ログイン물론 주용화가 남시온의 가문을 이용해 방해 공작을 벌이거나 주문을 취소하거나 어느 가문과 마음대로 협력 계약을 맺는 일까지 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그런 일들은 가주가 직접 확인해야만 가능했다.주용화가 다시 말했다.“저와 남시온은 같은 스승 밑에서 배웠습니다. 서로를 꽤 잘 알죠. 그래서 당분간은 들키지 않고 움직일 수 있어요.”주용화의 방법은 서로를 잘 안다는 전제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었다.조금만 어긋나도 곧바로 들킬 수 있었다.하지율의 눈빛이 미세하게 움직였다.문득 식사 중 주용화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지름길을 좀 선택한다고...’그러니까 이번에 곤란해질 사람은 아마 남시온일 가능성이 컸다.역시 주용화는 원한을 오래 기억하는 사람이었다.하지율은 남시온에게는 큰 관심이 없었다.오히려 연정미가 삼각지대 같은 곳에 떨어졌다는 사실이 더 의외였다.“레일 국왕도 참 독하네요. 연정미를 삼각지대 같은 곳으로 보내다니요.”주용화가 말했다.“아마 자기 손을 더럽히고 싶지 않았겠죠. 연정미는 어쨌든 연씨 가문의 아가씨고 따르는 남자들도 많아요. 대놓고 손을 쓰면 자기만 골치 아파질 테니까요.”하지율도 그 말에 동의했다.연정미의 납치와 실종은 지금 누가 엮이든 피를 뒤집어쓸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연정미가 무사하면 몰라도 정말 무슨 일이 생긴다면 누군가는 반드시 나서서 그 책임을 뒤집어써야 했고 모두의 분노를 감당해야 했다.하지율이 입을 열었다.“연재영은 아직도 저를 견제하는 걸 포기하지 않았어요. 아마 연씨 가문 쪽에서도 사람을 많이 붙여서 내가 실수하기만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그걸 빌미로 몰아붙이려고요.”하지율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덧붙였다.“그러니까 연정미의 일은 최대한 멀리하는 게 좋아요.”하지율은 말하다가 문득 무언가를 떠올리고 주용화를 바라봤다.주용화는 옅은 미소를 띤 채, 묘하게 깊은 시선으로 하지율을 보고 있었다.하지율은 잠시 멈칫했다가 곧 깨달았다.‘화야 씨가 연정미의 행방을 조사하려 했다면 굳이 남시온의 세력
주용화의 검은 눈동자가 하지율의 눈과 마주쳤다.“지율 씨, 돕는 건 돕는 거고 함께 있는 건 함께 있는 겁니다. 그건 별개의 일이에요. 섞어서 생각할 필요 없습니다.”하지율이 무언가 더 말하려는 순간, 주용화의 길고 흰 손가락이 가볍게 그녀의 입술에 닿았다.주용화는 하지율이 하려던 말을 부드럽게 막아섰다.“설령 우리가 함께하지 않게 되더라도 저는 지율 씨를 도운 걸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주용화는 낮게 웃었다.“이 얘기는 여기까지 하죠. 아직 식사 안 하셨죠? 먼저 밥 먹으러 갈까요?”하지율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2층 어느 방.손형원은 창가에 창백한 얼굴로 서서 두 사람이 함께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식당 안.하지율과 주용화는 주문을 마친 뒤, 앞으로의 계획을 말했다.하지율이 물었다.“화야 씨, 정말 주씨 가문의 산업 중심을 M국으로 옮길 생각이에요?”주용화는 하지율에게 물을 따라 주며 말했다.“네. M국은 세계 경제의 중심지니까요. 큰 가문이나 기업들도 대부분 이쪽에 뿌리를 두고 있고 제이원 그룹도 한번 시도해 볼 만합니다.”하지율이 말했다.“하지만 제이원 그룹은 M국에 기반이 없잖아요. 산업 중심을 M국으로 옮기려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해요.”처음부터 시작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하지만 주용화는 이미 생각을 끝낸 사람처럼 보였다.“괜찮아요. 저는 도전적인 일을 좋아하니까요.”그러다가 주용화의 깊은 눈동자에는 묘한 빛이 스쳤고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다만... 처음부터 시작하는 건 확실히 번거롭죠. 제가 지율 씨를 도울 수 있을 만큼 성장할 때쯤이면 이미 늦을 테니까요.”주용화는 담담하게 말했다.“그러니 지름길을 좀 선택해야겠죠.”그 말에 하지율은 눈꺼풀이 살짝 뛰었다.직감적으로 누군가가 또 곤란해질 것 같았다.저녁 식사를 마친 뒤, 하지율은 아직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 연경 그룹으로 돌아가야 했다.주용화는 하지율과 함께 연경 그룹으로 향했다.연경 그
그때는 이미 밤이 내려앉은 뒤였다.찬란한 불빛이 어둠을 밝히고 도시의 밤하늘에는 화려한 빛깔이 반짝이고 있었다.주용화는 검은 정장을 입고 있었다.짙은 어둠으로 그려 낸 풍경 속에서도 주용화는 가장 선명한 그림자 같았다.그 뒤로 펼쳐진 검은 밤조차 주용화를 돋보이게 하는 배경처럼 보였다.정교하게 잘생긴 주용화의 이목구비에는 희미한 그늘이 내려앉아 있었다.그러다 하지율을 본 순간, 얼굴빛이 조금 누그러졌다.오는 길에 주용화는 이미 하지율이 무사하다는 소식은 들었다.하지만 직접 보기 전까지는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주용화는 하지율 앞에 다가왔다.다친 곳도 없고 얼굴빛도 평소와 다르지 않다는 걸 확인하고서야 겨우 안도했다.하지율이 먼저 주용화의 손을 잡았다.“그냥 협력 얘기하다가 휴대폰을 무음으로 해 놔서 전화를 못 받은 거예요. 화야 씨, 너무 긴장하지 마세요.”하지율은 회의나 협력 미팅을 할 때, 상대에 대한 예의로 휴대폰을 무음으로 해 두고는 했다.이 습관은 주용화가 아직 하지율의 보디가드였을 때부터 있던 일이었다.하지율의 설명에는 딱히 이상한 점이 없었기에 주용화는 하지율을 가볍게 끌어안았다.그제야 허공에 매달려 있던 마음이 조금씩 제자리로 돌아오는 듯했다.“지율 씨를 노리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요. 누가 데려가 버릴까 봐 걱정됩니다.”말한 사람은 무심했지만 듣는 사람은 그렇지 않았다.하지율의 눈빛에 아주 작은 변화가 스쳤다.다행히 지금 주용화는 하지율을 안고 있어서 그녀의 표정을 보지 못했다.그렇지 않았다면 분명 눈치챘을 것이다.손형원은 정말 사람을 흔들어 놓는 데에는 재주가 있었다.하지율은 손형원의 고백을 믿지 않았다.하지만 그렇다고 마음속에 조금의 의심도 생기지 않은 건 아니었다.그 비중은 크지 않았지만 하지율의 마음을 흔들기에는 충분했다.하지율은 이 이야기를 계속하다가는 주용화가 무언가 눈치챌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그래서 곧 화제를 돌렸다.“화야 씨, 오늘 이렇게 정장 차림인 걸 보면 방금까지 일 때문에 만
그쪽 일이 끝난 건지 아니면 유소린이 뭔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챈 건지는 알 수 없었다.어쨌든 유소린은 하지율을 찾아왔다.하지율은 손형원을 한 번 바라본 뒤, 몇 걸음 뒤로 물러서서 룸 문을 열었다.이번에는 손형원도 막지 않았다.그저 조용히 하지율이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봤다.룸 문이 천천히 닫히고 시야가 완전히 차단될 때까지 손형원은 고개를 숙여 자기 어깨에 박힌 칼을 내려다봤다.하지율은 심장을 찌르지 않았다.‘혹시... 지율 씨가 이제는 날 그렇게까지 미워하지는 않는다는 뜻일까? 적어도 내가 죽기를 바라진 않는다는 뜻일까?’...하지율이 무사히 룸에서 나오는 걸 본 순간, 유소린은 눈에 띄게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지율아, 네가 무사해서 정말 다행이야.”하지율의 눈빛이 미세하게 움직였다.“소린아, 내가 위험한 걸 어떻게 알았어?”그러자 유소린은 오히려 놀란 얼굴이었다.“지율아, 너 진짜 무슨 일 있었어?”하지율은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큰일은 아니야. 그냥 손형원을 만났어.”유소린의 얼굴에는 감탄이 떠올랐다.“화야 씨는 진짜 대단하네... 너한테 전화했는데 안 받으니까 바로 나한테 전화했거든. 내가 지금 다른 일 처리 중이라 너랑 같이 없다고 했더니 곧바로 널 찾아가 보라고 하더라. 혹시 무슨 일 생긴 거 아닌지 확인하라고 말이야.”유소린은 덧붙였다.“아, 맞다. 지율아, 화야 씨도 지금 이쪽으로 오고 있어.”하지율이 말했다.“소린아, 내가 손형원을 만난 일은 절대 화야 씨한테 말하지 마.”유소린은 잠시 멈칫했지만 곧 하지율의 말뜻을 알아들었다.주용화는 먼저 단아 그룹을 공격했고 그다음에는 이슨 왕자를 죽였다.며칠 전에는 사람들 앞에서 손형원에게 총까지 쐈다.주용화가 주씨 가문 가주여서 당장은 사람들이 어쩌지 못한다 해도 주용화의 평판에는 분명 좋지 않은 일이었다.그런데 주용화가 손형원이 또 하지율 앞에 나타났다는 걸 알게 되면 성격상 정말 손형원을 죽이려 들 가능성이 컸다.주용화의 손에 더 이상 사람 목숨이
하지율이 눈썹을 살짝 올렸다.“만일이라고요? 손형원 씨는 늘 계산이 확실한 분이잖아요. 확신이 없는 말은 함부로 꺼내지 않는 사람이고요.”하지율의 목소리는 차가웠다.“그러니 그런 가정부터 하지 말고 정말 해낸 뒤에 얘기하세요.”손형원은 눈빛이 조금씩 어두워졌지만 그는 여전히 하지율을 놓지 않았다.손형원은 이대로 포기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하지율은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주용화를 꺼냈다.“손형원 씨, 지금 저를 그냥 보내 주면 오늘 일은 화야 씨가 모를 거예요. 하지만 계속 이러면 화야 씨가 알게 될 거고... 그땐 정말 당신을 죽일지도 몰라요.”그 말을 듣는 순간, 손형원의 눈이 확 밝아졌다.“지율 씨, 지금 저를 걱정하는 거예요?”하지율은 어이없다는 듯 손형원을 바라봤다. 하지율의 머릿속에는 단 하나의 생각뿐이었다.‘이 사람은 정말 정상이 아니야. 난 분명 경고를 한 건데... 그걸 어떻게 걱정으로 받아들이는 걸까?’대체 어떤 사고방식을 가져야 저런 말이 나올 수 있는 건지, 하지율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하지율은 더 이상 침착함을 유지하기 어려웠다.이 순간만큼은 연정미가 대단해 보일 지경이었다.‘손형원은 원래 이렇게 미친 사람이었나? 연정미는 평소 어떻게 이런 사람을 상대했던 걸까?’손형원을 상대하는 건 일하는 것보다 훨씬 정신력을 갉아먹은 것 같았다.하지율은 티가 나지 않게 룸 안의 물건들을 훑었다.손형원이 순순히 자신을 보내 줄 가능성은 거의 없었기에 스스로 빠져나갈 방법을 찾아야 했다.그런데 바로 그때, 손형원의 목소리가 들렸다.“직접 복수하고 싶어요?”그 말에 하지율은 속눈썹이 가볍게 떨렸고 이내 고개를 들어 손형원을 바라봤다.어느새 손형원의 손에는 칼 한 자루가 들려 있었고 날카로운 칼날에는 차가운 빛이 번뜩였다.보기만 해도 예리한 명검이었다.하지율의 동공이 순간 좁아졌다.“손형원 씨, 지금 뭐 하자는 거예요?”그러자 손형원이 말했다.“방금 물건으로 저를 공격하려고 했잖아요. 공격하고 싶으면 이걸
하지율이 룸 문을 아주 조금 열자마자 뒤따라온 남자가 다시 문을 닫아 버렸다.손형원이 하지율의 손목을 붙잡았다.“지율 씨, 먼저 제 말을 좀 들어요.”“손대지 마세요!”손형원의 손길은 하지율에게 견디기 힘들 만큼 불쾌했다.하지율은 참지 못하고 손을 들어 손형원의 뺨을 후려쳤다.룸 안은 너무 조용했기에 따귀 소리는 유난히 크게 울렸고 하지율은 손까지 얼얼한 느낌이 들었다.그런 통증 덕분에 하지율도 순간 정신이 들었다.지금 이 자리에서 손형원과 정면으로 부딪치고 그를 자극하는 건 현명하지 않았다.지금 하지율이 연경 그룹 내의 위치를 생각하면 손형원이 예전처럼 대놓고 칼이나 총을 들이밀 수는 없었다.어쩌면 그래서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려는 걸지도 몰랐다.그렇게 생각하자 하지율은 점차 평정심을 되찾았다.하지만 겨우 마음을 가라앉힌 순간, 손형원의 다음 말이 다시 하지율을 거의 무너뜨렸다.“화 풀렸어요? 더 때릴래요?”“...”하지율은 예전에 무대에 섰을 때도, 올해 회사에 들어와 일을 하면서도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이 있다는 걸 충분히 봐 왔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손형원 같은 부류는 처음이었다.예전의 하지율에게 손형원은 그저 미친놈이었다.그런데 지금은 한 단계 더 올라가 완전히 변태에 가까운 존재가 되어 버렸다.하지율은 변태 같은 사람을 제대로 상대해 본 적이 없었다.그래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도 알 수 없었다.하지율은 손형원의 화를 돋우지 않기 위해 그의 말을 맞춰 줘야 하는 건지, 아니면 일단 달래는 쪽으로 가야 하는 건지 몰랐다.하지만 하지율은 손형원이 어떻게 자신을 좋아하게 되었는지 별로 알고 싶지 않았다.손형원과 이런 주제로 대화를 나누고 싶은 마음도 전혀 없었다.그런 느낌은 마치 차갑고 축축한 독사가 몸을 감고 있는 것 같았다.역겨울 정도로 소름 끼쳤다.하지율은 마음을 가라앉힌 뒤, 아주 공식적인 답변을 내놓았다.“저는 이미 남자 친구가 있어요.”그러자 손형원이 말했다.“친구부터 시작해도 돼요.”하지율은
연정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율을 향한 불만이나 원망은 없었다.“일단은 이렇게 두는 수밖에 없지.”음악적 재능에서 하지율이 앞서도, 연정미는 개의치 않았다. 애초에 뜻을 둔 곳이 달랐다.손형서도 안다. 바이올린은 연정미에게 어디까지나 취미일 뿐이라는 걸.연정미의 관심사는 연경 그룹에 있었다.손형서가 물었다.“초기 지분 건은, 지금 어떻게 처리되고 있어?”그 말을 꺼내자, 연정미의 얼굴에 그늘이 드리웠다.“별로 좋지 않아. 회사에 초기 지분을 들고 있는 주주들이 어떻게든 양도를 안 하겠다네.”손형서가 잠시 머뭇거리더
해리가 천천히 눈을 떴다.시야에 들어온 건 불빛이 거의 닿지 않는 음습한 창고였다.해리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문지르며 낮게 중얼거렸다.“여기가 어디지? 내가 왜 여기 있는 거야?”며칠째 해리는 술에 절어 살았다. 하지율이 그에게 남긴 충격 때문에 하루 종일 고통 속에서 헤맸다.하지율이 준 모욕만 떠올리면 해리는 분해서 미쳐버릴 것 같았다.마음에 걸린 무거운 짐을 도저히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그래서 결국 해리는 몰래 킬러까지 알아봤다. 하지율을 없애버리려고 말이다.해리는 하지율만 사라지면 이 고통도 끝날 거라고 믿었다.
하지율 팀이 못해서가 아니라, 문제는 따로 있었다.“하지율, 진짜 너무 대단하네. 해리랑 같은 급인 거야?”“현성 대가가 일부러 해리를 불러 임채아를 받쳐 준 건데... 이런 상황에서는 둘 다 만점이라고 해도 결국 임채아는 하지율을 못 이긴 거야.”“현성 대가는 무슨 생각일까? 임채아랑 하지율 사이에서, 하필 임채아를 제자로 받다니.”“그러게. 실력, 외모, 기품, 재능. 다 봐도 하지율이랑 비교가 안 되잖아?”심사 위원이 말했다. “우리는 공정, 공평의 원칙으로 채점했습니다. 이번은 팀전이고, 하지율 씨와 강병주 씨는
“맞아요. 하지만 고지후 대표님께서 방금 전, 이곳을 회수하라고 분부하셨습니다.”진태환이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덧붙였다.“그리고 작업실도 마찬가지입니다. 두 시간 안에 작업실의 물품을 옮겨 주십시오. 만약 직접 옮기지 못하시겠다면, 저희가 전부 비워두겠습니다.”임채아의 표정이 일그러졌다.“별장과 작업실은 고지후가 내게 선물한 거라니까요? 한번 준 물건을 무슨 수로 다시 가져가요? 언제부터 그렇게 찌질해진 거예요?”진태환은 상냥한 어조로 말했다.“그 두 곳은 원래 하지율 씨께 드리기 위해 준비했던 곳입니다. 당시 임채아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