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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화

Author: 묵묵연화
슬비는 출근한 지 하루 만에 주말을 맞았다.

지범에게 세인트폴고등학교에 갈 생각이 있는지 직접 물어봐야 한다는 생각에 아침 일찍 원씨 집안의 저택으로 향했다.

검은 세단이 원씨 집안 저택 앞에 멈췄을 때, 원국한과 장여진은 이미 현관 계단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차가 완전히 서기도 전에 원국한이 성큼 다가와 뒷문을 열었다.

하지만 뒷좌석에 슬비 혼자 앉아 있는 걸 보고는 잠깐 멈칫했다.

“하 서방은 안 왔니?”

“회사에 일이 있어서 못 왔어요.”

원국한의 표정에서 반가운 기색이 조금 옅어졌다. 그래도 겉으로 불만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장여진은 아쉬운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슬비의 어깨를 가볍게 쳤다.

“너도 참. 오랜만에 집에 오면서 하 서방도 같이 데려오지 그랬어?”

“일이 있다잖아. 들어가서 얘기해.”

슬비는 두 사람과 함께 거실로 들어갔다.

집에서 일하는 사람이 차와 다과를 내왔다.

원국한은 한동안 일상적인 이야기를 꺼내다가 자연스럽게 본론으로 넘어갔다.

“슬비야, 이제 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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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에 미친 남편 조련법   제140화

    슬비는 더 지체하지 않고 가장 가까운 식당으로 들어갔다.“사장님, 여기서 제일 독한 술이 뭐예요?”사장은 마흔쯤 되어 보이는 중년 남자였다. 슬비를 위아래로 한번 훑어보고 물었다. “아가씨, 혼자예요?”“네. 제일 독한 걸로 한 병 주세요.”사장은 잠깐 망설이다 카운터 아래에서 술 한 병을 꺼내 올려놓았다.라벨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알코올 도수 65도......같은 시각, HM그룹 최상층 회의실에는 무거운 긴장감이 내려앉아 있었다.이재는 상석에 앉아서 손가락 사이에 펜 하나를 돌리고 있었다. 길고 뚜렷한 손가락 마디 사이에서 펜은 느긋한 속도로 움직였다.하지만 회의실에 앉은 임원들은 숨도 크게 쉬지 못했다.스크린에는 1분기 재무 실적이 띄워져 있었다. 수많은 수치와 그래프가 빼곡하게 화면을 채우고 있었다.발표 중인 부회장이 중요한 2분기 매출 전망을 설명하고 있었지만,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발표 끝에는 거의 숨소리처럼 들릴 정도로 작았다.제대로 발표하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었다.상석에 앉아 있는 이재의 기세가 너무 강했다.회의실 사람들은 자기 숨소리조차 지나치게 크게 느껴질 정도였다. 다들 몸을 최대한 작게 만들면서 존재감이라도 지우고 싶은 심정이었다.이재는 의자 등받이에 기대 긴 다리를 포갠 채 앉아 있었다. 얼굴에는 별다른 표정이 없었고 오히려 평온해 보였다.바로 그 평온함 때문에 참석자들의 등에서는 식은땀이 흘렀다.‘오늘 회장님 기분이 안 좋다.’‘아주 안 좋다.’이유를 아는 사람은 없었지만, 그 사실만큼은 모두가 똑같이 느끼고 있었다. 폭풍이 오기 직전 같은 압박감이 회의실 전체를 짓눌렀다.부회장은 애써 마음을 다잡고 발표를 이어 갔다. 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혔고 손에 든 레이저 포인터까지 미세하게 떨렸다.“이상의 내용을 종합하면 다음 분기 매출은 8퍼센트에서 10퍼센트가량 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주요 성장 요인은...”탁!이재가 돌리던 펜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작은 소리가 회의실 안에 또렷하게

  • 사랑에 미친 남편 조련법   제139화

    “아니야?” 정여진의 미간이 구겨졌다. “하빈이 말을 걸어도 제대로 대답도 안 하고, 술을 따라 줘도 입도 안 대고. 그게 얼마나 예의 없는 행동인지 알아?”“하빈이 기분 상해서 서문구 사업이 틀어지기라도 하면 네가 책임질 수 있어?”슬비가 정여진의 말을 끊었다. “하빈은 내가 원지민이 아니라는 걸 알아...”정여진의 표정이 확 달라졌다.“하빈이 그러더라. 하이재가 그걸 알면 나를 개한테 던져 줄 거라고.”정여진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그걸 어떻게 알았대?”“엄마, 지금도 하빈하고 술 한잔 마시고 몇 마디 하는 게 별일 아니라고 생각해?”“하빈은 내가 원지민이 아니라는 것도, 대신 시집온 가짜라는 것도 알아. 내 약점을 쥐고 있어서,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나를 끝장낼 수 있어.”“슬비야, 엄마는... 엄마는 몰랐어...”“당연히 몰랐겠지.”슬비가 말을 끊었다. 잔뜩 억눌려 있던 감정이 목소리에 조금씩 묻어나기 시작했다.“엄마는 원송그룹 사업만 중요하잖아. 원씨 집안에서 자리 지키는 것만 중요하고, 또...”‘원지민만 중요하고, 지범만 중요하지.’‘나는 한 번도 아니었어.’“엄마는 그런 뜻이 아니야...” 정여진이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슬비의 손을 잡으려고 했다.슬비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나면서 그 손길을 피했다.“하빈은 위험한 사람이야. 엄마도 아저씨도 멀리해. 서문구 사업도...”슬비가 잠시 말을 고른 뒤 덧붙였다. “포기할 수 있으면 포기해.”“포기하라고?”정여진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어떻게 포기해? 원 회장이 그 사업에 얼마나 많은 시간과 돈을 들였는지 알아? 그걸 포기하면 원씨 집안은 정말 끝장이야!”슬비는 정여진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지독한 피로가 밀려왔다.“그럼 엄마 마음대로 해.”슬비는 몸을 돌려 밖으로 향했다.“슬비야!” 정여진이 뒤따라왔다. “잠깐만, 엄마 말 아직 안 끝났어...”슬비는 멈추지 않았다. 걸음은 갈수록 빨라졌다.“슬비야! 거기 서!”슬비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밖으로

  • 사랑에 미친 남편 조련법   제138화

    거실로 돌아왔을 때, 정여진은 이미 가사도우미에게 지시해서 식탁까지 다 차려 둔 상태였다.“하 회장님, 어서 앉으세요.”정여진은 유난히 살갑게 웃었다. “음식도 곧 나와요. 차부터 한잔하세요.”식탁 상석에 앉은 하빈은 뒤따라 들어온 슬비를 한번 훑어보면서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제수씨도 앉으시죠.”슬비는 하빈에게서 가장 먼 자리를 골라 앉았다.그런데 정여진이 웃으면서 다가오더니, 슬비의 팔을 잡고 하빈 쪽으로 데려갔다.“왜 그렇게 멀리 앉아? 하 회장님 말동무라도 해 드려.”슬비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지만 결국 정여진에게 이끌려 하빈의 옆자리에 앉았다.음식이 하나씩 올라왔다. 보기 좋게 담긴 요리들은 향도 좋고 먹음직스러웠다.정여진은 하빈의 앞접시에 음식을 덜어주며 끊임없이 말을 붙였다. “이것도 드셔 보세요. 저희 집에서 특히 잘하는 음식인데, 밖에서는 이런 맛 못 드세요.”하빈은 한입 집어 천천히 씹었다. 하지만 시선은 계속 슬비에게 머물러 있었다.“제수씨는 왜 안 드십니까? 입맛에 안 맞아요?”슬비는 눈을 내리깔고 앞에 놓인 나물을 조금 집어서 입에 넣었다.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았다.식사가 끝날 때까지 슬비는 제대로 먹지도 못했다.하빈의 시선이 수시로 자신에게 닿는 게 느껴졌다. 살피면서 떠보는 눈빛은 마치 발 밑의 쥐를 가지고 노는 고양이와도 같았다.그보다 슬비를 더 힘들게 한 것은 정여진의 태도였다.정여진은 하빈이 슬비에게 관심을 보인다는 걸 분명히 눈치챘다. 그런데 거리를 두기는커녕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슬비를 하빈 앞에 밀어 넣었다.슬비는 정여진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있었다.서문구 사업은 원씨 집안에 너무 중요했다. 사업만 따낼 수 있다면, 딸이 밥 한 끼 같이 먹고 술 몇 잔 따라 주는 정도가 무슨 대수일까?정여진에게는 웃음 한번 팔아 주는 일조차 별일이 아니었을 것이다.‘몸이 상하는 것도 아닌데 뭐가 문제냐고 생각하겠지.’슬비가 젓가락을 꽉 쥐자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렸다.문득 우습다는 생

  • 사랑에 미친 남편 조련법   제137화

    “이재가 그 사실을 알게 된 날, 무슨 짓을 했는지 아십니까?”슬비의 목구멍이 바짝 조여들었다. 그 자리를 피하고 싶었지만, 발이 바닥에 붙은 것처럼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하빈이 슬비 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목소리를 한껏 낮췄다.“이재는 그 친구를 살아 있는 채로 개들한테 던져 줬습니다.”슬비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뼈 한 조각도 남지 않았죠.”하빈은 몸을 바로 세우고 와인병을 손안에서 천천히 굴렸다. 말투는 다시 평소처럼 부드럽고 여유로웠다. “제 동생은 누가 자기를 속이는 걸 세상에서 제일 싫어합니다.”하빈의 시선이 슬비의 얼굴에 머물렀다. 입가의 미소는 점점 짙어졌다.“제수씨, 한번 생각해 보시죠.”하빈이 갑자기 손을 들어 슬비의 어깨에 내려온 머리카락 한 가닥을 집었다. 코끝 가까이 가져가면서 가볍게 향을 맡았다.슬비는 온몸이 굳어지면서 머리카락까지 곤두섰다.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나다가 차가운 와인 선반에 등을 부딪쳤다.하빈은 따라오지 않았다. 제자리에 선 채 손가락 사이에 아직도 그 머리카락을 감고 깊게 웃었다.“만약 이재가 제수씨가 원씨 집안 아가씨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면...”하빈은 말을 끊고 목소리를 더 낮췄다. 독이 밴 뱀이 혀를 내미는 듯한 음성이었다.“제수씨한테 무슨 짓을 할까요? 원씨 집안에는 또 어떻게 할까요?”슬비의 심장이 미친 듯이 빨라졌다.등에서 식은땀이 촘촘히 배어 나와서 얇은 니트를 적셨다. 축축한 옷감이 피부에 달라붙었다.머릿속에서 무언가 터진 듯 귀가 웅웅 울렸다.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하이재가 내가 원지민이 아니라는 걸 알면 어떻게 될까.’‘그 배신자를 처리했던 것처럼 나도 개한테 던져 버릴까?’‘하이재는 속는 걸 그렇게 싫어하잖아.’‘지금 나한테 잘해 주는 것도 내가 원지민이라고 믿으니까 그런 거야.’‘그 다정함은 나를 위한 게 아니야.’‘나는 가짜일 뿐이야.’‘언니 대신 시집온 대역.’‘진실을 알게 되면...’슬비의 손가락이 가늘게 떨렸다.‘원씨 집안도 있어.

  • 사랑에 미친 남편 조련법   제136화

    원국한이 반사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회장님, 딸한테 가져오라고 하면 됩니다. 편히 앉아 계시죠...”“괜찮습니다. 원씨 집안 와인 저장고도 한번 구경해 보고 싶군요.”말을 마친 하빈은 이미 일어나 슬비가 간 방향으로 걸어갔다.원국한은 입을 열어 뭔가 더 말하려고 했지만 정여진이 눈짓으로 막았다.원국한은 슬비와 하빈이 앞뒤로 복도 끝에 사라지는 모습을 미간을 찌푸린 채 바라보다 목소리를 낮췄다.“너 지금 뭐 하는 거야? 하빈이랑 슬비를 둘만 있게 두면 어떡해?”정여진은 찻잔을 들고 느긋하게 한 모금 마셨다.“뭘 그렇게 걱정해? 하빈이 슬비를 잡아먹기라도 하겠어?”“그래도 하빈은 하 서방 형이잖아...”“하 서방 형이니까 더 잘 대접해야지.”정여진은 찻잔을 내려놓고 원국한을 한번 봤다.“서문구 사업은 아직 하빈의 도움이 필요해. 하빈의 심기를 건드렸다가는 우리는 정말 끝이야.”원국한은 입을 달싹였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미간만 더 깊게 찌푸렸다....슬비는 눈을 내리깔고 지하 저장고를 향해 일정한 걸음으로 걸었다.등 뒤에 꽂힌 시선이 계속 느껴졌다. 축축하고 서늘한 눈길은 미끄러운 뱀처럼 등을 타고 기어오르는 듯해서 소름이 끼쳤다.저장고는 저택의 가장 안쪽에 있었다. 계단을 따라 내려갈수록 공기는 눅눅하고 차가워졌고, 어두운 조명 아래 두 사람의 그림자가 길고 가늘게 늘어졌다.슬비는 걸음을 조금 더 재촉했다. 와인만 챙기고 바로 올라갈 생각이었다.하빈과 단둘이 있고 싶지 않았다. 단 몇 초도.저장고는 크지 않았다. 세 면이 와인 선반으로 채워져 있었고 여러 빈티지의 레드와인과 화이트와인이 줄지어 놓여 있었다. 가장 안쪽 선반에는 좋은 빈티지의 보르도 와인 몇 병이 따로 보관돼 있었다.그쪽으로 다가간 슬비가 발끝을 세우고 맨 위에 놓인 병을 집으려고 했다.손끝이 병에 닿자 뒤에서 아주 작은 발소리가 들렸다.곧 한 팔이 슬비 옆으로 뻗어 오면서 여유롭게 와인병을 내려놓았다. 하지만 슬비에게 건네지는 않았다.

  • 사랑에 미친 남편 조련법   제135화

    하빈은 찻잔을 들어 느긋하게 한 모금 마셨다. “너무 겸손하시네요. 제수씨 정도 외모와 분위기면 호강시에서도 손에 꼽힐 겁니다.”슬비는 말없이 눈을 내리깔고 하빈에게서 가장 먼 자리에 앉았다.“원씨 집안에 따님이 한 분 더 있다고 들었습니다.”슬비가 막 자리에 앉자 하빈이 웃으며 말을 꺼냈다. 시선은 아무렇지 않은 척 슬비 쪽을 스쳤다. “이름이... 슬비라고 했던가요?”차를 따르던 정여진의 손이 잠깐 멈칫하면서, 옆에 있던 원국한의 표정도 굳어졌다.하빈은 찻잔을 내려놓으며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원슬비 씨도 제수씨만큼 예쁘다면... 지금 집에 있는 사람과 이혼하고 원슬비 씨와 결혼해도 좋겠네요.”거실의 공기가 통째로 빠져나간 듯했다.숨소리조차 크게 들릴 만큼 조용해졌다.정여진은 미소를 지은 채 얼굴이 굳어졌다. 입꼬리는 여전히 올라가 있었지만 눈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정여진이 어색하게 웃었다. “회장님은 농담도 잘하시네요.”하빈은 소파 등받이에 기대며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농담이라고 생각하십니까?”그 시선을 받은 정여진은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억지로 붙들고 있던 웃음도 무너질 것 같았다.“회장님은 신분도 대단하신데 저희가 어떻게 그런 욕심을 내겠어요?”하빈이 가볍게 웃으며 슬비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이미 한 번은 인연을 맺었잖습니까? 두 번이라고 안 될 건 없죠.”정여진의 웃음이 완전히 사라졌다. 찻잔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가면서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렸다.슬비는 구석에 앉은 채 끝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표정은 차분하다 못해 차가웠다. 하빈이 무슨 말을 하든 자신과는 아무 상관도 없다는 듯했다.하빈은 슬비의 얼굴을 잠시 바라보다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아쉽네요. 이렇게 예쁜 제수씨가 한 분뿐이라서...”하빈은 말을 돌렸다. 목소리에는 아쉬운 기색이 실렸다.“이번에 도와드린 건 제수씨를 봐서입니다. 하지만 이번 한 번뿐입니다. 다음은 없습니다...”말을 마친 하빈은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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