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사과 한마디로 뺨 한 대와 물세례를 퉁칠 수 있다니 조성희에게 있어서 밑지지 않는 장사였다.조성희는 제멋대로인 성격이었지만 절대 머리가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심수현이 입을 열기도 전에 조성희가 먼저 연정미 앞으로 다가가며 말했다.“연정미 씨, 미안해요. 아까는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었으니 용서해 줘요.”그러자 심수현도 말했다.“정미야, 성희가 집에서 너무 오냐오냐 자라서 이렇게 제멋대로인 거야. 돌아가서 부모님께 말씀드리고 제대로 타이르게 할게.”심수현은 연정미가 안쓰러웠지만 다행히 크게 다친 곳은 없었다.게다가 조씨 가문과 심씨 가문은 대대로 가까이 지낸 사이였고 심수현의 부모도 조성희를 무척 아꼈다.심수현이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연정미와 결혼한 일만으로도 부모의 불만은 이미 컸다.여기서 조성희를 심하게 처벌하면 조성희가 집에 돌아가 울며 하소연할 게 뻔했다.그 이야기가 부모의 귀에 들어가면 연정미를 더 미워할지도 몰랐다.심수현이 조용히 넘어가려는 것도 나름대로 연정미를 생각해서였다.하지만 연정미는 목구멍까지 치밀어 오른 분을 삼킬 수가 없었다.연정미는 문득 손형원이 떠올랐다.손형원이었다면 자신이 입을 열기도 전에 조성희의 얼굴이 퉁퉁 붓고 이가 몇 개쯤 빠질 때까지 절대 놓아주지 않았을 것이다.그런데 지금 손형원은 자신을 외면하는 것도 모자라 마음까지 변해 하지율을 좋아하고 있었다.연정미의 눈에는 독기 어린 눈빛이 스쳤지만 이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연정미는 밖에서 늘 이해심이 많고 사려 깊은 사람인 척해 왔다.상대가 잘못했다고 해서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다.연정미는 깊이 숨을 들이마신 뒤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괜... 괜찮아요.”하지율은 적당히 상황을 정리한 뒤 만족스럽게 자리를 떠났다.심연 그룹 건물을 나온 하지율이 주용화에게 말했다.“예전에 임채아랑 싸울 때는 융통성 없이 끝까지 고집부리고 말로도 절대 지지 않으려고 해서 늘 손해를 봤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바보 같았어요.
연정미는 언제나 우아하고 빈틈없는 모습을 유지했다.그동안 자신을 욕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지만 정신력이 강하고 감정을 다스리는 데 능숙해 별다른 타격을 받지 않았다.하지만 만나자마자 다짜고짜 손부터 쓰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감히 연정미에게 직접 손을 댄 사람도 없었다.조성희는 다짜고짜 연정미의 뺨을 후려쳤다.예상치 못한 공격에 연정미는 순간 멍해졌다.연정미가 정신을 차리고 맞서려던 순간, 이번에는 조성희에게 밀려 바닥에 넘어졌다.분을 참지 못한 연정미가 달려들려 하자 비서가 황급히 뛰어와 연정미를 붙잡았다.연정미의 가슴속에서는 걷잡을 수 없는 분노가 치솟았다.연정미는 당장이라도 조성희를 찢어 죽일 듯 매섭게 노려봤다.하지만 조성희는 조금도 겁먹지 않고 비웃음을 가득 담은 눈으로 맞받아쳤다.“뭘 봐? 이 더러운 년아! 앞으로 회사에 또 나타나기만 해. 볼 때마다 가만두지 않을 테니까!”그때 식은땀을 흘리며 두 사람 사이를 말리던 비서의 표정이 갑자기 밝아졌다.“심 대표님, 오셨습니까!”연정미가 고개를 돌리기도 전에 한 사람이 먼저 심수현에게 달려갔다.“수현 오빠, 저 여자가 저를 괴롭혔어요. 꼭 제 편을 들어 주셔야 해요!”조성희는 친근하게 심수현의 팔을 끌어안았다.그러고는 먼저 주먹을 휘두른 사람이 자신이라는 사실은 쏙 빼놓은 채, 온갖 수모를 견뎌 온 피해자인 것처럼 이야기를 늘어놓았다.뻔뻔하게 사실을 뒤집는 모습에 연정미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연정미는 원래 이런 유치한 질투 싸움을 싫어했고 자신이 언젠가 이런 여자에게 모함당할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연정미는 심수현을 묵묵히 바라봤다.붉게 부은 뺨에는 손가락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수현 씨, 저 여자를 믿을 거예요? 아니면 저를 믿을 거예요?”심수현은 연정미의 부어오른 뺨을 보자 눈에 안타까운 기색을 드러냈다.심수현은 조성희의 손을 떨쳐 내더니 연정미 앞으로 다가가며 물었다.“정미야, 괜찮아?”연정미가 대답하기도 전에 익숙한 여자의 목소리가 먼저
연태훈은 문득 오래전에 하지율이 처음 연씨 가문에 들어왔을 때를 떠올렸다.하지율은 늘 조심스럽고 어딘가 불안해 보이던 모습이었다.그때의 연태훈은 하지율을 그리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그런데 하지율이 연씨 가문으로 돌아온 지 불과 2년 만에 연경 그룹에서 하지율의 자리는 이제 연태훈조차 흔들 수 없을 정도로 굳건해졌다.과거에 연태훈이 하이현에게서 빼앗았던 모든 것이 돌고 돌아 다시 하지율의 손에 들어간 것이다....일주일 뒤.하지율은 모든 사업 계획을 확정한 뒤 심씨 가문과 협상에 들어갔다.예상대로 심수현은 조금 망설였지만 결국 계약에 동의했다.일단 눈앞의 위기부터 넘기는 게 우선이었다.지금 연씨 가문과 심씨 가문은 혼인으로 맺어진 공동 운명체나 다름없었다.한쪽이 손해를 입으면 다른 쪽도 타격을 받고 한쪽이 잘되면 함께 이익을 얻는 관계였다.심씨 가문의 주가가 흔들리면 연씨 가문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당장은 주도권을 내줘야 했지만 연씨 가문도 두 집안에 손해가 되는 선택을 하지는 않을 터였다.하지율과 심수현이 계약서에 서명을 마친 순간, 심수현의 휴대전화가 울렸다.“심 대표님, 큰일 났습니다! 방금 아가씨와 사모님 사이에 충돌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모님이 아가씨에게 밀려 바닥에 넘어지기까지 했습니다.”그러자 심수현의 표정이 급격히 변했다.심수현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정미는 괜찮아?”“아마... 괜찮으신 것 같습니다.”전화를 끊은 심수현은 곧바로 나가려다 사무실에 하지율이 있다는 걸 떠올렸다.다행히 계약은 이미 끝났으니 이후 업무는 비서에게 맡기면 됐다.심수현이 하지율에게 말했다.“하 대표님, 죄송합니다. 급한 일이 생겨서 먼저 가 봐야 할 것 같습니다.”하지율은 통화 내용에서 연정미의 이름을 들었다.“연정미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가요?”심수현은 하지율과 연정미 사이의 갈등을 자세히 알지 못했다.그래서 하지율도 연정미의 친동생이니 함께 가도 괜찮다고 생각했다.“저도 정확한 상황은 잘 몰라요. 같이
그러자 유소린이 대답했다.“화야 씨는 한 가문의 가주잖아. 기세가 워낙 강해서 가끔은 나도 눈만 마주쳐도 무서울 때가 있어. 네가 화야 씨가 예전과 달라졌다고 느끼는 것도 당연해. 친구일 때와 연인일 때는 관계가 다르잖아. 네 남자 친구가 아니었을 때는 질투할 자격도 네 일에 간섭할 자격도 없었지만 지금은 둘 사이가 달라졌으니 예전과 같을 수는 없지.”여기까지 말한 유소린은 진지한 표정으로 하지율을 바라봤다.“지율아, 설마 화야 씨랑 결혼하기 싫어진 건 아니지?”하지율은 고개를 저었다.“그런 건 아니야. 다만 요즘 화야 씨가 하는 말이 조금 극단적으로 느껴져... 그게 병 때문인지도 모르겠고...”하지율이 말을 더 이으려던 순간, 누군가 사무실 문을 가볍게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그러더니 문밖에서 비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하 대표님, 회의 준비가 끝났습니다. 지금 들어가시면 됩니다.”하지율은 알겠다고 대답한 뒤 유소린에게 말했다.“나 먼저 회의 다녀올게.”유소린이 고개를 끄덕였다.“응.”...회의는 하지율이 예상한 대로 흘러갔다.주주들은 기획안을 확인하자마자 입을 모아 칭찬했다.“완벽하면서도 선을 정확히 지켰군요! 심씨 가문이 아니라 저라도 이 조건이면 마음이 흔들리겠습니다. 당장은 심씨 가문에 어느 정도 지원을 해 줘야 하지만 앞으로 협력의 주도권은 우리가 쥐게 되니 손해 볼 게 전혀 없군요!”한 주주가 연태훈을 바라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연 회장님, 지난 1년 동안 잘못된 판단을 여러 번 내리긴 했지만 심씨 가문과 혼인을 추진한 건 아주 잘한 선택이었습니다. 그동안 연정미를 키우느라 들인 공도 결국 연경 그룹에 도움이 됐군요. 남겨 준 지분 3퍼센트도 헛되지는 않았습니다.”그러자 다른 주주도 웃으며 말했다.“그래서 연씨 가문 자녀들은 하나같이 뛰어나다고 하나 봅니다. 연 회장님, 하 대표님은 정말 훌륭하군요.”연태훈의 얼굴에도 오랜만에 옅은 미소가 떠올랐다.기획안은 예상대로 만장일치로 통과됐다.회의가 끝난
그러자 주용화가 다시 문자를 보냈다.[사람을 몇 명 붙여서 감시해. 아무래도 그 사람이 좀 수상해.][조금이라도 이상한 움직임을 보이면 바로 보고해.]유민재는 주용화가 더 이상 단보현의 일을 묻지 않자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당분간은 단보현의 목숨이 붙어 있을 듯했다....주용화는 평소 하지율을 대신해 외부의 복잡한 문제를 자주 해결해 줬지만 사업 협력이나 프로젝트와 관련된 업무에는 좀처럼 직접 나서지 않았고 대부분 하지율이 스스로 처리하게 했다.하지율이 아직 신입이었을 때는 모르는 게 생길 때마다 주용화에게 조언을 구했고 주용화는 방향과 의견을 제시하며 하지율이 직접 보완하도록 도와줬다.주용화는 무척 훌륭한 스승이었다.일부러 기를 꺾거나 비난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무조건 칭찬만 늘어놓지도 않았다.완전한 초보였던 하지율에게는 더없이 좋은 방식이었다.그런 주용화가 직접 기획안을 작성했다는 건, 그만큼 중요한 사업이라는 뜻이었다.하지율은 연경 그룹 사무실에 앉아 눈앞의 서류를 꼼꼼히 살펴봤다.한참이 지나도록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유소린이 조심스럽게 물었다.“지율아, 화야 씨가 준 기획안에 무슨 문제라도 있어?”하지율은 고개를 저었다.“아니, 완벽해.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건 거의 전부 들어가 있고 미처 떠올리지 못한 세부적인 부분까지 다 고려해 뒀어.”잠시 말을 멈췄던 하지율이 다시 말했다.“화야 씨는 정말 대단해. 내가 지금까지 일하면서 본 기획안 중 가장 완벽해.”유소린은 그 말을 듣고도 전혀 놀라지 않았다.유소린이 아는 주용화는 원래 못 하는 게 없는 사람이었다.유소린이 궁금한 듯 물었다.“그런데 화야 씨가 왜 직접 만든 거야? 이 프로젝트가 특별히 중요한 거야?”하지율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응. 정말 중요해. 지금 심씨 가문에 문제가 생겼잖아. 화야 씨는 연정미와 심씨 가문의 혼인을 이용해 두 집안이 협력하게 만들고 연경 그룹이 어느 정도 주도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 하지만 심씨 가문도 연경 그룹에
그제야 하지율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과거 주용화가 임채아를 도왔던 건, 그저 임채아를 손안에서 가지고 놀기 위해서였다는 걸.하지율은 그 과정에 우연히 끼어든 존재에 불과했다.주용화는 애초에 하지율을 진심으로 상대할 생각조차 없었다.주용화가 정말로 마음먹고 나섰다면 하지율은 영원히 다시 일어설 기회조차 얻지 못했을 것이다.연정미의 추문이 폭로된 일부터 심씨 가문의 사업 기밀이 유출된 일, 그리고 지금 주용화가 들고 있는 협력 제안서까지 모든 과정이 치밀하게 설계된 듯 빈틈없이 맞물려 있었다.‘그렇다면 심씨 가문의 기밀이 유출된 일도 화야 씨가 벌인 일이 아닐까?’아는 것이 많아질수록 상황은 더욱 선명하게 보였다.주용화를 적으로 돌린 사람들은 하나같이 비참한 결말을 맞았다.그 순간, 하지율의 머릿속에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언젠가 나와 화야 씨가 서로 반대편에 서게 된다면... 화야 씨는 날 어떻게 대할까?’하지율은 그림처럼 정교한 주용화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봤다.그 순간, 등줄기를 타고 알 수 없는 한기가 스며들었다.주용화는 하지율의 이상한 기색을 눈치챈 듯 고요한 눈빛으로 얼굴을 살폈다.“지율 씨, 왜 그러세요?”하지율은 주용화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조용히 말했다.“화야 씨, 앞으로 병을 치료하려면 단종건 회장님의 도움이 필요할지도 몰라요. 그러니까 단보현 씨를 먼저 풀어 주면 안 될까요?”주용화의 미소는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았다.“지율 씨, 그 사람은 저한테 없어요.”“화야 씨, 단보현 씨가 지금 어떻게 됐는지 솔직히 말해 주실 수 있나요?”주용화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지율 씨가 저랑 함께 있으면서 자꾸 다른 남자 이름을 꺼내는 건 싫어요.”하지율은 주용화가 일부러 모르는 척하는 건지,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하지율이 다시 입을 열려는 순간, 주용화가 고개를 기울여 입술을 막았다.미처 꺼내지 못한 말까지 모두 삼켜 버리듯 깊이 입을 맞추며 하지율이 다른 남자를 생각할 틈조차 주지 않았
그날 밤은 아무 일 없이 지나갔다.연정미는 소파에 앉아 있다가 몇 번이나 그대로 잠들 뻔했다.그러다 새벽이 밝아올 무렵, 문 쪽에서 잠금이 풀리는 소리가 들려왔다.꾸벅꾸벅 졸던 연정미는 순간 번쩍 정신이 들어서 곧바로 몸을 바로 세우고 문 쪽을 바라봤다.밖에서는 손형서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보현 오빠, 어제 정미한테 계속 연락이 되지 않아서 무슨 일 생긴 게 아닌지 걱정되어서 보현 오빠한테까지 연락할 수밖에 없었어요.”단보현이 말했다.“내가 사람 시켜 조사해보니 연정미가 마지막으로 확인된 곳은 여기였어.”손형서
손형서는 달콤한 미소를 지으며 메뉴판을 주용화 앞으로 내밀고 저도 모르게 한층 부드러워진 목소리로 얘기했다.“화야 씨, 뭐 마실래요?”주용화는 메뉴판을 받지 않고 말했다.“연정미 씨 말로는 여기 라테가 대표 메뉴라던데요. 라테로 할게요.”손형서의 미소가 미세하게 굳었다.“정미가... 왜 그걸 화야 씨한테 말했죠?”이 카페는 연정미가 예전부터 자주 오던 곳이었다.주용화가 태연하게 답했다.“지난번 같이 식사했을 때 들었어요.”그건 거짓말이 아니었다.그날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둘은 별 영양가 없는 이야기를 이것저것 나눴
경호원들이 하지율을 둘러싸고 밀려드는 인파를 막아섰지만, 누군가 물건을 던질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하지율은 무언가가 얼굴을 향해 날아드는 것을 느꼈다.달걀이 얼굴에 닿기 직전, 한 실루엣이 불쑥 앞을 가로막았다.곧이어 하지율의 시야에 들어온 건, 화야의 손에 잡힌 달걀 몇 개였다.하지율이 이게 무슨 일인지 파악하기도 전에 화야가 다시 달걀을 던졌다.달걀은 아름다운 포물선을 그리며 사람들과 동떨어져 있던 한 젊은 여성의 얼굴에 떨어졌다.“꺄악!” 여성이 비명을 지르며 얼굴을 감쌌다.순간 현장은 얼어붙었다.하지율은
“아무리 권세가 대단하다고 해도 해외에서 나댈 수는 없으니까요.”그때까지 입을 다물고 있던 임채아가 조심스레 말을 보탰다.“다른 건 참을 수 있지만... 선생님을 공경하지 않는 건... 전 정말 용납이 안 됩니다.”그러면서 지난번 대회장에서 하지율을 마주쳤을 때, 하지율이 현성 대가에게 눈곱만큼도 예의를 보이지 않았던 일을 들려주었다.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의 미간이 확 찌푸려졌다. 곧이어 하지율에 대한 남은 호감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레이나가 콧방귀를 뀌었다.“저런 인물이 무대에서 활개를 치다니, 음악가의 수치와 다름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