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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1화

Author: 임공
‘진짜 원하는 거?’

유건은 멍하니 얼어붙었다. 희미한 생각이 아른거렸고, 터져 나오려 했다.

지하는 담담하게 친구를 바라봤다.

“입으로는 네 전처를 위한다면서, 속으로는 지시연이 어떤 남자와도 가까워지는 걸 못 견뎌 하잖아. 지시연의 눈빛과 말 한마디에 흔들리고 있잖아.”

그리고 잠시 멈추더니 반문했다.

“말해 봐, 네가 진짜 원하는 게 뭐야?”

유건은 말없이 목울대를 삼켰다.

“가자.”

지하는 유건을 춤추는 구역에서 끌어내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이어서 유건에게 물 한 잔을 따라주며 말했다.

“술 냄새가 진동하네. 얼음물 좀 마시고 정신 차려.”

유건은 잔을 들었지만 마시지 않았다. 친구의 말이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었다.

‘나는 시연이를 좋아해. 만약 조금도 좋아하지 않았다면, 시연이의 과거와 아이까지 받아들이고 결혼을 생각하지도 않았을 거야.’

유건은 눈을 감았다가 뜨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난 좋아하는 감정보다 책임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어.”

“그건 얼마나 좋아하느냐에 따라 다르지.”

지하는 술잔을 흔들며 나직이 말했다.

“그저 그런 감정이면 시간이 지나면 흐려지기 마련이야. 당연히 그걸 지키려고 책임을 져야 할 이유도 없고.”

“하지만 너 자신에게 물어봐. 지시연을 향한 네 감정이 그저 그런 수준인지.”

유건은 깊이 찡그린 채 오래도록 침묵했다.

“잘 생각해 봐.”

지하는 술을 한 모금 마시곤 입맛을 다셨다.

“네가 이 상태로 계속 가면, 너도, 지시연도, 장소미도 다 괴로울 거야.”

‘정말 그럴까? 다들 불행해질까?’

유건은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로 고민하다가, 지하의 손에서 술잔을 빼앗아 단숨에 들이켰다.

“쳇.”

그는 머리가 더 아파져 왔다.

“그래서 술 마시지 말라고 했잖아!”

지하는 한숨을 쉬며 유건을 지그시 바라봤다.

“로얄호텔에서의 그날 밤, 널 함정에 빠뜨린 놈은 아직 못 찾아냈어?”

유건은 등을 의자에 기댄 채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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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ugnay na kabanata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262화

    말을 하면서, 우주는 조심스럽게 지동성을 쳐다봤다. ‘이 비행기를 사 준 사람이, 이 아저씨였어.’ 우주는 작은 목소리로 시연에게 물었다. “누나, 이 아저씨도 같이 갈까?” 시연은 살짝 미소 지었다. “우주, 이제 다 컸네.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응.” 우주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정중하게 지동성을 초대했다. “아저씨, 같이 날려요!” “그래...” 그 말을 들은 지동성은 말할 수 없이 감격하며 두 손을 꽉 쥐었다. “하지만, 우주야, 난 아저씨가 아니고...”지동성이 무슨 말을 할지 깨달은 시연은 깜짝 놀라 허겁지겁 그의 팔을 붙잡았다. 그리고 날카롭게 고개를 저었다. “안 돼요.” “왜 안 돼?” 지동성도 눈살을 찌푸리며 되물었다. “난 너희 아빠야. 우주의 상황을 생각하면, 지금 인정하지 않으면 더 어려워질 거야.” “허.” 시연은 코웃음을 쳤다. “이제 와서 조급해지셨어요? 그럼 이런 생각은 해보셨어요? 그쪽은 그동안 한 번도 우리 앞에 나타나지 않았어요. 우주의 세상에는 엄마, 아빠가 없어요. 오직 누나뿐이라고요!” “그쪽이 갑자기 아빠라고 하면, 그게 우주한테 얼마나 큰 충격일지 생각이나 해봤어요? 우주는 보통 아이가 아니라고요!!” 그 말에 지동성의 얼굴이 굳어졌다. 한참 동안 침묵하던 그가,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다. 네 말대로 천천히 하자, 아빠가 기다리마.” ‘동의한다고?’ ‘이렇게 순순히?’ 시연이 가장 놀란 것은, 지동성이 처음으로 마음을 다해 우주를 배려했다는 사실이었다. 지동성은 우주에게 다가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자, 가자. 잔디밭에서 날려 봐야지!” “와!” 우주는 기뻐서 폴짝 뛰었다. “누나! 같이 가!” “응.” 잔디밭에서 우주와 한참을 놀던 지동성은 점심시간이 되자 배달 음식을 시켰다. 포장을 뜯던 시연은 표정을 찡그렸다. “뭐예요? 치킨이에요? 밥을 먹으면 되잖아요.”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263화

    사진 속 사람은 젊음이 넘쳤다. 환하게 웃고 있는 얼굴, 생기가 얼굴 전체에 퍼져 있었다. 시연이 기억하는 그 얼굴보다 더 젊고, 더 예뻤다. 그 얼굴의 주인은 바로 시연의 어머니, 부명주였다. 그 사진을, 시연은 예전에 지동성의 지갑 속에서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때 본 것보다 더 새것이었다. 지금 시연의 눈앞에 있는 건 새로 인화한 사진이었다. ‘기분이 좀... 복잡하네.’ 지동성이 부명주를 깊이 사랑했다는 걸, 시연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엄마를 그렇게 사랑하던 사람이 왜 바람을 피웠을까?’ ‘사랑하면 그 사람과 관련된 것까지 아끼게 된다고들 하는데...’‘그토록 우리 엄마를 사랑했다면, 나랑 우주한테는 왜 그렇게까지 매정했던 걸까?’ 시연은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 그때, 멀리서 차가 다가왔다. 지동성이 운전하는 차였다. 시연은 아무렇지 않은 척, 지갑을 조용히 닫아 양복 주머니에 넣었다. “시연아, 타.” “네.” 두 사람은 어디에도 들르지 않았다. 각자 오후 일정이 있었기 때문에, 지동성은 차를 몰아 시연을 임진아 집까지 데려다주었다. ...임진아가 살고 있는 아파트 건물 아래, 벤틀리 안. 유건은 운전대를 잡은 채, 옆에 놓인 케이크 상자를 힐끗힐끗 쳐다봤다. ‘하... 나 진짜 답 없다.’유건은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결국 다시 레스토랑에 가서 케이크를 주문했다. 그리고 또 굳이 이걸 시연에게 가져다주러 왔다. 그런데 막상 도착하고 나니 고민이 됐다. ‘이걸 줘야 해, 말아야 해...?’ 몇 번을 망설이다가, 결국 운전대에서 손을 뗐다. ‘당연히 줘야지. 다른 이유도 아니고, 나 때문에 시연이의 케이크가 엉망이 됐으니 보상은 당연한 거야!’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 그는 차에서 내려 케이크를 들고 아파트로 향했다. ...시연이 차에서 내리자, 지동성도 같이 내렸다. “저 혼자 올라가도 돼요.” “어떻게 너 혼자 간다는 거야?”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264화

    시연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지금 유건의 얼굴은 웬만한 귀신보다도 더 살벌했으니 말이다. 남자의 새까맣고 뜨거운 눈동자는 마치 그녀를 꿰뚫어 볼 듯했다. “지시연, 꼭 유부남이랑 엮여야겠어?” 시연은 가까이 다가온 유건의 얼굴을 보며 입꼬리를 씰룩였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뭐야, 이 태도는?’ “내가 말하는 거, 못 들었어?” 유건이 몸을 숙여 다가왔다. 시연을 작은 공간에 가둬버린 듯한 자세. 그리고 남자의 뜨거운 숨결이 여자의 귓가에 닿았다. “그 노친네가 너한테 뭘 줬어? 내가 두 배, 아니... 백 배, 천 배라도 줄게. 그러니까 제발 그만해. 그 노친네랑 다시는 만나지 마. 제발, 지시연, 부탁할게.” 거친 듯, 하지만 거의 애원에 가까운 남자의 목소리였다. 그러나 시연의 표정은 싸늘하기만 했다. 맑은 눈동자가 차갑게 유건을 올려다보았다. “누구를 만나고 말고는 내 자유예요. 내가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요구를 들어줘야 해요?” 그러고는 미간을 좁히며 덧붙였다. “게다가, 그 사람이 나한테 준 건... 당신이 평생 줄 수 없는 거예요.” ‘내가 평생 줄 수 없을 거라고?’그 순간, 마치 수천 개의 화살이 유건의 심장을 동시에 뚫고 지나간 것만 같았다. 지금이 유건에게는 심장이 뭉개지는 듯한 고통스러운 순간이었다.“비켜요. 나 들어가야 해요.” 시연은 손을 들어 유건을 밀어내려 했다. 그녀는 유건이 당연히 저항할 줄 알았기에, 그가 쉽게 밀리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가볍게 닿았을 뿐인데, 유건은 힘없이 밀려났다. 시연이 순간적으로 멈칫했다. ‘이 사람, 얼굴이 너무 안 좋은데 괜찮은 걸까?’ 하지만 곧이어 생각이 스쳤다. ‘이 사람이 어떻게 되든,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 마음을 단단히 먹고, 그녀는 곧장 돌아서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철컥-문이 잠겼고, 문이 닫혔다. 유건은 멍하니 서 있었다. 온몸의 힘이 다 빠져나간 것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265화

    유건은 마음속 깊이 차오르는 기쁨을 억눌렀다. 그리고 진아를 바라보며 다시 한번 확인했다. “시연이가 정말 그렇게 말했어? 노은범을 안 좋아한다고?” “어...” 진아는 작게 웅얼거렸다. “정확히는... 더 이상 노은범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했어요.” ‘최고야. 세상에서 제일 좋은 말이야.’ 이것은 몇 날 며칠을 끙끙 앓던 유건의 귀에 들려온 가장 황홀한 소식이었다. 그는 수천억짜리 계약을 성사시킨 것보다도 더 기뻤다. “이거, 받아.” 그는 들고 있던 케이크를 진아에게 건넸다. “시연이가 좋아하는 거야.” “아, 네...” 진아가 얼떨결에 케이크를 받는 순간, 유건은 몸을 돌려 걸어갔다. 한결 가벼운 발걸음. 그는 이해할 수 없었다. ‘시연이가 왜 갑자기 노은범을 안 좋아한다고 했을까?’ ‘그 사람은 시연이가 꿈에서도 찾던 ‘은이’ 아니었나?’ ‘하진주 때문인 걸까?’ ‘하긴, 그게 뭐가 중요해?’‘어쨌든 그놈이 시연이한테서 완전히 떨어졌다는 게 중요한 거야! 이보다 더 좋은 소식이 어디 있겠어?’ ...진아는 케이크를 들고 집에 들어와, 시연 앞에 내려놨다. “문 앞에서 고 대표님 만났는데... 솔직히 좀 무서웠어... 그분이 나한테 가져가라고 해서... 안 받을 수가 없었어.” “푸흣.” 시연은 진아의 겁먹은 얼굴이 귀여워 피식 웃었다. “받았으면 됐어. 이 케이크 맛있으니까, 우리 같이 먹자.” 이미 받은 것을 이제 와서 거부하는 것도 웃기지 않겠는가?“오! 좋지!” ...다음 날 저녁. 지동성이 다시 시연을 찾아왔다. “저녁은 먹었니?” “네, 먹었어요. 아버지는요?” ‘이 시간에 찾아온 걸 보면... 설마 밥 먹으러 온 건가? 좀 늦은 거 아닌가?’ “응, 먹었지. 고객이랑 같이.” 지동성은 차를 가리켰다. “타. 낮엔 시간이 없었는데, 데려가고 싶은 곳이 있거든.” “네.” 시연은 별다른 의심 없이 차에 올랐다. “어디 가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266화

    ‘이게 뭐야, 내가 이렇게 줏대가 없었던가?’ 시연은 속으로 자책했다. ‘내가 원래 하려던 게 뭐였지? 내 걸 되찾는 거잖아. 그런데 이 정도 가지고 놀라서 멍해지다니!’ ‘겨우 아파트 하나일 뿐이야. 고씨 가문에 비하면, 지씨 집안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작지만, 이 정도는 큰 거도 아닐 거라고!’ ‘그런데, 왜 갑자기 나한테 이 아파트를 주는 거지?’‘일단 두고 보자. 한 걸음씩 확인하면 되는 거니까.’ “여기면 충분해요.” 시연은 밝게 웃으며, 조금은 딸 같은 애교를 섞어 말했다. “마음에 들어요.” “그래?!” 지동성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기쁜 얼굴로 딸을 잡아끌었다. “여기 와서 보렴. 이 방은 네 드레스룸으로 바꿔줄 생각이야.” “여긴 서재로 꾸밀 거야. 너는 책을 많이 읽으니까 책장도 크게 놓을 거고.” 시연은 지동성이 말하는 걸 들으며 가볍게 웃고, 가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감정 같은 거 신경 끄고, 그냥 재산 문제만 생각하니까 훨씬 편한데?’ ...집으로 돌아가는 길. 지동성이 대뜸 물었다. “CA국에 가는 거, ‘웰스’ 쪽에서 연말쯤이 적당하다고 했어.” “네, 맞아요.” “그 전에 직접 가서 확인해야 하지 않을까?” 시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가능하면 그래야죠.” “그럼 지금부터 준비해야겠네. 출국 준비도 시간이 걸리는 법이잖아.” 지동성이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여권, 비자, 우리 같이 준비하자.” “좋아요.” 시연은 간단히 동의했다. ...다음 날 오후. 시연은 VIP 병동으로 향했다. 고상훈은 여전히 입원 중이었는데, 그녀는 노인을 자주 찾아뵙겠다고 약속했었다. 병실에 도착했을 때, 고상훈은 간호사의 도움을 받아 옷을 갈아입고 휠체어에 앉아 있었다. “시연아!” 시연을 보자, 고상훈의 얼굴이 활짝 펴졌다. “우리 시연이가 날 보러 왔구나! 오늘 날씨가 너무 좋다. 마침 정원에 나가려고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267화

    ‘침착해, 냉정함을 유지하자고.’ 유건은 스스로 되뇌었다. 핸드폰을 집어 던진 걸 빼면, 그는 지금 아주 냉정했다. 이어서 다시 핸드폰을 집어 들고, 주지한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야.” 짧고 간결하게 말했다. “지시연이 해외로 나갈 가능성이 있어. 여행사 쪽을 알아봐. 어디로 가는지.” [네, 형님.]전화를 끊은 후, 유건은 한층 더 냉정을 되찾았다. 곧장 병실의 간병인을 불렀다. “당장 치워.” 산산조각 난 핸드폰을 가리키며 덧붙였다. “그리고, 이 일에 대해 누구에게도 말하지 마.” 그리고 아주 작은 이익을 제시했다. “곧 네 계좌로 돈이 들어갈 거야.” 간병인은 금방 얼굴에 웃음을 띠었다. “네, 고 대표님! 안심하세요.” ...잠시 후, 시연이 고상훈을 휠체어에 태운 채 병실로 돌아왔다. 그런데 손자를 보자마자, 아직도 화가 난 듯한 고상훈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싹 사라졌다. 손녀 같았던 시연을 손에서 놓친 손자가 밉다는 그 표정. 하지만 시연은 이들 조손간의 감정 문제에 끼어들고 싶지 않고, 책가방을 들어 올리며 자연스럽게 인사했다. “할아버지, 저 먼저 갈게요. 다음에 또 올게요.” “그래, 그래. 우리 시연이가 최고야.” 고상훈은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바로, 유건을 향해 매서운 눈빛을 날렸다. “넌 뭐 하러 왔어? 내가 널 보고 싶어 할 것 같아?” “나가!!” ‘흥.’ 유건은 속으로 피식 웃었다. ‘할아버지가 일부러 나한테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 같아.’ ‘그럼 나도 그 기회를 잘 써야겠지.’ 그때 시연이 책가방 옆 주머니를 더듬었다. “어?” 그리고 살짝 찡그린 눈썹. “핸드폰이... 어디 갔지?” “시연아, 왜 그래?” 고상훈이 시연의 미묘한 표정을 놓치지 않았다. “뭐 잃어버렸니?” “네.” 시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할아버지, 제 핸드폰이 없어졌어요.” “고장 난 게 아니라, 아예 사라졌다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268화

    ‘뭐야, 이거...?’ 유건은 순간적으로 판단이 서지 않았다. 뭔가 말하려는 찰나 엘리베이터가 멈춰 서더니, 그대로 멈춰버렸다. 덜컹-그리고 바로 다음 순간, 불이 꺼졌다. “꺄악!” 시연이 놀라 비명을 질렀다. “유건 씨?” 암흑 속,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나 여기 있어.” 여자의 불안이 전해지기도 전에, 따뜻한 팔이 그녀를 감싸 안았다. 익숙한 온기. 오랜만에 맡는 상쾌한 페퍼민트 향. 유건은 시연을 단단히 안고, 턱을 그녀의 정수리에 가만히 기댔다. “괜찮아, 전력 문제인 것 같으니, 금방 복구될 거야.” 남자의 목소리는 살짝 쉰 듯하면서도, 나지막하고 차분했다. ‘정말 그럴까?’ 시연은 불안했다. 엘리베이터 사고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수도 없이 봤지만, 이렇게 직접 겪는 건 처음이었다‘드라마에서는 늘 기적처럼 구조되지만... 현실은 다를 수도 있잖아?’ “언제쯤 사람들이 올까요...? 우리 그냥 여기서 계속 기다려야 해요?” 여자의 작은 몸이 유건의 품속으로 조금 더 파고들었다. 그는 모르게 입꼬리를 올렸다. “무서워?” “당신은 안 무서워요?” “당연히 안...” “꺄악!!”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엘리베이터가 갑자기 툭, 아래로 떨어졌다. 아무런 예고도 없이 자유낙하. “아니, 아까 괜찮을 거라면서요!!!” 시연의 목소리가 다급하게 떨렸다. ‘이렇게 떨어지면... 그냥 자유낙하랑 다를 게 없잖아?!’ ‘이대로 충격까지 더해지면, 진짜 죽을 수도 있는 거 아냐?!’ 훅-그 순간, 유건이 시연을 번쩍 안아 올렸다. 여자의 작은 몸이 남자의 가슴에 바짝 밀착되었다. “움직이지 마.” 시연은 순간적으로 몸이 굳었다. ‘이 자세... 너무 이상한데...’ “가만히 있어.” 남자의 낮고 단호한 목소리. “네가 움직이면 배 속에 있는 아이한테 충격이 갈 수도 있어.” 그 말 한마디에, 시연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269화

    ‘아무것도 안 보여...’ 시연은 어둠 속에서 유건을 올려다보려 했지만,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느낄 수 있었다.남자의 이마가 자기 목덜미에 기대어 있고, 묵직한 숨소리가 들린다는 것을.‘숨이... 조금 거칠어.’ 그리고 본능적으로 의심이 들었다. “유건 씨, 혹시 어디 다쳤어요?” 유건은 무언가를 참고 있는 듯했다. ‘고통... 맞겠지?’ “음...” 남자의 저음이 가볍게 떨렸다. ‘정말이었어!’ “어디를 다쳤는데요?” 시연은 즉시 긴장하며 유건의 몸을 더듬었다. “일단 날 내려놔 봐요. 어디를 다쳤는지 봐야잖아요. 혹시 심각한 부상이면 응급처치해야 할지도 모른다고요.” 그러나 유건은 그녀를 더 강하게 끌어안았다. “시연아.” 남자의 목소리는 한층 낮아졌고, 귓가를 스치는 숨결이 뜨거웠다. “키스해도 돼?” 여자의 귓가에 울리는, 속삭임 같은 목소리. ‘뭐라고...?’ 갑작스러운 말에, 시연은 숨이 턱 막혔다. “저번에... 너 허락 없이 키스했다고 화냈잖아.” “그래서... 이번엔 물어보는 거야.” “키스해도 돼?” 시연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유건은 다시 집요하게 물었다. “괜찮아? 응?” “대답 안 하면, 허락한 걸로 알게.” 그 순간, 남자의 손이 부드럽게 시연의 얼굴을 감쌌다. “고유건 씨!” 시연은 황급히 손을 뻗어 그를 밀어냈다. 두 사람은 너무나 가까웠다. 당황한 그녀가 급히 얼굴을 돌렸지만, 이미 늦었다. 부드러운 감촉이 여자의 입가에 살짝 닿았다. 유건의 눈빛은 흔들렸는데,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손가락으로 시연의 턱을 감싸고, 가볍게 돌렸다. 그리고 이번엔 정확히 여자의 입술을 포착했다. 시연의 동그란 눈이 암흑 속에서 더 커졌다. 깜깜한 공간, 두근거리는 심장 소리만이 들렸다. 그녀는 너무 놀라, 몸이 굳어버렸다. ‘어떻게 멈추게 하지?’ 남자의 어깨에 올려둔 시연의 손이 점점 주먹을 쥐었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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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608화

    ‘정말일까?’시연은 조용히 유건을 바라봤다. 유건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가 의심스럽기만 했다.‘일 못 하게 한 것도, 우주 데리고 간 것도... 다 이 사람의 수단 아니었어?’‘이제 와서, 일 안 하게 하려는 게 목적이고, 우주가 수단이라는 식으로 말하다니.’‘이 사람... 이제 와서 물러서는 척하면서 방심시키려고?’하지만 시연은 알고 있었다. 고유건이라는 남자는, 자신을 무너질 수밖에 없도록 하는 사람이라는 걸.‘힘의 격차가 너무 커. 내가 이 사람을... 이길 수 있을 리 없잖아.’“유건 씨.”시연은 천천히 손을 들어 남자의 셔츠 앞자락을 살짝 쥐었다. 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제발... 우리 우주한테는 아무것도 하지 마요.”“우주는... ‘그분’이 자기 아빠란 걸 몰라요. 아빠도, 우리 엄마처럼... 세상에 없다고 생각해요.”마지막 말이 끝나기도 전에 시연의 목소리는 흔들렸고, 곧 조용히 울음이 터져 나왔다.“흑... 부탁이에요... 제발...”시연이 가까이 다가오기도 전에, 유건은 먼저 그녀를 품에 안았다.한 손으로는 등을 감싸 안고, 다른 손으로는 조용히 지시했다.“시연이 집으로 가자.”“네, 형님.”차는 곧장 시연의 집 방향으로 움직였다....시연의 집 앞. 차가 멈췄지만, 유건은 함께 올라가지 않았다. 아직 해가 중천에 있고, 그도 할 일이 있기 때문이었다.그는 조심스럽게 시연의 외투를 여며주며 말했다.“올라가서 좀 쉬어. 이런 날, 혼자 생각만 하면 기분만 더 안 좋아져.”시연은 말없이 유건을 바라봤다. 그 눈빛에 담긴 뜻을, 유건은 바로 읽었다.“우주는 잘 있어. 별산장에 데려다줬거든. 오늘은 많이 피곤하니까... 다음에 같이 보러 가자. 못 믿겠으면... 최 선생님께 연락해서 영상 통화해 봐.”‘그래도... 그 아이를 걱정하는 네 마음, 나도 알아.’시연은 길게 떨리는 속눈썹을 감추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알겠어요.”유건은 그녀가 집 안으로 들어가는 걸 끝까지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607화

    진아는, 스무 해가 넘는 인생에서 단 한 번도 이런 경험이 없었다.이런 경험이라는 것은... 첫 키스. ‘지금 이게 뭐야?’그녀는 숨 쉬는 것조차 잊은 채, 눈을 동그랗게 떴다.그렇게 모든 감각이 멈춰버렸다.‘이거... 꿈인가? 아니면... 악몽?’다행히도, 지하는 그리 오래 키스를 이어가진 않았다.금세 입을 떼었지만, 두 사람의 이마는 여전히 맞닿아 있었다. 남자의 거친 숨결이 진아의 얼굴을 휘감았다.그리고 듣기만 해도 숨 막히는 낮고 거친 목소리.“진성빈이랑... 잔 거야?”진아는 들었다. 하지만 동시에, 듣지 못한 것 같았다. 아니,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뭐라고? 내가 누구랑 뭘 했다고?’“묻잖아.”지하의 손이 진아의 턱을 살짝 더 조였다. 그리고 눈은 얼음처럼 차가웠다.“진성빈이랑 잤어? 어젯밤에? 아니면... 그 전부터?”‘이게 지금, 진짜로 나한테 하는 말이야?’그제야 진아는 머릿속이 새하얘진 상태에서 현실로 끌려 나왔다.그리고 엄청난 수치심과 분노가 뒤늦게 터졌다.“미친...!”진아는 손을 번쩍 들어 지하의 뺨을 그대로 올려 쳤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힘껏.철썩!예상치 못했던 손길에 지하의 고개가 한쪽으로 돌아갔다.“임진아!! 미쳤어?!!”진아의 두 눈엔 눈물이 맺혔고, 금세 투명한 진주처럼 뚝뚝 흘러내렸다.“진짜... 최악이야, 당신이란 사람!”“문 열어! 나 내려야 해! 당장 내려줘!”진아는 문손잡이를 잡고 안간힘을 써 봤지만, 열리지 않았다.“아저씨!! 이 사람이 미친 거예요!! 문 열어달라고요!!”하지만 지하의 명령 없이, 운전기사가 움직일 리 없었다.“임진아!”지하는 진아가 다칠까 봐 뒤에서 그녀를 껴안은 채 두 손을 감싸 안았다.“좀 진정하고, 움직이지 마. 다치면 어쩌려고 그래? 어디 다친 거 아니야? 내가 좀...”“싫어!!”진아는 겁에 질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울부짖었다.“만지지 마! 제발... 제발 그만 좀 해!!”팔이 붙잡혀 있으니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606화

    순간, 유건의 눈빛이 매섭게 가라앉았다. 잘생긴 이목구비에 드리워진 어둠은 말 그대로 ‘폭풍 전야’였다.“귀신이라도 봤어?”“그건 아닌데요.”지한은 고개를 저었지만, 표정은 진짜 귀신이라도 본 사람처럼 굳어 있었다.그리고 안쪽을 가리키며 말했다.“형수님... 주무시고 계십니다.”“자는 게 뭐 어때서?”유건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바로 안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지한이 급히 팔을 잡고 막았다.“형님!”“형수님, 혼자 주무시는 건... 아니에요.”‘뭐...?’유건의 눈이 번쩍 들렸다. 날카롭게 지한을 쏘아보며 낮게 물었다.“누구랑 자는데?”지한은 잠깐 뜸을 들이다가 하나하나 손가락을 접으며 말했다.“우주 도련님, 임진아 씨... 그리고...”말끝을 흐렸지만, 유건은 누구인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진성빈? 설마 지하 이 자식 말이 맞았다고?’그 순간, 유건의 눈앞에 불이 번쩍 켜졌다.‘씨... 진짜 그럴 줄은 몰랐는데...’이성을 붙잡고 있던 마지막 끈이 ‘툭’ 끊어졌다.길고 날렵한 다리를 성큼 내디딘 유건은 말 그대로 번개처럼 안쪽으로 뛰어 들어갔다.“하...”지한은 웃음을 참으며 입꼬리를 비틀었다.‘좋은 말로 하면 안 들어. 형은 꼭 이런 식이야.’“지... 지하 도련님.”민환이 조심스럽게 물었다.“같이... 안 들어가세요?”“가야지.”지하는 어깨를 으쓱이며 따라나섰다.“너희 형님이 질투하는 거 구경하는 게 제일 재밌거든. 이건 못 참지.”유건과 지하는 거의 동시에 테라스 쪽 방으로 들어섰다.그리고 두 사람이 본 풍경은...넓은 소파침대 위, 나란히 누운 네 사람이 곤히 자는 모습이었다.왼쪽부터 우주, 시연, 성빈, 그리고 진아.우주와 시연은 단정하게 담요를 덮고 제법 떨어져 자고 있었다.문제는 성빈과 진아.각자 담요는 있었지만, 두 사람은 마주 보고 누워 있었고, 성빈은 무의식중에 진아를 안고 있었으며, 진아는 그 품에 꼭 파묻혀 있었다.두 사람 모두 너무도 평온한 얼굴로 잠들어 있었다.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605화

    “아야...”진아를 옮겨 눕힌 성빈이 머리를 살짝 흔들며 중얼거렸다.“좀 어지럽네. 뭐지, 이거...”그러고는 진아 옆에 털썩 누워버렸다.“술이 확 돌았나 봐. 좀 누워 있을게.”그 순간, 시연의 눈매가 반짝 빛났다.‘우주 옆은 안 된다더니, 진아 옆은 괜찮다는 거야?’‘그럼... 이건 뭐, 노골적인 배려인가?’“성빈아.”“응?”“요즘은 여자 친구 얘기 안 하네? 설마... 또 헤어졌어?”“푸흐.”성빈은 어이없다는 듯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저었다.“아냐, 저번에 헤어지고 나서 쭉 혼자야. 벌써 얼마나 됐는데.”“그래?”시연은 흥미롭게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왜? 다시 안 사귀는 이유라도 있어?”“딱히... 그냥 이젠 안 끌리더라.”성빈은 팔을 뒤통수 밑에 괴며, 조금 피곤한 듯한 말투로 이어갔다.“연애라는 게... 처음엔 괜찮은데, 조금만 깊어지면 피곤해져. 내가 문제인 거지 뭐. 금방 지치고, 오래 못 가.”‘좋아하는 마음이 부족했겠지.’“흠...”그 옆에서 진아가 작게 코를 훌쩍이며 몸을 말았다.“진아야? 어디 불편해?”성빈은 바로 몸을 일으켜 옆에 있던 담요를 챙겼다. 우주에게 한 장, 그리고 진아에게 한 장 정성스럽게 덮어주었다.‘히터 틀어놨지만, 자다 보면 또 추워질 수 있지.’시연은 그런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다시 대화를 이어갔다.“근데 궁금한데... 너 정말 연애 많이 했잖아. 그럼 도대체 어떤 스타일이 좋은 건데?”성빈은 멈칫하더니,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모르겠어.”순간 눈빛이 허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다들 착하고 괜찮았어. 근데... ‘이 사람이라면 평생 같이 갈 수 있겠다’ 그런 느낌이 안 들었어.”말은 그렇게 했지만, 성빈의 시선은 진아에게 머물러 있었다.진아의 머리끈이 살짝 조여져 있는 걸 보곤,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말없이 고무줄을 빼주었다.찰랑- 길게 풀린 머리가 베개에 흘러내렸다.“뭐 하는 거야?”시연이 슬쩍 웃으며 물었다.“아.”성빈은 자연스럽게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604화

    진아는 눈을 깜빡이며 말끝을 흐렸다.“그냥... 요즘 시험 준비 때문에 조금 힘들어서 그런가 봐.”“그럴 줄 알았어.”성빈은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진아의 팔을 놓았다.“이따 밥 오면, 네 몫까지 두 배로 먹어야 해. 알지?”띵동-그 말을 막 끝내자마자, 현관 초인종이 울렸다.“오! 배달 왔다! 내가 받을게!”성빈은 성큼성큼 현관 쪽으로 향했다.“후...”그가 나가자마자, 진아는 긴 숨을 내쉬며 이마를 문질렀다.그 모습을 본 시연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머금고 진아를 바라봤다.“긴장 풀어. 얼굴 안 빨개졌어. 성빈이는 둔해서 눈치 못 챌 거야.”진아는 화들짝 고개를 들며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근데... 너 어떻게 알았어? 티... 많이 났어?”“아니.”시연은 부드럽게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근데 난 성빈이처럼 눈치 없는 타입은 아니거든.”“시연아...”진아는 시연의 손을 덥석 잡으며 말했다.“절대 말하지 마. 제발. 약속해.”“안 해.”시연은 웃으며 진아의 등을 토닥였다.“말할 거였으면 진작에 했어. 근데 진아야, 너 이렇게 계속 말 안 하면... 성빈이는 평생 몰라.”진아는 입술을 꾹 깨물더니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괜찮아... 나는 성빈이가 날 안 좋아하는 거 알면서도... 나 혼자 좋아하는 거야.” “진아야...”시연은 안타까운 눈빛으로 진아를 바라보았다. 진아의 씩씩한 말투 뒤에 가려진 애정이 너무 뻔히 보였다.진아가 웃어 보이자, 눈꼬리가 살짝 휘어지며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내가 성빈이를 좋아하는 건 내 마음이야. 성빈이는 날 그냥 여자 사람 친구로 생각하지.”“근데 내가 그 얘기 꺼내면, 그 친구마저 사라질 것 같아서 싫어. 그냥 지금 이대로도 좋아.”그 말에 시연은 가슴이 먹먹해졌다. ‘이런 마음을... 얼마나 오래 혼자 안고 있었을까.’그때, 성빈이 음식 봉투를 들고 들어왔다. “왔다!”두 사람의 분위기가 묘하게 가라앉아 있는 걸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뭐야? 무슨 비밀 얘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603화

    무언가를 깨달은 순간, 시연의 눈빛이 순식간에 흔들렸다. 그리고 몸이 저도 모르게 작게 떨렸고, 입술마저 새하얗게 질렸다.‘설마... 진짜 그 이유야?’“당신...”시연의 목소리는 갈라지고 있었다.“당신... 장소미를 살리려고, 날 이렇게까지 몰아붙이는 거예요?”“당신 미래 장인어른의 목숨은 소중하고, 나는... 우리 우주는, 그저 버려도 되는 목숨이에요?”시연의 눈가가 붉어졌고, 울음이 복받쳐 올라왔다.“당신... 예전에 분명히 말했잖아요. 다신 나를 몰아붙이지 않겠다고.”‘맞아... 그땐 그 말을 믿었는데.’유건은 약속을 지켰다. 강제로 함께하자고 하지 않았고, 이혼하자는 말에도 아무 말 없이 수긍했다.그런데 지금, 다시 칼을 쥐고 휘두른 건, 장소미 때문이었다.[시연아.]유건은 그녀의 숨소리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챘다.[너... 지금 떨고 있어? 어디 안 좋아? 추워?]시연은 그의 말이 들리지 않는 듯 허탈한 웃음을 터뜨렸다. ‘역시... G시 고씨 가문의 고유건 대표님... 이 정도쯤은 마음만 먹으면 다 할 수 있지.’“진짜 대단해요. 힘 있는 사람이란 건 이런 거군요...”[시연아, 그런 뜻이 아니야. 난...]“그럼 뭐예요?”시연의 목소리가 커졌다.“그럼 당신, 대체 왜 날 이렇게까지 몰아붙여요? 내가 뭐 그렇게 잘못했는데요?!”유건은 입을 열지 못했다. 진실을 말 할 수 없으니까.‘오선화 교수 말대로... 지금 당장이라도 일을 그만두고 쉬어야 아주 작은 가능성이라도 남겨둘 수 있다고 말 할 순 없어.’ ‘그 말을 지금 시연이에게 하면... 무너질 거야.’‘아이도, 이미 시연의 뱃속에서 꽤 자랐잖아.’ 아무리 생각해도 시연에게 사실을 말하는 건 너무 잔인했다.‘시연이가... 감당할 수 없을지도 몰라.’“하...”자조 섞인 웃음을 흘리자, 시연은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찌르는 듯한 통증이 올라왔다. “내가 바보였어요. 이런 전화... 걸질 말았어야 했는데...”‘한마디만 하면... 이 사람이 풀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602화

    “교수님.”시연은 당연히 무슨 업무 지시일 거라 생각하며 조용히 문을 닫고 다가섰다.“앉아.”양석현은 손짓으로 자리를 권하며 시연을 위아래로 찬찬히 살폈다.“아직도 컨디션 안 좋을 텐데, 벌써 출근한 거야?”“괜찮아요.”시연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미소 지었다.“감기 기운 조금 있었을 뿐이에요.”“음...”양석현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어딘가 말을 꺼내기 어려운 표정이었다.그러다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이제 임신 후기가 됐잖니. 그냥... 이번 기회에 병가 좀 길게 쓰고, 출산하고 회복될 때까지 쉬는 게 어때?”“네?!”시연은 놀란 눈으로 양석현을 바라봤다.‘갑자기 왜 이런 얘기를...?’그동안 양 교수는 누구보다 그녀의 업무 능력을 신뢰하고, 임신 중에도 특별 대우 없이 똑같이 대해줬던 사람이었다. ‘무슨 일이 생긴 걸까?’“교수님... 저는 정말 괜찮아요. 이전에 선배 선생님들도 다 출산 직전까지 근무하셨어요.”“알아.”하지만 이번엔 양석현이 단호했다.“그렇지만, 지금은 상황이 좀 다르다고 판단했어. 시연아, 그냥 내 말 듣고 이번엔 좀 쉬어.”시연의 눈빛이 점점 날카로워졌다. ‘이상해. 무조건 쉬라니... 무슨 이유가 있는 게 분명해.’“교수님, 무슨 일 있었나요? 저에 대한 안 좋은 얘기라도 들으신 거예요?” 양석현은 깊게 숨을 들이쉬곤, 조심스레 말했다.“병원 고위층에서 직접 전화가 왔어. 네가 당분간 병가 쓰게 해달라고 하더구나.”“네...?”시연은 눈이 휘둥그레졌다.‘병원 고위층...? 갑자기 왜 그런 명령이...?’“교수님... 이번엔 또 누가 뭐라고 한 건가요?”“그런 건 아니고...”양석현은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별다른 설명은 없었어. 그냥 병원 측에서 종합적으로 판단한 거라고만 했어.”‘종합적인 판단...? ‘내가 그런 대우를 받을 만한 사람인가?’시연은 한순간 숨이 턱 막혔다. ‘나는... 그냥 평범한 레지던트일 뿐인데...’‘병원 고위층이 나서서 병가를 밀어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601화

    VIP 병실 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의사들과 간호사들이 분주하게 들락날락했고, 장미리와 장소미는 병실 밖으로 내보내졌다. 문이 닫히고 나서야 안쪽에선 응급처치가 시작됐다.“유건 씨...!”유건이 복도에 모습을 드러내자, 장소미는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그녀는 그대로 유건에게 달려들어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무서워요... 아빠가... 아빠가 이대로 못 일어나시면 어쩌죠... 흐윽...”유건은 소미의 어깨를 조용히 토닥였다. “의사 선생님들이 최선을 다하고 계셔. 너무 걱정하지 말고...”하지만 위로의 말을 끝내기도 전, 유건의 시선은 복도 반대편에서 막 도착한 사람에게 향했다. 시연이었다. 유건은 반사적으로 손을 들었다가, 소미를 떼어내지 못하고 그대로 굳었다. ‘지금... 내가 장소미를 뿌리치면... 더 무너질 거야.’‘하지만... 시연이 앞에서 이러는 건...’시연은 그런 모습을 담담한 눈빛으로 바라보다가 이내 조용히 시선을 피했다. ‘이제 놀랍지도 않아. 저런 장면, 처음도 아니니까.’“지시연!”갑자기 장미리가 시연을 발견하곤 발걸음을 재촉해 다가왔다.“지시연! 도대체 뭐가 문제야?! 네 아버지가 지금 안에서 저러고 있는데, 왜 이러고만 있는 거야?!”장미리는 시연의 손을 거칠게 움켜쥐었다.“돈이 필요하니? 얼마든지 줄게. 필요한 게 얼마든 말만 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다 해줄게!”손을 너무 세게 잡힌 바람에 시연은 얼굴을 살짝 찡그리며 말했다.“놓으세요.”하지만 장미리는 놓지 않았다. ‘이 사람... 정말 절박하구나.’ ‘그 정도로... ‘그 사람’ 상태가 심각한 거야?’“맞다... 너 돈은 안 부족하지? 고씨 기문 며느리인데, 뭐가 부족하겠어?”장미리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원하는 게 뭐야? 말만 해! 내가 무릎이라도 꿇을게. 네 엄마 묘를 원래 자리로 돌리자는 거야? 아니면 내가 너한테 사과하길 바라는 거야? 뭐든지 해줄게...”시연은 아무 말 없이 서 있었고, 어떤 감정도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600화

    ‘생명이 장담 못 할 수도 있다니...’유건은 상상도 못 했던 진실이었다. ‘어쩌다... 이렇게까지 된 거야?’ 유건의 눈매엔 서리가 맺힌 듯 차가운 빛이 감돌았다. 그리고 턱선은 단단히 굳었고, 두 손은 무의식중에 꽉 쥐어져 있었다.‘결국, 내가 시연이를 제대로 못 챙겼구나...’그 순간, 오선화가 조용히 말을 이었다.“사실 전에 사모님께 말씀드린 적 있어요. 일 그만두고 푹 쉬시라고요. 아무것도 하지 말고, 태아랑 본인만 생각하시라고요. 그랬으면 상황이 조금 나아졌을 수도 있었어요. 근데... 사모님이 거절하셨죠.”‘왜 거절했어? 시연아.’유건은 더 이해가 안 됐다.그때, 안쪽 진료실에서 문 여는 소리가 들렸다. 오선화가 바로 유건 쪽을 향해 조용히 일렀다.“고 대표님, 사모님 나오십니다.”유건은 깊은 숨을 들이쉰 뒤, 표정을 최대한 평정심 있게 정리하고는 자연스럽게 시연 앞으로 다가갔다.“다 끝났어. 오선화 교수님이 그러는데, 특별한 건 없대.”시연은 잔뜩 찌푸렸던 미간을 살짝 펴며 말했다.“그래서 괜찮다고 했잖아요. 굳이 병원까지 올 필요는 없다고요.”하지만 속으론 안도하고 있었다. ‘다행이다... 정말 괜찮아서...’“조심해서 나쁠 건 없지.”유건은 조심스레 시연의 팔을 감싸며 말했다.“가자. 오선화 교수님께 인사드리고 가자.”“교수님, 수고하셨어요.”“두 분, 안녕히 가세요.”...돌아가는 길. 차 안은 무겁도록 조용했다. 유건은 말없이 운전대를 잡은 채 한마디 말도 하지 않았다.그저 묵묵히, 시연을 집으로 데려가는 중이었다.도착하자, 먼저 내린 그는 시연 쪽으로 돌아와 문을 열어주었다.시연은 남자의 얼굴을 힐끔 보았는데, 표정은 어둡고, 눈빛엔 깊은 생각이 깃들어 있었다.‘뭐야... 분위기가 왜 이래. 장소미랑 문제 생긴 거야?’ ‘혹시... 또 안 좋은 소식 들은 건가?’시연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나 혼자 올라가도 돼요. 오늘 밤, 내가 시간을 뺏었잖아요.”그 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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