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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作者: 초향
고지후와 임채아를 본 순간 유소린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고 두 눈에 혐오감이 가득 드러났다.

유소린이 차갑게 말했다.

“이 바이올린 안 팝니다, 우리.”

임채아가 눈썹을 살짝 찡그리더니 유소린의 옆에 서 있는 하지율을 쳐다보았다.

청순하고 아름다운 외모와 아담한 체구의 임채아와 달리 하지율은 단정하고 기품이 있었다.

전형적인 달걀형 얼굴에 눈썹과 눈매가 수려했고 아름다운 눈동자는 물결처럼 흔들렸는데 마치 미인도에서 튀어나온 고전적인 미녀처럼 기품이 우아했다.

하지율을 본 순간 임채아의 두 눈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그녀는 재빨리 하지율에게 다가가 간절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하지율 씨, 이 여름밤의 별이 혹시 지율 씨 친구의 건가요? 바이올린을 잠시 빌릴 수 있게 친구분한테 말 좀 잘해주면 안 될까요? 저랑 지후 이 바이올린 덕에 인연을 맺었거든요. 그때 제가 정원에서 연습하고 있었는데 지후가 제 연주 소리를 듣고 찾아왔고 그 후로 함께하게 되었어요... 지후는 제가 바이올린 켜는 걸 제일 좋아해요. 지율 씨, 제가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연주회를 성공적으로 열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어떻게든 마지막으로 노력해보고 싶어요.”

의도적인 건지 아닌지 임채아는 고개를 숙이고 목에 걸린 익숙한 목걸이를 보여주었다.

머리 위의 조명이 목걸이에 반사되어 눈이 부시게 반짝였다.

하지율은 눈을 찌푸렸다가 덤덤하게 말했다.

“이 세상에 죽는 사람이 매일 있어요. 그럼 제 앞에 나타난 불치병에 걸린 사람들을 제가 모두 맞춰주고 양보해야 하나요?”

이런 심한 말을 처음 들어본 듯 임채아의 눈시울이 갑자기 붉어졌다. 눈물이 눈가에 고여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았다.

고지후가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율, 겨우 바이올린 하나 가지고 이렇게까지 사람을 몰아세워야겠어? 원한다면 내가 하나 새로 사줄게.”

하지율이 그를 보며 말했다.

“그래. 겨우 바이올린 하나잖아. 채아 씨가 원하면 새로 하나 사줄 거지, 왜 하필 내 것을 가져가겠다는 건데?”

임채아가 옆에서 애원했다.

“지율 씨, 대체 어떻게 해야 빌려줄 건가요? 조건이 있다면 뭐든지 말해요.”

‘조건? 그래봤자 결국에는 지후 씨가 해결할 텐데.’

하지율은 소리 없는 미소를 지었다.

“채아 씨 우리 엄마가 남긴 물건을 아주 좋아하나 봐요? 우리 엄마 목걸이를 탐내더니 이젠 엄마의 바이올린까지 탐내는군요.”

임채아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무슨 말인지 도통 모르겠네요.”

알면서도 모른 척하는 임채아의 모습에 하지율은 속으로 싸늘하게 웃었다.

“이 여름밤의 별은 우리 엄마가 제게 남겨주신 거고 채아 씨가 목에 한 그 목걸이도 우리 엄마가 남겨주신 거예요.”

임채아의 얼굴이 갑자기 창백해졌다.

“죄송해요. 이게 지율 씨 어머니의 물건인 줄은 정말 몰랐어요... 어젯밤에 윤택이가 목걸이가 든 선물 상자를 가져왔어요. 전 지후가 저한테 주려고 준비한 선물인 줄 알고 그냥 했는데 지율 씨 어머니의 것이었다니...”

하지율이 가볍게 웃었다.

“이제라도 알았으면 그만 돌려줄래요?”

임채아는 목에 걸린 목걸이를 만지면서 입술을 가볍게 깨물더니 눈물을 글썽이며 고지후를 쳐다보았다.

“지후야, 지율 씨가 이렇게까지 말했는데... 이 목걸이 지율 씨한테 양보하는 게 좋겠어. 사소한 일로 지율 씨의 기분을 상하게 해선 안 되잖아.”

‘양보?’

그녀는 돌려준다는 말 대신 양보라고 했다. 그 말인즉슨 이 목걸이가 하지율 어머니의 것이라 할지라도 그녀의 것은 아니라는 뜻이었다.

단지 하지율이 달라고 해서 마음이 넓은 그녀가 양보한다는 것이었다.

고지후는 하지율이 그를 협박하려고 이혼 얘기를 꺼냈다고 생각했다. 가뜩이나 기분이 언짢았는데 임채아가 이렇게 말한 순간 표정이 더욱 차가워졌다.

“그럴 필요 없어.”

그의 목소리는 맑고 깨끗했다.

“너한테 줬으니까 이젠 네 거야.”

“하지만...”

임채아가 뭐라 더 말하려던 그때 고지후가 말을 가로채더니 덤덤하게 말했다.

“이미 준 건 다시 돌려줄 이유가 없어.”

임채아의 두 눈에 감동의 물결이 일렁거렸다.

하지율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었다가 이내 피식 웃었다.

“채아 씨가 제 바이올린을 빌리고 싶다고 했죠? 좋아요. 지후 씨가 저한테 부탁하면 고려해 볼게요.”

임채아의 두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고지후가 무서울 정도로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

“하지율, 적당히 해.”

그러자 하지율이 코웃음을 쳤다.

“난 지후 씨가 채아 씨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해줄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그건 또 아니네.”

예전에 하지율은 고지후가 임채아를 위해서라면 모든 걸 희생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보니 그가 희생할 수 있는 건 중요하지 않은 것들뿐이었다. 예를 들어 중요하지 않은 하지율...

모든 것을 알아차린 후 하지율의 마음은 더 이상 파도가 일지 않았다.

그녀는 옆에 멍하니 서 있는 점장을 돌아보며 말했다.

“제 기억이 맞다면 바이올린을 오늘까지 이 가게에 맡기기로 했는데... 바이올린을 내려주세요. 오늘 다시 가져가야겠어요.”

점장이 고지후의 안색을 조심스럽게 살피자 하지율이 눈썹을 치켜세웠다.

“왜요? 바이올린의 주인은 전데 바이올린을 가져갈 권리도 없는 건가요?”

“아니요, 아니요.”

점장이 급히 웃으며 말했다.

“지금 바로 돌려드리겠습니다.”

절차를 마친 후 하지율은 바이올린을 들더니 고지후와 임채아를 쳐다보지도 않고 떠났다.

고지후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면서 미간을 찌푸렸다. 임채아는 죄책감 가득한 표정으로 고개를 살짝 숙였다.

“어제 네가 지율 씨 생일을 챙겨주지 않아서 화난 게 분명해. 이게 다 내 몸이 좋지 않은 탓이야. 맨날 너한테 민폐만 되고.”

“너랑 상관없어.”

고지후는 시선을 거두고 담담하게 말했다.

“연주회 먼저 준비하고 있어. 여름밤의 별은 조만간 너한테 보낼게.”

임채아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지어졌다.

“알았어.”

...

그날 밤 고지후는 모처럼 시간 맞춰 집에 들어왔다. 하지만 평소처럼 밥상을 차려놓고 그를 기다리던 하지율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자 고윤택도 밥을 먹으러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그런데 텅 비어 있는 식탁을 보고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아빠, 엄마 오늘 저녁 안 차렸어요?”

매우 훌륭한 현모양처인 하지율은 지난 몇 년 동안 아내로서의 본분을 지켜왔다.

고지후는 그녀에게 별다른 감정이 없었지만 그래도 나름 만족했다.

고윤택의 위장이 약한 탓에 가려야 하는 음식이 많아 저녁 식사와 야식은 도우미에게 맡기지 않고 항상 하지율이 직접 만들었다.

낮에 있었던 일이 떠오른 고지후는 불쾌함을 드러내면서 입술을 씹었다.

‘이런 식으로 날 협박해서 통할 거라고 생각했다면 그건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한 건데.’

“신경 쓰지 마.”

고지후가 무덤덤하게 말했다.

“아빠랑 나가서 먹자.”

고윤택이 신난 얼굴로 손뼉을 쳤다.

“좋아요. 예쁜 누나도 불러서 같이 가요. 또 맛있는 솜사탕을 먹을 수 있겠네요.”

“솜사탕?”

고지후가 살짝 멈칫했다.

“네 엄마가 너 유당불내증이 있어서 솜사탕 못 먹는다고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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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자의 배신, 이혼만이 답이다!   제1639화

    “게다가 그 자리에 노아까지 있었으니 노아의 가문도 이 일에 끼어들었는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았다. 만약 몇몇 가문이 진짜로 손을 잡았다면 레일 가문을 무너뜨리는 것도 아주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연정미는 하지율 때문에 설마 자신까지 이런 식으로 불똥을 맞게 될 줄은 몰랐다.연정미는 낮게 말했다.“레일 공주님, 제 말을 믿어 주세요. 저는 절대 이슨 씨를 해칠 생각이 없었어요. 주씨 가문이 연경 그룹에 그런 혜택 계약을 준 것도 우리 연씨 가문 때문이 아니라 하지율 씨 때문이었어요.”연정미가 더 말을 잇기도 전에 수화기 너머로 레일 부인의 찢어지는 듯한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이슨아! 우리 아들...”그 순간, 연정미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레일 공주님, 설마 이슨 씨가...”레일 공주가 대답하기도 전에 연정미는 전화 너머로 의사의 무거운 목소리를 들었다.“국왕 폐하, 부인님, 저희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습니다. 부디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 합니다.”“툭!”그 말에 레일 공주의 휴대폰이 바닥으로 떨어졌다.레일 공주는 더 이상 연정미와 통화할 겨를도 없이 곧장 하얀 천이 덮인 이슨 곁으로 무너져 내려가듯 달려가더니 오열하기 시작했다.“오빠, 미안해... 다 내 탓이야. 내가 오빠를 죽였어...”레일 국왕도 역시 큰 충격을 받은 듯 몸을 비틀거렸고 순식간에 십 년은 늙어 버린 사람처럼 보였다.그런데 침대 곁에 무릎 꿇고 울고 있는 레일 공주를 보던 레일 국왕은 끝내 분노를 참지 못했다.레일 국왕은 손을 번쩍 들어 레일 공주 뺨을 그대로 후려쳤다.“전부 네 탓이야. 네가 연씨 가문 그 불온한 여자한테 괜히 접근하지만 않았어도 이슨은 죽지 않았을 거야.”레일 국왕의 목소리는 분노로 갈라지고 있었다.“그 여자는 이슨도 꼬시고 주씨 가문 가주까지 꼬셔 놓았어. 어쩌면 주씨 가문의 가주가 이슨이 연정미를 아내로 맞으려 한다는 걸 알고 분노해서 경쟁자를 없애 버린 걸지도 모르지.”레일

  • 부자의 배신, 이혼만이 답이다!   제1638화

    연정미는 순간 자기 귀를 의심했다.“목숨이 위태롭다고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레일 공주는 흐느끼며 말했다.“오빠가 심장에 총을 맞았어요. 지금 수술실에서 응급수술 중인데 의사 말로는 살릴 가능성이 크지 않대요... 오빠가... 오빠가 정말 못 버틸 수도 있어요.”연정미는 숨이 턱 막혔다.“어떻게 이런 일이 생겨요? 멀쩡하던 이슨 씨가 왜 총을 맞아요?”레일 공주가 연정미에게 전화를 건 건, 그만큼 너무 당황했기 때문이었다.유소린을 납치하지 않았더라면 레일 공주는 자기 오빠도 죽을 일은 없었을 거라고 생각했다.레일 공주는 횡설수설하며 사건 경위를 대략 설명했다.“오빠는 하지율한테 총 한 발 맞고 그다음에는 주씨 가문 가주 주용화한테 심장을 맞았어요. 엄마는 충격을 받아서 쓰러졌고 아빠는 완전히 분노해서 절대 그 사람들하고 연씨 가문까지도 가만두지 않겠다고 했어요.”그 말에 연정미의 눈꺼풀이 미세하게 떨렸다.불길한 예감이 등골을 스치자 연정미가 물었다.“하지율이 연씨 가문 출신이라서 레일 국왕이 연씨 가문까지 같이 원망하는 건가요?”그러자 레일 공주가 대답했다.“그런 이유도 있긴 한데 아빠는 더 멀리 보고 있어요. 이번 일 자체가... 연씨 가문이랑 주용화가 손잡고 짠 판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해요.”연정미는 아무리 머리가 빨라도 이 순간만큼은 바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손잡고 짰다고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레일 공주는 울먹이며 말했다.“아빠는 정미 씨가 저를 구한 것도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처음부터 사람이 손댄 일이었다고요.”레일 공주는 숨을 고르며 계속 말했다.“하지율이 D국에 나타난 것도 노아랑 그렇게 가깝게 얘기한 것도 전부 우리를 끌어들이기 위한 미끼였다고 생각해요. 게다가 얼마 전에 연경 그룹이 주씨 가문이랑 큰 계약 맺었잖아요. 그것도 주씨 가문이 거의 퍼주다시피 한 계약이었고요.”레일 공주의 목소리는 더 떨렸다.“아빠는 세상에 이유 없이 주는 공짜 같은 건 없다고 말했어요. 분명 연씨 가문이랑 주씨 가

  • 부자의 배신, 이혼만이 답이다!   제1637화

    하지율은 주용화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대신 노아를 바라봤다.“노아 씨, 소린이를 부탁드려요.”그리고 곧장 강원희와 나현우를 향해 말했다.“두 분은 무슨 일이 있어도 소린을 끝까지 잘 지켜 주세요. 궁을 빠져나가면 바로 공항으로 가세요. 공항 쪽에는 이미 전용기를 준비해 뒀어요.”하지율은 숨을 돌릴 틈도 없이 말을 이었다.“먼저 출발하세요. 저랑 화야 씨를 기다리지 마세요. 괜히 다 같이 D국에 발이 묶이면 더 위험해요. 제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되더라도 그때 두 분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편이 더 나아요.”유소린은 눈물을 머금은 채 하지율을 바라봤다.“지율아...”하지율은 조용히 유소린을 달랬다.“내 걱정은 하지 마. 여기에는 화야 씨도 있잖아.”유소린은 주용화 쪽을 한 번 더 바라봤다.유소린도 알고 있었다.이런 상황에서 유소린은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했다.괜히 남아 있으면 하지율의 발목만 잡게 될 터였다.유소린은 이를 악물고 강원희와 나현우에게 말했다.“가요.”노아는 아직도 뭔가 더 말하고 싶은 듯했지만 하지율의 단호한 표정을 보고는 결국 길게 한숨을 내쉬었고 유소린 일행을 데리고 자리를 떴다.상황이 너무 갑작스럽게 터진 탓에 레일 가문은 전혀 대비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이슨은 목숨이 위태로운 채 급히 수술실로 옮겨졌고 레일 부인은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졌다.순식간에 궁 전체가 아수라장이 됐다.레일 국왕은 궁을 전면 봉쇄하고 수상한 외부인을 철저히 색출하라고 명령했다.하지만 정작 레일 국왕 본인은 수술실 앞을 지키느라 자리를 뜰 수 없었다.이슨의 수술 결과를 기다리느라 전체 상황을 직접 통제할 여유가 없었다.게다가 유소린과 하지율이 따로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눈에 띄는 표적도 더 분산됐다.그래서 오히려 더 주목을 덜 받게 되었다.유소린 일행은 무사히 궁을 빠져나왔고 별다른 문제 없이 공항에도 도착했다.비행기가 이륙한 뒤에도 유소린은 아직 현실감이 제대로 들지 않았다.마치 아직도 꿈속에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 부자의 배신, 이혼만이 답이다!   제1636화

    주용화는 짧게 대답했다.“좋아요.”하지만 하지율의 시선은 여전히 이슨 쪽에 고정되어 있었다.하지율은 머릿속으로 이슨을 인질로 잡은 채, 궁전에서 빠져나갈 가능성이 얼마나 될지를 빠르게 생각하고 있었다.바로 그 순간이었다.모두 시선이 하지율과 이슨에게 쏠려 있던 찰나 갑자기 총성이 터졌다.“탕!”총알 한 발이 곧장 이슨의 심장 부근에 박혀 들어갔다.너무도 갑작스러운 상황에 주변 사람들은 전부 얼어붙었다.하지율은 이슨과 너무 가까이 서 있었기에 몸에 피가 튀었다.검은 셔츠에 검은 바지를 입은 남자는 빛이 닿지 않는 어두운 구석에 서 있었다.손에는 소음기가 달린 권총이 들려 있었고 총구 끝에서는 아직도 희뿌연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남자의 얼굴은 싸늘할 만큼 담담했고 감정 따위는 조금도 없는 진짜 살인자 같은 표정이었다.레일 공주는 비명을 질렀다.“꺄악!”레일 부인은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그대로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그나마 이성을 붙잡고 있던 건 레일 국왕뿐이었다.레일 국왕은 목이 터지도록 외쳤다.“의사, 어서 의사 불러!”하지율은 아직도 넋이 나간 채 멍하니 서 있는 노아를 밀면서 낮게 말했다.“빨리 가요.”그제야 노아는 정신이 번쩍 든 듯 몸을 움직였고 혼란을 틈타 재빨리 그 자리를 빠져나갔다.유소린은 이런 식의 생사 갈림길을 처음 겪는 터라 완전히 넋이 나가 있었고 얼굴에는 핏기라곤 하나도 없었다.강원희와 나현우가 양옆에서 붙잡아 주지 않았다면 유소린은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을지도 몰랐다.유소린은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저 이슨이라는 사람은... 죽은 거예요?”주용화는 한 손으로 유민재에게 전화를 걸면서도 담담하게 답했다.“아직은 아닙니다. 하지만 심장을 다쳤으니 오래 버티지는 못할 겁니다.”노아는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주용화를 바라봤다.평소와 달리 얼굴은 심각하기 짝이 없었다.“이슨은 다음 국왕이 될 사람인데... 이렇게 덜컥 쏴 버리면 일이 엄청나게 커질 거예요. 레일 가문이 절대 가만있지 않을

  • 부자의 배신, 이혼만이 답이다!   제1635화

    “저도 한번 보고 싶습니다. 왕자님께서 몇 번 보지도 않은, 게다가 결혼할 의사가 있는지도 불분명한 여자를 위해... 저를 쏘실 수 있을지요.”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레일 왕자는 굳어버렸다.그때였다.문 쪽에서 낮고 단호한 호통이 터져 나왔다.“이슨, 지금 뭐 하는 짓이냐! 당장 풀어주거라!”모두가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레일 국왕과 레일 부인이 다급하게 걸어오고 있었다.두 사람의 곁에는 눈에 띄게 수려한 외모의 젊은 남자가 함께 서 있었다.손발이 묶인 채 바닥에 앉아 있던 유소린은 그 남자를 보자마자 눈빛이 확 밝아졌다.“화야 씨!”주용화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시선은 곧장 하지율에게 향했다.하지율의 머리에 총구가 겨눠져 있었다.길게 드리운 속눈썹이 천천히 내려앉으며, 눈동자 깊은 곳에 스친 살기를 감췄다.레일 왕자는 여전히 총을 내리지 않은 채 말을 이었다.“아버지, 어머니, 이 여자를 놓아주면 안 됩니다! 이 여자가 쥐고 있는 건 연경 그룹 초기 지분입니다. 거기에 주요 첨단 기업들에 대한 영향력까지 가지고 있습니다. 연경 그룹 내부는 이미 균열이 있습니다. 이 여자가 사라진다고 해도 연씨 가문은 쉽게 움직이지 못할 겁니다.”레일 왕자의 눈빛에 광기가 번뜩였다.“게다가 정미 씨는 엘리를 살린 은인입니다. 이 기회를 이용하면 자연스럽게 연씨 가문과 인연을 맺을 수 있을 겁니다. 하지율을 인질로 삼아 정미 씨를 밀어 올리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건 상상 이상입니다.”레일 왕자의 말 속에 담긴 의미는 가볍지 않았다.레일 국왕과 레일 왕비도 그의 의도를 단번에 읽어냈다.레일 왕자가 연정미와의 혼인을 원하는 이유는 연씨 가문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었다.그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는 이해 못 할 바도 아니었다.연정미가 보유한 연씨 가문의 지분은 여러 명문가 자제들 사이에서도 결코 적지 않았다.혼인을 통해 처가의 지원을 얻는 것보다 차라리 처가 전체를 손에 넣는 편이 훨씬 확실한 방법이었다.레일 왕자는 야심을 채우기

  • 부자의 배신, 이혼만이 답이다!   제1634화

    레일 공주는 그 말을 듣고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그리고 시선이 천천히 하지율의 얼굴로 향했다.“오빠, 도대체 무슨 얘기야? 이 여자가 정미 씨를 어떻게 괴롭혔다는 건데?”레일 공주는 하지율과 연정미 사이의 일을 알지 못했다.연정미와 레일 공주가 알게 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기에, 그런 이야기를 꺼낼 만한 사이도 아니었다.이슨이 비웃듯 입꼬리를 비틀었다.“연씨 가문으로 돌아온 뒤로 정미 씨가 맡고 있던 거래처를 하나씩 가로챘대. 얼마 전에는 언론에서 자기 약점 파기 시작하니까 시선 돌리려고 정미 씨를 끌어다 방패로 세웠고. 그전에는 경호원 시켜서 정미 씨 차까지 망가뜨린 일도 있었지.”이슨은 과거에 있었던 일을 하나하나 짚어 나갔다.연정미에 대해 이미 상당히 자세히 파악하고 있는 눈치였다.연정미는 막 알게 된 왕실 남매에게 먼저 하소연할 만큼 경솔한 성격은 아니었다.다만 레일 공주의 목숨을 구해준 은인이라는 이유만으로도 레일 왕자가 가만히 있을 리는 없었다. 그가 따로 조사를 진행한 것이 분명했다.레일 왕자의 시선이 점점 더 싸늘해졌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노아의 얼굴이 굳어졌다.레일 왕자가 어떤 사람인지, 노아도 잘 알고 있었다.후계자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형제에게까지 손을 썼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었다. 무엇보다 레일 공주처럼 쉽게 말로 설득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노아가 곧바로 입을 열었다.“이슨, 이건 분명 오해야. 지율 씨가 그런 일을 할 사람이...”말이 끝나기도 전에 하지율이 끊어냈다.“맞아요. 전부 제가 한 일입니다.”순간, 주변 공기가 얼어붙었다. 모두의 시선이 동시에 하지율에게 쏠렸다.하지율은 입가에 옅은 미소를 보이며 당차게 말을 이었다.“제가 연씨 가문으로 돌아온 게, 권력 다툼을 피하려는 목적이라고 보십니까? 아니면 자매 사이의 정이라도 나누러 왔겠습니까?”말끝이 차분하게 이어졌다.“거래처를 가로챘다고요? 공정하게 경쟁한 결과입니다. 실력이 부족해서 밀린 것을, 왜 ‘가로챘다’라고 표현합니까

  • 부자의 배신, 이혼만이 답이다!   제33화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살고자 하는 본능에 따라 고지후에게 전화를 걸었다.위험에 빠져서인지 하지율의 감각이 그 어느 때보다 예민해져 있었다. 익숙한 벨 소리가 그에게서 들려왔다.손바닥에 식은땀이 흘러 축축하고 끈적거려 매우 불쾌했다.하지율은 고지후가 떠나는 방향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저도 모르게 휴대폰을 꽉 쥐었다.그때 고지후가 갑자기 발걸음을 멈췄다.비록 이미 오래전에 그에 대한 마음을 접었지만 생사가 오가는 이 순간 하지율은 심장이 미친 듯이 날뛰었다.휴대폰을 꺼내 하지율의 전화인 걸 확인하자마자 고지후의 눈빛이 깊어졌

  • 부자의 배신, 이혼만이 답이다!   제34화

    고지후는 문득 임채아의 교통사고 현장에서 하지율에게서 전화가 왔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다만 당시 급박한 상황이라 전화를 받을 시간이 없어 그냥 끊어버렸다. 그 생각에 다시 전화를 걸었다.뚜, 뚜, 뚜...통화연결음이 오랫동안 울렸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다. 자동으로 끊어지자 고지후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그는 몇 번이고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여전히 받는 사람이 없었다.‘낮에 내가 전화를 끊었다고 삐쳐서 일부러 이러는 거야? 하준이 말이 맞아. 역시 여자는 너무 오냐오냐하면 안 돼. 아무래도 내가 너무 봐줬어. 이러니까 자꾸

  • 부자의 배신, 이혼만이 답이다!   제54화

    임채아가 눈가의 눈물을 훔쳤다.“전에 하준이한테서 들었는데 지율 씨가 윤택이는 신경도 안 쓰고 남자 만나러 술집에 갔다고 하더라고. 게다가... 요즘 이상하게 행동하잖아. 그래서 너한테 더 신경 쓰게 하려고 지율 씨를 일부러 자극했던 거야. 더는 그렇게 행동하지 말라고.”장하준이 옆에서 거들었다.“이번에 하지율이 너무 심하긴 했어. 채아는 그렇다 쳐도 너랑 윤택이 생각은 했어야지. 인터넷을 싹 다 뒤집어놔서 지금 모든 사람들이 두 사람의 관계가 안 좋다는 걸 알고 고성 그룹 주가까지 흔들리고 있어. 정말 속이 시커먼 여자야!”

  • 부자의 배신, 이혼만이 답이다!   제17화

    남자아이가 하지율을 올려다보며 다시 말했다.“저를 치셨으니까 책임지세요.”하지율은 아이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그럼 병원에 같이 갈래?”남자아이는 잠깐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율이 또 물었다.“부모님한테 먼저 연락해야지 않을까?”그런데 이번에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힘껏 내저었다. 거부감을 아주 뚜렷하게 드러냈다.그 모습에 그녀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혹시 집에서 학대를 받아서 부모님한테 연락하기 싫어하는 건가? 우선 병원에 가서 검사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혹시 심각한 상처라도 발견되면 경찰에 신고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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