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86화

Author: 묵묵연화
장여진의 웃던 얼굴이 그대로 굳어졌다.

“내 말은 그게 아니라, 그냥...”

“장모님께서 그렇게 술자리 인사를 중요하게 생각하신다면.”

이재가 말을 잘랐다. 목소리는 여전히 차분했다.

“장모님께서 대신 해주시는 건 어떻습니까?”

장여진이 멍하니 굳었다.

“아까 말씀하신 대로 테이블마다 다 돌고, 잔을 권하면 남기지 말고 받으십시오. 조금 마시다 내려놓으면 성의가 없어 보인다고 하셨죠.”

이재는 말을 멈추고 슬비의 손목에 아직 남아 있는 붉은 자국을 내려다봤다.

“장모님이 말씀하신 대로 전부 하시면 됩니다. 괜찮으시죠?”

장여진의 얼굴에서 핏기가 싹 가셨다. 입술을 떨면서 뭔가 말하려고 했지만, 이재의 어두운 눈을 마주하자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이 나오지 않았다.

결국 울상에 가까운 웃음을 억지로 지었다.

“그래... 내가 할게. 지금 바로 나가서 할게.”

장여진이 나가자 대기실 문이 닫혔다. 바깥의 소란도 함께 멀어졌다.

슬비는 반사적으로 뒤를 따라가려 했지만 이재가 허리를 감아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Latest chapter

  • 사랑에 미친 남편 조련법   제196화

    슬비는 거실 소파에 앉아서 따뜻한 차를 두 손으로 감싸 쥐고 있었다. 시선은 자꾸 위층으로 향했다.희천이 올라간 지 벌써 30분 가까이 됐다. 이재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몰랐다.슬비는 차를 한 모금 마셨다. 딱 좋은 온도였다. 첫맛은 조금 쌉쌀했지만 뒤에는 은은한 단맛이 남았다. 이재가 자주 마시는 진한 발효차였다.슬비는 원래 이런 차를 좋아하지 않았다. 향이 진하고 떫은맛이 먼저 올라와서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쓰게 느껴졌다.하지만 이재가 좋아했다.몇 번 따라 마시다 보니 어느새 슬비도 조금씩 그 맛을 알 것 같았다.그때 핸드폰이 울렸다. 화면에는 지범의 이름이 떠 있었다.[누나, 결혼 축하해.]전화를 받자마자 지범의 장난기 어린 목소리가 들렸다.슬비가 입꼬리를 올렸다. “고마워.”[저기... 하 회장이 누나 괴롭히진 않지?]“걱정 마. 나한테 잘해줘.” 슬비가 웃었다. “너 아직 애면서 그런 걱정까지 하지 마.”[누가 애야? 나 15살이거든!]지범이 불만스럽게 투덜거렸다. [누나가 혹시 힘들까 봐 그러지. 지민 누나가 예전부터 하 회장이 중병이라느니 오래 못 산다느니 재수 없는 소리만 했잖아. 나도 걱정이 됐다고.]“그런 건 다 헛소문이야.”[그럼 다행이고.]지범이 안도한 듯 숨을 내쉬었다. [하 회장이 누나 괴롭히면 나한테 말해. 내가 가서 패줄게.]슬비가 웃음을 참지 못했다. “네가 이길 수는 있고?”[못 이겨도 싸워야지.]“됐어. 내 얘기는 그만하고 너는 학교는 어때? 잘 적응했어?”전화기 너머가 잠깐 조용해졌다.[잘... 잘 지내지. 누나 동생이 얼마나 잘나가는데. 어디 가든 인기 많아. 적응 못 할 리가 있어?]“진짜?”[진짜라니까. 쓸데없는 걱정 말고 누나나 잘 지내.]어딘가 이상하다고 느낀 슬비가 더 물으려고 했지만 지범이 먼저 화제를 돌렸다.[아, 맞다. 누나한테 말할 게 있어. 지민 누나가 돌아왔어.]슬비의 숨이 멎는 듯하면서 핸드폰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지범은 눈치채

  • 사랑에 미친 남편 조련법   제195화

    희천은 자기 집처럼 익숙하게 들어오더니 서류가방까지 자연스럽게 소파 위에 내려놨다.희천을 본 슬비의 눈이 반짝였다.“유 선생님? 여긴 어쩐 일이세요? 저 보러 오셨어요?”“저는...”희천은 말을 하려다다 이재가 눈을 가늘게 뜨는 걸 보고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아, 아닙니다. 하이재 회장님을 뵈러 왔습니다. 지난번에 회장님을 소개해 주셨잖습니까. 하하...”슬비는 희천이 이재의 몸 상태를 보러 온 줄 알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앉아 계세요. 물 가져다드릴게요.”희천이 황급히 손사래를 쳤다. “아닙니다, 아닙니다. 제가 직접 하겠습니다.”말이 끝나기도 전에 희천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익숙한 걸음으로 탕비실 쪽에 가더니 느긋하게 녹차 한 잔을 우려 들고 나왔다.슬비의 머릿속에 물음표가 떠올랐다. 차를 들고 나오는 희천을 바라보는 눈에 의문이 가득했다.희천은 그 시선을 마주치자 속으로 뜨끔했다.운서원이 너무 익숙해서 몸이 먼저 움직인 것이다. 지금은 아예 생각도 하지 않고 행동한 셈이었다.“유 선생님, 전에 여기에 오신 적이 있어요?”“아... 전에 하이재 회장님과 약속이 있어서 몇 번 왔습니다.”“아, 그렇군요.”슬비는 그제야 납득했다.희천이 이곳을 자기 집처럼 자연스럽게 돌아다녀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참이었다.“가죠. 서재에서 이야기합시다.”희천이 애써 둘러대는 모습을 보던 이재가 드물게 구해줬다.“네, 네. 그러시죠.” 희천은 연달아 고개를 끄덕이며 이재를 따라 위층으로 올라갔다.서재 문이 닫히자 희천이 바로 이마의 식은땀을 닦았다.“형수님께 제가 예전에 형 지시로 북명시에 가서 치료해드렸다는 걸 왜 말씀을 안 했어요?”“그렇게 오래 좋아했는데, 사실대로 말하면 형수님도 형한테 더 마음을 열지 않겠어요?”이재는 책상에 기대 두 팔을 가슴 앞에 겹쳤다. “그건 달라.”이재가 원하는 건 슬비가 진심으로 자신을 좋아해 주는 것이었다.은혜 때문에 마음이 묶이거나 다른 이해관계가 섞인 감정은 원하지 않았다.

  • 사랑에 미친 남편 조련법   제194화

    슬비는 얼굴을 붉힌 채 머릿속에 떠오른 장면을 급히 떨쳐내고 아래층으로 향했다.계단 모퉁이를 돌자, 도우가 이재 앞에 서서 낮은 목소리로 뭔가 보고하고 있었다.그런데 도우의 옷차림이 이상했다.슬비는 걸음을 멈추고 어리둥절한 얼굴로 눈을 깜빡였다.오늘 도우는 눈에 확 띄는 분홍색 셔츠를 입고 있었다. 머리에는 왁스를 발랐고 셔츠 단추도 위에서 두 개 정도 풀어서, 화보 속 재벌가 도련님처럼 한껏 꾸민 모습이었다.슬비가 도우를 알게 된 뒤로는 사계절 내내 짙은색 정장만 입은 모습밖에 본 적이 없었다. 넥타이도 검정, 회색, 남색뿐이었다. 이렇게까지 화려한 색의 옷을 입은 건 처음이었다.슬비는 눈을 비비고 다시 봤다.틀림없이 도우의 얼굴이었다.계단 쪽 기척을 들은 이재가 고개를 돌렸다. 멍한 얼굴로 서 있는 슬비를 보자,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다가와서 허리를 감쌌다. “잘 잤어?”슬비는 아직 정신이 없어서 이재의 손이 허리께를 은근히 문지르는 것도 제대로 의식하지 못했다. “몸은 이제 안 뻐근하지?”그제야 정신을 차린 슬비가 이재를 노려봤다.요 며칠 이재는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연고를 매일 밤 자기 전에 발라줬다.연고만 얌전히 발라주면 좋으련만, 조금 문지르다 보면 손이 자꾸 엉뚱한 곳으로 움직였고 결국 또 다른 일로 이어지기 일쑤였다.그래도 효과만큼은 확실했다.다음 날 아침이면 뻐근함이 절반 이상 사라졌고, 걸을 때 다리가 후들거리는 일도 없었다.그렇다고 이재가 매일 그렇게 굴어도 된다는 뜻은 아니었다.“회장님, 차 준비됐습니다.”현관 쪽에서 목소리가 들렸다.슬비는 소리가 난 쪽을 바라보다가 그대로 굳었다.‘도우 씨가 둘이야?’‘이게 뭐지?’옷만 완전히 다르지 않았다면, 정말 눈앞이 둘로 겹쳐 보이는 줄 알았을 것이다.“정신 차려.”이재가 웃으며 슬비 눈앞에서 손을 흔든 뒤 분홍 셔츠를 입은 남자를 가리켰다.“도한이야. 도우의 쌍둥이 동생. 맡긴 일을 끝내고 막 돌아왔어.”도한이 환하게 웃으며 가지런한 이를 드러

  • 사랑에 미친 남편 조련법   제193화

    장여진과 원국한은 다시 서로를 바라봤다.이제는 둘 다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이었다.돈을 뜯어내는 것도 아니고, 몸을 노린 것도 아니었다.이 정도면 부잣집 딸만 골라 접근하는 사기꾼의 행동과는 거리가 멀었다.다만 도한이라는 남자가 정말 공작가의 자제라면, 이름이 지나치게 평범하다는 게 이상했다.도한... 어딘가 동네에서 흔히 들을 법한 이름이라 영국 귀족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그렇다고 사기꾼이라기에는 돈도 몸도 건드리지 않았어. 대체 뭘 노린다는 건가?’원국한이 한동안 생각하다 물었다. “정략결혼 상대가 누군지는 물어봤어?”지민의 눈에서 또 눈물이 흘렀다. “물어봤어. 자기도 모른대. 집안에서 정한 거래. 아빠, 나 영국 가서 도한이 찾을래. 이렇게 끝낼 수는 없어...”원국한이 얼굴을 찌푸렸다. “거길 왜 가? 본인이 집안에서 정략결혼을 시킨다고 했다며. 네가 쫓아가서 뭘 어쩌겠다는 거야?”지민이 다급하게 외쳤다. “도한은 내가 싫어서 헤어진 게 아니잖아! 집안 말을 거스를 수 없어서 그런 거야!”“그럼 기다려. 본인이 정리하고 돌아오면 그때 얘기해.”지민이 발을 굴렀다.“못 기다려! 다른 여자랑 결혼해버리면 어떡해? 내가 가서 다시 데려올 거야!”원국한은 머리가 지끈거려 관자놀이를 눌렀다. “일단 며칠 집에 있어. 좀 진정하고.”“싫어! 지금 바로 비행기표 살 거야! 도한이 찾으러 갈래!”원국한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지민아! 그만 좀 해!”지민은 그 소리에 놀라서 잠시 굳었다가 곧 더 크게 울기 시작했다. “아빠 나한테 소리쳤어... 나 헤어져서 힘든데 아빠까지 왜 그래...”장여진이 급히 분위기를 달랬다. “됐어, 됐어. 아빠가 화낸 게 아니라 걱정돼서 그래. 며칠 집에 있으면서 엄마 아빠랑 좀 지내자. 얼굴 못 본 지 얼마나 됐는데.”지민은 훌쩍이면서도 대답하지 않았다.장여진은 딸의 손을 잡고 위아래로 훑어봤다. “살 빠졌네. 밖에서 제대로 못 먹었지? 주방에 보양식 해두라고 할 테니까 이따 많

  • 사랑에 미친 남편 조련법   제192화

    슬비의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이재의 가슴에 얼굴을 묻으면서 모기만한 소리로 투덜거렸다. “그만 말해요!”이재는 웃음을 터뜨리며 슬비를 식탁 옆까지 안고 갔다. 의자에 내려놓은 뒤 돌아서서 죽을 떠왔다.그 뒤로 사흘 동안 슬비는 집 밖에 한 번도 나가지 못했다.나가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몸이 따라주지 못했다.이재는 겉으로 보면 차분하고 절제된 사람이었다. 하지만 한 번 선을 넘고 나니 처음 단맛을 본 사람처럼 끝을 몰랐다.낮에 이재는 그나마 좀 자제했다. 슬비가 피곤해하면 더 밀어붙이지 않았다.하지만 밤만 되면 이재가 달라졌다. 슬비가 몇 번이나 그만하라고 울먹인 뒤에야 겨우 놓아줬다.첫날 밤에 이재는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했다. 당연히 지키지 않았다.둘째 날에 이재는 ‘이번에는 정말 마지막’이라고 장담했다. 또 지키지 않았다.셋째 날이 되자 슬비도 배웠다. 이재가 무슨 말을 해도 믿지 않기로 했다.그런데 이재가 ‘진짜 마지막이야’라고 말할 때 표정은 너무나 진지했다. 목소리는 부드럽고 눈빛도 깊어서 거절하기가 어려웠다.슬비는 또 믿었다.또 속았다.넷째 날 아침, 슬비는 허리를 짚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거울 속 쇄골에 새로 남은 키스마크를 보며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이제야 알았다. 소문이라는 건 정말 사람 잡는 물건이라는 걸.잘못된 정도가 아니라 인생을 망칠 뻔했다.‘앞으로 하이재가 마지막이라고 하는 말을 또 믿으면 내가 성을 갈겠어.’...이른 아침부터 원씨 본가가 쩌렁쩌렁 울릴 만큼 누군가 초인종을 요란하게 눌렀다.가사도우미가 얼른 뛰어가서 문을 열었다. 문이 조금 열리자, 밖에 있던 사람이 거칠게 밀고 들어왔다.원국한과 장여진은 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있다가 소리에 놀라서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아빠!”지민이 눈이 새빨개진 채 뛰어 들어왔다. 마스카라는 번져서 눈가가 검게 얼룩졌고 모습은 몹시 지쳐 보였다.“지민아?”원국한이 급히 일어났다. 딸의 몰골을 보고 마음이 급해졌다. “이게 무슨 꼴이야? 누

  • 사랑에 미친 남편 조련법   제191화

    슬비는 고개를 숙여 자신의 몸을 내려다봤다. 쇄골 아래로 붉은 키스마크가 점점이 남아서 멀쩡한 곳을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숨을 크게 들이마신 슬비는 얼른 이불을 끌어와서 몸을 감쌌다. 귓불이 다시 뜨겁게 달아올랐다.어젯밤 장면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차가운 통유리창 앞에 몸이 닿았을 때, 뜨겁게 달아오른 피부 뒤로 이재가 가까이 붙었다. 귓가를 스치는 거친 숨결과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아직도 선명했다.“아직도 내가 못 한다고 생각해?”슬비는 얼굴을 이불 속에 파묻었다. 아예 누에고치처럼 온몸을 꽁꽁 감싸고 싶었다.‘창피해 죽겠어.’한참 이불 속에서 버틴 뒤에야 슬비는 천천히 침대에서 내려왔다.발이 카펫에 닿자마자 다리에 힘이 풀렸다. 무릎이 휘청하면서 넘어질 뻔했다.슬비는 급히 협탁을 잡고 몸을 지탱했다.두 다리가 뼈라도 빠진 듯이 흐물거렸다. 걸을 때마다 힘없이 떨렸다.벽을 짚은 채 한 걸음씩 욕실로 향했다. 움직일 때마다 몸속 깊은 곳에서 묵직한 뻐근함이 올라와서 어젯밤의 일을 자꾸 떠올리게 했다.세면대 앞에 선 슬비는 거울 속 모습을 보고 자기 얼굴을 못 알아볼 뻔했다.뺨은 붉게 상기되었고 입술은 살짝 부어 있었다. 눈가에도 아직 열기가 남아 있었다. 비를 맞고 난 뒤 더 짙어진 꽃처럼 유난히 화사해 보였다.가장 난감한 건 목이었다. 귓불 아래부터 쇄골까지 붉은 흔적이 촘촘해서 가릴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슬비는 입술을 깨물면서 수도꼭지를 틀고 찬물을 두 손에 받아 얼굴에 끼얹었다.차가운 물방울이 턱 끝으로 흘렀지만 달아오른 뺨은 쉽게 식지 않았다.다 씻고 난 뒤, 드레스룸을 한참 뒤져서야 목이 높은 흰색 니트를 찾아냈다. 쇄골까지 딱 가려주는 옷이었다.거울 앞에서 몇 번이나 확인한 뒤, 키스마크가 보이지 않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비로소 천천히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이재는 거실 소파에 앉아 핸드폰으로 무언가를 보고 있었다.막 씻고 나온 듯 조금 젖은 앞머리가 눈썹 위로 느슨하게 내려와 있었다. 평소의 차가운 분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