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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9화

Author: 복덩이
심은호의 말에 안채린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 미린국에서 남들이 한껏 떠받들어주니까 귀국해서도 잘 나갈 줄 알았는데, 심은호의 말 한마디에 불에 덴 것처럼 얼굴이 화끈거리며 민망하고 당황스러웠다.

강민아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안채린 씨, 석현이와 친해지고 싶은 건 알겠는데 그런 건 서두르는 게 아니에요.”

“지금 나 가르쳐요?”

안채린은 거세게 반박했다. 강민아를 향해 쌓아두었던 분노가 이 순간 완전히 폭발한 듯했다.

“석현이가 어떤 아이인지 알아요? 과거에 석현이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요? 아무것도 모르면서 석현이를 잘 안다고 생각하지 마요!”

안채린이 목청을 높인 탓에 주위 손님들의 시선이 이쪽으로 향했다.

좌석 사이 간격이 좁아 좌우, 앞뒤에 앉은 손님들이 안채린 쪽을 돌아보았다.

“안채린 씨.”

장기명이 다가왔다.

“앞사람과 자리 바꿨어요. 이만 식사하러 가요.”

안채린은 시선을 돌리며 장기명에게 물었다.

“우리 테이블이 어디예요?”

장기명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테이블을 가리켰다.

“저기요.”

안채린은 말투를 바꾸어 반석현에게 다정하게 말했다.

“석현아, 다른 테이블에서 먹자. 네가 매운탕 좋아하면 내가 시켜줄게.”

안쪽에 앉은 반석현이 움츠러들며 안채린을 향해 거부감을 드러냈다.

안채린이 이렇게 소란을 피우자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됐고, 많은 사람에게 주목받는다는 생각에 반석현은 불편한 기분이 들었다.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이 감시당하는 것 같아 젓가락을 쥔 손이 떨렸다.

“석현아, 가자!”

안채린은 가만히 있는 아이를 다시 불렀고 주위 손님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대체 무슨 일이야?”

“저 여자 애인가?”

“저 아이 좀 이상한데.”

툭.

반석현의 손에 들린 젓가락이 테이블을 타고 반석현의 다리 위에 떨어져 국물이 바지에 얼룩을 남겼다.

정이가 서둘러 말했다.

“괜찮아, 괜찮아.”

강민아는 침착한 표정으로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새 젓가락을 가져와서 반석현에게 건네주었다.

“석현아, 네 바지!”

안채린은 크게 반응하며 소리쳤다.

“왜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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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498화

    반하준이 2초간 침묵하자 안채린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그럴 생각은 있나 보네요.”남자는 왠지 모르게 짜증이 치밀어 올라 불쾌함을 감추지 못한 채 혀를 찼다.“난 절대 뒤를 돌아보는 사람이 아닙니다.”안채린은 고개를 끄덕였다.“강민아 같은 사람은 반 대표님과 어울리지 않아요. 반 대표님에게 걸맞은 여자는 참 보기 드물죠.”반하준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분명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는데도 안채린은 남자가 경멸하는 태도로 자신을 내려다보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반하준의 차갑고 오만한 태도에 반감을 가지는 대신 오히려 더 우러러보았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귀공자라 안하무인으로 구는 것도 당연했다.안채린은 공손하게 그를 향해 말했다.“전 반 대표님 도움이 필요해요. 필요하면 저를 먼저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네요. 저 같은 사람은 어디 데리고 나가도 창피하진 않을 테니까요.”안채린도 나름의 자존심이 있었기에 자신 있게 말했다.하지만 반하준은 콧방귀를 뀌며 경멸했다. 그는 자기 눈에 여자가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하는 나름의 기준이 있었다.“내 앞에서 솔직하게 말하는 걸 봐선 똑똑한 여자라는 뜻인데, 날 이용해 삼촌에게 접근하고 싶다니 그 기회를 줄게요.”그의 말을 들은 안채린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반하준은 이어서 말했다.“앞으로 회사에서 강민아를 잘 감시해요. 조금의 움직임이라도 보이거나 특히 누구를 만나서 뭘 하는지 전부 나한테 보고해요.”안채린은 목구멍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저보고 대표님의 눈과 귀가 되라고요? 반 대표님은 전처에게 관심이 많으시네요.”반하준의 목소리는 점점 더 차가워졌다.“그렇게 높은 자리에 오르기 위해 한 발 한 발 힘겹게 내디뎠는데 이대로 무너지면 크게 다칠 거예요. 난 그 여자가 그렇게 창피를 당하는 것도, 내 아이에게 나쁜 영향을 주는 것도 원하지 않아요.”안채린은 반하준의 말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반 대표님 말대로 할게요.”그녀는 한 손으로 턱을 괴고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497화

    안채린은 숨을 고르며 말했다.“저는 양자 테크에서 강민아 씨와 동등한 위치에 있는 셈이죠. 처음엔 궁금했어요. 그쪽 전처는 분명 그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인데 대체 무슨 꼼수를 써서 우 대표님이 대표 자리에 앉혔을지. 나중에 들으니 우 대표님과 그쪽 전 장인어른이 보통 사이가 아니더라고요.”안채린은 웨이터에게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한 뒤 창밖을 바라보며 비릿한 미소를 머금었다.“듣기론 그쪽 전 장인어른과 우 대표님이 사적으로 그렇고 그런 사이라던데, 어쩌면 그분이 우 대표님께 자기 딸을 부탁했을지도 모르겠네요. 미린국에 있을 때 국내 사업은 사람 장사라고 듣긴 했어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요.”반하준은 안채린의 말에 굳이 대꾸하지 않았지만 어느 정도는 그도 동감하는 부분이었다.강민아가 양자 테크 대표 자리에 앉은 건 누가 봐도 이상하긴 했다.하지만 안채린의 말만 들어도 강민아에게 불복한다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그 생각에 반하준은 입꼬리를 올렸다. 그는 강민아가 곤경에 처하는 걸 즐겼다.오갈 데 없는 강민아가 그에게 시선을 돌리기만을 고대하고 있으니까.“반 대표님.”안채린이 먼저 입을 열었다.“저랑 결혼할 생각이 있으신가요?”반하준은 순식간에 미간을 찡그리며 목소리가 딱딱하고 차가워졌다.“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난 단지 당신이 내 전처와 같은 회사에 다니고 있어서 만나자고 한 겁니다. 내 전처가 일을 벌이기 좋아하지만 사회 경험이 없으니까. 이혼했어도 아이 아빠로서 애가 너무 초라하게 살지 않도록 어떻게 사는지 주시하는 겁니다.”웨이터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가져다주자 안채린은 의외라는 듯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맞선보러 온 것 아닌가요? 정말 그게 다인가요?”반하준의 눈빛에 약간의 역겨움이 묻어났다.“당분간 재혼할 생각이 없습니다. 그 전 경험으로 결혼이라는 말만 들어도 지긋지긋해서.”안채린은 그의 얼굴을 주시하며 분명하게 말했다.“하지만 그쪽과 결혼하고 싶어요.”반하준은 경멸하듯 비웃었고 안채린은 아이스 아메리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49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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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495화

    “그럴 리가요.”심은호의 눈가에 머금은 미소가 깊어졌다.“반 연구원님이 나랑 민아 씨를 떼어놓으려고 석현이를 데려오는 게 아니라 함께 만나려는 거면 당연히 너그럽게 받아주죠.”반용화는 차가운 눈빛으로 여우 같은 남자를 바라보다가 서늘한 목소리로 말했다.“남편이 될 팔자가 아닌데도 무진장 애를 쓰네.”심은호가 서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선생님도 서둘러 첩 자리를 노리지 않으면 첩이 될 기회도 없을 거예요.”반용화는 그를 등진 채 눈동자가 살짝 커지며 휠체어 팔걸이를 꽉 움켜쥐다가 끝까지 뒤돌아보지 않으며 심은호를 무시했다.반용화와 반석현이 떠난 후에도 강민아와 심은호는 정이와 함께 매운탕을 먹었다.그들이 가게를 나선 후 강민아와 정이는 차 뒷좌석에 앉고 심은호가 운전했다.강민아는 태블릿을 들고 자료를 살폈다. 차 안은 조용했고 정이도 옆에 앉아 마찬가지로 태블릿을 손에 들고 그림책을 읽고 있었다.강민아가 일에 몰두한다고 생각할 때쯤 그녀가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선생님을 놀리는 심은호 씨나, 선생님 반응이나 다 귀엽네요.”심은호와 반용화가 불꽃을 튕기며 기 싸움을 해도 그녀는 말리는 대신 흥미진진하게 지켜보았다.지금 돌이켜보면 강민아도 좀처럼 보기 힘든 장면이라 무척 재밌었다.반용화를 그렇게 상대할 사람은 심은호밖에 없을 거다. 반하준마저 반용화 앞에선 고양이 앞에 쥐가 되니까.“그쪽이 놀릴 때면 선생님이 훨씬 인간미가 있어 보여요. 한 번도 그런 말을 할 거라곤 생각도 못 했는데.”남편이 될 팔자가 아닌데도 무진장 애를 쓴다는 그의 말에 강민아는 입술을 꾹 다물었지만 소리 내어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심은호를 비웃으려는 게 아니라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는 반용화가 매운탕을 먹고 난 뒤 심은호에게 그런 평가를 할 줄 몰랐을 뿐이다.심은호도 강민아가 기쁘면 그만이기에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다음에 선생님 만나면 내가 또 놀려볼게요.”“그래요.”강민아의 대답을 들은 뒤 심은호가 백미러로 그녀를 보자 상대는 이미 고개를 숙여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494화

    반용화는 눈앞에 손대지 않은 컵을 내밀었고 심은호는 손에 든 컵을 내려놓으며 웃었다.“고맙지만 이제 필요 없어요.”반용화는 차가운 목소리로 대꾸했다.“남의 컵으로 마시는 걸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심은호의 얼굴에 머금은 미소가 더욱 환하게 피어났다.“선생님, 오해에요. 전 그냥 민아 씨가 쓰던 컵이 좋은 것뿐이에요.”강민아는 심은호가 고양이처럼 남이 마신 물컵으로 물을 마시는 모습에 몰래 웃다가 그의 말을 알아차리고 얼굴이 금세 화끈거렸다.왜 심은호는 반용화 앞에서도 거침없이 말하는 걸까.“저기...”심은호에게 한마디 하려다가 눈이 마주치는 순간 그가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조금 전 심하게 사레에 들린 탓에 남자의 눈은 붉어지고 흑백이 분명한 눈동자는 물기를 머금어 별처럼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그런 눈빛으로 쳐다보니 차마 구박할 수가 없었다.“선생님 앞에서 그러지 마요...”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심은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네, 알겠어요.”그는 다가와 강민아와의 거리를 좁히며 반용화가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선생님처럼 고리타분한 사람은 우리 장난을 이해 못 하니까요.”반용화는 선생님이 학생을 가르치듯 냉정하게 그녀를 타일렀다.“민아야, 싫으면 거절해도 돼.”심은호는 분홍색으로 물든 볼을 손으로 받치며 반용화에게 웃는 얼굴로 물었다.“거절하지 않으면 좋다는 뜻인가요?”강민아는 번뜩 정신이 들며 온몸에 열기가 느껴졌다. 반용화가 서늘한 눈빛으로 남자를 흘겨보는데 상대가 덧붙였다.“선생님은 꼭 우리를 환하게 비추는 조명 같네요.”“심은호 씨.”강민아가 그를 나지막이 불렀다.“왜 선생님을 적대적으로 대하는 거예요?”심은호가 반용화의 차갑고 잘생긴 얼굴을 슬쩍 보았다.“민아 씨는 모르지만 반 연구원님은 잘 아실 거예요.”반용화가 물티슈로 입을 닦았다.“난 다 먹었어. 심은호 소유욕이 워낙 강하니까 더 방해하지 않을게.”말하며 반용화가 반석현을 돌아보았다.“석현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493화

    반용화가 시선을 내리며 한결 따뜻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래, 네가 원하는 대로 해.”“선생님, 식사하셨어요?”“아직.”“그럼 같이 매운탕 먹을래요?”강민아가 물어보자 반용화는 심은호를 돌아보더니 슬쩍 입꼬리를 올리며 답했다.“좋지.”심은호의 입꼬리가 들썩거리며 흥미로운 것을 발견한 고양이처럼 까만 동공이 커지며 반용화의 일거수일투족을 노려보았다.동행한 수행원들은 반용화가 식당에서 식사한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사복 경호원 중 한 명이 나서서 말했다.“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경호원은 그릇을 들고 먼저 냄비에서 국물 두 그릇을 떠낸 뒤 화학 시약을 이용해 음식에 대한 독성 검사를 한 후 옆으로 한 발짝 물러나 반용화에게 정중하게 말했다.“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이제 식사하셔도 됩니다.”휠체어를 타고 있던 반용화는 강민아의 오른쪽 테이블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강민아와 심은호는 나란히 앉아 있었는데, 그녀는 반용화가 음식을 먹기 힘들어하는 것을 보고 이미 다 익은 음식을 떠서 반용화의 그릇에 담아주었다.“선생님, 드세요.”“고마워.”반용화의 목소리는 온화했고 강민아에게 굳이 예의를 차리지 않았다.“민아야, 나물 좀 건져줘.”강민아가 서둘러 움직이자 심은호가 참지 못하고 경고를 날렸다.“사람 부려 먹는 게 아주 자연스럽네요.”그는 소매를 걷어 올리며 이렇게 말했다.“제가 반 연구원님을 모시는 게 나을 것 같아요.”그러자 강민아가 말했다.“안에 앉아서 음식 집는 게 불편할 거예요. 내가 할게요.”심은호는 어쩔 수 없이 차갑게 반용화를 노려보았다.“다른 꿍꿍이가 있어서 매운탕 먹겠다고 한 것 같은데.”강민아는 심은호와 반용화가 서로 잘 맞지 않는 것을 알고 심은호 그릇에 음식을 떠주었다.“빨리 먹어요. 말하지 말고.”심은호는 콧방귀를 뀌더니 턱을 괴며 억울한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말이 많다는 거예요? 아님 나를 달래주는 건가?”강민아가 놀리듯 말했다.“심은호 씨는 워낙 말을 잘하니까요.”“입으로 말하는 것 말고도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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