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윤채는 이불 두 채 중 얇은 것을 골랐다.두꺼운 솜이불은 시아버지에게 깔고, 자기 것은 접어 궤 위에 두었다. 허온이 그걸 들자 그녀가 손을 뻗었다.“그건 두고 가.”“밤에 춥잖아.”“다 못 실어. 솥도 가져가야 해.”문밖 손수레에는 약탕기와 장작 한 묶음이 먼저 올라가 있었다. 노인은 방문 앞 걸상에 앉아 그 짐들을 세었다.“내 것 때문에 그러니?”“아니에요. 방이 작아서요.”윤채는 노인의 버선을 고쳐 신겼다. 발뒤꿈치에 잡힌 천을 펴는 손이 서툴게 떨렸다. 밤새 바느질을 해서 손끝이 굳어 있었다.허온은 대리시에서 돌아온 뒤 한 번도 겉옷을 벗지 않았다.그날 아침 그는 추천장을 받은 것뿐 아니라 지난달 현씨 집의 부탁으로 책을 내준 일도 말했다. 열쇠를 돌렸고, 반납 날짜를 늦게 적었다. 약값 때문에 시작했다고 했으나 고환이 추천장을 언제 처음 부탁했느냐고 묻자 대답이 달라졌다.아버지가 쓰러지기 전이었다.혼적청 주사는 당분간 출근하지 말라고 했다. 열쇠는 돌아오지 않았다.윤채는 그 소식을 듣고 바느질감을 한 꾸러미 더 받았다. 남편이 보는 앞에서 품삯을 세고, 방을 빌려준 과부에게 먼저 건넸다. 병자를 들인다는 말에 주인이 난색을 보이자 의원이 다녀갈 길과 물을 길을 곳까지 직접 살폈다.“얼마를 냈어?”허온이 물었다.“닷새 치.”“그다음은?”윤채는 답하지 않고 솥뚜껑을 천으로 감았다.소의가 도착했을 때 경연은 집 앞에서 짐수레를 보고 있었다. 노탁이 좁은 골목에서 수레를 돌리다 담에 바퀴를 긁었다.드르륵.“그쪽 말고 앞을 들어요.”윤채가 소리치자 노탁이 얼굴을 들었다.“앞을 들면 뒤가…… 아, 잠깐.”경연이 반대편 수레채를 들었다. 두 사람이 조금씩 옮기자 바퀴가 돌 틈에서 빠졌다. 윤채가 그제야 짐을 얹었다.허온은 아버지를 업으려 했다. 노인이 아들의 손목을 잡았다.“네 일은 끝났니?”“아직입니다.”“그럼 어디로 가는 게냐.”허온은 무릎을 굽힌 채 대답하지 못했다. 소의가 노인 곁에 앉아 새 방에 낮은
곽진은 의원이 팔을 펴려 하자 욕부터 했다.“부러진 데를 또 꺾으면 어쩌자는 거요!”“꺾지 않았소. 힘을 빼시오.”화영약포 뒤 작은 뜰에는 물을 데우는 솥이 걸려 있었다. 뜰 북쪽 두 칸 중 동쪽 방을 환자에게 내주고, 왕진 온 의원은 서쪽 방에서 손을 씻었다. 약동은 두 방 사이를 오가며 젖은 천을 날랐다.소의가 들어서자 약포 주인이 손을 내밀었다.“객점에서는 그댁에서 낸다고 했다던데.”“얼마입니까?”곽진이 침상에서 고개를 돌렸다.“돈으로 끝낼 생각 하지 마시오.”소의는 품에서 전꾸러미를 꺼내다 멈췄다.“끝낼 일이 아닙니다. 우선 치료를 받으세요.”그녀는 약포 주인에게 오늘 쓴 약값과 방값을 따로 물었다. 받은 돈을 주인이 세는 동안 약동의 누이가 죽그릇을 들고 들어왔다. 동생과 닮은 둥근 이마에 땀이 맺혀 있었다.“뜨거우니까 조금만 기다리세요.”곽진이 성한 손으로 그릇을 낚아챘다가 놓쳤다. 죽이 이불 위에 쏟아졌다. 누이는 욕 한마디 하지 않고 그릇을 집었으나 방 밖에 나와서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소의가 빨래 광주리의 반대쪽을 들었다.“이건 제가 놓을게요.”“손 다치셨잖아요. 거기 두세요.”약동이 얼른 받아갔다. 소의는 손을 놓고 서쪽 부엌문을 비켜섰다. 문밖은 쌀가게와 함께 쓰는 배달 골목이었다. 쌀자루를 멘 사람이 지나가며 어깨로 문짝을 밀었다.혜진은 그 모든 소리를 듣고도 앉은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객점에서 곽진은 먼저 그녀의 팔을 잡았다. 명산이 현씨 집의 아내를 숨겼다며 따라오라고 했다. 혜진이 팔을 빼자 뺨을 쳤다.명산이 그를 밀어냈다.거기까지는 혜진도 말했다. 고환이 묻자 고개를 끄덕였고, 객점 주인도 보았다고 했다.그 뒤 곽진이 다시 손을 뻗었을 때 명산은 걸상을 들었다. 첫 번째는 팔을 막으려던 것이었다. 곽진이 벽에 부딪쳐 주저앉았다.그다음에도 걸상이 올라갔다.혜진은 그때 남편을 붙잡지 못했다. 방 안에서 아완이 우는 소리가 났다. 그 소리에 명산이 멈췄다.“넘어지면서 다친 겁니까?”고환
수레는 빠르지 않았다.남시를 빠져나가는 짐들이 길을 막고 있었다. 콩자루를 실은 노새가 멈추자 뒤쪽 수레도 서야 했다. 명산을 실은 수레의 마부는 그때마다 채찍으로 옆 수레를 쳤다.“관가 일이오! 길 터!”혜진이 숨을 헐떡였다. 소의도 옆구리가 당겨 걸음을 줄였다. 따라잡을 때마다 다시 멀어졌다.성문이 보이기 시작했을 때 소의는 빈 수레 앞을 막았다.“잠깐만요. 저 앞에 대주세요.”수레꾼이 손사래를 쳤다.“난 일 끝났소.”“사람을 다른 곳으로 데려가고 있습니다. 포졸이 오고 있어요.”“그럼 포졸한테 맡기시오.”그가 고삐를 들었다. 소의는 수레채에서 손을 뗐다. 붙잡고 늘어지면 이 말도 놀랄 터였다.혜진이 먼저 수레꾼에게 두 손을 모았다.“제 남편이에요. 성문만 넘지 못하게 해주세요.”수레꾼은 명산이 탄 수레를 보고, 그 뒤의 성문을 보았다. 욕을 작게 하더니 빈 수레를 비스듬히 틀었다.“바퀴 빠지면 댁들이 물어내.”나무바퀴가 돌 틈을 긁었다. 끼긱, 수레채 끝이 반대편 짐꾸러미에 닿았다. 마부가 채찍을 높이 들었다.“당장 빼!”소의는 수레 사이를 지나 명산 곁에 섰다.“연경부로 가는 길이 아닙니다.”“죄인과 말 섞지 마시오.”명산의 팔을 누른 사내가 내려왔다. 두꺼운 목덜미에 땀이 번들거렸다. 객점 주인이 운송패의 우두머리 석규라고 불렀던 자였다.그가 소의의 어깨를 밀었다.“창고에서 다른 수레로 바꾸는 거요.”“어느 창고입니까?”석규가 대답 대신 팔을 잡았다. 붕대 감은 손이 뒤로 꺾였다. 소의가 비명을 삼키자 혜진이 달려들었다.명산이 수레 안에서 몸을 던졌다.쿵!결박된 채 바닥에 떨어진 그를 석규가 발로 눌렀다. 혜진이 그 발목을 붙잡았다. 빈 수레꾼이 고삐를 놓고 뛰어왔지만 뒤의 사내 둘이 막았다.“관가 죄인 건드리지 마!”“관가 사람이 왜 저 여자를 때려!”성문 앞 장사꾼들이 고개를 들었다. 파수병 둘이 창을 세우고 달려왔다. 석규는 품의 종이를 펼쳤다.“연경부에서 보낸 거요.”파수병이 받아 읽는
소의는 젓가락을 놓았다가 다시 옮겼다.둘이 마주 앉으면 상이 너무 작았다. 나란히 놓으니 손님상 같지 않았다. 곡우가 삶은 닭을 내려놓다가 세 번째로 자리를 바꾸는 손을 보았다.“아무 데나 놓으세요. 대인께서 못 찾아 드시겠어요?”“붕대에 국물이 묻을까 봐.”“장궤 것은 저쪽인데요.”소의는 젓가락에서 손을 뗐다.청묵재 앞방에는 갓 들인 종이 냄새가 났다. 곡우가 동쪽 창을 닫자 등잔불이 한 번 길어졌다가 바로 섰다. 뒤뜰에서는 옥선이 빌려준 솥뚜껑을 씻는 소리가 났다.문밖에서 장화 밑창이 돌을 쓸었다.경연은 평소보다 일찍 왔다. 검은 겉옷에 바깥바람이 남아 있었다. 소의가 일어서자 그의 시선이 붕대부터 찾았다.“앉아 계시오.”“이제 괜찮습니다.”그는 내민 손을 거두지 않았다. 소의는 잠깐 망설이다 손바닥을 위로 돌렸다. 경연의 엄지가 매듭 옆에서 멎었다.“이걸로 솥도 들었소?”곡우가 부엌에서 불쑥 고개를 내밀었다.“제가 들었습니다. 아까부터 젓가락만 세 번…….”“곡우.”곡우가 고개를 쏙 넣었다. 경연은 소의를 보다가 시선을 내렸다. 입가가 조금 움직인 것을 소의는 못 본 척했다.그가 손을 놓은 자리가 따뜻했다.상 한쪽에는 독립 호적 청원서가 놓여 있었다. 소의는 국그릇을 옮기고 종이를 펼쳤다.“제 이름으로 집을 얻으려면, 이 부분을 먼저 마쳐야 한다고 해서요.”경연은 빈 거처 칸을 보았다.“정한 곳이 있소?”“아직요. 곡우 방이 너무 좁아요. 손님이 자고 가면 짐을 제 방으로 다 올려야 하고요.”“내가 알아봐도 되겠소?”소의가 그를 올려다봤다.“값을 먼저 물어봐주세요.”“다른 것은?”“볕이 좀 들었으면 좋겠어요.”경연은 뒤뜰을 향한 발을 보았다. 낮에도 그 안쪽은 어두웠다. 그는 종이를 접지 않고 소의 곁으로 의자를 당겼다.“그대가 직접 보고 정합시다.”소의가 대답하려던 때였다.쾅!앞문이 벽에 부딪쳤다. 아완이 문턱에 걸려 두 손으로 바닥을 짚었다. 염방에서 올라온 명산과 혜진의 딸이었다. 손에 쥔
소의는 바로 서려 했지만 옆구리가 당겼다.경연이 팔을 놓지 않았다.“어디에 부딪쳤소?”“수레요. 잠깐만 있으면…….”그는 옆집에서 내온 걸상을 발로 가까이 당겼다. 소의가 앉고 나서야 손을 뗐다.포졸이 골목 사람 둘을 데려왔다. 한 사람은 문틈으로 보았고 다른 사람은 물을 버리러 나왔다가 총관이 내민 명패에 물러섰다. 두 사람의 말은 장정이 노인을 들고 나온 데서 맞았고, 소의가 언제 달려왔는지는 달랐다.경연은 같은 말을 시키지 않았다. 각자 선 자리를 짚게 하고 기록을 나눴다.허온이 방에서 나왔다.“아버지를 맡긴 적 없습니다.”총관이 그의 어깨를 잡으려 했다. 포졸이 팔을 막았다.“추천장은 받았네. 그것도 말해야지.”허온이 종이를 내놓았다. 경연은 봉투를 펼쳐 기록 서리에게 건넸다.“받은 까닭은 따로 조사한다. 지금은 부친을 데려가도 된다고 했는지 묻는 것이다.”“안 했습니다.”경연이 총관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명패.”총관은 망설이다 품에서 꺼냈다.“낭중 대인께서 아시면…….”“이 명패를 보이고 사람을 물리쳤다지. 함께 보관한다.”포졸이 총관과 장정들을 결박했다. 마부가 수레를 빼려 하자 바퀴 앞에 섰던 윤채가 고삐를 움켜쥐었다.“이 사람도요.”경연이 고개를 끄덕였다.“말을 움직이라 한 자까지 적어라.”총관이 끌려나가며 소의를 돌아봤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허온이 받아 간 추천장은 그의 손으로 돌아가지 않았고, 명패도 돌려주지 않았다.*혼적청에 도착했을 때 현도언은 뜰에 서 있었다.경연은 노인의 진료를 확인하고 왔다. 소의는 가마를 부르겠다는 말을 거절하고 마부 옆자리에 앉아 따라왔다. 내릴 때 경연이 손을 내밀자 이번에는 잡았다.도언이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남의 집 사람부터 묶고 다니시오?”경연은 예부의 인계문을 폈다. 소의의 전갈을 받은 뒤 미리 청한 결재였다.“허 서리 부친을 강제로 데려가려 했습니다. 조사 뒤 형부에도 알리겠습니다.”“좋은 의원을 보이려 했소.”“직접 명하셨습
윤채의 손등 위로 신발이 내려왔다.소의가 어깨로 사내를 밀었다. 발이 비껴갔지만 이번에는 소의가 담에 등을 부딪쳤다. 숨이 턱 막혔다. 사내가 그녀의 팔을 비틀자 상처를 감싼 천이 풀렸다.“놔요!”총관이 다가왔다.“소란 피우지 말고 안으로 들어갑시다.”소의는 끌려가며 수레를 보았다. 윤채는 바퀴에 매달려 있었고, 노인은 장정의 팔에서 반쯤 미끄러져 있었다. 마부가 채찍을 들었다.“어르신부터 내려놔요. 그러면 들어갈게요.”총관이 손짓했다. 노인이 마당에 내려앉자 윤채가 기어가 등을 받쳤다.소의는 그제야 팔에 힘을 뺐다.방 안에는 허온이 돌아와 있었다. 허리띠가 삐뚤어져 있었고 숨을 몰아쉬었다. 현도언은 유씨 자매의 기록을 폐기 창고로 옮기라 했고, 허온은 책을 인계함에 잠근 뒤 집으로 달려온 참이었다. 총관이 소의를 끌고 들어오자 그가 일어섰다.“이분은 왜…….”“아버님 모시는 것을 막았네. 자네가 설명해.”허온은 바깥을 보았다. 아버지의 기침이 문턱을 넘어 들어왔다.총관이 종이를 폈다.“진소의가 시켜 관청 책을 숨겼다고 적게. 그러면 오늘 일은 없던 것으로 하지.”허온이 굳었다.“그런 말씀은 안 하셨습니다.”“자네가 혼자 했으면 자네 죄지. 아내는 누가 먹여 살리나?”소의가 허온의 손을 보았다. 주먹 사이로 열쇠 끝이 나와 있었다.“책을 옮겼어요?”허온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없애지는 않았고요?”“인계함에…….”총관이 탁자를 쳤다.“시키는 말만 적어!”소의가 종이 위에 손을 놓았다.“제가 시켰다고 쓰지 마세요.”총관이 손등을 치려 하자 그녀가 먼저 종이를 끌어당겼다.“이분이 한 일까지 없었다고 하지는 않을 겁니다. 저도 하지 않은 일은 인정 못 해요.”허온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가 잠깐 소의를 원망하듯 보았다. 소의는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마당에서 윤채가 남편을 불렀다.“아버님 숨이 이상해!”허온이 뛰쳐나가려 하자 총관이 문을 막았다.“적고 가.”소의는 일어서며 식은 물그릇을 집었다. 총관이 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