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담만’ 단독주택 단지, 하씨 집안 본가.하씨 집안의 본가는 차분하면서도 위엄 있는 저택이었다.흰 외벽 아래로 아치형 기둥이 이어진 현관이 자리했고, 넓은 마당에는 키 큰 소나무와 잘 다듬어진 조경수들이 가득했다. 멀리서는 개인 수영장의 물결이 햇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다.아치형 기둥이 이어진 현관 복도를 지나자 본가의 메인 응접실이 모습을 드러냈다.크리스털 샹들리에가 실내를 대낮처럼 밝히고 있었고, 검은 가죽 소파에 몇 사람이 앉아 있었다.상석에는 하씨 집안의 최고 어른인 민혜숙이 자리하고 있었다.민혜숙의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걸려 있었지만, 눈빛만큼은 흐트러짐 없이 또렷했다. 말없이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묵직한 위엄이 느껴졌다.그 옆에는 주예원과 딸 하정인이 자리하고 있었다.이재가 슬비의 손을 잡고 들어서자, 모든 시선이 두 사람에게 향했다.“이 녀석아, 올 거면 미리 말이라도 하지.”민혜숙이 짐짓 나무라듯 웃었다. 그러다 시선이 슬비에게 닿자 눈매가 한층 부드러워졌다.“이 아이가 원씨 집안 아가씨구나? 이리 와 봐라. 할미가 얼굴 좀 보자.”슬비가 몇 걸음 앞으로 나가자, 민혜숙이 손을 잡았다. 민혜숙은 슬비를 천천히 살피더니 눈이 휘어질 정도로 활짝 웃었다. 손주 사랑은 원래 남다르다. 더구나 손주들 중 가장 뛰어난 이재가 이렇게 고운 아가씨를 데려왔으니 기뻐하지 않을 수 없었다.슬비는 진땀을 흘리면서 고개를 숙였다.“안녕하세요. 원지민입니다.”옆에 앉은 주예원의 시선이 슬비를 슬쩍 훑었다.흰 원피스는 절제된 디자인이었지만, 슬비의 균형 잡힌 몸매를 과하지 않게 드러내고 있었다.가는 허리에 치맛자락 아래로 드러난 발목도 희고 가늘었다.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얼굴이었다.하얀 피부에 고운 붓끝으로 그려 낸 듯한 이목구비, 살구빛이 은은하게 도는 맑은 눈매.눈꼬리는 자연스럽게 살짝 올라가 있었고, 시선이 움직일 때마다 본인도 모르는 사랑스러움이 묻어났다.“정말 예쁘네.”주예원이 웃으며 말했다. 말투에는 묘한 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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