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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Penulis: 임공
“지시연을 놔줘.”

한 글자 한 글자 내뱉는 유건은 말투는 부드러웠으나, 지한의 마음속에는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넘쳐흘렀다.

“예, 형님.”

지한이 황급히 손을 놓았다.

하지만 이런 소란이 벌어지는 와중에도 시연은 깨어나지 않았다.

순간, 유건이 눈살을 찌푸렸다.

‘설마 이 여자한테 무슨 문제가 생긴 건 아니겠지?’

‘어쨌든 지시연은 할아버지의 말씀을 듣고 여기 온 거잖아. 나중에 할아버지께 일러바치기라도 하면 재수가 없는 건 내가 될 거라고.’

‘정말 귀찮은 여자 같으니라고!’

표정이 굳은 유건은 허리를 굽혀 시연을 가로로 안았고,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눕히려 했다.

그가 시연을 옮기던 찰나, 그녀의 치마가 무릎 위로 올라가는 바람에 무릎에 있는 두 개의 멍이 드러났다.

‘이게 뭐야?’

유건은 멍해졌다.

‘이래서 어젯밤에 아프다고 한 건가? 근데 이건 어떻게 생기게 된 거지?’

그의 포근한 가슴에 기댄 시연이 놓지 못하겠다는 듯 유건의 목덜미를 감싸 안고 중얼거렸다.

“은이야...”

유건은 또 한 번 멍해졌다.

‘은이? 사람 이름이잖아? 여자 이름인 것 같은데...’

‘지시연이 왜 잠결에 여자애 이름을 부르는 거지?’

유건은 그제야 시연의 길고 볼륨감 있는 속눈썹, 모공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매끈한 얼굴, 그리고 분홍빛 도는 입술이 살짝 내밀어진 것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그녀의 그런 모습은 마치 애교를 부리는 것 같았다.

이를 본 유건은 잠시 넋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깨어난 시연이 눈을 게슴츠레하게 떴다.

“고... 유건 씨?”

유건은 마치 감전된 것처럼 손을 풀고, 두 걸음 뒤로 물러선 채 부자연스럽게 시선을 돌렸다.

그가 일부러 무섭게 말했다.

“죽으려면 너 혼자 죽어! 내 방문 앞에서 죽지 말고!”

그는 곧바로 몸을 돌려 두 걸음 세 걸음 멀어져갔다.

시연은 의아했다.

‘목숨을 저주할 정도로 내가 싫은 거야?’

지한 또한 그녀에게 말했다.

“밤새 많이 추웠을 텐데, 샤워로 추위를 좀 몰아내는 게 좋겠어요.”

“네, 알겠습니다.”

이곳의 욕실을 빌려 샤워를 마친 지시연은 지한에게 메시지를 받았다.

[형님께서는 청파각에 계세요.]

시연은 단장을 마치고 청파각으로 향했다.

생일 연회는 점심부터 저녁까지 계속되었는데, 점심에는 전통적인 식사 있었고, 저녁에는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파티가 예정되어 있었다.

시연은 유건을 찾아 묵묵히 걸어갔지만, 그를 방해하지는 않았다.

유건은 주지한과 함께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은수 프로젝트 말이에요, 한 회장님께서 도대체 어떻게 계획하신 건지 모르겠어요.”

지한도 거들며 말했다.

“아마 한 회장님을 쉽게 설득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 나이의 어르신들은 마음을 바꾸려 하지 않으시니까요.”

그의 말 속에는 숨은 뜻이 있었는데, 사실 유건이 이번에 이곳을 찾은 것에는 다른 목적이 있었다.

순간, 시연도 깨달을 수 있었다.

‘고유건은 은수 프로젝트 때문에 여기에 온 거구나!’

“아이고, 저는 한 회장님의 생신 선물 위해서 적지 않은 시간과 공을 들였어요.”

“모든 게 헛수고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은수 프로젝트는 거의 반년이나 지체됐잖아요? 이만큼 했으면 됐어요.”

비즈니스상의 일에는 흥미가 없었던 시연은 끼어들지도 못하고 주스 한 잔을 연거푸 마실 뿐이었다.

“그거 말고...”

컵을 빼앗아 든 지한이 웃으며 따뜻한 우유 한 잔을 건넸다.

“이거 마시고 몸 좀 녹이세요.”

“감사합니다.”

시연은 미소를 지으며 감사의 뜻을 표했고, 컵을 조심스럽게 두 손으로 받쳐 들고는 조금씩 마시기 시작했다.

고개를 들어 이 광경을 본 유건은 미소를 짓고 있는 지한을 노려보았다.

‘두 사람, 언제부터 저렇게 사이가 좋아진 거지?’

‘설마, 지시연이 우리 지한이한테 무슨 짓을 하려는 건가?’

‘지한이는 감정적인 경험이 전혀 없는 아이지만, 지시연은 경험이 아주 많잖아?!’

‘안 돼, 저 여자가 지한이랑 너무 가까워지면 안 된다고!’

빠른 걸음으로 나아간 유건이 시연의 손에 있던 컵을 빼앗았다.

“내 옆에 와서 앉아.”

“네?”

경악한 시연은 자기가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온몸으로 ‘나한테 오지 마라’는 뜻을 내뿜던 유건이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왜 그래?”

유건은 서늘하게 시연을 흘겨보았다.

“할아버지께서 불러서 온 거라면서 그렇게 병풍처럼 있을 거야? 내 와이프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는 건 아니겠지?”

그는 곧바로 몸을 돌렸다.

“아.”

시연은 반 박자 느리게 유건의 뒤를 따라갔는데, 마치 그의 작은 꼬리 같았다.

청파각 홀에서 연회가 시작되었다.

유건은 고씨 집안의 지위와 고상훈의 관계로 인해 한강우와 같은 테이블에 앉게 되었다.

그리고 시연은 유건의 왼편에 앉았다.

연회가 시작되자, 유건은 이 테이블의 유일한 후배로서 가장 먼저 잔을 들었다.

“한 회장님, 저희 할아버지께서 건강이 좋지 않으신 관계로 특별히 저희를 보내셨습니다. 이 술 한잔에 동해와 남산 같은 복과 건강이 깃들기를 기원하겠습니다.”

“좋아, 좋아.”

한강우가 웃으며 술을 받았다.

유건은 지한에게 축하 선물을 전달하라고 지시했다.

“얼마 전에 외국에서 구한 200년 역사가 깃든 도자기입니다.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네요.”

“신경 써줘서 고맙다.”

한강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지만, 그다지 큰 기쁨을 보이지는 않았다.

유건이 속으로 생각했다.

‘역시 이 노친네는 너무 다루기 어렵다니까?’

곧이어 다른 사람들도 축하 인사를 하며 선물을 전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강우는 줄곧 같은 태도를 보일 뿐, 특별한 기쁨은 보이지 않았다.

문득 한강우의 시선이 고유건의 곁에 있는... 시연에게 떨어졌다.

테이블에 있던 모든 사람은 한강우에게 아부하느라 바빴지만, 오직 시연만큼은 음식에 몰두하고 있었다.

‘신경 쓰고 싶지 않은데... 어렵군.’

“젊은 아가씨는 어느 가문의 사람이지?”

한강우가 빙그레 웃으며 그녀에게 물었다.

시연은 급히 그릇과 젓가락을 내려놓고, 입에 있는 것을 삼키며 입을 닦았다.

유건이 경멸스럽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흘겨보았다.

‘먹을 줄만 안다니까? 할아버지께서는 도대체 이 여자의 어떤 부분이 사람들의 호감을 산다고 생각하신 거야?’

“저는...”

시연의 목소리는 가볍고 부드러웠다.

“고유건 씨 가문의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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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건과 시연은 아무것도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심지어 조이조차 이제는 유건 부부의 손을 전혀 필요로 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외삼촌 케빈은 큰조카를 유난히도 예뻐했다.조이를 데리고 집 안팎을 누비며 하루 종일 뛰어놀았다.유건과 시연이 처음 이곳에 왔던 해에는 D시가 한겨울이었는데, 지금은 완연한 봄이었다.꽃이 만개한 정원은 눈부시게 아름다웠고, 아이들이 놀기엔 더없이 좋은 계절이었다.4월이 지나면 D시는 본격적으로 여름에 접어들고, 그 여름은 10월까지 이어진다.그 사이의 저택은 마치 유화 속 풍경처럼 아름다워졌다.부명주는 문득 이런 제안을 했다.“시연아, 그게 말이야... 나중에 피로연 할 거면, 여기서 하는 건 어때?”생각할수록 나쁘지 않은 아이디어였다.“여긴 자리도 넉넉하고. 어차피 가까운 친척이나 친한 사람들만 부를 거잖아. 모두가 머무르기에도 충분해. 우주도 가까우니까 데려오기도 편하고. 남매가 이렇게 한자리에 모이기도 쉽지 않잖아.”백 년이 넘은 저택에서 피로연을 연다면, 분위기도, 의식적인 의미도 충분했다.다만 시연과 유건은 한 번도 그런 걸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그건...”시연은 유건을 한 번 바라봤다.유건은 별다른 의견이 없다는 듯 말했다.“난 당신이 정하는 대로 할게.”시연은 바로 답을 내리지 않았다.“조금 생각해 볼게요.”“그래. 그럼 오늘은 좀 쉬어.”...하루를 쉬고 난 뒤, 다음 날 시연은 유건과 함께 병원으로 향했다.현재 승하는 교도소에 있지 않았다.몸 상태가 심각하게 악화되어, 이미 보석으로 병원 치료를 받는 상황이었다.면회 절차는 레오가 미리 다 처리해 두었다.병원에 도착하자, 간단히 인사만 하고 바로 들어갈 수 있었다.병실 앞에는 교도관 두 명이 지키고 서 있었다.유건과 시연이 안으로 들어가자 병실 안은 숨 막힐 만큼 조용했다.병상 위에는 승하가 가만히 누워 있었다.이미 병이 깊어질 대로 깊어졌지만, 승하의 발목에는 여전히 수갑이 채워져 있었다.그는 눈을 감고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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