데?’지금까지 장하준이 목숨을 구해준 일 때문에 고지후는 그를 극진히 감싸줬다.‘그런데 갑자기 왜 이렇게 변할 걸까? 설마... 하지율 이년이 지후에게 무슨 말을 한 게 아닐까? 맞아. 경찰서에서 나온 후 지후는 하지율과 단둘이 커피숍에 갔었어. 그래, 그래서 이렇게 된 걸 거야.’임채아는 생각에 빠졌다.‘안돼, 이렇게 장하준이 그 안에 있게 둘 수 없어. 장하준이 없으면 하지율은 더욱 기고만장해질텐데...’임채아는 이를 악물었다. 장하준이 좀 멍청하긴 해도 쓸모있는 칼이였으니까....최근 유소린은 기분이 전례없이 좋았다.현재 그들이 직면한 위기가 완벽하게 해결되었을 뿐만 아니라 하지율의 평판도 큰 반전을 맞이했다.레스토랑의 VIP룸에서 유소린은 하지율에게 엄지를 치켜세우며 말했다.“지율아, 넌 정말 대단해. 이 2000억 원을 정말 잘 썼어.”이 돈은 그들에게 있어 어마어마했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돈을 손에 쥐고 있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는 걸 유소린도 알고 있었다.장하준을 비롯한 그 사람들은 하지율의 손에 있는 이 돈을 호시탐탐 노리며 온갖 방법을 다 해서 빼앗으려 할 것이다.하지율도 고개를 끄덕였다.“솔직히 장하준의 협조가 한몫했어. 장하준이 없었더라면 우리가 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없었을 거야.”유소린이 웃으며 말했다.“장하준 그 바보가 퍼뜨린 나쁜 소문이 우리에게 발판이 됐잖아... 하하하. 정말 속이 후련해 죽겠어!”유소린
고지후는 얇은 입술을 꽉 깨물며 침묵에 빠졌다.함우민이 계속해서 말했다.“하준이는 계속 너한테 이혼하라고 부추겼어. 이혼한 후 하지율 씨에게 교훈을 주면 다시 너의 곁으로 돌아오려고 애원할 거라고 했어. 하지만 지금 이 상황으로 보면 하지율 씨는 돌아올 생각이 없고 오히려 너와 점점 더 멀어지고 있어. 나도 어떤 말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걸 알아. 하지만... 지후야, 난 친구가 원수로 변하는 걸 보고 싶지 않아. 무슨 말인지 알지?”함우민는 말수가 많은 편이 아니지만 오늘 갑자기 이렇게 많은 말을 했다.고지후의 얼굴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웠다.그때, 사무실 문에서 노크 소리가 났다.“지후야, 큰일 났어. 하준이가 경찰에 잡혔어. 변호사가 보석을 신청했지만 거절당했다고 해.”얼굴이 굳어진 임채아가 다급한 눈빛으로 사무실에 들어왔다.“지후야, 빨리 하준이를 구할 방법을 생각해봐.”이 말을 마친 후에야 그녀는 함우민도 사무실에 있는 것을 발견했다.“... 함우민 씨도 있었네요?”함우민이 고개를 끄덕였다.“임채아 씨.”함우민은 고지후나 장하준처럼 그녀를 ‘채아'라고 부르지 않고 언제나 ‘임채아 씨’라고 정중하게 불렀다.그에게서 느껴지는 거리감 때문에 임채아는 감히 ‘우민’이라고 친절하게 부를 수 없었다.그녀는 장하준과 이 문제를 논의한 적 있었지만 그는 신경 쓰지 않았다.“우민이를 말하는 거야? 신경 쓰지 마. 걔는 원래 그런 성격이라 누구에게나 다 그래.”고지후의 차가운 목소리에 임채아는 정신을 차렸다.“왜 보석이 안 된다는 거야?”임채아가 설명했다.“지금 네티즌들이 하지율 씨가 게시물에 올린 자본가에 대해 적대감을 품고 있다고 하네. 네티즌들은 하준이가 허위 신고에 모함까지 했다며... 경찰이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난리야. 원래 이 일은 오해라고 설명될 수도 있었는데...”임채아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방금 누군가가 인터넷에 하준이의 과거를 폭로했어. 과속 운전에다가 음주 운전으로 사람을 치었다는... 지금 경찰은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