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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Author: 초향
고윤택이 입을 삐죽 내밀었다.

“유당불내증이 많이 좋아져서 의사 선생님도 가끔 먹는 건 괜찮다고 했어요. 근데 엄마는 날 통제하고 싶어서 항상 엄마 말만 들으라고 해요.”

'통제'라니... 다섯 살짜리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인가?

고지후가 입을 열려는 순간 휴대폰이 울렸다. 전화를 받자 임채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후야, 집에 도착했어?”

“응.”

“지율 씨는 아직 안 들어왔지?”

고지후는 잠깐 침묵하다가 말했다.

“무슨 일이야?”

“나... 방금 지율 씨 본 것 같아...”

임채아가 머뭇거리며 말했다.

“어떤 젊은 남자랑 밥을 먹고 있었는데... 좀 가까워 보이더라.”

그녀는 멈칫했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낮에 있었던 일 때문에 지율 씨의 기분이 상한 거 아니야? 지율 씨한테 제대로 설명하는 게 어때?”

고지후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집에 와서 저녁밥을 차리는 게 아니라 딴 남자랑 데이트를 하고 있다고?’

그의 목소리가 저도 모르게 차가워졌다.

“지금 어디에 있는데?”

하지율이 주소를 알려주자 고지후가 대답했다.

“알았어.”

그러고는 전화를 툭 끊어버렸다.

...

그 시각 레스토랑.

강병주는 하지율을 빤히 쳐다보았다.

“정말 결정했어?”

하지율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름밤의 별은 엄마가 날 위해 특별히 만들어주신 거예요. 근데 난 가정을 위한답시고 5년이나 방치해뒀어요...”

그러고는 한숨을 살짝 내쉬더니 실망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지금은?”

강병주가 어두운 목소리로 말했다.

“다시 복귀하면 공연도 자주 해야 하고 엄청 바쁠 텐데. 그러면 남편이랑 아이를 돌볼 시간이 없을 거야.”

“윤택이 이젠 많이 건강해졌어요.”

하지율은 자신을 비웃듯 웃었다.

“게다가 이젠 내 보살핌도 필요 없어요.”

“그럼 고지후는?”

강병주가 다시 물었다.

“고지후가 동의할까?”

고지후의 이름을 언급하자마자 하지율의 눈빛이 차갑게 식었다.

“내 일이에요. 그 사람 동의 따위 필요 없어요.”

강병주는 한동안 그녀를 빤히 쳐다보다가 입을 열었다.

“하지만 네가 나랑 만나는 걸 허락하지 않을 거야.”

“괜찮아요.”

하지율은 고지후의 한마디 때문에 강병주를 멀리했던 일이 떠올라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

“선배, 미안해요.”

강병주가 고개를 내저었다.

“지율아, 그런 소리 하지 마. 미안한 건 나지. 어머님께 약속했었어. 널 잘 지켜주겠다고. 근데 널 지켜줄 능력이 없어서 네가 고생을 많이 한 거야.”

강병주는 하지율의 선배였다. 두 사람은 어릴 때부터 하지율의 어머니에게서 함께 바이올린을 배웠다.

현재 강병주는 업계에서 명성이 자자한 바이올리니스트가 되었다.

그의 잘생긴 외모와 타고난 분위기 덕에 바로 유명세를 얻었고 심지어 많은 소녀들의 이상형이 되었다.

인지도가 연예계 최고 스타와 맞먹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아무리 돈도 있고 유명 인사라고 해도 고지후 같은 자본가의 상대는 아니었다.

하지율이 말했다.

“선배랑 상관없어요. 내가...”

하지율의 말이 끝나기 전에 뒤에서 부드러운 목소리가 갑자기 들려왔다.

“하지율 씨가 여긴 어쩐 일이에요?”

그녀는 고개를 돌리자마자 하얀 원피스를 입은 임채아를 보았다.

싫어하는 사람을 하루에 두 번이나 만나다니, 정말 재수 없는 날이었다.

하지율이 쌀쌀맞게 말했다.

“그게 채아 씨랑 무슨 상관이죠?”

임채아가 웃으며 말했다.

“화내지 말아요, 지율 씨. 지후가 모처럼 집에 일찍 들어갔는데 지율 씨가 저녁 준비를 하지 않고 밖에 있어서 이상해서 물어봤을 뿐이에요.”

임채아의 가벼운 말투와 다정한 표정을 보면 참으로 선하고 나긋나긋한 여자였다. 그녀와 달리 하지율은 무정하고 냉혹하며 차가워 보였다.

하지만 그녀의 말속에 도발과 조롱이 숨겨있다는 걸 하지율은 바로 알아챘다. 고개를 든 순간 임채아의 두 눈에 아직 사라지지 않은 우쭐함이 보였다.

하지율이 물었다.

“지후 씨가 왜 모처럼 집에 일찍 들어갔을까요? 그건 지후 씨가 여유 시간을 모두 채아 씨한테 썼기 때문이죠... 채아 씨는 뻔히 알면서 모르는 척하는 건가요?”

임채아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하지율의 손을 잡고 다급하게 설명했다.

“지율 씨, 제 말 좀 들어봐요. 전 그런 뜻이 아니라...”

임채아의 말이 끝나기 전에 하지율이 그녀의 말을 가로챘다.

“알고도 모르는 척하는 게 아니라면 눈치가 없는 거네요.”

그러고는 그녀가 잡고 있는 손을 빼냈다.

“채아 씨, 난 눈치 없는 사람을 싫어해요.”

“으악.”

그런데 그때 임채아가 갑자기 비명을 지르더니 뒤로 넘어지려 했다.

하지율이 반응하기도 전에 훤칠한 키의 한 남자가 넘어지려는 임채아를 붙잡았다.

“채아야, 괜찮아?”

임채아는 창백한 얼굴로 고개를 돌리더니 그 사람을 보자마자 눈시울이 붉어졌다. 마치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처럼 가련하기 그지없었다.

“괜찮아, 지후야... 지율 씨도 일부러 그런 건 아니니까 너무 뭐라 하지 마.”

고지후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제야 옆에 있는 하지율을 발견했다. 그는 미간을 찌푸린 채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율, 채아한테 사과해.”

이런 일이 벌써 한두 번이 아니었다.

만약 예전이었더라면 하지율은 분명 초조해하면서 이런 말을 했을 것이다.

“내가 그런 거 아니야. 내 말 좀 들어봐.”

“아니야, 나. 나 좀 믿어줘.”

그리고 고지후는 그녀의 편에 선 적이 한 번도 없었고 매번 그녀더러 임채아에게 사과하라고 강요했다.

하지율이 사과하지 않으면 고지후는 냉랭하고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곤 했다.

그녀의 전화를 받지 않았고 문자도 답장하지 않았으며 게다가 말을 섞기는커녕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야말로 투명 인간 취급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나중에는 고윤택마저 냉랭해지고 그녀를 무시한 바람에 결국 고개를 숙이고 잘못을 인정하는 수밖에 없었다.

과거의 기억이 떠오른 하지율이 코웃음을 쳤다.

“내가 왜 지후 씨 말을 들어야 하지? 지후 씨가 뭔데?”

고지후는 순간 잘못 들은 줄 알았다.

“뭐라고?”

하지율은 고지후를 보면서 차갑게 말했다.

“내가 지후 씨를 신경 쓸 때는 지후 씨 말이 곧 법이었어. 근데 이젠 신경 쓰지 않는데 내가 왜 지후 씨 말을 들어야 하지?”

고지후는 마침내 그녀의 뜻을 이해했다.

그가 알고 있는 하지율은 이런 태도로 그와 얘기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항상 상냥하고 배려심이 깊었다.

늦게 들어올 때는 불을 켜놓고 기다렸고 서재에서 늦게까지 일할 때는 야식을 만들어줬다. 그리고 술에 취했을 때는 해장국도 끓여줬다.

비록 임채아가 돌아온 후 하지율이 예전만큼 그를 만족시키진 못했지만 오늘처럼 그의 뜻을 거스르고 맞선 건 처음이었다.

웬일인지 고지후는 저도 모르게 짜증이 밀려왔다.

그때 앳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엄마, 잘못했으면 사과해야 한다고 가르쳤잖아요. 지금 엄마가 잘못했으니까 당연히 채아 이모한테 사과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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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자의 배신, 이혼만이 답이다!   제1614화

    주용화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최근 1년 동안 지율 씨는 연경 그룹에서 충분히 능력을 보여 주셨고 일도 전반적으로 아주 순조롭게 풀려 왔습니다. 그렇게 막힘없이 올라갔기 때문에 가장 짧은 시간 안에 지금 같은 높은 지지율도 얻을 수 있었던 거고요.”하지율이 불과 1년 만에 연경 그룹 안에서 확실히 자리를 잡고 미래 후계자인 연재영과도 나란히 설 만큼 올라섰다는 건 어디에 내놓아도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주용화는 말을 이었다.“그런데 높이 올라갈수록 한 번 미끄러졌을 때 추락도 더 크게 옵니다. 심하면 다시는 못 올라올 수도 있죠. 그들이 지율 씨의 성장을 내버려둔 데에는 그런 계산도 있었을 겁니다. 무슨 일이든 다 양면이 있으니까요. 지율 씨는 너무 빠르게 올라왔고 그만큼 많은 지지를 얻었습니다. 하지만 그 대신 기반이 아직 완전히 단단하지는 않고 지금은 보이지 않는 위험도 꽤 많이 깔려 있습니다. 사람들은 기대가 클수록 실수도 더 용납하지 않으니까요. 원래 사람 마음이 그렇습니다. 열 번 잘한 것보다 한 번 잘못한 게 훨씬 더 오래 남죠. 보통 회사라면 실수 한두 번쯤은 봐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연경 그룹은 다릅니다. 지율 씨에게는 내부의 적도 있잖아요. 연씨 가문 사람들은 절대 그런 기회를 그냥 넘기지 않을 겁니다. 분명 거기다 불을 붙이고 일을 키우려 들겠죠.”주용화는 하지율을 바라봤다.“지율 씨는 실수할 수 있는 폭이 그리 넓지 않습니다.”하지율도 잘 알고 있었다.지금 연경 그룹에서 자기가 누리는 화려함은 겉으로만 번듯할 뿐, 사실은 줄 하나에 매달려 걷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한 발만 잘못 디뎌도 그대로 끝없이 추락할 수 있었다.그게 바로 지름길을 택한 대가였다.하지만 하지율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안으로는 연씨 가문 사람들이 있었고 밖으로는 단보현과 손형원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그런 상황에서 차근차근 천천히 올라갈 여유 따위는 애초에 없었다.최대한 짧은 시간 안에 그들과 맞설 힘을 손에 넣지 못하면 싹이 트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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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율은 임채아에게 직접 물어본다고 해도 연정미가 방금 들려준 이야기에서 크게 다른 대답이 나오지는 않을 거라고 알았다.연정미 같은 사람은 영악한 만큼 선을 잘 지켰다.숨길 수는 있어도 아예 없는 말을 지어내지는 않았다.‘그런데 임채아라면...’하지율은 임채아를 떠올리는 순간, 마음 한구석이 묘하게 불편해졌다.임채아는 수단이 뛰어난 사람도 아니었고 머리가 그렇게 영리한 사람도 아니었다.그런데도 고지후와 주용화 두 사람 모두와 질기게 얽혀 있었다.그런 기분은 꼭 목에 생선 가시가 걸린 것 같았다.뱉어내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삼키지도 못하는 답답한 느낌이었다.만약 하지율의 인생에 정해진 천적이 있다면 그 사람이 꼭 연정미일 필요는 없었다.하지만 임채아만큼은 분명했다.하지율은 조용히 말했다.“사람마다 다 지나온 시간이 있잖아요. 화야 씨에게도 그런 시간이 있었겠죠. 그걸 이상하게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런 일들은 어디까지나 화야 씨 사생활이에요. 꼭 저한테까지 말해 줘야 하는 일도 아니고요.”연정미는 옅게 웃었다.“지율 씨 말도 맞아요. 그런데 지율 씨는 화야 씨 전처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도 모르고 두 사람이 어떤 시간을 함께 보냈는지도 모르잖아요. 혹시 그 여자가 화야 씨 곁에 누가 가까이 있는 걸 아주 불편해한다면 나중에 하지율 씨를 상대로 움직일 수도 있겠죠. 그러면 하지율 씨만 또 괜히 화를 입는 거 아닌가요? 예전에 임채아가 그랬던 것처럼요.”하지율은 대답하지 않았고 연정미도 더는 말을 보태지 않았다.연정미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하지율 씨한테 드릴 말씀은 다 드렸어요. 더는 방해하지 않을게요. 저는 먼저 갈게요.”방을 나서기 전, 연정미는 한 번 뒤돌아 하지율을 바라봤다.전에 사귄 여자는 늘 현재 곁에 있는 여자 마음속에 남는 가시 같은 존재였다.하물며 전 남편의 여자 때문에 결혼생활이 무너진 적이 있는 하지율이라면 더 그럴 수밖에 없었다.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는 법이니까.자기 방으로

  • 부자의 배신, 이혼만이 답이다!   제161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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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자의 배신, 이혼만이 답이다!   제1610화

    주용화는 웃으며 물었다.“연정미 씨, 아직도 저랑 이야기할 생각이 있으세요?”그 말에 연정미의 머릿속에는 지난번 몇 차례 불쾌했던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그래도 연정미는 미소를 거두지 않았다.“우리 사이에 오해가 좀 있는 것 같아서요. 오해는 풀고 싶어요.”주용화는 시간을 한번 확인하더니 말했다.“죄송하지만 오늘은 따로 할 일이 있어서요. 아마 시간 내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연정미는 이미 예상했다는 듯 조금도 기분 상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그럼 주용화 씨는 언제 시간이 되세요?”주용화는 잠시 생각하는 척하다가 대답했다.“글쎄요. 제가 언제 시간이 날지는 저도 잘 모르겠네요.”누가 들어도 더는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는 뜻이었다.연정미가 다시 뭔가 말을 꺼내려는 순간 엘리베이터 문이 천천히 열렸다.주용화는 그대로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그러자 연정미도 망설이지 않고 따라 들어갔고 아직 포기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주용화 씨, 전에 하셨던 말 아직도 유효한가요?”주용화는 연정미를 한번 힐끗 봤다.“제가 한 말이 워낙 많아서요. 연정미 씨가 어느 말을 두고 하시는 건지 잘 모르겠네요.”연정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제가 연경 그룹에서 손 떼면 더는 연씨 가문도 저도 건드리지 않겠다고 하셨잖아요.”주용화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설마 이번에도 제 말 끌어내서 녹음이라도 하려고 오신 건 아니겠죠?”그 말에 연정미의 얼굴에 걸려있던 웃음이 잠시 굳어 버렸다.연정미는 그동안 정말 많은 종류의 남자들을 봐 왔다.그런데 주용화처럼 무슨 말을 해도 먹히지 않고 조금도 틈을 주지 않는 남자는 처음이었다.지난번에는 주용화의 본색을 억지로라도 드러내게 만들겠다는 생각에 아예 판을 뒤집어 버렸다.사람들의 앞에서 주용화의 정체를 까발리며 자기 퇴로까지 없애 버렸었다.하지만 지금은 달랐다.연정미는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이제는 주용화가 자신을 더더욱 믿지 않을 게 분명했다.연정미가 조용히 말했다.“화야 씨, 제가 정말 연경 그룹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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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때 그도 이렇게 말했었다.“엄마, 채아 이모도 일부러 그런 건 아닌데 왜 항상 사람을 나쁘게만 생각하세요? 채아 이모에게 사과해야 해요.”하지율의 차가운 목소리에 고윤택은 정신을 차렸다.“윤택아, 넌 왜 항상 시온이를 그렇게 나쁘게만 생각해? 내가 알기로는 시온이는 종래로 너를 해친 적이 없어. 그런데 왜 시온이를 못살게 구는 거야?”고윤택은 감정을 통제할 수 없었다.“아니에요. 그런 게 아니라고요. 시온이는 항상 겉과 속이 다른 아이였어요. 일부러 그런 거라고요.”이때 유소린이 응급키트를 들고 들어왔는데 표정이 이상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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