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757화

Author: 임공
시연 덕분에, 유건은 평생 처음으로 장인어른을 그렇게 불렀다.

“하늘에 계신다면... 시연이가 무사하도록 지켜주세요. 무슨 일이든, 다 제게로 오게 해주세요. 부탁드립니다.”

그 말을 마친 유건은 조심스레 머리를 숙여 절을 올렸다.

...

아침이 밝았고, 유건은 시연의 집으로 돌아왔다.

최대한 조용히 문을 열며, 혹시라도 시연이 깰까 봐 조심했다.

현관에서 신발을 벗다가, 거실 한복판에 놓인 여행용 캐리어를 보고 유건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리고 눈썹 사이로 주름이 깊어졌다.

‘짐을 쌌다고? 날 내쫓으려고?’

유건의 가슴이 싸늘하게 식어가던 그때, 부드러운 발소리가 들려왔다.

시연이었다.

그녀는 이미 일어난 상태였다.

“왔어요?”

유건이 고개를 들자, 시연은 남자의 얼굴을 보고 살짝 멈칫했다.

유건이 오해한 걸 단번에 알아챘다.

하지만, 완전히 틀린 것도 아니었다.

“이건... 내 짐이에요.”

유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내 짐이 아니라...?’

시연이 내보내려는 게 자신이 아니라는 걸 깨닫고, 유건의 얼굴이 조금 누그러졌다.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 조금 더 자지 그랬어.”

“깨고 나니까, 다시 잠이 안 오더라고요.”

시연은 담담하게 말했다.

“오늘... 입원해야 해요.”

그 말을 듣고 유건은 잠시 얼어붙었다.

‘그래... 오늘이었지.’

요 며칠 일들이 너무 많아, 깜빡하고 말았다.

“아침 먹고, 나도 같이 갈게.”

“네.”

시연은 잠시 망설이다가 조용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한 시간 후, 검은 벤틀리가 고급 산부인과 VIP 병동 앞에 도착했다.

유건이 문을 열고 내리려던 찰나, 시연이 유건을 불렀다.

“유건 씨.”

“응?”

고개를 돌린 유건에게, 시연은 부드럽게 웃어 보였다

“나 혼자 올라갈게요.”

“무슨 소리야? 내가 같이...”

“당신이 평생 곁에 있어 줄 순 없잖아요.”

작은 목소리.

그러나 그 말 하나하나가 유건의 가슴에 깊이 박혔다.

‘시연아... 네 마음이 점점 멀어지고 있어.’

유건의 표정이 굳었고, 눈빛이 차갑게 가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Latest chapter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1051화

    그 말을 할 때, 시연은 이미 자리에서 일어나 있었다.“가지 마!”유건이 급히 시연 손목을 붙잡았다.“숨기려는 게 아니야. 그냥... 알면 네가 걱정할까 봐.”‘뭐지, 이 말투...?’시연의 눈빛이 순간 날카로워졌다.“설마... 어젯밤 사고, 단순한 교통사고가 아니었어요? 누가 일부러 당신을 노린 거예요?”“형수님, 진정하세요.”지한이 서둘러 끼어들었다.“우리도 그 가능성을 의심했는데, 호준 형님 쪽에서 조사한 결과로는, 정말 단순한 사고였습니다.”“그래요? 그럼 다행이네요.”시연은 그제야 긴 숨을 내쉬었다.사고가 좋을 건 없지만, 누군가 의도적으로 해를 가한 게 아니라면 훨씬 나았다.만약 누군가를 경계하며 살아야 한다면, 유건은 하루하루 불안 속에 갇혀야 할 테니까.“형님, 형수님, 전 나가겠습니다. 그리고... 저랑 애들은 계속 시연 씨를 형수님이라 부를게요.”지한은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병실을 나갔다.시연은 그 호칭을 굳이 부정하지 않았다.유건은 그걸 보고 속으로 미소를 삼켰다.하지만 시연은 ‘사고가 정말 단순한 우연이라면...’ 하고 곱씹으며, 의미 있는 눈빛으로 유건을 바라봤다.‘왜 저렇게 보지...?’유건은 등골이 서늘해졌다.“왜 그래?”“고 대표님.”시연이 눈을 가늘게 뜨며, 묘하게 비꼬았다.“운전 실력이 별로네요? 자꾸 사고 나잖아요. 앞으로는 직접 운전하는 일 좀 줄이세요.”유건은 말문이 막혔다. 변명할 여지가 없었다.이번엔 완전히 시연에게 약점을 잡힌 기분이었다.하지만, 시연 말이 틀린 건 아니었다.어젯밤 사고는 정말 우연이었지만, 고장민이 G시에 돌아온 이상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었다.유건이 보기엔, 고장민 쪽에서 자신의 목숨을 노린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으니까.‘흥, 호랑이도 제 새끼는 안 건드린다는데... 고장민은 짐승만도 못한 놈이지.’이건 아직 시연이 모르는 편이 나았다.그건 유건이 시연에게 지씨 집안 얘기를 숨기는 이유와 똑같았다.매일 불안에 떨게 만들고 싶진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1050화

    시연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맞아요.”“저... 유건 씨 좋아하는 거... 잘못은 아니죠?”리슬은 볼을 불룩하게 부풀리며 말했다.“유건 씨가 저를 거절하긴 했지만... 그래도 전 아직 좋아해요. 하지만 어떡해요? 마음대로 잊을 수 있는 것도 아닌데...”그러면서 손가락으로 자기 머리를 톡톡 두드렸다.“여기가... 그렇게 말을 잘 들으면 좋겠죠?”“그렇죠.”시연은 여전히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맞는 말이에요...”그러다 말끝이 살짝 가라앉았다.“그러니까, 리슬 씨 마음이 가는 대로 하세요. 하고 싶은 대로.”“네?”리슬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물었다.“그게... 무슨 뜻이에요?”시연은 옅게 미소 지었다.“쉽게 말해서... 저는 유건 씨 여자 친구가 아니에요. 예전에도 유건 씨 옆에 여자 많았잖아요? 그래도 포기 안 했죠?”“그건... 그렇지만...”리슬은 고개를 저으며 인상을 찌푸렸다.“시연 씨는... 그 사람들과는 다르잖아요.”“다를 거 없어요.”시연은 스스로를 비웃듯 고개를 저었다.리슬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표정이 조금 굳었다.“저... 그 말, 동의 못 해요.”“네?”시연은 살짝 놀랐다.“저는 화나요.”리슬은 입술을 내밀며 말했다.“솔직히, 오늘 이런 얘기를 한 사람이 시연 씨가 아니라 다른 여자였다면... 전 지금...”그녀는 병실 쪽을 턱으로 가리켰다.“당장 들어가서 유건 씨 옆에 붙어 있을 거예요. 기회 잡아야 하니까요. 근데... 유건 씨가 직접 말했어요. 시연 씨를 좋아한다고...”그 말에 시연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저는 좋은 사람이 아니에요. 근데... 누굴 좋아하면, 그 사람이 행복해야 한다는 건 알아요.”리슬의 눈빛은 진심이었다.“유건 씨는 시연 씨랑 있을 때만 행복해 보여요. 그러니까... 그만 튕기고, 들어가서 옆에 있어 주세요.”“리슬 씨...”“어서요!”리슬은 망설임 없이 시연의 등을 밀었다.“전 갈게요!”뒤를 돌아보니, 리슬은 이미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1049화

    병실 안에는 순식간에 리슬과 유건만 남았다.서로 눈만 마주친 채, 어색한 공기가 감돌았다.그제야 리슬이 눈치 빠르게 물었다.“시연 씨, 혹시 오해한 거 아니에요?”“하...”유건이 비웃듯 짧게 숨을 내쉬었다.“어떻게 생각하는데?”“아!”리슬이 이마를 ‘탁’ 쳤다.“미안해요! 내가 가서 바로 얘기할게요.”그녀는 그대로 돌아서더니 병실 문을 박차고 나갔다.“시연 씨! 잠깐만요!”시연은 아직 멀리 가지 않은 터라, 금세 리슬이 뒤를 따라잡았다.“리슬 씨, 이게 무슨...”“잠깐만... 하아, 하아...”리슬은 숨을 고르며 말을 이었다.“아니, 시연 씨 왜 이렇게 빨리 가요? 자기 남자를 나랑 단둘이 남겨놓고도 이렇게 태연할 수 있어요?”‘자기 남자?’시연은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망설이다가, 되묻기로 했다. “쫓아온 이유가 뭐예요?”“아휴...”리슬은 길게 한숨을 내쉬더니, 진심 어린 어조로 말했다.“사과하려고요. 내가 해외에 오래 살아서 그런 건지, 아니면 눈치가 없는 사람이라서 그런 건지...”“조금 전에야 깨달았어요. 시연 씨가 나랑 유건 씨 사이를 오해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요.”“맞아요, 어젯밤에 우리가 같이 교통사고를 당한 건 사실이에요. 근데 그건 그냥 우연이었어요. 나랑 유건 씨, 전혀 그런 사이 아니에요.”그렇게 말하며, 리슬은 전날 밤 차가 고장 났던 상황을 설명했다.혹시 믿지 않을까 싶어 핸드폰까지 꺼냈다.“잠깐만요. 여기 견인 업체랑 나눈 메시지랑 결제 내역이 있어요...”“괜찮아요.”시연이 곧바로 손을 들어서 막았다.“아니요, 괜찮지 않아요. 저 때문에 시연 씨랑 유건 씨 사이에 오해라도 생기면...”“리슬 씨.”시연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분했다.“믿어요. 그러니까 안 보여주셔도 돼요.”“아...”리슬은 멈칫했다.하지만 뭔가 이상했다. 왜냐하면 시연의 반응은... 분명 화가 난 사람이 아니었다.리슬는 미간을 좁히며 물었다.“시연 씨, 왜 이렇게 평온해요?”‘응?’시연은 의외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1048화

    하늘이 조금씩 밝아올 때, 유건은 눈을 떴다.그리고 제일 먼저 보인 건, 병상 옆에 엎드린 채 잠든 시연이었다.불현듯, 마음 깊숙이 기쁨이 번졌다.‘시연이... 온 거야? 밤새 곁을 지킨 거야?’유건은 머리와 가슴에 부상이 있지만, 팔다리는 움직일 수 있었다.그는 다리로 담요를 끌어당겨, 손으로 힘겹게 펴서 시연 어깨에 덮어줬다.그런데도 시연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어젯밤에 날 간호하느라... 많이 피곤했나 보네.’“바보...”유건은 낮게 웃으며 중얼거렸다.“간호사도 있는데, 왜 이렇게 무리해.”말과는 달리, 속은 꿀처럼 달았다.잠시 후, 시연이 눈을 떴다. 고개를 들자, 유건과 눈이 마주쳤다.“깼어요?”“응.”“아...”시연이 하품을 하며 물었다.“어때요? 다친 데 말고, 다른 데 불편한 건 없어요? 메스껍다거나, 숨차다거나...”시연이 상태를 확인하는 거란 걸 알기에, 유건은 잠시 몸을 느껴보고 고개를 저었다.“없어.”“다행이네요. 큰 문제는 없다는 거네요.”시연은 자리에서 일어났다.“목말라요? 물 줄까요?”“응.”시연은 물을 받아와 유건의 입에 조심스럽게 댔다.그 순간, 유건은 팔을 들어 시연의 허리를 끌어안으려 했다.“아앗!”시연이 비틀리며, 컵 속의 물이 쏟아질 뻔했다.“뭐 하는 거예요? 이러다 시트 젖으면 간호사만 번거롭죠.”“히히...”유건이 이를 보이며 웃었다.“그냥... 안아보고 싶어서.”시연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봤다.어젯밤만 해도 도리슬과 함께 사고를 당했으면서, 이렇게 태연할 수 있다는 게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하지만... 고유건이란 사람은 원래 이런 식이었다.“아, 맞다...”유건은 갑자기 도리슬이 떠올랐다. 무심코 묻고 싶었지만, 시연을 바라보다가 말이 목구멍에서 멈췄다.어젯밤 이후의 상황은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시연이가 도리슬을 봤을까? 혹시 오해한 건 아닐까?’“시연아, 어젯밤에...”쿵쿵-유건이 막 입을 열려는 순간, 병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1047화

    시연이 화장실에서 나오자, 지한이 문 옆에 서 있었다.“지한 씨?”시연은 잠시 멈칫하더니, 피식 웃었다.“혹시 내가 도망갈까 봐 기다린 거예요?”“시연 씨.”지한은 미간을 찌푸렸다.“형님이랑 도리슬 씨... 시연 씨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에요. 오해하지 마세요.”시연은 어이가 없다는 듯, 되물었다.“그럼 두 사람, 대체 어떤 건데요? 그리고 제가 뭘 어떻게 생각하는데요?”“그건...”이번엔 지한이 말문이 막혔다.“됐어요.”시연이 오히려 그를 다독였다.“지한 씨야말로 쓸데없는 걱정하지 마세요. 저 아무렇지도 않아요. 수술 끝날 때까지 있을 거고요.”겉으로 보기엔, 시연은 정말 화난 기색이 없었다.하지만 지한은 묘하게 불안했다.‘너무 조용하잖아.’그 평온함이 오히려 낯설었다.“서 있지 말고, 가죠.”시연이 먼저 걸음을 옮겼다....한 시간 후, 수술이 끝났다.유건은 병실로 옮겨졌지만, 의사가 문 앞을 가로막았다.“아무도 들어오시면 안 됩니다. 큰 부상은 아니지만, 환자분은 안정이 필요합니다.”“그리고 아직 마취에서 완전히 깨지 않았어요. 그러니까... 가장 가까운 가족 한 분만 들어가세요.”그 말에 시연은 무의식적으로 반 발 물러섰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리슬을 바라봤다.리슬은 순간 어리둥절했다.‘왜 나를...?’“리슬 씨.”시연이 입을 열었다.“유건 씨 많이 걱정되죠? 들어가세요.”리슬은 눈을 깜빡였다.그녀는 확실히 걱정됐다. 유건이 무사한지 확인하고 싶었다.하지만 의문이 스쳤다.‘원래 그런 자리는 시연 씨가 들어가야 하는 거 아닌가?’“시연 씨...”“어차피 한 명만 들어갈 수 있다면, 전...”“형수님!”시연의 말을 지한이 끊었다. 그것도 예전처럼 불렀다.“형수님이 들어가셔야죠!”“지한 씨...”“형수님, 실례하겠습니다.”시연이 또 빼려는 기미를 보이자, 지한이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 눈동자 속에는 짙은 분노가 번져 있었다.“다시 말합니다. 형수님이 들어가세요.”“지한 씨.”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1046화

    ‘교통사고?’시연은 벌떡 몸을 일으켰다.“무슨 일이에요? 많이 다쳤어요?”[저도 잘은 모르겠어요.]지한의 목소리가 급했다.[지금 병원으로 가는 중이에요. 시연 씨도 빨리 오세요.]“네.”전화를 끊자마자, 시연은 곧장 옷을 갈아입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마침 소리를 들은 마수경이 나왔다.“지 선생님, 무슨 일이에요?”교통사고라는 말은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없었다.“고 대표님이 사고를 당하셨어요. 지금 당장 병원으로 가야 해서, 집은 언니한테 맡길게요. 경미 이모님이랑 같이 조이 좀 돌봐주세요.”“걱정하지 마시고, 어서 다녀오세요.”“네.”문밖에는 이미 기환이 차를 대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시연을 태우고 곧장 강울대병원으로 향했다.도착했을 때, 지한도 막 도착한 참이었다.“형님은 벌써 수술실에 들어가셨어요. 상태는 잘 모르겠지만, 들어갈 때 의식이 없었어요.”그 말을 들은 시연의 미간이 저절로 좁혀졌다.‘의식이 없었다는 것만으론 아무것도 판단할 수 없어.’의사인 그녀는 잘 알고 있었지만, 불안이 파도처럼 밀려왔다.“앉아서 기다리죠.”지한과 기환은 시연의 다리가 아직 완전히 낫지 않은 걸 알고 있었다.유건이 여기 있었다면, 분명 그녀를 세워두지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수술이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네.”시연은 긴 복도 한쪽의 대기 의자에 앉았다.“시연 씨?”귀에 익은 목소리에 고개를 들자, 리슬이 급히 걸어오고 있었다. 옷에는 아직 핏자국이 선명했다.그녀는 조금 전에 병원에서 상처 소독을 마치고 나온 참이었다.유건에 비하면, 리슬의 부상은 가벼웠다. 팔과 이마 쪽에 몇 군데 찰과상이 있었지만, 큰 부상은 없었다.“시연 씨.”리슬은 시연 옆에 앉더니,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많이 놀랐죠? 정말 미안해요. 다 제 잘못이에요...”‘뭐라는 거지?’시연은 잠시 멍해졌다. 전혀 맥락이 잡히지 않았다.그리고 본능적으로 지한을 바라봤지만, 그는 눈을 피했다.‘후후...’시연의 입꼬리가 천천히 올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