ログイン연상진은 차갑게 하지율을 바라보며 번지르르하게 말했다.“하지율, 나도 어머니 자식이야. 그러니 네 손에 있는 초기 지분에는 원래 내 몫도 있었어. 같은 배에서 나왔으면서 너 혼자 초기 지분을 차지한 건 따지지 않겠어. 하지만 남자 하나한테 홀려서 회사 이익에 손해를 끼치고, 어머니가 그토록 오랜 세월 공들여 일군 기반까지 흔든 건 선을 넘었지. 그래도 우린 가족이니까 선택할 기회를 줄게. 초기 지분과 주용화, 둘 중 하나를 골라.”언제 꺼냈는지, 연상진 손에는 이미 날카로운 단도가 들려 있었다.창밖으로 들어온 햇빛이 번쩍이는 칼날 위에 내려앉자 서늘한 한기가 번뜩였다.연상진의 입꼬리에는 불순한 미소가 천천히 떠올랐다.하지율이 차갑게 말했다.“연상진, 너 지금 뭐 하려는 거야?”연상진이 웃으며 말했다.“알아, 사람을 죽이라고 하는 건 좀 너무하지. 그래도 우리 연경 그룹 영업기밀을 빼돌린 범인을 칼로 몇 번 찌르는 건 할 수 있겠지? 하지율, 네가 초기 지분을 선택하겠다면 이 칼을 들고, 저 사람을 찔러. 그저 네 진심을 보여 주라는 거야.”하지율이 주용화에게 손을 대는 순간, 하지율과 주용화 사이에는 더 이상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된다.설령 당장 초기 지분을 지켜 낸다 해도, 뒤에서 주용화가 도와주지 않으면 하지율 손에 있는 지분 역시 저들에게 조금씩 빼앗기고 말 터였다.어쩌면 주용화는 하지율의 선택 때문에 마음을 돌려 오히려 저들 편에 설지도 몰랐다.그 생각에 연상진의 눈은 은근한 흥분으로 물들었다.“자, 이제 선택해. 주용화의 목숨을 고를 거야, 아니면 네 손에 쥔 지분을 고를 거야?”이곳에 오기 전 하지율은 이미 최악의 상황까지 각오하고 있었다.당연히 사람 목숨이 지분보다 중요했다.하지만 이상하게도 하지율의 머릿속에는 이 이사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연상진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순간, 자신은 도마 위 생선처럼 남들 손에 맡겨진 채 마음대로 난도질당하게 될 거라고 말이다.그렇게 되면 하지율과 주용화는 오히려 더 위험해지는 것 아닐
“하지율, 너 설마 고작 남자 하나 때문에, 널 진심으로 지지해 온 우리를 전부 내팽개치겠다는 거야?!”하지율이 대답했다.“어쨌든 저는 다른 사람의 목숨으로 제 이익을 바꾸고 싶지 않아요.”이 이사가 분노해 소리쳤다.“하 대표님은 정말 답이 없군요!”남은 시간은 얼마 없었고, 하지율은 더 이상 이 이사와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하지율은 빠르게 밖으로 걸어 나가며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무시해 버렸다.“하지율 씨, 분명 후회하게 될 겁니다!”앞으로 후회하게 될지 아닐지 하지율은 알 수 없었다.하지만 지금 분명한 건 하나였다.지금 가지 않으면 반드시 후회하게 된다는 것이었다....하지율은 곧바로 주용화가 납치된 장소에 도착했다.그곳은 몹시 외진 곳에 자리한 별장이었다.별장 안으로 들어서자 넓은 거실에는 소파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고, 안은 텅 비어 있어 사람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아 을씨년스럽고 적막했다.연상진은 소파에 앉아 시가를 피우고 있었다.하지율이 들어오자 연상진은 손목시계를 한 번 내려다봤다.“생각보다 빨리 왔네.”하지율은 연상진을 바라봤다.“주용화는 어디 있어요?”연상진은 일부러 뜸을 들이지 않고 시가를 한 모금 깊게 빨아들인 뒤, 소파에서 일어나 2층의 한 방으로 걸어 들어갔다.하지율도 연상진을 뒤따라갔다.방문이 열리자, 하지율은 의자에 묶인 주용화를 보았다.주용화의 뒤에는 검은 옷을 입은 덩치 큰 남자 둘이 버티고 서 있었다.아무리 제압당한 모습이라고 하지만, 주용화의 모습은 조금의 초라함도 없이 여전히 고귀하고 우아했다.납치당한 사람이라기보다 오히려 귀한 손님으로 초대받아 온 사람처럼 보였다.하지율은 주용화를 살폈다. 뜻밖에도 주용화의 몸에 크게 다친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율은 그제야 조금 안도감이 들었다.그때 옆에서 연상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하지율, 네가 요즘 내린 결정에 죄다 문제가 생겨서 우리 연경 그룹은 막대한 손실을 봤어. 그리고 이 주용화라는 남자는 연경 그룹의 기밀을 유출한
주용화가 전화를 끄는 일은 거의 없었다.하지율은 홱 고개를 들어 이 이사를 바라봤다.“화야 씨는 지금 어디 있죠?”이 이사는 하지율이 자기 말을 전혀 듣지 않는다는 걸 알아차리자 얼굴이 확 굳었다.“하 대표님, 설마 정말 남자 한 명 때문에 손에 쥔 지분을 포기하시려는 겁니까?”하지만 하지율은 이미 속이 타들어 가고 있었다.연상진이 가장 미워하는 사람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무조건 주용화였다.연상진은 평소 입이 가벼웠고 그때마다 주용화는 몇 번이고 그를 가차 없이 눌러 놓았다.다만 연상진은 맞고도 금세 잊는 성격이라 나중에는 주용화도 아예 상대하지 않게 됐다.하지만 하지율은 잘 알고 있었다.연상진은 속이 좁고 원한을 오래 품는 사람이었다.연상진이 지금껏 주용화에게 손을 대지 못한 건, 단지 기회가 없었기 때문일 뿐이었다.한번 틈만 잡히면 절대로 쉽게 넘어갈 인간이 아니었다.바로 그때였다.하지율 손에 쥔 휴대폰이 다시 울렸다.화면을 확인한 하지율의 눈빛이 순식간에 흔들렸다.전화를 건 사람은 하지율이 주용화 곁에 붙여 둔 경호원이었다.하지율은 즉시 전화를 받았다.“하 대표님, 주 비서님이 갑자기 사라졌습니다.”하지율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었다.“갑자기 사라졌다는 게 무슨 뜻이에요?”경호원이 급히 설명했다.“조금 전 주 비서님이 외출하셔서 저희가 계속 뒤에서 따라붙고 있었는데, 10분 전쯤 갑자기 차량이 사라졌어요.”하지율이 재차 물었다.“사라졌다고요? 사람이 어떻게 갑자기 사라져요?”경호원이 다급하게 대답했다.“중간에 한 구간 도로가 심하게 막혔습니다. 저희 차가 뒤쪽에 갇히는 바람에 일정 거리가 벌어졌고, 정체 구간을 빠져나왔을 때는 이미 주 비서님의 차가 사라진 상태였습니다. 이후 외곽 쪽 한적한 곳에서 주 비서님의 차량을 발견했습니다. 하지만 차 안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주변을 한참 뒤졌지만 흔적도 찾지 못해서 일단 하 대표님께 먼저 보고드리는 겁니다.”하지율의 눈빛이 어둡게 가라앉았다.“알겠어요.”전화를 끊은
특히 연상진은 더했다.하지율이 연상진의 회사를 바닥에서 쓸어 담듯 인수해 버린 탓에 연상진은 앞으로 제대로 세력을 키울 길이 아예 막혀 버렸다.그러니 연상진이 하지율을 뼛속까지 증오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이번에 그들이 대놓고 하지율과 얼굴을 붉히지 않은 건 어디까지나 바깥사람들 앞에서 집안 망신을 피하고 싶었기 때문일 뿐이었다.핏줄이라고는 해도 연씨 가문의 세 형제와 연정미의 입장에서 하지율은 결국 자신들의 몫을 나누고 자원과 재산을 빼앗아 갈 사람이나 다름없었다.연경 그룹의 재산과 자원은 결코 작은 규모가 아니었다.예로부터 이런 이유로 친족끼리 등을 돌린 일은 얼마든지 있었다.하지율은 그들과 함께 자란 적도 없고 감정적으로 얽혀 있는 관계도 아니었다.그러니 그들이 하지율을 경계하는 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그동안 저 사람들이 직접 손을 못 댄 건, 기회도 없었고 명분도 없었기 때문입니다.”이 이사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그런데 지금은 다르죠. 하 대표님의 직접 그 사람들의 손에 기호를 줬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그들이 가만히 있을 이유가 어디 있겠습니까?”하지율이 차갑게 물었다.“화야 씨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거예요?”이 이사가 대답했다.“연상진이 회사 기밀 유출 혐의를 이유로 이미 사람을 보내 주용화를 붙잡았습니다.”하지율의 눈빛이 흔들렸다.이 이사는 하지율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하 대표님이 주용화를 살리고 싶다면, 대표님의 손에 있는 지분과 원시 지분을 전부 내놓고 바꾸셔야 합니다. 만약 거절하면... 연상진이 주용화를 처리하겠다고 했습니다.”그 순간, 하지율의 눈빛이 크게 흔들렸다.“처리하겠다고요? 어떻게요?”그러자 이 이사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주용화를 세상에서 조용히 사라지게 하거나 사고로 죽게 만들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이 이사의 눈빛은 무겁고 차가웠다.“연씨 가문 사람들이 그런 수를 자주 쓰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전혀 못 하는 것도 아니죠. 정말로 누군가를 없애겠
하지율은 원래 이 이사와 사이가 좋은 편이었다.하지율이 연경 그룹에 들어와 처음으로 의사결정을 내렸을 때도 민성휘를 제외하면 눈앞의 이 이사만큼 하지율을 강력하게 지지한 사람은 없었다.최근까지도 이 이사는 줄곧 하지율의 편에 서 있었다.이 이사는 하이현과 생전에 각별한 사이였고 그래서 회사 업무에서도 하지율을 많이 챙기고 밀어줬다.사람들이 하지율이 연씨 가문의 친딸이 아니라는 소문을 퍼뜨릴 때도 이 이사는 단 한 번도 망설이지 않고 하지율의 편을 들었다.하지율도 역시 이 이사를 늘 존중해 왔다.그때 이 이사가 입을 열었다.“하 대표님의 곁에 있는 주용화 씨가 가장 의심스럽습니다.”그러자 하지율이 곧바로 말했다.“이 이사님 사실 지난번 제 기밀이 유출됐을 때도 화야 씨가 저를 도와 위기를 넘겼어요. 손실도 막았고 연상진의 회사까지 정리할 수 있었어요.”여기까지 온 이상, 하지율은 더 이상 사람들이 주용화에 대한 오해를 방치할 수 없었다.결국 지난번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이 이사에게 모두 설명했다.그러더니 다시 말했다.“이번 기밀 유출은 분명 내부에 첩자가 있다는 뜻이에요. 하지만 그 사람이 누구든 화야 씨일 가능성만큼은 없어요. 화야 씨가 그렇게 할 이유가 없습니다.”하지만 이 이사는 고개를 저었다.“하 대표님, 그때는 해칠 생각이 없었을 수도 있죠. 그렇다고 지금도 없다고 누가 장담합니까?”이 이사의 눈빛이 점점 차가워졌다.“사람은 겉만 보고 다 알 수 없어요. 하 대표님은 너무 순진해서 결국 그 남자한테 속은 겁니다.”하지율은 이 이사가 지나치게 단정적으로 나오는 걸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이 이사님, 무슨 일이든 증거가 있어야 하잖아요. 근거도 없이 화야 씨라고 몰아가면 그건 멀쩡한 사람을 죄인으로 만드는 거예요.”그러자 이 이사가 비웃듯 웃었다.“주용화가 맞든 아니든 그게 지금 중요합니까?”이 이사는 또렷하게 말을 잘랐다.“설령 이번 일이 정말 주용화가 한 짓이 아니더라도 결국은 주용화가 뒤집어써야 합니다.”그
조금만 방심해도 단보현이 파 놓은 함정에 그대로 걸려들기 쉬웠다.그런 사람을 두고 손형원보다 더 위험하다고 하자니 또 그런 것도 아니었다.단보현에게는 자기만의 기준이 있었고 그래서 손형원처럼 끝까지 극단으로 치닫지는 않았다.손형원과 단보현이 하지율을 상대하는 방식만 봐도 알 수 있었다.둘은 완전히 다른 부류였다.손형원은 단순하고 거칠게, 몸부터 짓눌러 버리는 편이었다.반면 단보현은 훨씬 음흉하고 집요하게 계략으로 상대를 옭아매는 편이었다.그래서 둘 중 누가 더 위험하냐고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려웠다.분명한 건, 둘 다 결코 좋은 사람은 아니라는 사실뿐이었다.하지만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그 자리에 올라설 만큼 착한 사람이 세상에 몇이나 있겠는가.연상준이 연정미를 바라봤다.“정미야, 단보현이 다음에는 무슨 수를 둘 것 같아? 너한테는 뭐라고 말한 적 없어?”연정미는 고개를 저었다.“처음부터 끝까지 보현 오빠는 나한테 자기 계획을 한 번도 말한 적 없어. 서현이가 아니었으면 나도 이번 일 전부가 보현 오빠 손에서 나온 줄 몰랐을 거야.”하지만 연상준은 다른 쪽을 짚었다.“단보현이 움직인 이유는 하나는 널 돕기 위해서고, 다른 하나는 지난번 납치 사건 때문일 수도 있어.”연상준은 연정미를 똑바로 바라봤다.“잊었어? 그때 단보현은 하지율이 자기를 납치했다고 했잖아. 내 생각에는 하지율한테 복수하는 걸 수도 있어.”하지율에게 복수하면서 동시에 연정미를 밀어 올릴 수도 있다면 단보현은 끝까지 손해를 보지 않을 것이다.눈빛이 살짝 흔들린 연정미도 역시 그런 가능성을 생각해 낸 듯했다.연정미는 낮게 한숨을 내쉬고는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그때 연상준이 연상진을 돌아봤다.“하지율이 우리 연씨 가문 사람이 아니라는 말은 누가 떠들어도 상관없어. 하지만 그 말이 절대 우리 입에서 나가서는 안 돼. 형,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지?”연상진도 그쯤은 알고 있었다.연씨 가문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말과 절대로 입 밖에 내서는 안 되는
손형원이 빨리 도망가지 않았다면 하지율은 더욱 오래 고통을 감내해야 했을 것이다.어쩌면 남은 손도 다 망가졌을지도 모른다.유소린은 두 눈을 커다랗게 뜨고 놀란 표정으로 주용화를 쳐다보았다.“화야 씨, 저랑 지율이한테 일이 생긴 건 어떻게 안 거예요?”주용화는 가장 먼 곳에 있던 사람이다. 그래서 유소린은 주용화가 큰 도움이 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주용화는 웃으면서 얘기했다.“지율 씨가 다치는 꿈을 꿨다면 믿으시겠나요?”유소린과 정기석, 심지어 하지율도 믿지 않는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유소린은 그런 주용화의
이전에 연정미에게 다가와 말을 건네던 사람들은 대부분 사교계에서 이름깨나 알려진 귀부인들이나 명문가 아가씨들이었다. 고급스러운 향수 냄새를 풍기며 접근하던 그들은 예의와 관심을 가장한 말투로 연정미를 둘러싸곤 했다. 그녀의 외모에 매료돼 호기심을 보이던 남자들도 적지 않았다.하지만 그들 중 진짜로 업계 전선에서 승부를 겨루는 상업 엘리트라 할 만한 인물은 많지 않았다. 대부분은 교양 있는 사교계 게스트일 뿐, 실질적 영향력과는 거리가 있었다.하지만 하지율에게 대화를 청하는 사람들의 면면은 전혀 달랐다. 그들은 각 업계에서 주도권
처음엔 하지율도 주용화를 경계했다. 그래서 ‘여름밤의 별’도 선뜻 꺼내지 못했다. 혹시 화야가 일부러 접근해 일을 망치려는 건 아닐지 걱정됐기 때문이다.하지만 이렇게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고 보니 화야에 대한 경계는 괜한 의심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화야는 돌아온 뒤로 하지율을 여러 번 구해 주었고 많은 일을 도와주었다.유소린 말대로라면, 화야 같은 만능 어시스턴트에게는 월 2억을 줘도 아깝지 않았다.막상 일이 닥치면 진짜로 도움이 되는 사람이었으니까 말이다.단진서가 차연지를 찾아와 시비를 걸었을 때도, 제때 달려온 화야가
하지율은 손형원과 합의서에 서명한 뒤, 주용화와 함께 천천히 방을 나섰다.방 안에서 쏟아지던 시선들은 이제 전부 뒤로 밀려났다. 연씨 가문 사람들과 손형원 일행은 이번만큼은 그들을 따로 막지도, 따라붙지도 않았다.복도는 놀라울 만큼 고요했다.붉은 카펫 위로 하이힐의 가벼운 소리가 일정한 간격으로 이어졌고, 그 울림은 텅 빈 복도의 공기와 섞여 묘하게 차분한 여운을 남겼다.주용화는 하지율의 보폭에 자연스럽게 속도를 맞추며 입을 열었다.“그들이 전에도 이렇게 당신을 대했습니까?”하지율은 그가 말한 ‘그들’ 이 누구인지 정확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