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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아버지가 죽어가고 있어요

시아버지가 죽어가고 있어요

By:  심여Completed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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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아버지가 피를 흘리며 뇌경색으로 쓰러졌다. 나는 대걸레로 바닥의 핏자국을 덤덤하게 닦았다. 며느리인 나는 뇌경색 환자를 살릴 수 있는 골든 타임 6분을 포기했다. 전생에서 나는 시아버지가 쓰러진 걸 가장 먼저 발견했고 구급차를 불러 병원에 모셔갔다. 수술 전 간호사가 직계 가족의 사인이 필요하다고 하여 남편에게 병원에 와서 사인해야 한다고 연락했다. 그런데 그때 남편은 그가 첫사랑과 함께 있는 걸 질투해서 돌아오게 하려고 핑계를 대는 것이라고 했다. 내가 아무리 설득해도 병원에 오려 하지 않았다. 결국 시아버지는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의 마지막을 지키지 못한 남편은 모든 책임을 나에게로 돌렸고 나를 칼로 마구 찔러 죽여버렸다. “다 네 탓이야. 아버지 연세도 많으신데 며느리인 네가 잘 보살펴드리지 못해서 이렇게 된 거야. 생전에 효도하지 못했으니 저세상에 가서 며느리로서 해야 할 의무를 다해.” 나는 다시 눈을 떴다. 그런데 시아버지가 쓰러진 그날로 다시 돌아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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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제1화

내가 다시 눈을 떴을 때 시아버지 장승열이 내 앞에 쓰러져있었다.

어릴 적부터 피 공포증이 있었던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남편에게 전화를 걸려 했다. 그런데 휴대전화의 잠금을 해제한 순간 전생에서 남편이 식칼로 나를 찌르던 모습이 머릿속에 스쳤다.

그 고통이 아직도 남아있는 것 같아 남편에게 전화하려던 충동을 가라앉히고 남편의 사촌 형인 장태일에게 전화를 걸었다.

장태일이 바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 빨리 와. 아버님이 쓰러지셨는데 피를 엄청 많이 흘렸어. 어떡해? 나 피 공포증이 있는 거 알잖아. 빨리 와!”

나는 당황한 나머지 전화를 잘못 건 것처럼 울먹거리며 말했다.

“지금 당장 갈 테니까 진정해요. 당황하지 말고.”

장태일네 집이 우리 집과 매우 가까웠다. 평소 도보 10분 거리도 안 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5분도 채 안 되어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재빨리 문을 열어 장태일을 보고 놀란 척했다.

“아주버님? 저 남편한테 전화한 거 아니었어요?”

그는 설명하지 않고 장승열을 업고 아래층으로 내려가면서 나더러 얼른 따라오라고 했다.

병원에 도착했을 때 장태일의 옷에 피가 흥건했다.

“환자분의 직계 가족분 계신가요? 위독한 상황이라 직계 가족분이 사인해야 합니다.”

간호사가 위급 통지서를 들고 응급실에서 다급하게 뛰쳐나왔다.

“제가 며느리예요. 제가 사인할게요.”

“안 됩니다. 반드시 직계 가족분이 사인해야 해요.”

그러고는 옆에 있는 장태일을 쳐다보았다.

“전 조카예요.”

장태일의 말에 간호사가 얼굴을 찌푸렸다.

“다른 가족분은요?”

“간호사님, 일단 수술부터 해주세요. 제가 직계 가족한테 연락하겠습니다.”

간호사는 위급 통지서를 들고 다시 응급실로 들어갔다.

나는 장태일이 보는 앞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두 번 모두 거절하다가 세 번째 만에 드디어 전화를 받았다. 스피커폰으로 켠 바람에 장상혁의 짜증 섞인 목소리가 복도 전체에 울려 퍼졌다.

“왜 계속 전화질이야? 죽고 싶어?”

“여보, 아버님이 방금 쓰러지셨는데 피를 많이 흘리셨어. 직계 가족의 사인이 필요하다니까 지금 빨리 성세 병원으로 와.”

전생에서도 그랬듯이 여전히 매정하기 그지없었다.

식칼로 나를 찌르던 모습이 문득 떠올라 눈빛이 순식간에 차가워졌지만 계속 연기하는 수밖에 없었다.

장상혁이 계속하여 소리를 질렀다.

“아버지가 쓰러졌으면 구급차를 불러야지, 나한테 전화해서 무슨 소용이야? 내가 의사야? 내가 지금 지영이랑 같이 있는 거 알고 질투해서 일부러 전화한 거지? 네가 뭘 하든 다 소용없어! 그리고 넌 내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

휴대전화 너머로 한 여자의 울먹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상혁 씨, 나 무서워...”

내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장상혁은 전화를 뚝 끊어버렸다.

주변 사람들이 동정 어린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주먹을 하도 꽉 쥐어서 손가락이 다 하얘졌고 씁쓸하게 웃었다.

화가 난 장태일이 허리에 손을 올린 채 병실 앞을 왔다 갔다 하면서 말했다.

“계속 전화해요. 자기 아버지보다 여자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게 말이 돼요?”

지난 생에서도 이러했다. 그런데 그땐 계단에서 몰래 전화했지만 이번에는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나의 증인이다.

장태일의 말에 나는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다시 전화를 걸었다. 통화연결음이 두 번밖에 울리지 않았는데 그냥 끊어버렸다. 그리고 다시 걸었을 땐 나의 번호를 차단해버렸다.

나는 겉으로 매우 조급한 척하면서 눈물을 흘리며 복도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사실 속으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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