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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4화

작가: 송진
박한빈과 김서영이 떠나는 날 놀랍게도 날씨가 맑게 개었다.

드물게 내리쬐는 햇살은 온 도시를 환하게 비췄고 순간 이 계절이 봄인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김서영은 끝까지 공항까지 배웅하지 말라고 했다.

그래서 ‘이별’은 엔젤 월드 입구에서 이루어졌다.

하늘이는 이미 알고 있었다.

오늘이 지나면 할머니를 다시는 볼 수 없다는걸.

어린 마음에도 감정을 꾹꾹 눌러 담으려 애썼지만 눈물은 이미 맺혀 있었고 고사리 같은 손으로 할머니의 손을 꼭 쥔 채 놓지 않았다.

“할머니가 하늘이한테 줄 선물이 하나 있어.”

김서영이 말했다.

하늘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할머니가 네 침대 위에 올려뒀단다. 하늘이가 가서 직접 찾아볼래?”

하늘이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지만 손은 여전히 할머니 손을 꽉 잡고 있었다.

“아직 시간 괜찮으니까 다녀와서 할머니한테 선물 마음에 드는지 말해줄래?”

하늘이는 망설이다가 성유리를 바라보았다.

“다녀와.”

성유리의 목소리는 이미 쉰 듯 갈라져 있었다.

그래서 하늘이는 더 말하지 않고 마음을 굳히듯 몸을 돌려 집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 짧은 틈을 타 김서영과 박한빈은 빠르게 차에 올라탔다.

“엄마.”

성유리는 빠르게 앞으로 달려 나가며 김서영을 불렀고 그녀는 그저 조용히 웃어 보였다.

“여기까지만 배웅해. 하늘이 잘 부탁해. 앞으로는... 네가.”

성유리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때, 박한빈이 운전사에게 출발을 지시했다.

“잠깐만요! 잠깐만요!!”

순간 하늘이의 외침이 들려왔다.

온 힘을 다해 달려 내려오는 아이의 가슴은 격하게 오르내리고 있었다.

차가 막 출발하려는 찰나, 하늘이는 생각할 틈도 없이 쫓아가려 했지만 성유리가 그녀를 붙잡았다.

“안 돼! 엄마, 나 놓아줘! 나 할머니한테 가야 돼! 엄마, 제발 놓아줘!!”

하늘이는 거의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쳤다.

그 목소리는 아이의 소리라기에는 너무나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가지 마요! 할머니!!”

그 말을 끝으로 마치 쏟아지듯 눈물이 하늘이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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