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내 남자친구는 경찰이다. 내가 납치범들에게 협박을 당하고 있을 때 몸에 지닌 폭탄은 타이머가 10분으로 세팅된 상태였다. 놈들은 나더러 남자친구에게 전화하라고 강요했다. 하지만 정작 통화가 연결된 후 다짜고짜 욕설이 울려 퍼졌다. “반서윤, 너 진짜 왜 이러냐? 질투에 눈이 멀어서 이젠 하다 하다 사람 목숨 갖고 장난쳐? 인아네 고양이가 사흘이나 나무에 매달려서 내려오질 못해! 인아가 그 고양이를 목숨처럼 아끼는 걸 너도 잘 알잖아!” “구조하는 데 방해하지 마. 확 살인범 만들어버릴라!” 전화기 너머로 간드러진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고마워. 오빠가 짱이야.” 이 여자가 바로 내 남자친구의 소꿉친구 오인아였다. 폭탄이 폭파하기 직전, 나는 남자친구에게 메시지를 한 통 보냈다. [이만 안녕, 다음 생에서도 영원히 보지 말자.]
View More장은후는 한참 넋 놓고 있다가 끝내 휴대폰을 챙겨 들고 화장실로 향했다.나도 마침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장은후가 진실을 알게 되면 나도 이만 벗어날 수 있겠지.웨딩숍 화장실은 남녀 구분이 없어 모두가 들어갈 수 있었다.이때 오인아의 거만을 떠는 목소리가 들려왔다.“난 그저 안정원이 폭탄을 터트려서 반서윤 죽이면 속이 후련해질 줄 알았는데 그 여자 하도 부질없는 존재인 거야. 오빠는 아예 반서윤 사랑하지도 않았어. 오빠가 사랑한 사람은 결국 나였지. 그래서 안정원도 끝내 또다시 날 납치해간 거야.”“이럴 줄 알았으면 애초에 그렇게 진지하게 나오지도 않았을 텐데, 괜한 짓만 했잖아.”얘기를 다 들은 후 장은후는 다시 드레스 숍 홀에 돌아왔다.이때 나는 충격적인 현상을 발견했다. 내가 더 이상 장은후를 따라간 게 아니라 되레 오인아 옆에 남아버린 것이다.순식간에 내 시점이 뒤바뀌어버렸다.오인아와 몇몇 친구들이 홀에 돌아왔을 때 장은후는 한창 드레스를 둘러보고 있었다.그녀를 본 장은후가 뜻밖에도 활짝 웃으며 말했다.“자기야, 아까 이거 입으니까 예쁘던데 그냥 이거로 정할까?”오인아도 놀란 기색이 역력했지만 곧이어 달콤한 미소를 지었다.“그래, 여보 말 들을게. 드레스는 원래 여보한테만 보여주는 거잖아.”드레스를 다 고른 후 이어진 며칠 동안 장은후는 아예 딴 사람으로 변해버린 것만 같았다.결혼식 준비에 매우 열성적이었고 오인아한테도 너무 자상했다.오인아는 그런 장은후가 갑자기 철든 거라 여기며 더욱 거만을 떨었다.그렇게 다가온 결혼식 전날, 장은후가 그녀에게 전화해 빅 이벤트를 준비했다면서 지금 바로 집으로 오라고 했다.오인아는 이 남자가 결혼식 전에 프러포즈라도 준비한 줄 알았다. 둘 사이에 늘 그녀만 적극적이었으니까.결국 풀 메이크업을 마치고 장은후의 집으로 달려갔는데 집안이 온통 어둠으로 뒤덮였다.장은후도 어두컴컴한 곳에 떡하니 서서 그녀를 보더니 거실 한가운데 놓인 의자를 가리켰다.“자기야, 저기 가서 앉아.”오인아
1년 뒤, 장은후는 오인아와 함께 결혼 준비에 돌입했다.정확하게 말하자면 오인아 홀로 열정적으로 준비하고 있었다.장은후는 수사에 완전히 빠져들어 밤낮없이 바삐 돌아쳤다.안시완은 그런 장은후가 너무 걱정되어 좀 쉬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그럴 때마다 장은후는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고 다시 시신을 들여다보고 있었다.나는 1년 동안 줄곧 그를 따라다녔다. 이 남자는 낮에 아무 일 없듯이 멀쩡한 사람처럼 지내지만 밤만 되면 내 사진을 부둥켜안고 서글프게 울었다.나를 사랑한다고 수없이 말하고는 또다시 연신 미안하다고 사과했다.다만 나는 아무런 느낌도 없었고 심지어 원망의 감정도 차오르지 않았다.오직 그를 떠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하지만 갖은 방법을 써봐도 그의 곁을 떠날 수 없었다.신비한 힘이 꼭 마치 나를 그의 옆에 묶어두는 것만 같았다.나도 서서히 절망감에 휩싸였다. 어쩌면 나랑 장은후는 운명을 거스를 수 없는 악연인가 보다. 이 남자가 죽어야 나도 해탈할 수 있을 듯싶었다.안시완이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경찰서장에게 장은후의 현재 상황을 보고드렸고 서장은 그 자리에서 장은후에게 한 달 동안 휴식하라는 강제 명령을 내렸다. 한 달간 결혼 준비나 잘하라고 그를 타일렀다.왜냐하면 오인아가 일찌감치 경찰서에 찾아와 청첩장을 돌렸으니까.1년 전 폭파 사고에서 도망쳐 나온 이후로 오인아는 곧장 경찰서에 찾아와 장은후와 결혼할 거라며 동네방네 소문냈다.그 뒤로 모두가 이 혼사를 서서히 받아들이며 장은후에게 결혼을 서두르라고 종일 다그쳤다.장은후는 너무 귀찮은 나머지 마침내 결혼에 동의했다.그가 한 달 동안 휴식한다는 소식에 제일 기뻐하는 사람은 바로 오인아였다.그녀는 장은후를 데리고 백화점에 가서 결혼식에 입을 웨딩드레스를 골랐다.한편 장은후는 정신이 딴 데 팔려있어 그녀에게 제멋대로 휘둘려 다녔다.오인아는 오늘 또 절친들을 몇 명 데려와 신부 들러리 드레스를 골라주었다.피팅을 마친 몇 사람들은 나란히 화장실로 향했다.지난 1년 동안 나의 활
한편 장은후는 아무것도 못 본 척 멍하니 서 있기만 했다.그 순간 나는 이 인간을 때려죽이고 싶은 충동이 생겨났다.이때 오인아가 앙칼진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오빠! 5분 뒤에 폭탄이 터진다고! 일단 나부터 좀 구해줘!”장은후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앞으로 달려가서 오인아의 몸에 장치한 폭탄을 제거했다.그 시각 안정원은 자리에 앉아 리모컨을 만지작거리며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우리 다 같이 지옥 가는 거야.”일촉즉발의 순간 문밖에서 경찰들이 뛰쳐 들어오며 안정원을 바로 사살했다.또 다른 사람들은 오인아에게 달려가 얼른 폭탄을 제거했다.폭탄은 다 제거했지만 타이머를 멈추지 않았던지라 오인아는 폭탄에서 벗어나자마자 창고 밖으로 미친 듯이 달려갔다. 행여나 폭발 사고로 죽을까 봐...옆에서 안시완이 장은후를 잡아당기며 말했다.“가자, 은후야. 3분밖에 안 남았어. 얼른 여길 떠나야 해.”다들 신속하게 밖으로 철수했지만 장은후는 여전히 제자리에 서서 폭탄만 멍하니 쳐다봤다.안시완은 이를 악물고 그를 힘껏 잡아당기며 창고를 벗어났다.곧이어 창고에 폭탄이 폭파했다.안정원이 말했던 것처럼 이 폭탄의 위력은 정말 창고를 평지로 쓸어버렸다.폭발하는 마지막 순간, 안시완은 장은후를 몸 아래에 깔아 눕히고 여파의 공격을 당해 상처를 입고 말았다.그는 즉시 병원으로 이송됐고 장은후는 털끝 하나 다친 데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이를 본 오인아가 재빨리 달려오며 장은후의 품에 안겼다.“오빠, 방금 창고 안에서 오빠 마음 다 알았어. 살아남기만 한다면 무조건 오빠랑 결혼하겠다고 다짐했어!”드디어 모든 진실이 밝혀지고 나를 해친 살인마도 죽었다.이젠 장은후한테서 벗어날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아니었다.나는 그의 옆에서 너무 멀리 떨어질 수가 없었다.그 순간 온 마음이 무너져내렸다. 대체 하늘은 왜 나한테 이토록 불공평한 걸까? 이제 그만 자유롭게 풀어줄 때도 됐잖아?! 대체 왜 이렇게 나를 구속하는 거냐고?사건이 해결된 후 장은후와 안시완 모두 표
바로 이때 장은후의 휴대폰이 또다시 울렸다.그는 넋이 나간 채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전화기 너머로 앙칼진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은후 오빠! 살려줘! 나 지금 납치당했어!”“납치범들이 오빠더러 당장 오래! 얼른 나 좀 구해줘 오빠. 내 몸에 폭탄까지 달았다고!”그녀는 바로 오인아였다.장은후는 흠칫 놀라더니 재빨리 밖으로 뛰쳐나갔다.“거기 누구 없어요? 당장 나 따라와요! 안정원이 다시 나타났어요!”오인아는 그의 목소리를 듣더니 연신 거부했다.“아니야, 오빠 혼자 와야 해. 놈들이 오빠가 딴 사람 데리고 오면 바로 폭탄을 터트리겠다고 했어. 나 너무 무서워 오빠...”장은후는 끝내 홀로 차를 타고 오인아가 말한 주소로 출발했다.다른 경찰들은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여 저 멀리서 그를 따라왔다.나는 장은후의 차에 앉아 그의 표정을 살폈다.이 남자는 마음이 재가 되었는지 아무런 표정 변화가 없었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전혀 반응할 새도 없이 경찰의 직책에 따라 기계적으로 임무를 수행할 따름이었다.그는 액셀을 꾹 밟고 30분도 채 안 돼 오인아가 말한 곳에 도착했다.저 멀리서부터 그녀의 고함이 들려왔다.장은후는 소리를 따라 폐기된 창고 앞에 도착해 문을 열어젖혔다.그 시각 오인아는 몸에 폭탄을 두른 채 의자에 앉아 있었다.그녀의 뒤에는 바로 안정원이 떡하니 서 있었다.장은후를 본 안정원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역시 전에 그 애는 납치해도 소용없었다니까. 네가 신경 쓰는 건 이 여자였어.”장은후는 그의 말을 듣더니 표정이 복잡하게 변했다.“서윤이 네가 죽였어?”안정원은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그 여자 진짜 멍청하더라. 너보고 오지 말라고 했잖아.”“네가 그 여자를 대하는 태도를 보고 바로 알아챘어. 넌 아예 그 여자가 안중에 없었던 거야. 그럼 나도 반서윤 남겨둘 필요가 없겠다 싶어 폭탄을 터트렸지.”여기까지 말한 안정원이 장은후를 힐긋 살폈다.“솔직히 말해서 너야말로 그 여자를 죽인 진짜 범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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