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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화

Author: 서담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22 01:59:43

“맞아요~.”

사라가 대신 대답했다.

예비 신부의 눈이 조금 더 커졌다. 설마 했는데 정말 CH건설 회장이라는 대답이 돌아오자 신기한 듯 강수를 다시 한번 바라봤다.

그런데 곧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어디선가 본 얼굴.

단순히 기사에서 봐서 익숙한 게 아닌 것 같았다.

예비 신부가 고개를 갸웃했다.

“근데 혹시…… 서희 아시나요?”

준호의 얼굴이 굳었다.

사라는 눈을 깜빡였다.

강수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김서희요.”

예비 신부는 세 사람의 미묘한 정적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 채 웃었다.

“저 서희랑 대학 동기예요~.”

이번에는 사라가 예비 신부를 자세히 봤다.

“서희랑?”

“네. 같은 과는 아니었는데 교양 수업 같이 듣고 친해졌어요. 졸업하고는 자주 못 봤지만.”

예비 신부는 기억을 더듬듯 강수를 바라봤다.

“맞죠? 서희 결혼식 사진에서 뵌 것 같은데.”

준호가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하필.

수많은 사람 중에 하필 자기 예비 신부가 서희의 대학 동기일 줄은 몰랐다.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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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온한 정착   300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집에서 출발할 때보다 진통 간격이 눈에 띄게 짧아져 있었다.차가 응급 출입구 앞에 멈추자 강수가 먼저 내렸다. 미화가 출산 가방을 챙기는 사이 강수는 조수석 문을 열고 사라에게 팔을 내밀었다.“천천히.”“응.”사라가 한 발을 내딛다가 그대로 멈췄다.아랫배가 다시 단단하게 조여왔다.“아…… 잠깐.”강수의 팔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사라야.”“기다려. 지금…… 아파.”강수는 재촉하지 않았다.허리를 받친 채 사라가 숨을 고를 때까지 그대로 서 있었다.미화가 등을 천천히 쓸었다.“숨 쉬어. 급하게 하지 말고.”“엄마, 이거…… 생각보다 많이 아픈데?”“이제 시작이야.”사라가 눈을 크게 떴다.“이게 시작이라고?”미화가 웃을 상황이 아닌데도 웃음이 났다.강수의 표정은 더 굳었다.진통이 조금 가라앉자 의료진이 준비한 휠체어에 사라가 앉았다. 곧바로 산부인과로 이동했고 상태를 확인하는 동안 강수는 사라의 손을 놓지 않았다.검사를 마친 의료진의 움직임이 빨라졌다.“분만 진행이 빠릅니다.”강수의 눈이 의사에게 향했다.“얼마나 걸립니까.”“정확한 시간은 단정할 수 없지만 출산이 임박한 상태라 바로 분만실로 이동하겠습니다.”사라가 눈을 깜빡였다.“바로요?”“네. 아기 상태 확인하면서 진행할게요.”사라는 순간 말이 없어졌다.집에서 양수가 터졌을 때까지도 실감이 덜 났다.병원에 오면 기다리고, 진통하고, 한참 뒤에야 낳는 줄 알았다.그런데 바로 분만실이라니.사라가 강수를 올려다봤다.“오빠.”“어.”“진짜 낳는대.”강수의 손이 사라의 머리를 한번 쓸었다.“알아.”“나 갑자기 무서운데.”그 말에 강수의 얼굴이 멈췄다.사라는 웬만한 일에는 겁먹지 않았다.아파도 웃었고, 무서운 일이 생겨도 먼저 부딪치는 여자였다.그런 사라가 무섭다고 했다.강수가 몸을 숙였다.“나 들어가.”“같이?”“어.”사라의 손이 그의 손을 더 세게 잡았다.“끝까지 있어.”“있어.”“나 손 부러뜨려도 뭐

  • 불온한 정착   298

    9개월을 지나 이제 막 10개월째에 들어선 저녁이었다.예정일이 가까워질수록 강수는 회사에 나가는 날을 줄이더니 결국 아예 르베르에서 일을 보기 시작했다.회장실에서 처리하던 보고는 정민이 직접 가져왔고, 사뇌파 쪽 급한 일은 덕배가 정리해 연락했다. 정말 강수가 직접 움직여야 하는 일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전부 집에서 처리했다.사라는 처음 며칠은 어이가 없었다.“오빠, 나 내일 당장 애 낳는 거 아니야.”“몰라.”“뭘 몰라?”“언제 나올지.”그 말이면 끝이었다.미화까지 강수 편을 들었다.“막달에는 진짜 몰라. 갑자기 신호 오는 거야.”“엄마까지 왜 그래.”“그러니까 멀리 돌아다니지 마.”결국 사라는 보호자가 둘인 생활에 익숙해졌다.그날 저녁도 세 사람은 함께 식탁에 앉았다.미화가 끓인 된장찌개와 생선구이, 나물 몇 가지가 올라왔고 사라는 밥을 반쯤 먹은 뒤 젓가락을 내려놓았다.“배불러.”강수가 바로 봤다.“별로 안 먹었잖아.”“건이가 자리를 다 차지했어.”사라는 커다랗게 솟은 배를 손바닥으로 쓸었다.“엄마, 얘 진짜 많이 내려온 것 같지?”미화가 사라의 배를 살폈다.“조금 그런 것 같기도 하고.”“요즘 밑으로 묵직해.”강수의 젓가락이 멈췄다.“언제부터.”“며칠 됐어.”“왜 말 안 했어.”사라가 황당한 얼굴로 그를 봤다.“말했어.”“언제.”“어제도 말했고 그저께도 말했거든?”미화가 웃었다.“강수야, 사라가 매일 말했어.”강수는 입을 다물었다.사라가 피식 웃었다.“내 말 안 듣지?”“들었어.”“근데 왜 또 물어.”“확인한 거야.”“그래. 그렇게 하자.”저녁을 다 먹은 뒤 미화가 그릇을 모았다.사라가 바로 손을 뻗었다.“엄마, 내가 할게.”“놔둬.”“나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 했어.”“애 키웠잖아.”사라가 멈칫했다.“뱃속에서?”“그게 제일 큰일이지.”사라는 웃으며 의자를 뒤로 밀었다.“그래도 그릇 정도는—”몸을 일으키는 순간이었다.사라의 표정이 이상하게 멈췄다.강수가 바

  • 불온한 정착   297

    미화가 르베르에 머물기 시작한 뒤 집의 아침 풍경이 조금 달라졌다.강수가 출근 준비를 마치고 나오면 주방에는 이미 미화가 있었다. 사라는 그 옆에서 과일을 집어먹거나 식탁에 앉아 건이에게 아침부터 말을 걸었다.“오빠, 밥 먹고 가.”“먹었어.”“뭘 먹었는데?”“토스트.”미화가 바로 끼어들었다.“그게 밥이야?”강수가 현관으로 향하던 걸음을 멈췄다.사라가 웃었다.“엄마, 잡아. 또 도망간다.”결국 강수는 식탁으로 돌아왔다.그렇게 셋이 아침을 먹었다.출근할 때도 사라와 미화가 함께 현관까지 나왔다.“다녀와.”“강수야, 점심 챙겨 먹어.”“네.”강수는 신발을 신다가 사라의 배를 한번 보고, 미화가 옆에 있는 걸 확인하고서야 문을 나섰다.사라는 문이 닫히자 미화를 봤다.“엄마.”“왜?”“오빠 요즘 안심하고 출근하는 것 같지?”“내가 있어서?”“응.”미화는 대답 대신 웃었다.낮에는 둘이 밥을 먹고 장을 보기도 했다. 사라가 출산용품을 펼쳐놓으면 미화는 필요 없는 것과 꼭 필요한 것을 골라줬고, 건이가 움직이면 하던 일을 멈추고 둘이 배에 손을 올렸다.그러던 어느 날 사라가 말했다.“엄마, 회사 가볼래?”“회사?”“응. 오빠 회사.”“내가 거길 왜 가.”“아들 회사 궁금하지 않아?”미화가 잠시 망설였다.사라는 이미 가방을 챙기고 있었다.“가자. 내가 구경시켜줄게.”“너 몸 무거운데.”“차 타고 가서 엘리베이터 타는데 뭐가 무거워.”결국 오후가 되자 두 사람은 CH건설에 도착했다.회장실 문을 열자 강수가 먼저 사라의 배부터 봤다.그다음 미화를 봤다.“어떻게 왔어요?”“내가 데리고 왔어.”사라가 대답했다.“엄마한테 오빠 회사 보여주려고.”미화는 넓은 회장실을 천천히 둘러봤다.“여기서 일하는구나.”“네.”“생각보다 크네.”사라가 옆에서 웃었다.“엄마, 회장이잖아.”“회장인 건 알지.”미화의 시선이 책상 위 가족사진에서 멈췄다.결혼식 때 찍은 사진이었다.사라와 강수.그리고 사라가 손

  • 불온한 정착   296

    사라의 얼굴이 금세 환해졌다.“그래. 우리 집인데.”미화가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봤다.사라는 너무 당연하다는 얼굴이었고, 강수는 이미 트렁크에서 다음 짐을 꺼내고 있었다.“엄마 이제 여기서 손님 아니야.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냉장고 열어 먹고, 필요한 거 있으면 그냥 쓰고. 방도 엄마 마음대로 써.”“그래도 너희 신혼집인데.”“신혼여행도 갔다 왔는데 뭐.”사라가 배를 한번 받치며 웃었다.“그리고 우리 이제 둘이 아니잖아.”“그건 그렇지.”“엄마까지 왔으니까 넷이지.”미화의 눈이 사라의 배로 내려갔다.“건이까지?”“응. 나, 오빠, 엄마, 건이.”사라가 손가락까지 하나씩 접어가며 세자 미화가 웃었다.강수가 짐을 모두 꺼내고 트렁크를 닫았다.“올라가요.”“오빠, 나 하나 들게.”“됐어.”“가벼운 거.”“가.”“저 봉투 가볍잖아.”사라가 작은 보자기 가방을 집으려는 순간 강수가 먼저 들어 올렸다.사라의 손에 남은 건 아무것도 없었다.“나 임산부지 귀족 아니거든?”“알아.”“근데 왜 아무것도 못 들게 해?”미화가 사라의 팔짱을 꼈다.“그냥 둬. 들고 싶다잖아.”사라가 강수를 봤다.양손에 가방과 상자를 잔뜩 든 채 먼저 엘리베이터 쪽으로 걷고 있었다.“엄마.”“응?”“저거 은근히 고집 세.”앞에서 강수의 목소리가 들렸다.“다 들려.”“들으라고 했어.”르베르 23층에 도착하자 사라는 미화를 데리고 먼저 2301호로 들어갔다.현관문이 열리자 미화가 천천히 안을 둘러봤다.몇 번 와본 집이었다.그런데 여행가방까지 가지고 들어오니 느낌이 달랐다.사라는 신발을 벗자마자 말했다.“엄마 방부터 보자.”“너 좀 앉아.”“나 안 힘들어.”“오는 내내 화장실 두 번 갔잖아.”“그건 건이가 방광을 눌러서 그래.”뒤따라 들어온 강수가 짐을 내려놓았다.“앉아.”사라가 돌아봤다.“둘이 똑같은 말 하지 마.”“앉으라고.”“싫은데?”강수는 말없이 사라를 봤다.사라도 마주 봤다.몇 초 지나지 않아 미화

  • 불온한 정착   295

    다음 날 아침, 강수와 사라는 함께 미화를 데리러 내려갔다.사라는 조수석에 앉자마자 안전벨트를 배 아래로 편하게 정리했고, 강수는 출발하기 전 그것부터 확인했다. 좌석 각도도 보고 발밑에 둔 작은 쿠션도 다시 밀어줬다.“됐어?”“어.”“나 진짜 괜찮아.”“알아.”“그런데 왜 다섯 번째 확인해?”강수는 대답하지 않고 차를 출발시켰다.사라는 피식 웃으며 창밖을 봤다.도시를 빠져나가 익숙한 시골길로 접어들자 풍경이 달라졌다. 좁은 길과 밭이 이어지고, 멀리 낮은 집들이 드문드문 보였다.이 길도 이제 낯설지 않았다.처음에는 강수에게 너무 오래된 상처가 묻어 있던 곳이었지만, 이제는 두 사람이 함께 찾아오는 집이 됐다.미화의 집 앞에 도착하자 사라는 창문 너머를 보다가 눈을 크게 떴다.“오빠.”“왜.”“저게 다 뭐야?”마당 한쪽에 짐이 쌓여 있었다.큰 여행가방 하나.보자기 가방 두 개.아이스박스.종이상자까지.그리고 그 옆에 미화가 서 있었다.사라가 안전벨트를 풀며 웃었다.“내가 뭐랬어. 바리바리 싸 온다니까.”강수가 차에서 먼저 내렸다.사라도 문을 열려는데 강수가 이미 조수석 쪽으로 돌아와 있었다.문이 열렸다.“천천히.”“나 내릴 수 있어.”“알아.”강수가 팔을 내밀었다.사라는 그 팔을 잡고 차에서 내려오며 배를 한번 받쳤다.미화가 바로 다가왔다.“사라야.”“엄마!”사라가 반갑게 팔을 벌리자 미화의 얼굴부터 환해졌다.“아이고, 배 봐.”“많이 나왔지?”“사진으로 보는 거랑 다르네.”미화는 사라를 안으려다 큰 배 때문에 멈칫했고, 결국 어깨를 감싸 안았다.“몸은 괜찮아?”“응. 완전 괜찮아.”“숨 차는 건?”“가끔.”“다리 붓고?”“조금.”“잠은?”“건이가 밤에 축구 안 하면 잘 자.”미화의 손이 조심스럽게 배로 향했다.“건아. 할머니 왔다.”사라가 웃었다.“엄마, 얘 이제 이름 알아듣는 것 같아.”“정말?”“오빠가 부르면 잘 움직여.”강수가 뒤에서 짐을 들다 말했다.“우

  • 불온한 정착   294

    덕배와 정민이 돌아간 뒤에도 사라는 회장실에 남아 있었다. 강수는 다시 책상 앞에 앉아 밀린 서류를 보고 있었고, 사라는 맞은편 소파에 기대 앉아 종이봉투에서 하나씩 간식을 꺼냈다. 배가 많이 나오고부터 한 번에 많이 먹지는 못했지만 배고픈 시간은 더 자주 찾아왔다. 과자를 하나 입에 넣던 사라가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 고개를 들었다. “아, 오빠.” “왜.” “엄마 내일 오신대.” 서류 위를 움직이던 펜이 멈췄다. “여기?” “응. 우리 집.” 강수가 눈을 들었다. 사라는 아무렇지 않게 과자를 하나 더 집었다. “아까 연락 왔어. 건이도 많이 컸고 이제 언제 나올지 모르니까 미리 올라오겠대.” “아직 두 달 남았잖아.” “예정일이 그렇다는 거지. 엄마는 애가 꼭 날짜 맞춰서 나오냐고 하던데?” 강수는 잠깐 말이 없었다. 사라가 웃었다. “그리고 건이 태어나면 나 몸조리도 해주고 내려가시겠대.” 이번에는 강수의 시선이 완전히 서류에서 떨어졌다. “얼마나 계신대.” “안 정했어.” “그래?” “응. 내가 회복하는 거 보고.” 사라는 별일 아니라는 듯 말했지만 강수는 한동안 아무 대답이 없었다. 미화가 르베르에 며칠 머물렀던 적은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아들이 사는 집에 잠깐 들르는 게 아니라 손자가 태어나기를 기다리고, 며느리의 산후조리까지 해주겠다는 것이었다. 아주 오래전 끊겨버렸던 가족의 시간이 이제는 너무 자연스럽게 다음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사라가 강수를 빤히 바라봤다. “왜.” “뭐가.” “싫어?” “아니.” 대답은 즉시 나왔다. “그럼 왜 표정이 그래?” “원래 이래.” “그건 맞는데.” 사라가 웃으며 소파에서 몸을 일으키려 했다. 강수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있어.” “나 오빠한테 가려고.” “내가 가.” 결국 강수가 먼저 다가왔다. 사라는 다시 소파에 등을 기대고 그가 옆에 앉자 자연스럽게 팔에 붙었다. 이제 배 때문에 예전처럼 옆구리에 쏙 들어가지는 못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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