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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화

Author: 송진
미화로 37번지, 여기가 성유리의 현재 지내는 곳이었고 박한빈은 처음 와 본다.

아무리 오늘날 지화그룹이 부동산 업계에서 굴지의 대기업이라고 해도 성유리가 앞장서지 않았다면 금성에 이런 곳이 있다는 사실도 몰랐을 것이다.

성유리는 그에게 인사도 하지 않고 앞에 있던 기사에게 감사하다는 말만 남긴 채 뒤돌아 차에서 내렸다.

그런데 뜻밖에도 박한빈이 그녀의 뒤를 따라 함께 내렸다.

성유리는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뭐 해요?”

“올라가서 보려고.”

성유리는 대체 그가 무슨 바람이 불어 이러는지 알 턱이 없어 한숨을 내쉬었다.

“불편해요.”

“왜 불편해?”

박한빈은 옆 벽에 붙어 있는 여러 광고들을 흘끗 훑어보다가 다시 물었다.

“집에 다른 사람 있어?”

“당연히 없죠!”

“그럼 뭐가 그렇게 불편한데?”

성유리는 목소리를 높였다.

“굳이 거기까지 올라갈 필요는 없잖아요.”

“집에 다른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려고, 그게 다야.”

박한빈은 천천히 시선을 그녀에게 돌렸다.

“그동안 우리 관계는 깨끗하게 유지했으면 좋겠어.”

“날 못 믿으면서 왜 날 찾는 건데요?”

“어젯밤 일을 내가 몇 번이나 상기시켜 줘야 하지?”

성유리는 더 대꾸하지 못했다.

그제야 어젯밤의 일로 자신과 박한빈 관계에서 자신이 완전히 을이 됐다는 것을 깨달았다.

심지어 수치스러운 모욕까지 당해야 했다.

그녀가 먼저 시작했으니 결국 그녀가 감당해야 할 몫이었다.

성유리는 더 그와 말을 섞지 않고 곧바로 뒤돌아 걸음을 옮겼고 박한빈이 그 뒤를 따랐다.

계단을 한 칸씩 오를 때마다 그의 미간은 점점 더 찡그려졌다.

비좁은 계단, 축축하고 눅눅한 벽, 구석진 곳에는 온갖 쓰레기가 방치되어 지금 이 순간에도 악취가 진동했다.

박한빈은 이해할 수 없었다. 어떻게 이런 곳이 성유리가 말한 ‘집’이 될 수가 있는 거지?

더 어이없는 것은 그녀가 이런 곳에 살면서도 자신이 주는 건 끝끝내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성유리의 발걸음은 3층에서 멈췄고 곧 고개를 숙인 채 문을 열었다.

안의 상태를 확인한 박한빈의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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