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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Author: 불가지
상황을 파악한 이미숙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진수빈 씨, 진정해요. 우리 잘못도 있어요. 내가 지금 당장 도현이 부를게요. 그러니까 은서랑 아이만은 건드리지 말아요. 곧 출산인데 제발요.”

진수빈의 손이 잠시 멈췄다. 이미숙의 말을 믿는 눈치였다.

이미숙은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꺼냈다.

전화기 너머는 소란스러웠고 희미하게 여자 울음소리도 들렸다.

“도현아, 지금 뭐 하는 거야? 은서가 칼을 열 번도 넘게 맞았어! 사람이 죽게 생겼는데 왜 아직도 안 와!”

이미숙은 최소한 자기 말은 들을 줄 알았다. 하지만 강도현은 코웃음을 치며 차갑게 쏘아붙였다.

[엄마까지 연기를 도와주시는 거예요?]

[방금 확인해 봤는데 진수빈 씨는 지금 고향 집에 내려갔대요.]

[정은서더러 연기 좀 그만하라 그래요. 진짜 죽을 거 같으면 의사를 부르든가요.]

[아, 그리고 묘지는 알아봐 놨어요. 필요하면 바로 보내줄 수도 있어요.]

목소리엔 혐오와 짜증이 가득했다.

그때 전화기 너머로 가냘픈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윤지아였다.

[은서 언니가 또 심술부리는 거야? 도현 오빠, 화내지 마. 질투가 나니까 오빠 관심 끌려고 연기하는 걸 수도 있잖아.]

[그냥 은서 언니한테 가봐. 난 그냥 죽고 싶어. 인터넷에서 보니까 불에 타 죽는 게 세상에서 제일 고통스럽대.]

이미숙의 안색이 차갑게 굳었다.

“못 믿겠으면 사진 보내줄게.”

잠시 정적이 흘렀다.

강도현은 사진을 확인한 듯했지만, 끝내 태도는 바뀌지 않았다.

오히려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와, 이번엔 제대로 돈을 썼나 보네. 어디서 진수빈 닮은 엑스트라까지 구했대요? 피도 진짜 같고.]

[표정이 완전 배우감인데요? 엄마, 걔 연기 재능 썩히지 말고 연기 학원이나 다녀보라고 그래요.]

이미숙은 너무 기가 막혀 말도 못 한 채 그저 입술만 달싹거렸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문득 비참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전생의 나는 왜 강도현이 원래부터 이런 인간이었다는 걸 몰랐을까?

보다 못한 주민들이 하나둘 대신 설명해 주기 시작했다.

하지만 강도현은 끝까지 믿지 않았다.

[기가 막히네. 엑스트라를 통째로 섭외한 거야, 아니면 동네 사람들이 그 여자 신들린 연기에 낚인 거야?]

[다들 재밌게 놀아요. 전 지아 달래러 가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옥상에 싸늘한 정적이 감돌았다.

무슨 말이 진수빈의 신경을 건드린 건지, 그는 갑자기 미친 사람처럼 날 밀쳐 넘어뜨렸다.

그리고 그대로 내 배를 향해 칼을 내리꽂았다.

푹-

푹-

예리한 칼날이 살갗을 찢고 들어오는 공포스러운 통증이 배를 시작으로 온몸으로 번졌다.

바둥거리며 벗어나려고 했지만,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정신을 잃어가던 찰나, 경찰 두 명이 옥상으로 들이닥쳤다. 이웃 주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모양이었다.

경찰은 한참 몸싸움을 벌인 끝에 겨우 진수빈의 손에서 칼을 빼앗고 수갑을 채웠다.

하지만 내 몸에서 흘러나오는 피는 멈추지 않았고, 눈꺼풀은 천근만근 무거워졌다.

의식을 잃기 직전 이미숙의 휴대폰 너머로 강도현의 다정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강도현은 전화를 끊는 걸 잊고 있었던 모양이다.

[지아야, 나 예전부터 정은서랑 이혼하고 싶었어. 그냥 부모님 수발 잘 들길래 놔둔 것뿐이야.]

[내 눈엔 네가 진짜 아내야. 걔는 그냥 애 낳는 도구일 뿐이고.]

[그러니까 속상해하지 마. 내가 어떻게 거짓말이나 하는 여자를 사랑하겠어? 난 착하고 솔직한 네가 좋아.]

한 마디 한 마디가 심장에 비수처럼 박혔다.

하지만 이번에 내 가슴을 채운 것은 슬픔이 아니었다. 사무치는 증오였다.

다시 눈을 떴을 때, 병원의 소독약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이미숙은 내가 깨어나자마자 병상 곁으로 다가와 내 손을 잡았다.

“은서야 미안하다. 정말 미안해.”

“아이는 살리지 못했어.”

나는 홀쭉하게 가라앉은 배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손을 슬그머니 빼냈다.

“어머니, 저 혼자 있고 싶어요.”

내가 차갑게 선을 긋자, 이미숙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병실을 빠져나갔다.

감정을 추스르려 휴대폰을 켰을 때, 우연히 동영상 플랫폼에 올라온 라이브 방송 클립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윤지아가 거실 사방에 휘발유를 뿌려 놓았음에도, 강도현은 아랑곳하지 않고 윤지아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강도현은 주머니에서 커다란 다이아몬드 반지를 꺼내 들더니, 한쪽 무릎을 꿇은 채 사랑이 가득한 눈빛으로 윤지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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