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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화

Author: 송진
박한빈의 말이 끝나자 성유리는 오랫동안 침묵을 지켰다.

문을 닫지 않아 들어오는 찬바람과 실내의 넉넉한 따뜻함이 대조적으로 느껴져 성유리도 지금 자신의 몸이 추운지 더운지 분간할 수 없었다.

그녀는 머릿속이 하얗게 느껴질 뿐이었다.

한참 만에 목소리를 찾은 그녀는 중얼거리듯 물었다.

“그러니까 내 설명도 듣기 싫다는 거예요?”

박한빈은 그녀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성유리, 이 세상은 결과만 보면 돼.”

말이 끝나자 성유리는 오히려 고개를 숙이고 웃었다.

결과는?

무엇이 결과란 말인가?

결과는 그의 어머니는 지금 병원에 누워 인사불성이 되었고 그 유서가 그녀의 손에서 그의 손까지 온 것이다.

결국, 그는 그들이 이제 만날 필요가 없다고 말했는데 심지어 헤어지자는 말 한마디도 그녀에게 인색했다.

성유리는 앞에 있는 사람을 보며 문득 그동안 그들이 함께 지냈던 시절을 떠올렸다.

그가 그녀에게 했던 말, 그녀를 바라보던 그의 눈빛, 그리고 그들이 침대에서 속삭이던 다정한 모든 장면...

그 박한빈들이 눈앞의 그와 서서히 겹쳤다.

하지만 그때 그녀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차갑고 매몰찼다.

마치 쓸모없는 쓰레기를 처리하는 듯 그는 다시 2년 전으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얼마 전의 일들은 모두 자신의 상상인 것만 같았다.

“그래요.”

마침내 성유리는 이 말을 뱉었다.

그녀는 사실 오늘 여기 온 것은 그에게... 모든 걸 해명하려는 것뿐이었다.

그녀는 심지어 문밖에서 기다리며 졸렬한 고육책을 연출하기까지 했다.

그런데도 그는 여전히 그녀에게 입을 열 기회를 주지 않으려 했다.

‘결과만 본다고...’

과정이 더는 그에게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다.

그는 신경 안 쓴다는 뜻이니 그녀가 지금 무슨 말을 해도 의미가 없을 것이다.

“그럼 가볼게요.”

성유리는 이런 말을 남기고 그냥 돌아섰다.

하지만 그 순간 갑자기 박한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잠깐.”

성유리는 걸음을 멈추었지만 뒤돌아보지 않고 코트 주머니 속에 넣은 손을 꽉 잡았다.

“안 작가님이 청첩장을 보내주셨어.”

박한빈은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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