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3화

Author: 초향
고지후와 임채아를 본 순간 유소린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고 두 눈에 혐오감이 가득 드러났다.

유소린이 차갑게 말했다.

“이 바이올린 안 팝니다, 우리.”

임채아가 눈썹을 살짝 찡그리더니 유소린의 옆에 서 있는 하지율을 쳐다보았다.

청순하고 아름다운 외모와 아담한 체구의 임채아와 달리 하지율은 단정하고 기품이 있었다.

전형적인 달걀형 얼굴에 눈썹과 눈매가 수려했고 아름다운 눈동자는 물결처럼 흔들렸는데 마치 미인도에서 튀어나온 고전적인 미녀처럼 기품이 우아했다.

하지율을 본 순간 임채아의 두 눈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그녀는 재빨리 하지율에게 다가가 간절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하지율 씨, 이 여름밤의 별이 혹시 지율 씨 친구의 건가요? 바이올린을 잠시 빌릴 수 있게 친구분한테 말 좀 잘해주면 안 될까요? 저랑 지후 이 바이올린 덕에 인연을 맺었거든요. 그때 제가 정원에서 연습하고 있었는데 지후가 제 연주 소리를 듣고 찾아왔고 그 후로 함께하게 되었어요... 지후는 제가 바이올린 켜는 걸 제일 좋아해요. 지율 씨, 제가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연주회를 성공적으로 열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어떻게든 마지막으로 노력해보고 싶어요.”

의도적인 건지 아닌지 임채아는 고개를 숙이고 목에 걸린 익숙한 목걸이를 보여주었다.

머리 위의 조명이 목걸이에 반사되어 눈이 부시게 반짝였다.

하지율은 눈을 찌푸렸다가 덤덤하게 말했다.

“이 세상에 죽는 사람이 매일 있어요. 그럼 제 앞에 나타난 불치병에 걸린 사람들을 제가 모두 맞춰주고 양보해야 하나요?”

이런 심한 말을 처음 들어본 듯 임채아의 눈시울이 갑자기 붉어졌다. 눈물이 눈가에 고여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았다.

고지후가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율, 겨우 바이올린 하나 가지고 이렇게까지 사람을 몰아세워야겠어? 원한다면 내가 하나 새로 사줄게.”

하지율이 그를 보며 말했다.

“그래. 겨우 바이올린 하나잖아. 채아 씨가 원하면 새로 하나 사줄 거지, 왜 하필 내 것을 가져가겠다는 건데?”

임채아가 옆에서 애원했다.

“지율 씨, 대체 어떻게 해야 빌려줄 건가요? 조건이 있다면 뭐든지 말해요.”

‘조건? 그래봤자 결국에는 지후 씨가 해결할 텐데.’

하지율은 소리 없는 미소를 지었다.

“채아 씨 우리 엄마가 남긴 물건을 아주 좋아하나 봐요? 우리 엄마 목걸이를 탐내더니 이젠 엄마의 바이올린까지 탐내는군요.”

임채아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무슨 말인지 도통 모르겠네요.”

알면서도 모른 척하는 임채아의 모습에 하지율은 속으로 싸늘하게 웃었다.

“이 여름밤의 별은 우리 엄마가 제게 남겨주신 거고 채아 씨가 목에 한 그 목걸이도 우리 엄마가 남겨주신 거예요.”

임채아의 얼굴이 갑자기 창백해졌다.

“죄송해요. 이게 지율 씨 어머니의 물건인 줄은 정말 몰랐어요... 어젯밤에 윤택이가 목걸이가 든 선물 상자를 가져왔어요. 전 지후가 저한테 주려고 준비한 선물인 줄 알고 그냥 했는데 지율 씨 어머니의 것이었다니...”

하지율이 가볍게 웃었다.

“이제라도 알았으면 그만 돌려줄래요?”

임채아는 목에 걸린 목걸이를 만지면서 입술을 가볍게 깨물더니 눈물을 글썽이며 고지후를 쳐다보았다.

“지후야, 지율 씨가 이렇게까지 말했는데... 이 목걸이 지율 씨한테 양보하는 게 좋겠어. 사소한 일로 지율 씨의 기분을 상하게 해선 안 되잖아.”

‘양보?’

그녀는 돌려준다는 말 대신 양보라고 했다. 그 말인즉슨 이 목걸이가 하지율 어머니의 것이라 할지라도 그녀의 것은 아니라는 뜻이었다.

단지 하지율이 달라고 해서 마음이 넓은 그녀가 양보한다는 것이었다.

고지후는 하지율이 그를 협박하려고 이혼 얘기를 꺼냈다고 생각했다. 가뜩이나 기분이 언짢았는데 임채아가 이렇게 말한 순간 표정이 더욱 차가워졌다.

“그럴 필요 없어.”

그의 목소리는 맑고 깨끗했다.

“너한테 줬으니까 이젠 네 거야.”

“하지만...”

임채아가 뭐라 더 말하려던 그때 고지후가 말을 가로채더니 덤덤하게 말했다.

“이미 준 건 다시 돌려줄 이유가 없어.”

임채아의 두 눈에 감동의 물결이 일렁거렸다.

하지율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었다가 이내 피식 웃었다.

“채아 씨가 제 바이올린을 빌리고 싶다고 했죠? 좋아요. 지후 씨가 저한테 부탁하면 고려해 볼게요.”

임채아의 두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고지후가 무서울 정도로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

“하지율, 적당히 해.”

그러자 하지율이 코웃음을 쳤다.

“난 지후 씨가 채아 씨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해줄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그건 또 아니네.”

예전에 하지율은 고지후가 임채아를 위해서라면 모든 걸 희생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보니 그가 희생할 수 있는 건 중요하지 않은 것들뿐이었다. 예를 들어 중요하지 않은 하지율...

모든 것을 알아차린 후 하지율의 마음은 더 이상 파도가 일지 않았다.

그녀는 옆에 멍하니 서 있는 점장을 돌아보며 말했다.

“제 기억이 맞다면 바이올린을 오늘까지 이 가게에 맡기기로 했는데... 바이올린을 내려주세요. 오늘 다시 가져가야겠어요.”

점장이 고지후의 안색을 조심스럽게 살피자 하지율이 눈썹을 치켜세웠다.

“왜요? 바이올린의 주인은 전데 바이올린을 가져갈 권리도 없는 건가요?”

“아니요, 아니요.”

점장이 급히 웃으며 말했다.

“지금 바로 돌려드리겠습니다.”

절차를 마친 후 하지율은 바이올린을 들더니 고지후와 임채아를 쳐다보지도 않고 떠났다.

고지후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면서 미간을 찌푸렸다. 임채아는 죄책감 가득한 표정으로 고개를 살짝 숙였다.

“어제 네가 지율 씨 생일을 챙겨주지 않아서 화난 게 분명해. 이게 다 내 몸이 좋지 않은 탓이야. 맨날 너한테 민폐만 되고.”

“너랑 상관없어.”

고지후는 시선을 거두고 담담하게 말했다.

“연주회 먼저 준비하고 있어. 여름밤의 별은 조만간 너한테 보낼게.”

임채아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지어졌다.

“알았어.”

...

그날 밤 고지후는 모처럼 시간 맞춰 집에 들어왔다. 하지만 평소처럼 밥상을 차려놓고 그를 기다리던 하지율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자 고윤택도 밥을 먹으러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그런데 텅 비어 있는 식탁을 보고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아빠, 엄마 오늘 저녁 안 차렸어요?”

매우 훌륭한 현모양처인 하지율은 지난 몇 년 동안 아내로서의 본분을 지켜왔다.

고지후는 그녀에게 별다른 감정이 없었지만 그래도 나름 만족했다.

고윤택의 위장이 약한 탓에 가려야 하는 음식이 많아 저녁 식사와 야식은 도우미에게 맡기지 않고 항상 하지율이 직접 만들었다.

낮에 있었던 일이 떠오른 고지후는 불쾌함을 드러내면서 입술을 씹었다.

‘이런 식으로 날 협박해서 통할 거라고 생각했다면 그건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한 건데.’

“신경 쓰지 마.”

고지후가 무덤덤하게 말했다.

“아빠랑 나가서 먹자.”

고윤택이 신난 얼굴로 손뼉을 쳤다.

“좋아요. 예쁜 누나도 불러서 같이 가요. 또 맛있는 솜사탕을 먹을 수 있겠네요.”

“솜사탕?”

고지후가 살짝 멈칫했다.

“네 엄마가 너 유당불내증이 있어서 솜사탕 못 먹는다고 했는데.”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atest chapter

  • 부자의 배신, 이혼만이 답이다!   제228화

    단종건의 아내는 10년 전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아내가 죽은 후, 단종건은 단씨 가문을 떠나 이 낡은 한의원을 지키며 홀로 살았고 날이 갈수록 성격이 괴팍해져 갔다.이곳은 너무 외진 데다 낡은 건물뿐이라 병원을 찾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게다가 단종건의 성격이 괴팍해 간신히 찾아온 몇 안 되는 환자들도 모두 그의 태도에 화를 내며 떠나갔다.꼬박 1년 동안 단종건은 단 한 명의 환자도 받지 못했다.하지만 그는 상관하지 않았다. 여기로 이사 온 목적도 사람들을 치료하기 위함이 아니었으니까. 그는 아내와의 아름다운 추억을 지키기 위해 이곳에 머문 것이었다.그러나 뛰어난 의술 때문에 그는 어디에 있든 매몰되지 않았다. 그의 명의라는 명성이 결국 널리 퍼져 나갔다.그리고 그는 하지율을 만났다.그는 그 긴 세월을 살며 수많은 사람을 보아왔지만 하지율처럼 고집스럽고 노력하는 젊은 여자는 처음이었다.그렇다. 그녀에게 그런 끈기가 없었다면 그 무책임한 남편을 그렇게 오래 참지도 못했을 것이다.하지율은 한가할 때마다 종종 한의원을 찾아와 그를 보살피며 직접 만든 간식을 가져왔다.단종건은 평범한 노인들처럼 선물을 받으면 맛이 있든 없든 고맙다고 입에 발린 인사를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맛이 없으면 그는 즉시 하지율에게 돌려주며 이렇게 맛없는 물건은 개도 먹지 않는다고 비난했다.그러나 번마다 하지율은 화내지 않고 부드럽게 물었다.“어르신. 그럼 어떤 맛을 좋아하세요? 다음에 주의할게요.”단종건은 사양하지 않고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모두 하지율에게 알려줬다.하지율은 단종건을 위해 특별히 수첩을 만들어 단종건의 모든 취향을 정리해두었다.점차 하지율은 단종건이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되었다.날이 추워져 고윤택에게 장갑을 만들어줄 때 단종건에게도 만들어주었다.하지율에게 있어 단종건은 할아버지 같은 존재였다.입에 칼을 머금은 것처럼 독설을 내뱉었지만 마음은 가장 따뜻했다.단종건도 하지율이 진심으로 자신을 잘 대해준다는 걸 알고 있었다.

  • 부자의 배신, 이혼만이 답이다!   제227화

    “이 여자가... 도대체 누구한테서 배운 건지 정말 끝이 없네.”고지후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나와 이혼하겠다고 했어.”장하준은 듣자마자 눈을 흘겼다.“이혼하겠다고 말한 지가 언제인데 한 번이라도 이혼했어? 매번 같은 구실로 협박하다니. 하지율은 지겹지도 않은가 본데 나는 벌써 지쳤어.”“방금 너에게 구청에 가서 이혼하자고 한 건... 네가 데이트에 안 나왔으니 일부러 그런 거야. 네가 그날 정말 만나러 갔으면 이혼에 관해 얘기하지도 않았을 거야.”“특히 지금은 이혼 숙려기간도 생겼고 예약제로 진행되어 이혼 절차를 받는 것도 번호를 받아야 해.”“내 친구 하나는 며칠 전에 아내랑 이혼 숙려기간 신청하러 갔다가 번호가 떨어져 받지 못했어. 이혼 숙려기간을 예약하는 것만도 벌써 다음 달까지 꽉 차 있더라.”“거기에 숙려기간 한 달까지 더하면... 적어도 넉 달은 걸려.”“하지율이 지금 이혼이 쉽지 않다는 걸 알고 일부러 겁주는 거야.”장하준이 끝없는 잔소리에 고지후가 한마디 했다.“이미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어.”장하준은 잠시 멍해지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더니 곧 더 큰 소리로 웃었다.“지후야, 너 진짜로 믿은 거야? 법원을 통해 이혼하려면 더 오래 결려! 세상에, 하지율은 연기 베테랑 같아. 네 주의력을 끌려고 수단을 가리지 않네. 이젠 이런 꼼수를 부리는 거야?”고지후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잘생긴 얼굴에 일말의 긴장한 기색이 스쳤다.‘정말 연기일까? 만약 연기라면 너무 리얼하잖아.’장하준은 너무 웃어 눈물이 날 지경이였다. 고지후가 눈살을 찌푸리고 생각에 잠긴 모습을 지켜보다가 그는 그네야 웃음을 멈추고 말했다.“됐어. 지후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마. 이미 법원에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며? 거짓말이 아니라면 넌 곧 법원의 전화를 받게 될 거야. 만약 전화를 받지 못했다면 하지율이 또 널 속이는 거야.”고지후는 시선을 돌리며 더는 말하지 않았다....한의원으로 돌아온 하지율은 정시온과 임채아가 다양한 약재를 구분하는 법을

  • 부자의 배신, 이혼만이 답이다!   제226화

    자신이 잘못했음을 알았는지 고지후의 말투는 평소와 달리 차갑지 않았다.“그날 채아가 검진을 받아 난 정말 떠날 수 없었어.”하지율의 얼굴에는 비웃는 표정이 가득했다.“떠날 수 없다면 나에게 연락해서 알려줄 수도 있었잖아? 그리고 당신은 오전에 약속을 어기면서 오후에 꼭 오겠다고 했어. 하지만 오후에도 안 왔고 문자도 없었어. 지후 씨, 대기업 대표인 당신이 약속을 어기는 거야? 그러고도 사내자식이라고 할 수 있어?”하지율의 눈빛과 말투는 칼날처럼 날카로웠고 압도적인 기세가 느껴졌다. 평소의 온화하고 순종적인 그녀의 모습과는 완전히 달랐는데 보는 사람이 불편함을 느끼게 했다.고지후의 눈빛이 차가워지며 목소리도 낮아졌다.“하지율, 이제 그만 억지 부려. 넌 이렇게 억지 부리는 사람이 아니었어.”하지율은 마치 우스갯소리를 들은 것처럼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당신이 몇 번이나 약속을 어겼으면서 내가 억지 부린다고 해? 지후 씨, 당신는 협력 파트너들도 이런 식으로 대하는 거야? 네가 약속을 어기고 나타나지도 않았어. 파트너가 너에게 설명을 요구하면 넌 오히려 상대방이 억지 부린다고 할 수 있어?”고지후의 눈동자가 어두워졌다.“하지율, 넌 내 아내이자 가장 가까운 사람이야. 난 네가 외부인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해.”하지율의 얼굴은 엄동설한보다 더 차갑게 느껴졌다. 그녀는 비웃으며 말했다.“입에 발린 말만 하지 마. 아내? 너에게 가장 가까운 사람이라고? 고지후, 넌 이런 말을 할 염치가 있어? 네 엄마도 이 세상에서 너와 가장 가까운 사람이야. 네 엄마에게도 나처럼 함부로 약속을 어기고 함부로 대할 수 있어?”하지율은 고지후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또박또박 말했다.“나는 당신이 부르면 오고, 내치면 버려지는 쓰레기통일 뿐이야. 장담하건대 네가 이렇게 함부로 대하는 건 나밖에 없을 거야.”고지후는 잠시 멍해졌다.그렇다. 하지율 외에는 정말 아무에게도 이런 식으로 대하지 않았다.그가 무슨 일을 하든 그녀는 결국 이해해주고 그를 괴롭히지 않을

  • 부자의 배신, 이혼만이 답이다!   제225화

    ‘숨겨진 병이라고?’하지율은 이 말을 듣고 장하준을 자세히 살펴보지 않을 수 없었다.장하준은 체면이 깎이는 일을 대놓고 들춰지자 당황해서 버럭 화를 냈다.“선생님, 허튼소리 하지 마세요.”단종건이 말했다.“젊은이, 병을 숨기고 치료를 거부하면 안 돼. 병이 있으면 빨리 치료해야 하네. 아니면 나중에 땅을 치며 후회할 거야.”장하준이 계속 말하려 하자 임채아가 막았다.“선생님께서 저의 병을 고쳐줄 수 있다면 저는 기꺼이 여기에 남겠어요.”목숨과 허드레 있을 하는 것 중에서 어느 것이 더 중요한가? 아마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어떻게 선택할지 알 것이다.임채아가 더는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 의심을 살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이 명의라는 분은 그저 허풍만 떨 뿐 실속이 없다고 생각했다.처음부터 그녀의 병을 확인하지도 않고 불치병을 고칠 수 있다고 했으니 말이다.그녀의 맥을 짚어본 후 같은 말을 반복해서야 임채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마음속으로는 단종건을 경멸했다.‘명의라고? 사기꾼일 뿐이지. 나중에 기회가 되면 이 늙은 사기꾼을 매수해 협력할 생각이었는데 뜻밖에도 하지율과 아는 사이일 줄이야. 다행히 진짜 실력은 없어 보여. 하지만...’임채아의 두 눈에 어두운 빛이 스쳤다.‘어쩔 수 없이 또 그 사람에게 도움을 청해야겠네.’단종건은 고개를 끄덕이며 장하준과 고지후를 바라보았다.“사내라는 놈이 여자보다 분별력이 없어. 부끄럽지도 않아?”단종건이 두 사람을 향해 손을 저었다.“오늘을 첫날로 치겠으니 별일 없으면 그만 가봐.”고지후는 일정이 바빠 임채아를 한의원에 데려다준 것만으로도 시간을 짜낸 것이었다.그는 시간을 확인하더니 장하준에게 말했다.“다른 일이 없으면 나 먼저 갈게.”장하준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넌 먼저 가. 난 여기서 채아를 지킬게.”고지후가 떠나려 할 때 하지율이 갑자기 불렀다.“지후 씨, 난 너와 할 말이 있어.”고지후는 또 시간을 확인하며 미간을 찌푸렸다.“난 시간이 없어. 다음에 얘기해.”

  • 부자의 배신, 이혼만이 답이다!   제224화

    그는 단종건이 그들에게 적의를 품고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그저 이상하게 생각하며 그의 성격이 괴팍한 줄로만 알았는데 지금 여기서 하지율을 보니 모든 것이 명확해졌다.장하준이 잠시 바라보다가 이제야 알겠다는 듯 말했다.“아, 이제야 알겠네요. 선생님은 어제부터 일부러 트집을 잡은 거죠?”“일부러 트집을 잡는다고?”단종건의 얼굴이 차가워지며 코웃음을 쳤다.“이곳은 무례하고 싸움질하러 온 사람은 환영하지 않아. 병 보러 왔으면서 체면만 차리려 하다니? 너희들에게 몇 마디 했다고 트집을 잡는다고 해? 어제 심한 말도 안 했어. 그때 지율이가 시어머니를 위해 약 구하러 왔을 땐 난 더 심하게 굴었어.”단종건은 고개를 돌려 고지후를 바라봤다.“그리고 너! 내가 왜 네 신분을 알아야 해? 지난 2년 동안 지율이가 네 어머니를 위해 약을 구하러 왔을 때 넌 한 번이라도 왔었나?”“아예 얼굴 한 번 내밀지 않았는데 내가 어찌 네가 어디서 굴러온 사람인지 알겠어? 전세계 사람들이 다 너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 어이없는 소리만 하네!”단종건은 말하면 말할수록 점점 더 화가 났다.“너는 다른 여자를 위해 뛰어다니며 고생스럽게 약을 구해줬지만 아내에게는 비난만 퍼부었어. 보아하니 네 마음속에선 엄마조차 이 여자보다 중요하지 않은 모양이군.”단종건은 경멸 어린 시선으로 고지후를 바라보며 비아냥거렸다.“상처가 아물었으니 아팠던 기억을 잃었나 보네. 넌 위장병과 불면증이 얼마나 오랫동안 재발하지 않았는지도 잊었지? 지율이가 아니었으면 넌 지금 다른 여자를 병원에 데려다줄 여유가 있을 것 같아? 너무 아파서 바닥에서 뒹굴고 있을 거야.”“나가! 꺼지라고! 난 배은망덕한 놈들을 환영하지 않아. 지율이 남편이 너란 걸 알았다면 어제 너희들을 내쫓아야 했어.”고윤택과 고지후는 하지율이 치료해줬기 때문에 건강을 되찾았다. 지난 2년 동안 하지율은 단종건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지금까지 듣고 난 후에야 고지후를 비롯한 세 사람은 자신이 오해했다는 걸 깨

  • 부자의 배신, 이혼만이 답이다!   제223화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을 이었다.“듣자 하니 그날 내가 갑자기 아픈 바람에 너와 하지율 씨의 데이트를 망쳤다며? 지후야... 하지율 씨가 여기까지 찾아왔으니 너는 먼저 돌아가 봐. 여긴 하준이도 있으니 괜찮아.”고지후의 깊은 눈빛은 서리를 머금은 듯 차갑고 날카로웠다.지난 며칠 동안 장하준이 끊임없이 말하다 보니 그는 하지율이 자신을 만난 이유가 데이트를 위해서라고 생각했다.어쩌면 그는 하지율이 정말 이혼을 결심했다는 사실을 믿고 싶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른다.고지후는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하지율, 나는 집요하게 매달리는 여자를 싫어해.”하지율은 정말 이 정신이 나간 세 사람 때문에 미쳐버릴 지경이었다.“왜 이해력이 부족한 사람이 이렇게 많아? 이혼하겠다고 말했는데 왜 데이트니, 밀당이니 하면서 말을 돌리는 거야? 머리에 병들었어? 아니면 말을 이해 못 하는 거야?”그때 한쪽에서 구경하던 단종건은 어느 정도 사태를 파악한 듯 천천히 입을 열었다.“지후야, 하준아, 채아야, 너희들이 오해했어. 지율은 내 제자야. 내가 어제 도와달라고 전화해서 부른 거야.”세 사람은 단종건을 쳐다봤다.‘지후, 하준, 채아라고? 이게 무슨 호칭이야? 너무 이상하잖아.’지금은 이것에 대해 따질 때가 아니었다. 임채아가 망설이며 물었다.“선생님, 하지율 씨와 아는 사이에요?”“그래. 방금 말했잖아? 내가 도움을 청한 거라고.”단종건은 눈살을 찌푸렸다.“왜 너희들은 사람 말을 알아 못 듣는 거야?”장하준은 의심스러워 되물었다.“어르신, 방금 하지율이 어르신의 제자라고 했어요? 뭔가 잘못 알고 있는 것 아니에요? 가정주부가 의술도 할 줄 알아요?”“하지율과 아는 사이라면... 설마 당신들이 우리를 속이려고 짜고 고스톱을 친 건 아니겠죠?단종건은 이상한 눈빛으로 장하준을 바라보았다.“하준아, 네 머리는 바다에 빠졌어? 나와 지율이가 너희들을 해치려고 한다면 지율이를 숨겨놓는 게 더 좋지 않겠어? 왜 일부러 지율이를 불러와 너희들을 해치려 한다고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