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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화

Author: 임공
시연은 조용히 걸어가며 물었다.

“뭐 필요한 거 있어요?”

유건은 그녀를 보지도 않고, 단지 얼굴에 짙은 불만이 드러내고 있었다.

시연이 자신을 놔두고 그냥 나가버린 게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리고 남자는 대꾸도 없이 묵묵부답.

시연은 잠시 망설였다가, 조용히 말했다.

“그럼 나는 책 좀 볼게요.”

그러면서 보호자 침대 쪽을 가리켰는데, 그녀도 유건이가 허락하지 않으면, 안 가겠다는 듯한 태도였다.

그러자 유건은 코웃음을 쳤다.

“갈 거면 그냥 가. 나한테 허락까지 받아야 해?”

‘아까 나를 간병인에게 맡겼을 땐, 물어보기라도 했나?’

“그럼 책 좀 볼게요.”

시연은 남자의 비아냥을 가볍게 넘겼고, 그저 입꼬리를 살짝 말아 올리며 책을 들고 자리에 앉았다.

유건은 여자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알 수 없는 불편함이 밀려왔다.

‘내가 원한 건 이게 아니야.’

그가 원하는 건, 시연이가 단순히 병실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신경을 써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시연은 그렇게 하지 않았기 때문에 유건은 답답한 마음에 몸을 뒤척였다.

그는 뒤돌아 누워 눈을 감았지만, 잠이 오지 않아서 참다못해 다시 돌아누웠다.

그리고 시연을 향해 낮은 목소리로 불렀다.

“여보.”

“네?”

시연이는 바로 고개를 들었다. 마치 대기 중이었던 간병인처럼 바로 책을 내려놓고 다가왔다.

“혹시 필요한 거 있어요?”

유건은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

“잠이 안 와.”

‘...그래서?’

그녀는 어이가 없었다.

‘이제 나더러 자장가라도 불러 달라는 건가?’

“눈 감고 숫자 세봐요.”

시연은 참고 부드럽게 말했다.

“금방 잠들 거예요.”

“싫어.”

유건은 단칼에 거절했다.

“너무 일러. 잠이 안 와.”

“그치만, 지금 당신 몸 상태엔 충분한 휴식이 필요해요.”

“누워 있기만 하면 돼. 너는 그냥 내 옆에 있기만 하면 되고.”

시연은 체념하며 말했다.

“그럼 책 가져와서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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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96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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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964화

    “더는 말 없기.”혹시라도 시연이 또 고집부릴까 봐, 유건은 단호히 못을 박았다.“아니면... 그냥 내가 안고 간다?”‘하... 됐다.’시연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호텔에서 안겨 나가는 꼴은 절대 피하고 싶었다.대낮에, 그것도 시내 한복판에서 그러면 내일 바로 실시간 검색어에 오를 게 뻔했다.다행히 병원이 시내 중심에 있어서 근처 식당은 많았다.유건은 중식당을 골랐다. 시연은 쌀밥을 좋아하니까.음식이 나오자, 유건이 먼저 시연 그릇에 따뜻한 국을 떠줬다.“국부터 먹어. 이렇게까지 굶었으면 속에 불이 났을 거야. 처음엔 가볍게.”“네.”시연은 고개를 푹 숙이고 국을 한 숟갈씩 떠먹었다.“탕수육도 먹어봐.”유건은 젓가락으로 접시에 있는 걸 집어 얹어줬다.“아까 직원이 그러던데, 여기 시그니처래. 맛 좀 보자.”“네.”시연은 시키는 대로 조용히 밥을 먹었다. 말없이 받아들이는 여자의 모습에 유건은 속으로 작은 안도감을 내쉬었다.‘다행이다... 아픈 게 안쓰럽긴 한데, 솔직히 이렇게라도 끝나서 다행이야.’‘아니었으면 오늘 정말 답 없었을 텐데.’그렇게 저녁 한 끼를 무사히 마쳤다.두 사람은 더 이상 불편한 얘기는 꺼내지 않았다.그게 서로에게 최선이었다.호텔로 돌아오자, 시연은 곧바로 쉬겠다고 했고, 유건은 다음 날 아침 일정 때문에 먼저 가야 했다.출발하기 전, 유건이 물었다.“여기서 얼마나 더 있어야 해?”“아직 몰라요.”시연은 고개를 저으며 솔직히 말했다.“환자 상태를 봐야 해요. 안정되면...”보통은 수술 후 최소 24시간을 봐야 했다.“그래.”유건은 더 묻지 않았다.“다 끝나면 연락해. 내가 데리러 올게. 내가 바쁘면 정기환을 보낼 거고.”그러면서 두 손으로 시연의 뺨을 감싸 안았다.그리고 깊게 입을 맞췄다.“푹 쉬어. 나 간다.”유건은 시연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주머니에서 남은 사탕을 꺼내 시연 손에 쥐여줬다.“항상 챙기고 있어. 내가 맛있는 걸로 다시 사 올게.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963화

    여기까지 말이 나온 걸 보면, 유건의 마음은 다 드러난 셈이었다.더는 숨길 생각조차 없어 보였다.‘그래, 이제 숨기지도 않네.’시연은 심장이 조여오는 걸 느끼며,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있잖아요, 이건 당신이 거부한 거예요. 나중에 나한테 뭐라고 하지 마요.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느니 뭐니...”‘의무? 일부러 저러는 건가?’‘매번 딱 급소를 찔러대네.’유건은 쓴웃음을 삼키며 이를 악물고 고개를 끄덕였다.“안 할게.”“그래야죠.”시연은 웃으며 유건을 살짝 밀었다.“씻고 올게요. 당신이 갑자기 오는 바람에... 방금 수술 끝나고 아직 땀도 못 닦았어요. 잠깐만 기다려요.”“응.”유건은 시연을 놓아주고, 그녀가 욕실로 향하는 걸 바라봤다.“옷 챙겨줄까?”“네, 고마워요...”그는 막 옷을 가지러 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시연이 남자의 팔을 잡아당겼다.여자의 힘이 꽤 세서 유건도 놀랐다.“시연?”그는 고개를 돌려보니, 시연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심지어 콧등에 맺힌 식은땀까지 선명했다.‘이런 모습... 처음이 아니잖아.’순간, 유건은 숨을 고르며 시연을 번쩍 안아 올렸다. 그녀를 조심히 소파에 눕히며 숨이 거칠어졌다.“저혈당이지? 맞지?”“네...”시연은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녀의 저혈당 체질을 유건은 잘 알고 있었다. 3년이 지나도 잊을 수 없는 습관이었다.시연은 미약하게 손을 들어 가방을 가리켰다. 주머니에 항상 넣어 다니는 사탕이 있었으니까.“그거... 좀...”하지만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유건은 이미 재킷 주머니에서 작은 사탕 통을 꺼내고 있었다.익숙한 손길로 포장을 벗기고, 사탕을 시연 입 앞으로 가져갔다.“자, 입 벌려.”시연은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멍하니 유건을 바라봤다.“왜? 뭐해?”유건은 다급하게 미간을 찌푸렸다.“빨리.”유건은 이해할 수 없었다. 결국 짐작할 수밖에.“이 사탕 싫어해? 그럴 리가 없는데... 예전엔 좋아했잖아.”그건 시연이 임신했을 때였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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