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아내가 기괴하게 널찍한 특대형 소파를 주문 제작한 날부터 매일 밤 거실에서 잠을 자며 생활했다. 같이 자자고 침실로 데려가려 할 때마다 아내는 피곤하다는 핑계로 나를 밀어냈다. 어떤 날은 아예 침실 문을 걸어 잠그기까지 했다. 거실에서는 밤마다 억누르는 듯한 수상한 소리가 흘러나왔고,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야 문이 열렸다. 나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출산 날, 분만실에서 나온 아내는 아직 병상에서 내려오지도 못한 상태였다. 나는 아이를 안아보기는커녕, 그 자리에서 곧바로 이혼을 통보했다. 아내는 붉어진 눈시울로 나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겨우 내가 매일 소파에서 잤다는 이유로? 방금 네 아이 낳아준 아내한테 그런 소리 나와?” 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응, 그러니까 이혼해.”
View More법원의 판결은 빠르게 내려졌다.임하린은 혼인 중 부정행위 및 미성년자 상해 모의 혐의가 인정되어 위자료와 재산 분할 없이 맨몸으로 쫓겨나게 되었다.게다가 녹음 파일에 고스란히 담긴 ‘상해 모의’는 다행히 실행에 옮겨지진 않았으나, 죄질이 극히 나쁘다는 이유로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공범인 장태주 역시 남의 가정을 파탄 낸 죄까지 더해져 똑같이 징역 1년의 실형을 피하지 못했다.판결이 떨어지기 무섭게 임창서와 한서경은 그 자리에서 임하린과의 절연을 선언했다.하룻밤 사이에 족히 십 년은 늙어버린 듯한 모습이었다. 법원을 나설 때는 제대로 허리조차 펴지 못했다.그들은 임하린 쪽은 쳐다보지도 않은 채 내 앞으로 걸어와 고개를 깊숙이 숙였다.그러고는 목이 멘 목소리로 말했다.“미안하네... 우리가 자식을 잘못 키웠어. 자네한테 정말 몹쓸 짓을 했군.”장태주의 말로는 훨씬 더 비참했다.직장에서 해고당한 건 약과였고, 회사로부터 영업비밀 유출에 대한 법적 책임까지 지게 되었다.알고 보니 그는 진작부터 직위를 이용해 우리 회사의 고객 정보를 경쟁업체에 몰래 빼돌려 오고 있었다.수많은 죄목이 줄줄이 엮이면서 경합범으로 처벌받은 이상, 출소하더라도 이 바닥에 다시는 발을 붙이지 못할 게 뻔했다.임하린 역시 감옥 안에서 지옥 같은 나날을 보냈다.같은 방 수감자들조차 그녀가 저지른 추악한 짓을 알게 되자, 인간 취급도 하지 않으며 대놓고 핍박했기 때문이다.결국 버티다 못해 나한테 편지를 보내왔다. 전부 자기 잘못이라며, 제발 아이를 봐서라도 한 번만 살려달라고 빌고 또 빌었다.심지어 아이 얼굴 딱 한 번만 보여준다면 그 어떤 것도 미련 없이 포기하겠다고 했다.나는 편지를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고작 “미안하다”라는 말 한마디로 지울 수 있는 상처가 아니었다.집으로 데려온 아이는 부모님의 보살핌 속에 무럭무럭 자라났다.다행히 어디 한 곳 아픈 데 없이 건강한 녀석은, 나와 눈이 마주칠 때마다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곤 했다.아이를 품에
나는 그녀를 내려다보며 주머니에서 미리 준비해 둔 녹음기를 꺼내 재생 버튼을 눌렀다.치지직거리는 기계음 뒤로 장태주의 능글맞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하린 씨, 이 아이가 과연 내 자식일까, 아니면 그 새끼 자식일까?”이어진 건 임하린의 콧소리 섞인 비웃음이었다.“알 게 뭐야? 어차피 매번 노콘으로 했는데, 누구 올챙이가 더 팔팔한지 까보면 알겠지.”장태주가 킥킥거리며 웃었다.“만약 낳았는데 나 닮아봐요. 강진혁 그 등신은 미쳐 날뛰려나?”“그러면 더 좋지. 나중에 내가 우는 소리 몇 마디 해주면 자기 자식인 줄 알고 대신 키워줄걸?”녹음기 너머로 몇 초간 정적이 흐르더니, 장태주가 다시 캐물었다.“그럼 만약 내 애가 아니면?”임하린의 목소리가 장태주를 달래듯 나긋나긋해졌다.“만약 네 자식이 아니라면 난 안 키워. 대충 사고라도 내서 없애지, 뭐. 그리고 너랑 다시 천천히 낳으면 되잖아.”“사고라니?”장태주가 살짝 주저하는 듯했다.임하린이 콧방귀를 뀌었다.“뭘 그렇게 겁을 먹어? 애가 워낙 약하게 태어났는데 실수로 떨어뜨렸다거나, 젖 먹다가 사레들려 죽었다고 하면 그만이지. 누가 눈치나 채겠어? 강진혁 그 병신은 자기가 애를 잘못 돌봐서 그렇게 된 줄 알고 평생 죄책감에 시달릴걸?”녹음은 여기서 끝이 났고, 법정 안은 침묵이 감돌았다.임창서와 한서경은 의자에서 용수철처럼 튕겨 일어났다.임하린을 가리키는 손끝이 사시나무 떨듯 사정없이 흔들렸다.피가 거꾸로 솟구친 임창서는 제 딸을 손가락질하며 고래고래 외쳤다.“너... 이 천하의 몹쓸 년! 짐승도 제 새끼는 안 잡아먹는다는데, 어떻게 그런 소리를 입에 담을 수 있어?”눈앞이 캄캄해진 한서경은 그 자리에서 기절했다.방청석은 진작에 발칵 뒤집혀 난리가 났다.“세상에! 저년 저거 인간도 아니네! 자기 자식을 죽이려고 모의해?”“비서 놈도 똑같아. 둘이 아주 세트로 피가 거꾸로 솟게 만드네, 악마 같은 연놈들!”“남편이 왜 그렇게 이혼하려고 난리를 쳤는지 이제 알겠네. 나 같았
법정 안에서 벌벌 떠는 두 사람을 보며, 나는 차갑게 한마디 던졌다.“대낮부터 저 지랄을 떨어대니, 저로서도 이렇게 확실한 증거를 잡을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말이 끝나기 무섭게 방청석은 발칵 뒤집혔다.웅성거리는 소리가 법정 천장을 뚫고 나갈 기세였다.“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더니, 저 연놈들 진짜 뻔뻔하다!”“남편 불쌍해서 어떡해. 가장 믿었던 사람들한테 저렇게 뒤통수를 맞아서.”“왜 그렇게 이혼에 목숨을 걸었는지 단번에 이해가 가네. 나 같아도 저런 배신은 절대 못 참지!”나는 슬쩍 손을 들어 장내를 진정시킨 뒤, 안색이 흙빛이 된 임하린을 서늘하게 훑어보았다.그러고는 화면에 띄워진 소파 설계도를 가리켰다.“이 소파는 밑바닥이 텅 비었죠. 성인 남성 한 명이 딱 들어갈 수 있도록 특수 제작된 비밀 공간이라고 해도 무방해요.”내 신호에 맞춰 유현수가 곧바로 영상 통화를 걸자, 대형 화면에 우리 집 거실 풍경이 비쳤다.화면 속 인부들은 소파에 숨겨진 장치를 시연하는 중이었다.소파 팔걸이에 숨겨진 버튼을 누르자, 하부 프레임이 스르륵 밀려 나오며 깊이 1.2미터 남짓한 공간이 모습을 드러냈다.웬만한 덩치의 성인 남성이 들어가 웅크리고 누워도 남을 크기였다.프레임을 다시 닫아버리니, 겉보기엔 멀쩡한 소파였다.“이건 첫 번째 증거에 불과합니다.”유현수에게 고개를 끄덕이자, 곧바로 두 번째 영상 통화가 연결되었다.화면에는 웬 가구점 주인의 얼굴이 떠올랐다.유현수가 화면을 보며 물었다.“사장님, 이 소파 맞춤 주문했던 사람 기억하십니까?”가구점 사장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기억하고말고요! 작년 가을에 어떤 남녀 손님이 와서 주문 제작을 맡겼거든요. 소파 안에다가 비밀 공간을 꼭 만들어 달라는 거예요. 그러면서 계약금도 두 배나 주더라고요. 그땐 참 희한하다 싶었는데, 쓸 데가 따로 있다고도 하고 워낙 돈을 많이 주니까 그냥 시키는 대로 만들어 줬죠.”나는 휴대폰을 들어 카메라 렌즈를 임하린과 장태주에게 조준
사방에서 쏟아지는 비난에도 내 마음엔 그 어떤 동요도 일지 않았다.오직 이 순간을 위해 수많은 날을 참고 또 참아왔으니까.나는 승리에 도취해 의기양양해 하는 임하린과 장태주를 가만히 응시했다.이내 가라앉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재판장님, 다음 영상을 틀어도 될까요?”판사가 고개를 끄덕이자 유현수가 곧바로 장치를 조작했다.대형 스크린은 어두컴컴한 밤의 거실 풍경으로 전환되었다.커튼 틈새로 아스라이 흘러든 달빛이 소파의 실루엣을 비추고 있었다.그때, 소파 등받이가 스르륵 위로 들리기 시작했다.기이한 광경에 방청석에 있던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저게 뭐야? 무슨 신기한 가구 자랑이라도 하겠다는 건가?”“요즘 소파는 저런 기능도 있나 보지? 이불이나 담요 넣어두긴 편하겠는데, 지금 이 타이밍에 저걸 왜 보여주는 거래?”“아니, 그것치고는 소파가 열리는 각도가 너무 크잖아. 일반 수납공간 같지는 않은데?”그제야 장태주의 얼굴에 당혹감이 스쳤다.임하린의 안색 역시 하얗게 질려 가기 시작했다.하지만 나는 그들에게 생각할 틈을 줄 마음이 눈곱만큼도 없었다.영상은 멈추지 않고 계속 흘러갔다.이윽고 화면 속, 소파 내부에서 검은 그림자 하나가 꾸역꾸역 기어 나왔다.어두운 조명 탓에 실루엣만 겨우 보였지만, 누가 봐도 건장한 남자의 체구였다.남자는 소파 위에 웅크려 있던 임하린에게 곧장 다가가 그녀를 와락 품에 안았다.두 사람은 격렬하게 입을 맞추더니, 이내 은밀한 행위를 나누기 시작했다.날이 훤하게 밝아올 때쯤이 되어서야 남자는 다시 소파 틈새 속으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법원 직원이 연이어 몇 개의 영상을 더 틀었지만, 전부 똑같은 장면들이었다.매일 밤 소파 속에서 의문의 남자가 기어 나와 임하린과 밤을 지새우고 있었다.법정 안은 순식간에 찬물을 끼얹은 듯 얼어붙었다.다들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그 정적도 잠시, 방청석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뭐야, 미친 거 아냐? 소파 안에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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