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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화. 돌려보내지 않을 사람

Autor: moominkiller
last update Data de publicação: 2026-11-03 22:15:07

늙은 시비가 문턱에서 발을 헛디뎠다. 가까이 있던 포졸이 받쳐주자 그녀는 고맙다는 말을 거듭하며 자리에 앉았다. 그러고도 손을 어디에 놓아야 할지 몰라 소매 안으로 감추었다.

현도언이 보고 있었다. 수십 년을 그 집에서 살았으니 아무리 관청이라 해도 그 앞에서 말을 하기가 쉽지 않았다. 시비는 맞은편의 혜란을 한번 보고서야 고환 쪽으로 몸을 돌렸다.

고환이 물었다.

“물품문이 닫힌 날, 무엇을 보았소?”

그녀는 혜란의 신을 주웠고, 뒤따라가다 밀쳐졌으며, 자온이 어머니를 부르며 울었다고 했다. 방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른다고 했다.

“누가 문을 닫으라 했는지는?”

“총관이요.”

구금 중인 총관은 별도로 그 지시를 인정했다. 다만 현도언의 명령이었다고 한 말은 검증 중이었다. 혜란을 끌었던 하인의 진술과 가족을 옮기려던 현재의 행위가 함께 놓였다.

경연은 현장에서 직접 본 부분만 확인했다. 먼저 탈출을 도운 소의와 마부의 목격은 별도로 받았다.

도언이 말을 끊었다.

“도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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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붉은 혼서   241화. 떠나기 전에

    “갈게요.”소의가 대답하자 경연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녀는 맞잡은 손을 내려다봤다. 함께 가겠다고 하면 그가 안심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굳게 붙잡고 있었다. 소의는 그의 손가락 사이에 제 손을 깊이 넣었다.“언제 떠날 수 있어요?”“말을 준비시키면 모레쯤…….”경연이 말을 멈췄다. 소의는 그 얼굴을 보고 조심스럽게 물었다.“출장은 허락받으셨어요?”그는 고개를 저었다. 심조문 앞에서는 절차를 따르겠다고 했으면서 집에 돌아오는 동안 벌써 길을 계산하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늦으면 또 사람이 떠날 것 같았다. 그렇게 생각하기 시작하면 말 두 필을 구하는 일쯤은 지금 당장 할 수 있었다.소의가 지도 옆의 찻잔을 치웠다.“저도 맡은 일을 넘겨야 해요. 돌아와서 품삯 물어줄 수는 없으니까요.”경연은 함께 가달라는 말 뒤에 자신이 그녀의 시간을 얼마나 쉽게 셈했는지 깨달았다. 청묵재를 비우는 일이, 새로 얻은 집을 잠그고 떠나는 일이 소의에게도 작지는 않을 터였다.“내가 너무 서둘렀소.”소의는 괜찮다고 하려다 그만두었다.“서두르시는 건 알아요. 그래도 먼저 떠나고 저더러 뒤따라오라고 하지는 마세요.”그가 고개를 들었다. 아직 하지 않은 말이었다. 하지만 별도 수레로 오게 하면 그녀가 덜 피곤하지 않을까 잠깐 생각했던 것도 사실이었다.“그렇게 하지 않겠소.”소의는 그의 손을 놓고 빈 종이를 가져왔다. 경연은 그녀가 노자를 셈하려는 줄 알았으나, 첫 줄에 적힌 것은 진문재의 이름이었다.“저도 물어볼 게 있어요. 아버지가 그분을 직접 만났는지, 어디까지 알고 혼서를 썼는지요.”그녀는 잠깐 붓을 멈췄다. 경연이 듣고 싶지 않은 대답을 자신이 묻게 될 수도 있었다. 위조에 관여한 아버지를 두둔하지 않겠다고 했던 것처럼, 그가 찾는 사람도 믿고 싶은 모습으로만 볼 수는 없었다.경연은 종이를 읽다가 그녀를 보았다.“그대가 묻고 싶은 것은 따로 적어두시오. 내 것에 맞출 필요 없소.”소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함께 가겠다는 대답을 이제야

  • 붉은 혼서   240화. 정주에서 온 대답

    찻잔은 아침까지 선반에 남아 있었다.소의는 잠에서 깨어 앞방에 나왔다가 그것을 보고 걸음을 멈췄다. 경연은 먼저 관청에 나갔고 집은 조용했다. 어젯밤에는 가까이 앉은 사람에게 정신이 팔려 잘 보지 못했는데, 잔 안쪽에 오래 쓴 흔적이 있었다. 그녀는 물을 갈아놓고 책상을 닦았다.청묵재로 나가려던 참에 경연이 돌아왔다.옷차림은 아침과 같았다. 그러나 대문 안에 들어선 뒤 바로 말을 하지 못했다. 소의는 손에 든 문고리를 놓았다.“무슨 일 있어요?”그가 봉한 서신을 내밀었다.“정주에서 답이 왔소.”그녀는 고월낭의 행방을 묻고도 빈손으로 돌아왔던 산해를 생각했다. 성북의원에서 북쪽 산촌으로 떠났다는 것까지는 알았다. 그 뒤로 이어 보낸 조회에 오래 답이 없었다.소의가 그를 안으로 들였다. 경연은 앉지 않고 서신을 펼쳤다. 정주에서 보낸 공문과 성북의원 측의 확인이 함께 들어 있었다. 최근 약재를 전하고 돌아온 사람이 고월낭을 직접 만났다고 했다. 목적지는 성 북쪽 백석촌이었다. 산 아래 물레방앗간을 지나 동쪽 비탈의 낮은 돌담집을 찾으라는 설명이 이어졌다.“이번에도 떠났을 수 있겠죠?”소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그럴 수 있소. 답이 오는 데 시간이 걸렸으니.”그는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 줄을 다시 읽었다. 사람이 없다는 말보다 늦게라도 닿을 수 있다는 말에 마음이 먼저 달려갔다. 자신이 어머니라고 믿고 싶은 사람과, 실제 그곳에 있는 여인이 같은 사람인지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소의는 그에게 앉으라고 했다. 경연은 그제야 의자를 당겼다.*안왕이 정식으로 전달 경위를 밝힌 것은 그날 오후 대리시에서였다. 경연은 그 자리에 관계자로 불려갔고, 기록은 별도의 서리가 맡았다. 왕부에서 제출한 다섯째 혼서의 사본이 놓이자 심조문이 원본의 소재와 받은 경로부터 확인했다.안왕은 갈충의 후손이 올린 청원에 혼서 사본이 붙어 있었다고 설명했다. 궁중에서 말을 몰던 갈충의 죽은 아내로 적힌 여인, 그리고 그 이름과 다른 여인이 북방으로 떠났다는 집안의

  • 붉은 혼서   239화. 비워둔 찻잔 자리

    책상은 대문에서 한 번 걸렸다.곡우가 뒤쪽을 밀다가 멈추고, 소의는 앞에서 숨을 골랐다. 반월정에서 수레를 세우고 골목 안으로 나를 때는 들어갈 것 같았다. 그런데 서묵소원의 문짝을 활짝 열어도 귀퉁이가 빠지지 않았다.“비껴 세워야겠어요.”“그러면 서랍이 쏟아져요.”곡우가 말하자 소의는 손을 놓고 서랍부터 뺐다. 안에는 빈 종이 몇 장뿐이었다. 두 사람은 서로 얼굴을 봤다가 웃었다. 무거울 줄 알고 안을 확인하지도 않았던 것이다.책상은 남쪽 대문을 지나 앞방 창 아래에 놓였다. 손님용 걸상 둘을 붙이고 나니 뒤뜰로 통하는 문이 보였다. 뜰 건너 북쪽에는 물항아리를 둔 부엌과 침방이 각각 문을 내고 있었다. 소의는 바람이 어느 쪽으로 드는지 잠깐 서서 느꼈다.독립 호적이 나오고 임대 약조에 이름을 적은 것은 사흘 전이었다. 종이를 받을 때에는 손이 떨리지 않았다. 오히려 오늘 빈 방에 자기 책상을 놓고 나서야 실감이 났다. 누구에게 방 한 칸을 내어달라고 부탁하지 않아도 되는 집이었다. 그만큼 물이 새고 땔감이 모자라면 자신이 해결해야 했다.곡우가 청묵재에 남길 열쇠를 허리춤에 넣었다.“저는 거기서 잘래요. 아침에 문 열기도 편하고.”소의는 이미 들었던 말인데도 다시 물었다.“혼자 있어도 괜찮겠어?”“아씨도 혼자 계실 거면서.”곡우는 말하고 소의의 얼굴을 보더니 입을 다물었다. 놀릴 생각은 없었는데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보니 다른 뜻으로 들린 모양이었다.“제 이불도 거기가 편해요. 일은 전처럼 하러 오실 거죠?”소의는 그렇다고 했다. 청묵재를 옮기는 것은 아니었다. 이 앞방에는 밤에 마칠 필사와 개인 문서를 두기로 했다. 곡우는 그제야 빈 광주리를 들었다. 돌아가 손님을 받아야 할 시각이었다.*옥선은 해가 기운 뒤 찬거리를 가져왔다. 부엌에 놓인 작은 솥을 보고 너무 작다고 하다가, 소의 혼자 쓴다는 말에 손을 멈췄다.“그렇지. 내가 늘 많이 해서.”그녀는 물항아리 뚜껑을 열어보고 쥐가 들 만한 틈이 없는지 둘러봤다. 소의는 이

  • 붉은 혼서   238화. 남아 있는 부엌

    유 마마는 솥 밑의 불을 줄이다가 흰밥을 따로 덜었다. 평소보다 한 덩이 더 쥐고서야 손을 멈췄다. 백유진이 길에서 먹을 몫이었다.그 사실을 깨닫자 괜히 주걱으로 솥 가장자리를 긁었다. 이 집에 처음 왔을 때 유진은 그녀에게 밥부터 주었다. 갈 곳이 없던 날이었다. 그 기억이 아직도 몸에 남아 있는 모양이었다.마당에서는 침선 일을 맡을 여인들이 새 약조를 읽고 있었다. 글을 모르는 이에게는 소의가 한 항목씩 설명했다. 제 품삯에서 공동 부엌에 얼마를 보탤지, 일을 그만두더라도 거처를 바로 빼앗기지 않도록 정한 기간이 얼마인지 다시 물었다. 두 사람이 서로 다르게 알아들어 한 번 더 읽었다.유진의 위조 혼서는 무효로 판단되었다. 죽은 사람과 혼인한 것으로 꾸민 기록이 그가 이후 정당하게 얻은 모든 물건까지 빼앗는 근거가 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사람을 다시 넘기고 받은 돈과 강제로 얻은 몫은 달랐다. 배상할 재산을 가른 뒤 계화사의 남은 거처와 생업은 거주자들의 약조에 따라 유지하게 되었다.유진은 그 이야기를 옆방에서 들었다. 자신이 앉던 자리에 다른 여자가 앉아 질문을 하고 있었다. 저 사람은 셈이 느려 혼자 못 할 텐데,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가 곧 부끄러워졌다. 자신이 맡아야 한다고 생각해놓고 얼마나 많은 일을 감췄는지 알고 있었다.문을 지키던 포졸이 이동할 때가 됐다고 알렸다. 구호한 사람들의 증언은 들었으나, 그 공로가 강제로 재혼을 주선하고 거절할 길을 막은 책임을 없애주지는 못했다. 유진에게도 도형이 내려졌다.그녀는 일어나 치마를 폈다. 문밖으로 나가자 대화가 잠시 끊겼다.*연수는 아이에게 신을 신기고 있었다. 발의 상처는 아물고 있었지만 새 신의 안쪽이 닿으면 아직 아팠다. 그녀는 천을 한 겹 대고 끈을 느슨하게 맸다.유진이 가까이 오자 아이는 어머니 뒤로 발을 감췄다.“잘 낫고 있니.”연수는 아들의 발을 내려놓았다.“아직 오래 걷지는 못해요.”유진은 허리를 굽히려다 그만두었다. 아이가 더 뒤로 물러섰기 때문이었다. 연수를

  • 붉은 혼서   237화. 돌아갈 집의 이름

    혜진은 혼적청 계단을 내려오다 남편의 소매를 붙잡았다.명산이 얼른 돌아섰다.“왜? 빠뜨린 게 있어?”“아니. 그냥 천천히 가자고.”그는 아내의 얼굴을 보고 걸음을 늦췄다. 혜진은 정정된 혼적을 품에 넣었다. 혼인을 새로 허락받은 것이 아니라, 명산과 함께 살아온 관계가 자기 이름 아래 남은 것이었다. 분명히 설명을 들었는데도 밖으로 나오니 다리가 풀렸다.명산은 그녀가 손을 놓지 않자 아예 손바닥을 폈다. 혜진은 주위를 보고 손가락 두 개만 걸었다. 평소라면 그것을 가지고 놀렸을 남편이 오늘은 아무 말 없이 잡아주었다.“염방 지붕은 고쳤을까.”혜진이 물었다.“서찰에는 고쳤다고 했어.”“당신이 보면 또 마음에 안 든다고 올라갈 거지.”“새지만 않으면 돼.”“그럼 올라가지 마.”명산은 웃었다. 돌아가서 할 일이 떠오르는 것이 오래간만이었다. 다만 자기 상해 처분과 남은 출석 의무까지 끝난 것은 아니었다. 지정된 날에는 청양현 관아에 나가 확인받고, 다시 부르면 와야 했다. 그는 그 종이도 혼적과 따로 접어 챙겼다. 혜진은 남편이 숨기지 않고 넣는 것을 옆에서 보았다.*혜란은 제 이름이 맨 위에 적힌 호적을 방 안에 넣어두었다. 현도언과의 혼인을 끝낸다는 처분을 들을 때는 그가 다시 반대하러 들어올 것 같아 문을 보았다.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다. 돌아온 뒤에도 한참 종이를 펼쳤다 접었다 했다.혜란의 셋방에는 자온이 만든 낮은 책꽂이가 놓여 있었다. 널빤지를 벽돌 위에 올린 것뿐이었지만 바닥이 비니 방이 넓어 보였다. 자매는 그 앞에 앉아 돌아갈 짐을 나누었다.혜진이 품에서 청양 집의 열쇠를 꺼내자 혜란은 제 것 옆에 놓아보았다. 언니 것은 검게 닳았고, 자기 것은 아직 쇠 냄새가 났다.“이게 대문이야?”“뒷문. 대문 빗장은 안에서 걸어.”혜란은 언니의 열쇠를 집었다. 손끝에 닳은 자리가 닿았다. 언니가 이걸 쥐고 장을 보고 돌아왔을 것이고, 아이를 안고 문을 열었을 것이다. 그런 날이 자신에게도 생긴다는 것이 아직 믿기지 않았다.

  • 붉은 혼서   236화. 아이가 고른 칸

    자온은 어머니의 이름이 적힌 줄에서 손가락을 멈췄다.유혜란.그 아래에는 자기가 지금까지 어머니를 부르던 말이 아니라, 어머니가 태어나 처음 받았을 이름이 있었다. 글자는 알고 있었으나 이렇게 제 신분을 적은 문서에서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는 잘못 읽은 것이 없나 위에서부터 다시 살폈다.옆에서 아완이 발뒤꿈치를 들었다 놓았다 했다.“아직도 봐?”“이 아래까지.”“아까도 거기 봤잖아.”특별 청원을 올린 뒤 보름 가까이 지나 있었다. 그사이 두 집은 배편을 알아보고 짐을 싸다가도 관청에서 부르면 다시 풀었다. 오늘은 최종 재가에 따른 정정 내용을 확인하는 날이었다. 아완은 끝나자마자 객점으로 돌아가 맡아둔 바느질감을 찾아야 했다. 자온이 첫 줄로 돌아가는 것을 보고 그녀는 결국 옆 걸상에 주저앉았다.자온은 미안했지만 서둘러 넘길 수 없었다. 아버지의 성을 그대로 쓰겠다고 했을 때, 누군가는 차라리 외가의 성으로 바꾸는 편이 낫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그는 그 말에 곧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아버지가 부끄러웠고, 그래도 자기가 다른 집 아이가 된 것처럼 적히는 것은 싫었다.고환이 맞은편에 앉았다.“현씨 성은 그대로요. 어머니의 본명을 바로잡고, 현재 함께 지내는 곳을 적었소. 여기.”자온은 가리킨 줄을 읽었다. 어머니가 새집을 구하면 또 잘못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닌지도 물었다. 고환은 주소를 바꾸는 절차가 있을 뿐, 어머니의 이름을 다시 바꾸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아완은 제 문서를 무릎에 놓았다. 주명산의 이름이 보였다. 아버지가 자기 낳은 날 집에 있던 술을 엎었다는 이야기가 생각났다. 어머니는 아파 죽겠는데 아버지가 바닥을 닦느라 소란을 피웠다며 늘 흉을 봤다. 그런 아버지를 문서에서 지울 수도 있었다니, 그제야 조금 무서워졌다.“저는 이대로죠?”그녀가 종이를 내밀었다.“그렇소. 주씨 성과 부모 관계를 유지하고 모친의 이름을 정정한 것이오.”아완은 아버지 이름 위에 올려놓았던 엄지를 뗐다.*밖에서 기다리던 명산은 딸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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