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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Penulis: 밀크 라떼
소은하는 씁쓸하게 입꼬리를 비틀었다.

예전부터 이건은 자주 두통을 앓았다. 소은하는 그의 통증을 덜어 주려고 따로 지압하는 법까지 익혔다.

‘결국 이럴 때야 만이 나를 떠올리는 건가?’

전각 안은 고요했다.

한참이 지나도록 아무런 대답이 없자 이건도 뒤늦게 정신이 든 듯 눈을 떴다. 그러나 그의 눈빛에는 잠시 멍한 기색이 스쳤다.

곁에 있던 어린 태감이 방금 그가 사람을 부르는 소리를 듣고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폐하, 소 장군께서는 아직 북방 변경에 계시옵니다.”

이건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이윽고 낮게 물었다.

“언제 돌아오느냐?”

태감은 날짜를 헤아려 보고 아뢰었다.

“별다른 변고가 없다면 대군이 개선해 도성에 이르기까지 보름쯤 더 걸릴 듯하옵니다. 혹 소 장군이 염려되시옵니까?”

‘염려?’

소은하는 그 말을 듣고 허탈한 눈으로 이건을 바라보았다.

‘정녕 자신을 염려했다면, 어찌 마음에 둔 여인을 되찾겠다고 상처도 채 아물지 않은 자신을 전장으로 내몰았겠는가.’

‘심지어 전쟁에서 패하면 구족을 멸하겠다는 어명까지 내렸으니.’

이번 전투는 그야말로 참혹했다.

오만 가까이 소가군(蘇家軍)이 이번 전투에서 목숨을 잃었다.

그 안에는 그녀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 모든 희생이 고작 나현진 한 사람을 되찾기 위한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건은 차갑게 말했다.

“그 아이는 무예가 출중하니, 굳이 걱정할 필요 없느니라.”

그가 정작 마음에 걸리는 것은 따로 있었다.

“다만 은하가 돌아올 무렵이면, 마침 짐과 현진의 혼례날이겠구나.”

그 말과 함께 이건의 얼굴에서 온기가 사라졌다.

태감은 곧바로 눈치를 챘다.

이건이 황위에 오른 뒤 단 한 명의 후궁도 들이지 않았다.

궁 안에 머문 여인은 소은하뿐이었다.

한때는 궁녀가 이건이 온천에서 소은하를 품에 안고 나오는 모습을 보기도 했다. 두 사람은 누가 보아도 가까운 사이였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이건은 거리낌 없이 밤마다 소은하의 처소를 찾았다.

소은하에게 후궁의 품계가 없었을 뿐, 두 사람이 어떤 사이인지 궁 안에서는 이미 모르는 이가 없었다.

그제야 소은하는 이건이 무엇을 꺼리는지 깨달았다.

예전에는 그가 자신에게 아무런 명분도 주지 않는 것이 혹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전장으로 내몰았다.

그리고 나현진이 돌아오자마자 그녀를 황후로 맞겠다고 했다.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자신이 얼마나 우스운 착각 속에서 살아왔는지를.

이건이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던 시절, 자신은 그가 황위에 오르는 데 필요한 말에 불과했다.

나현진을 곁에 둘 수 없을 때는 외로움을 달래는 상대였고, 전쟁이 필요할 때는 가장 먼저 휘두르는 칼이었다.

어쩌면 이건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에게 진심을 내어 준 적이 한 번도 없었는지도 모른다.

냉궁에서 서로 의지하며 보낸 그 시절도 결국 혼자만의 헛된 꿈에 불과했다.

그 생각이 들자 가슴 한구석이 견딜 수 없이 쓰려 왔다.

소은하는 낮게 중얼거렸다.

“해서... 그동안 내게 한 말은 전부 거짓이었던 거구나.”

물론 대답해 줄 사람은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건은 또다시 나현진의 처소를 찾았다.

오후 내내 그녀와 함께 시간을 보냈지만, 저녁 수라를 든 뒤에는 그대로 자신의 침전으로 돌아왔다.

연모하는 여인에게는 정식으로 황후의 자리를 내리기 전까지 손끝 하나 대지 않으려는 모양이었다.

소은하는 문득 지난날 이건과 함께했던 수많은 밤을 떠올렸다.

아무런 명분도, 약조도 없이 그와 함께 보냈던 날들.

그녀는 저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이건, 살면서 수도 없이 상처를 입었지만, 가장 아프게 나를 찌른 사람은 언제나 너였어.’

밤이 깊었다.

차가운 달빛이 건곤전 침전 안으로 스며들었지만, 이건은 한밤중이 지나도록 좀처럼 잠들지 못했다.

낮에 소은하의 이야기를 꺼낸 탓인지 자꾸만 그녀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몇 번이나 몸을 뒤척이던 그는 끝내 자리에서 일어나 등불을 들고 침전을 나섰다.

소은하는 영문도 모른 채 그의 뒤를 따라갔다.

‘이 한밤중에 대체 어디로 가려는 것일까?’

그런데 이건이 향한 곳은 뜻밖에도 자신이 지내던 경옥궁(瓊玉宮)이었다.

인적이 끊긴 전각 안에는 홀로 늦은 시각까지 청소를 하고 궁녀 하나만 남아 있었다.

느닷없이 나타난 이건을 보고, 그녀가 화들짝 놀라 무릎을 꿇었다.

“소인, 폐하를 뵈옵나이다.”

소월이는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장군께서 출정한 뒤로, 폐하께서는 단 한 번도 경옥궁에발을 들인 적이 없거늘... 헌데 어찌하여 이 한밤중에 이곳까지 찾아온 것일까?’

소은하 역시 소월이를 보자 마음이 착잡해졌다.

소월이는 유일하게 곁을 지켜 온 시녀였다.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줄 알았더라면, 떠나기 전에 소월이의 앞날부터 마련해 주었을 텐데...’

소은하는 속으로 한숨을 삼켰다.

‘결국 이번 생에서도 무엇 하나 제대로 해 놓은 것이 없구나.’

한편 이건은 경옥궁 안의 익숙한 물건들을 천천히 훑어보았다.

볼수록 마음이 이상하게 어수선해졌다.

괜스레 가슴이 답답해진 그는 무심코 물었다.

“이 밤중에 무얼 그리 치우고 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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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바람이 지나간 자리   제3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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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바람이 지나간 자리   제3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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