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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5화

작가: 송진
윤 비서도 그와 함께 이곳에 도착했다.

그때 성유리는 윤 비서를 발견했고 그녀에게 눈짓을 보내며 박한빈이 왜 여기 있는지 물었다. 하지만 윤 비서는 고개를 숙인 채 그녀의 눈을 피했다.

“하늘이 먼저 데리고 돌아가세요.”

박한빈이 조용히 명령을 내리자 윤 비서는 바로 대답하며 앞으로 나가 하늘이의 손을 잡았다.

“저도 같이 가야겠죠?”

성유리는 따라가려고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그 순간, 박한빈이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그리고 그 손에 이끌려 성유리의 발걸음이 멈춰 섰다.

그 사이, 현장에 있던 다른 사람들은 이미 재빠르게 빠져나가고 있었다.

성유리는 그들의 무책임함에 속으로 욕이 튀어나올 뻔했지만 박한빈이 바로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기에 꾹 참고 말았다.

천천히 고개를 돌려 박한빈과 마주 본 성유리가 조심스레 물었다.

“지금은... 저 보여요?”

박한빈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성유리는 한참을 기다리다 결국 한숨을 쉬었다.

“또 안 보이나 봐요.”

“아니면... 지금 제가 유령처럼 보이는 거예요?”

“여기 봐요. 지난번 하늘이가 납치당했던 곳이 바로 여기였어요.”

“당신 말이 맞아요. 하늘이는 정말 용감했어요. 그리고 저희도 꽤 잘 협력했죠.”

“전 전혀 다치지 않았고 오히려 황윤제 그 인간... 제가 그 인간 손도 찔러버렸잖아요.”

“솔직히 말하면 그때 저도 무서웠어요. 만약 당신이 금성에 있었다면 저는 망설임 없이 당신을 찾았을 거라고요. 이 모든 걸 당신에게 맡기고 싶었죠.”

“하지만 그때 저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어요.”

“그리고 사실, 당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제가 그렇게 약하지는 않아요.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제가 밀리지 않았다고 느꼈어요.”

“그런데 나중에 생각하니까 무서웠죠. 그래서 경찰서에서 당신을 봤을 때, 진짜 서럽고 속상했어요.”

“그런데 당신은... 저를 무시했잖아요.”

“그 후로도 전 당신이 저를 안아주길 바랐어요. 괜찮다고, 이제 끝났다고 말해주길 바랐다고요. 무섭지 않아도 된다고 해주기를....”

“근데 한빈 씨는 단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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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모님, 남편 분 혹시 사람 때릴 때 아파요? 혹시 진짜 때리면... 저 반격해도 되죠?”분장을 끝낸 남자가 소품을 만지작거리며 물었다.성유리는 분장사에게 황윤제의 사진을 보여줬고 그녀가 섭외한 배우는 체형부터 유용과 매우 흡사했다.여기에 분장사가 얼굴에 흉터까지 더해놓으니 겉모습만 보면 황윤제와 거의 똑같아 보였다.그 모습에 하늘이는 배우를 보자마자 미간을 찌푸렸다.성유리는 하늘이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무서워?”하늘이는 그제야 성유리를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안 무서워. 이건 그냥 게임이잖아.”“응. 우리 하늘이 정말 용감하네!”성유리는 하늘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그 사이, 황윤제 역을 맡은 배우 외에도 강지연 역을 맡은 여자 배우 역시 분장을 마쳤다.“남편 분은 언제쯤 오시죠?”여배우가 묻자 성유리는 시계를 흘끗 보고 대답했다.“곧 도착할 거예요.”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아래층에서 자동차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그리고 창가에서 바깥을 보고 있던 남자가 외쳤다.“왔다. 왔어!”그 말에 분장사와 나머지 스태프들은 재빨리 다른 방으로 몸을 숨겼고 여배우는 하늘이를 잡고 남자는 소품 칼을 성유리의 목에 겨눴다.남자는 원래 성유리에게 칼의 세기가 괜찮은지 묻고 싶었지만 그 순간 박한빈이 이미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그래서 그는 입을 다물고 조심스럽게 옆의 여배우를 바라봤다.여배우는 전문 영화학교 출신답게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대사를 이어갔다.“어머, 박 대표님. 이제야 오셨네요?”박한빈은 아무 대답 없이 그들을 향해 한 걸음씩 다가왔다.예상과는 전혀 다른 전개였지만 남자 배우는 재빠르게 소품 칼을 성유리 목에 더 가까이 댔다.“거기서 멈춰요! 더 다가오면 가만 안 둡니다!”“그래요! 당신 아내랑 딸이 지금 저희 손에 있어요. 말 안 들으면 큰일 날 줄 알아요.”여배우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박한빈은 어느새 그들 앞까지 다가와 있었다.놀란 그녀는 순간 얼어붙었다.성유리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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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윤 비서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사모님이 그렇게 하라고 하셨어요.”“성유리가요?”“네.”윤 비서는 고개를 끄덕였다.“사모님이... 대표님을 인근 도시로 모시고 가라고 하셨어요.”그러자 박한빈의 미간이 다시 깊게 찌푸려졌다.“그래서요? 성유리가 뭘 하려는 겁니까?”“저도 구체적인 건 잘 몰라요. 다만 그날, 대표님께 일어났던 일을 다시 겪게 해달라고 하셨어요.”“그게 무슨 말이죠?”윤 비서는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대표님 기억 안 나세요? 그날, 인근 도시 출장을 가신 날... 하늘 양이 납치됐잖아요.”그 말에 박한빈의 동공이 살짝 수축했다.하지만 곧 차분함을 되찾은 그는 다시 물었다.“그래서요? 성유리가 그걸 왜 다시 하겠다는 거죠?”“아마도... 그날의 일을 다시 반복해서 떠올리게 하려는 것 같아요. 그때대 대표님께서 많이 자책하셨잖아요. 출장을 가신 사이에 일이 벌어졌고 대표님이 돌아왔을 땐 이미 모든 게 끝난 뒤였으니까요.”“사모님과 하늘이 양은 다치지 않았지만 사모님 말씀으로는 그날 이후부터 대표님의 정신 상태가 눈에 띄게 안 좋아졌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자극을 다시 줘서 정신적인 충격을 되살려보려는 것 같아요.”그 이후 말들은 어디까지나 윤 비서의 추측이었다. 성유리가 구체적인 계획을 밝힌 적은 없었으니 말이다.그렇지만 지금, 윤 비서는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진심 어린 자세로 박한빈에게 털어놓았다.박한빈은 그녀를 한참 바라보다가 조용히 말했다.“알겠습니다. 이만 나가봐요.”“그럼... 출발하실 건가요?”윤 비서는 조심스럽게 되물었다. 그러나 박한빈은 그저 그녀를 한 번 힐끔 바라볼 뿐이었다.그 시선 하나만으로 윤 비서는 그의 뜻을 알아챘다.“죄송합니다.”그래서 재빨리 사과하고 윤 비서는 서둘러 자리를 떴다.남겨진 박한빈은 조용히 책상 앞으로 돌아와 의자에 앉았다.그리고 탁자 위에 놓인 사진을 가만히 내려다봤다.표정엔 아무것도 드러내지 않았지만 그의 머릿속에는 지난 시간의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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