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미스터리/스릴러 / 붉은 혼서 / 12화. 반듯한 침방

Share

12화. 반듯한 침방

Author: moominkiller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8-19 09:08:29

“아씨께서 드시지 못하던 향신료라 빼려 했습니다.”

“장례 음식은 문씨 집안의 법도대로 한다.”

“하지만 아씨께서는—”

“손님이 먹을 음식이다.”

청도의 손에서 뚜껑이 미끄러졌다. 날카로운 놋쇠 모서리가 손바닥을 그었다.

피가 향신료 위로 한 방울 떨어졌다.

세린의 눈썹이 움직였다.

“새것으로 바꿔라.”

그가 떠난 뒤 부엌 어멈이 청도의 손을 잡았다.

“깊게 베였어.”

청도는 손을 빼냈다.

“천만 감으면 됩니다.”

“아씨가 죽었다는데 울지도 않니?”

청도는 팔각 통을 닫았다.

“울 시간과 장소를 정해주시면 그때 울겠습니다.”

부엌 어멈은 다시 묻지 않았다.

오후가 되자 대문 쪽에서 빗장 걷는 소리가 났다.

“대리시에서 왔습니다!”

시비 하나가 행랑을 가로질러 뛰었다. 장례 물건을 나르던 사람들은 벽으로 붙었고, 시신을 실은 들것이 그 사이로 들어왔다. 들것 채가 문턱을 넘을 때마다 덜컹 울렸다.

살피기를 마친 시신은 흰 천에 싸여 있었다. 얼굴만 확인할 수 있도록 천이 접혀 있었다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Latest chapter

  • 붉은 혼서   203화. 돌아오는 수레

    마부가 짐문 밖을 가리켰다.“강변으로요. 큰 창고 말고, 그 앞에…….”“어느 쪽!”노탁이 재촉하자 마부가 더듬거리다 직접 뛰어나갔다. 경연은 포졸 둘을 마당에 남겼다. 소의가 천을 내려놓고 고개를 들었을 때 그는 이미 말을 받고 있었다.“여기 있겠소?”“천부터 말릴게요.”경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말을 타면서도 한 번 더 마당을 돌아봤다.*앞서 간 수레는 강변 짐길의 좁은 갈림목에 서 있었다.두 사람이 천을 내리고 있었다. 노탁의 고함에 수레 뒤에 있던 사내가 뛰었다. 경연은 말에서 내려 길을 가로질렀다. 사내가 어깨로 밀어붙이자 몸을 틀어 팔을 잡았다.쿵. 등짐 틀에 사내의 옆구리가 부딪쳤다.“가만있어라.”그가 허리춤으로 손을 넣었다. 경연은 손목을 더 꺾었다. 짧은 칼이 발밑에 떨어졌다.수레를 끌던 마부는 양손을 들었다.“저는 삯 받고 온 겁니다! 내려놓으라는 데 내려놨어요.”경연은 마부에게 가까이 오지 말라고 했다. 노탁이 달려와 사내를 묶었다. 뒤편의 창고지기가 문을 닫으려다 포졸에게 붙잡혔다.“이 안에도 있소?”“없습니다.”“문을 열어두시오. 방금 받은 것이 무엇인지 확인해야겠소.”수레에 세 뭉치, 길바닥에 두 뭉치가 있었다. 마부는 여섯을 실었다고 했다.“하나는?”“먼저 가져갔어요. 저 사람 동무가.”묶인 사내가 고개를 돌렸다.경연은 칼을 수거하게 하고, 인근 창고들에 방금 들어온 짐과 운반인을 확인하도록 포졸을 나눴다. 천 한 뭉치가 어느 문으로 들어갔는지 곧바로 답하는 사람은 없었다. 여기저기서 제 짐을 건드리지 말라는 고함만 났다.그는 남은 다섯 뭉치부터 사람들 앞에서 세었다.“보문비단상으로 돌린다. 거기서 주인과 주문 물량을 대조해라.”마부가 수레채를 잡았다. 손이 떨려 끈을 두 번 놓쳤다.“저도 잡혀갑니까?”“운반한 경위는 진술해야 한다. 달아나지 않으면 묶지 않겠다.”마부는 젖은 손바닥을 바지에 문질렀다.*소의가 천을 펼칠 때마다 쪽빛 물방울이 팔을 타고 흘렀다.아완은 울지 않았다

  • 붉은 혼서   202화. 짐문에 선 사람

    “내려요!”소의가 밧줄 아래로 손을 넣었다. 일꾼 하나가 움찔하며 무게를 놓았다. 꾸러미가 비스듬히 기울었다.“손 끼어요!”아완이 어머니의 팔을 잡아당겼다. 쿵, 천 뭉치가 바닥에 떨어졌다. 매듭에서 흙먼지가 일었다.회색 옷의 사내가 혀를 찼다.“일하는 사람 다치게 하시려고 이러십니까?”소의는 구부린 손을 펴보았다. 상처가 아물어가는 자리가 당겼다. 혜진의 손에는 밧줄 자국이 붉게 남았다.“수거 명령을 보여주세요.”사내가 품에서 종이를 꺼냈다.소의는 끝까지 읽었다. 현씨에서 비단상에 건넨 보증이었다. 물건을 인계하면 나중에 다툼이 생겨도 손해를 물겠다는 내용이었다.“관청 명령은 아니네요.”“낭중께서 직접 내신 겁니다.”“판결이 났냐고 물었어요.”사내가 종이를 빼앗듯 가져갔다.명산이 짐문으로 들어왔다. 아완을 뒤로 보내고 혜진 손부터 보았다. 손바닥 가운데가 벗겨져 있었다.그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혜진은 남편의 소매를 잡았다. 명산이 한 번 길게 숨을 내쉬더니 수레 앞으로 걸어갔다. 양손으로 수레채를 움켜쥐었다.“이거 안 갑니다.”“비키시오.”“값도 못 받았소. 안 가.”비단상 주인이 발을 굴렀다.“이 사람들아, 내 마당에서 왜들 이래!”소의가 그쪽으로 돌아섰다.“주문하신 물건이 없어지면 다음 달 손님께 뭘 내드릴 건데요?”“현씨에서 물어준다니까.”“천도 물어준답니까? 같은 빛깔로 다시 물들이는 데 며칠 걸리는지는 아세요?”주인이 혜진을 보았다. 그녀가 손을 치마에 누르고 대답했다.“말리는 날까지 열흘은 줘야 해요. 비가 오면 더 걸리고요.”앞가게 쪽에서 점원이 고개를 내밀었다.“주인어른, 내일 가져가신다는 손님이—”“지금 말고!”사내가 그 틈에 일꾼을 밀었다.“싣기나 해. 한두 필 장사도 아니면서.”밀린 일꾼의 등이 장대에 부딪쳤다. 걸쳐놓은 젖은 천이 주르륵 쏟아졌다. 아완이 아래로 뛰어들자 혜진이 아이 허리를 끌어안았다.“그냥 둬!”천 끝이 물통 속으로 처박혔다. 탁한 물이 넘쳐 소의의

  • 붉은 혼서   201화. 남의 천에 붙은 표

    곡우가 닭 뼈를 치운 자리에 걸상을 하나 더 밀어 넣었다. 아침부터 네 사람이 앉으니 청묵재 앞방이 꽉 찼다. 명산은 무릎 위에 올린 모자를 자꾸 돌렸다.“그러니까 내가 남의 아내를 데리고 살았단 말이오?”고환이 읽던 소장을 내려놓았다.“현 낭중이 그렇게 주장한다는 겁니다.”“십사 년을 살았는데.”“그 기간도 조사합니다.”명산은 혜진을 보았다. 그녀는 간밤에 접어 넣었던 딸의 저고리를 무릎에 놓고 실밥 하나를 뜯고 있었다. 손끝이 헛돌았다.소의가 고환 앞의 종이를 당겼다.“혼인을 다투면 염방도 가져갈 수 있습니까?”“그건 별개요. 현씨 혼수로 세운 염방이라고 했으니, 실제 밑천이 어디서 났는지부터 확인해야 하오.”“염방은 내 것이었소.”명산이 모자를 상에 놓았다.“혼인하기 전부터요. 작았지. 솥 두 개에 장대 하나였으니까. 뒤채는 나중에 늘렸고.”“언제요?”“아완이가…….”그가 아내를 보았다.“세 살 때. 당신이 허리를 다치기 전이요.”혜진은 실밥을 떼어 상 끝에 놓았다.“둘이 모았어요. 장작값부터 떼고 남은 걸로.”고환이 그 대목을 적었다. 명산이 손을 내밀었다가 거두었다. 아내의 손등을 덮으려던 손이 자기 무릎으로 돌아왔다.소의는 둘에게 남은 주문부터 물었다. 명산이 셋이라고 했다가 넷으로 고쳤다. 청양에 남은 일꾼들이 보문비단상에 보낼 천이 있었다.“그건 어제 닿았소. 아직 값을 못 받았고.”“인수는 끝났습니까?”“빛깔을 보고 오늘 치른댔는데.”문밖에서 발이 미끄러졌다.아완이 문설주를 잡고 들어왔다. 숨을 몰아쉬느라 말이 바로 나오지 않았다. 곡우가 물잔을 내밀자 아이는 고개부터 저었다.“아버지. 천을…… 저 사람들이 가져간대.”명산이 일어나다 걸상을 넘어뜨렸다.“누가!”“현씨 집 거라고. 우리한테 돈 주지 말래.”고환이 소장을 접었다. 소의는 아완을 걸상에 앉히고 다시 물었다.“관청 사람이 왔어?”“몰라요. 회색 옷 입은 사람이 종이를 붙였어요. 주인아저씨는 말도 안 하고.”소의는 고환을 보았

  • 붉은 혼서   200화. 다시 켠 등불

    값표를 걸자마자 손님이 왔다.곡우는 사다리에서 내려오지도 못한 채 고개를 돌렸다.“아직 바닥이 젖었어요!”“나도 젖었소.”노인이 신을 들어 보였다. 아침에 물을 길어오다 엎질렀다고 했다. 소의는 마른 자리를 가리키고 앉으시라 했다.“무슨 글을 써드릴까요?”“아들한테.”노인은 품에서 구겨진 종이를 꺼냈다. 며칠 전 돌려받아 간 서찰이었다. 소의가 펴보자 끝에 글자가 몇 자 더 붙어 있었다.“직접 쓰셨어요?”“옆집 애한테.”“그럼 이대로 베껴드릴까요?”“아니. 그건 빼.”아들더러 당장 돌아오라고 적힌 줄이었다.소의는 붓을 들고 기다렸다. 노인이 목을 가다듬었다.“바쁘면 안 와도 된다. 그런데 네 어미가…… 아니, 내가 좀 아프다.”곡우가 값표를 걸던 손을 멈췄다. 소의는 앞의 말까지 지우지 않고 어느 것을 남길지 물었다.노인이 한참 만에 손가락으로 짚었다.“내가 아프다는 것만.”청묵재에는 종일 그런 손님이 왔다. 밀린 글을 찾으러 온 사람은 화부터 냈다가 소의의 발을 보고 목소리를 낮췄다. 한 사람은 돈을 돌려받은 것을 잊고 또 내밀었다. 곡우가 되밀어주자 그는 돈궤를 한 번 더 세어보라며 오히려 의심했다.곡우는 입술을 삐죽였지만 끝까지 세어주었다.해가 기울 무렵 소의가 손을 털었다. 붓을 오래 쥐었더니 아물던 손바닥이 뻣뻣했다. 문밖에서는 명산 가족이 객점으로 돌아가는 길에 잠깐 멈췄다.아완이 안을 들여다봤다. 소의가 손을 흔들자 아이도 작게 흔들었다. 명산은 아내와 딸 사이에 서 있었지만 예전처럼 앞장서지 않았다. 혜진이 먼저 걸으면 따라갔다.곡우가 청묵재 문턱을 쓸었다.“내일도 오겠네요. 손님들.”“그래야지.”소의가 돈궤를 닫았다. 곡우의 밀린 품삯을 먼저 따로 묶어두었다. 종이값을 빼자 남은 돈은 많지 않았다.*경연은 해가 지기 전에 왔다.이번에는 손에 봉함이 있었다. 소의는 그것을 보고 곧장 상을 비웠다.“또 무슨 일입니까?”“현도언이 반소를 냈소. 혜진 부인의 혼인과 청람염방의 재산을 함께 걸었소.

  • 붉은 혼서   199화. 돌려받은 이름

    소의는 자기 이름이 불릴 때까지 앉아 있었다.사흘 동안 같은 말을 여러 자리에서 했다. 돈을 준 시각, 약포에서 나온 문, 함께 걸은 사람. 틀린 부분을 고치고 모르는 부분을 비워두었다. 이제는 질문을 듣기도 전에 대답이 나올 것 같았지만 입을 다물고 기다렸다.심리당에는 꼭 필요한 사람만 들어왔다.경연은 판관 자리에 앉지 않았다. 집행 경위를 말한 뒤 옆자리로 물러났다. 소의는 그가 서 있는 쪽을 한 번 보고 정면으로 돌아섰다.고환이 약포 주인을 불렀다.주인은 소의에게 받은 돈 중 약값과 방값으로 쓴 몫을 말했다. 남은 돈은 관청에 맡긴 그대로였다. 약동에게 입을 막을 돈을 건넨 적 없다고 했다.약동은 고개를 숙였다가 들었다.“제가 거짓말했습니다.”누이가 뒤에서 두 손을 맞잡았다. 아이는 그녀를 돌아보지 않고 말을 이었다.석규가 고발한 내용과 아이가 실제로 본 일은 달랐다. 소의가 귀가한 뒤에도 곽진은 살아 있었고, 밤에 진료방에 들어온 사람은 석규였다. 의원은 마지막 진료 시각을, 죽은 자의 아내는 경비가 자신을 찾아온 일을 각각 확인했다. 누이를 데려간 자와 가둔 방도 확보되어 있었다.석규가 끼어들었다.“저 아이가 어둠 속에서 뭘 봤다고!”고환은 아이에게 같은 장면을 다시 말하게 하지 않았다. 숙소에서 붙잡힌 사내의 진술을 읽었다. 석규가 여자를 데려와 문을 지키게 했고, 동생이 말을 바꾸면 내보내라고 했다는 내용이었다.사내는 자기 죄를 줄이려고 했을 수 있었다. 그래서 고환은 그 말만 읽지 않았다. 숙소 지기가 여자를 받은 날과 방값을 받은 사람, 누이가 실제로 닫힌 문 안에 있었던 일까지 따로 확인했다.석규의 발이 방석 밖으로 나왔다.“현씨 집에서 알아서 하라기에…….”심조문이 처음으로 그를 불렀다.“누가 무엇을 알아서 하라 했지?”석규는 입을 다물었다.고환은 답하지 않았다고 적고 다음 사람을 불렀다.소의는 문서 끝을 잡은 손에 땀이 나는 것을 느꼈다. 시승이 그녀에게 마지막으로 물었다.“약동이나 그 누이에게 진술

  • 붉은 혼서   198화. 배를 묶은 사람들

    성문이 열리자 수레들이 한꺼번에 움직였다.소의는 고환과 같은 수레를 탔다. 연수문을 나선 뒤에도 나루는 한참이었다. 창고 지붕 너머로 아침 안개가 걷혔고, 쌀을 실은 수레가 길을 막아 두 번 내려 걸었다.경연은 먼저 출항할 배들을 확인하고 있었다.석규가 탄다는 배는 큰길에서 보이지 않는 짐배들 사이에 끼어 있었다. 선주가 돛줄을 풀며 포졸과 싸웠다.“오늘 못 뜨면 사흘을 기다리오!”“사람부터 확인한다 하지 않소!”“그래서 내 손해는 누가 줍니까!”소의가 도착했을 때 선주는 고환의 관복을 보고도 고개를 돌렸다. 초앵과 복례에게 알려준 뒤 관청 사람이 들이닥쳤다며 이를 갈았다.고환은 수색패를 읽었다. 그 소리에 화주들이 몰려왔다.“우리 짐도 묶는 거요?”“차가 젖으면 끝장이오!”소의는 고환에게 종이를 받아 다시 읽었다. 석규의 신병과 그가 맡긴 짐을 확인한다는 내용이었다. 다른 화물 전부를 압류한다는 말은 없었다.“고 평사, 다른 분들 짐까지 못 나가게 하는 겁니까?”“아닙니다. 확인되면 나갈 수 있습니다.”“지금 읽어주세요. 저분들은 못 들었습니다.”고환이 배다리 위로 올라갔다. 목소리가 물소리에 묻히자 소의는 가까운 화주부터 불렀다. 전부 몰리면 배다리가 흔들려 한 사람씩 서게 했다.선주가 마지못해 화물칸을 가리켰다.“석규 짐은 맨 뒤요. 나머지는 내 손님들이고.”경연이 노탁과 배에 올랐다. 소의는 뭍에서 화주들이 제 짐을 확인하도록 고환을 도왔다. 배다리를 걷으려던 선원이 멈추고 줄을 도로 말뚝에 감았다.화물칸 안에서 나무 긁는 소리가 났다.석규는 포목 상자 뒤에 있었다. 노탁이 부르자 고개를 들었다가 선원 하나의 목을 팔로 감았다. 짧은 칼이 옷깃에 닿았다.“내려!”경연이 멈췄다.갑판 위의 발소리도 끊겼다. 잡힌 선원이 두 손을 들었다. 손끝에 밧줄을 잡다 까진 자국이 있었다.“나는 이 사람 몰라요.”석규가 팔에 힘을 주자 선원의 말이 끊겼다.경연은 칼을 뽑지 않았다.“배에서 나가겠다는 건가.”“길 열어.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