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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화

Author: 임공
소미의 말에 유건은 다시금 떠올렸다.

‘맞네. 그 여자... 지금 임신 중이잖아.’

‘이런 무리한 밤샘을 견뎌낼 몸 상태가 아니잖아.’

순간, 남자의 마음이 조금 누그러졌다.

“그래.”

지한은 재빨리 맞장구쳤다.

“형수님은 어젯밤 소식 듣자마자 달려오셨어요. 걱정도 정말 많이 하셨죠. 형님 상태 보고 안심하긴 했지만, 제가 일부러 쉬라고 돌려보냈어요. 아마 곧 올 거예요.”

“맞아요.”

소미도 억지웃음을 지으며 맞장구쳤다.

“응.”

유건의 표정이 한층 부드러워졌지만, 문득 궁금해졌다.

“지금 몇 시지?”

지한이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곧 6시요.”

시연이 떠난 지 벌써 하루가 다 되어 간다.

지한이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형님, 형수님께 전화라도 한 통 넣을까요?”

그는 이미 핸드폰을 꺼내 들고 있었지만, 유건이 단호하게 막았다.

“아니야.”

“재촉하지 마.”

유건은 자기가 시연에게 전화해서 오라고 하는 것과, 시연이 스스로 찾아오는 것은 전혀 다르다고 생각했다.

‘내가 연락하지 않으면 언제쯤 오는지 한 번 보자고.’

똑똑-

마침, 병실 문이 두드려졌고, 유건은 고개를 번쩍 들었다.

하지만 그뿐만이 아니라 병실 안의 모든 사람이 일제히 숨을 죽이고 문 쪽을 바라봤다.

문이 열리고, 시연이 들어왔다.

한 손에는 여행용 캐리어, 다른 손에는 작은 쇼핑백.

시연은 고개를 들자마자 병실에 가득 찬 사람들을 보았지만, 조금도 당황하지 않은 채 지한을 향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거 좀 들어주실래요?”

“네, 형수님.”

지한이 서둘러 다가가 쇼핑백을 받은 후, 바로 물었다.

“캐리어는 어떻게 할까요?”

“우선 옷장 쪽에 놔주세요. 제가 정리할게요.”

“네.”

지한은 고개를 끄덕이며, 쇼핑백을 테이블 위에 놓고 옷장 쪽으로 걸어갔다.

그제야 시연은 병실을 둘러보며 유건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분들, 당신 친구들이에요?”

“응.”

유건은 입을 삐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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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연은 순간 얼어붙었다.‘또 이 말? 고유건,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왜 멍해졌어?”유건은 손을 들어 시연의 짧은 머리를 쓰다듬었다.“아무것도 생각하지 마. 내가 너 아껴줄 거니까, 너는 그냥 그걸 받아들이면 돼. 괜찮지?”“왜요?”시연은 가늘게 눈을 뜨고 유건을 올려다봤다.“당신 옛날 여자들이 장소미만 못해서요? 아니면, 그 여자 중에서 그나마 내가 제일 당신 마음에 맞아서요?”이번에는 혀끝뿐만 아니라 목구멍까지 쓰라렸다.유건은 알았다. 어떤 일들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과거로 묻히지 않는다는 걸.그는 변명할 수 없었고,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너만 내 마음에 들어. 그러니까 넌, 그냥 내가 아끼는 거 받아주면 돼.”‘후...’시연은 웃었고, 팔을 뻗어 그의 목을 감았다.“내가 좋은 아이디어 줄까요? 장소미를 다시 찾아가요. 솔직히 나보다 그 여자가 당신 취향이잖아요, 안 그래요?”이제 이 대화는 더는 금기가 아니었다.유건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시연의 허리를 껴안았다.“안 돼. 장소미랑 나는, 3년 전에 이미 끝났어. 지금 난... 너밖에 없어. 너만 아끼고 싶어.”하지만 시연은 믿지 않았다.유건은 끝냈다지만, 시연은 그때 그 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시연의 웃음은 입술에만 걸렸고, 눈동자는 싸늘했다. 입꼬리만 어색하게 올라간 채로 말했다.“알겠어요, 알겠어요. 놀아주는 거니까 보스의 특별한 취향은 맞춰줘야죠. 그건 나도 알고 있는데, 굳이 정은희 씨까지 잘라낼 필요는 없었잖아요?”시연은 팔을 남자의 목에 걸친 채, 가볍게 흔들었다.“지금은 3년 전이 아니잖아요. 나도 당신의 아내가 아니에요. 날 아낀다고 다른 여자까지 다 잘라낼 필요 없어요. 난 진짜 신경 안 쓴다니까요?”유건은 그 자리에서 굳었고,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왜요?”시연은 눈을 깜박이며 웃었다.“못 믿겠어요? 진짜예요. 정은희 씨보다 내가 뒤에 들어온 사람인데, 나 그거 가지고 화낼 사람 아니에요...”하지만 시연의 목소리는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94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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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946화

    “엄마아!”작은 발걸음 소리가 바닥을 울리며 다가왔다.시연과 조이, 큰 사람 작은 사람이 울먹이며 서로에게 달려갔다.조이는 엄마를 보자마자 훌쩍이며 시연 품에 와락 안겼다.“엄마... 엄마, 조이 버린 거예요...?”“그럴 리가?”시연의 눈가도 금세 붉어졌다.조이의 말랑한 볼에 입을 맞추며 속삭였다.“엄마는 조이를 세상에서 제일 사랑해. 절대 안 버려.”“엄마, 안아줘요!”“그럼 그럼.”시연은 웃으며 조이를 번쩍 안으려 했다.“잠깐!”뒤따라 들어온 유건이 단호하게 막아섰다.늘 부드럽던 그가 진지하게 굳은 얼굴을 하자, 엄마와 딸은 동시에 멈춰 섰다.그리고 그다음, 유건이 몸을 숙여 조이를 안아 올렸다.“으앙! 아앙아앙!”조이는 놀라서 울음을 터뜨렸다.“당신!”시연은 눈을 부라리며 소리쳤다.“뭐 하는 거예요! 조이 놀랐잖아요! 얼른 내려놔요!”유건도 그제야 깨달은 듯 조이를 바라봤다.“미안, 아저씨가 놀라게 했네. 우리 조이 화났어?”조이는 빨개진 눈으로 힐끔 쳐다보며 훌쩍였다.“아저씨, 조이 싫어졌어요... 아저씨, 조이 무섭게 해요...”“아냐아냐.”유건은 바로 무너져 내리듯 낮은 목소리로 달랬다.“우리 조이는 세상에서 제일 예쁜 공주님인데, 아저씨가 어떻게 싫어하겠어?”“진짜예요?”조이는 까만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진짜지.”유건은 조이를 살살 안고, 조곤조곤 설명했다.“근데 말이야, 엄마가 지금 다쳐서 팔에 힘을 주면 안 돼. 엄마가 조이 안아주고 싶어도, 엄마 아프면 우리 조이도 마음 아프잖아, 맞지?”조이는 깜빡깜빡 눈을 깜박이며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엄마 다쳤어요?”엄마한테 달려가고 싶어서 몸을 꼼지락거리다가도, 혹시라도 엄마 아프게 할까 봐 조심했다.그러다 스스로 고개를 끄덕였다.“조이, 엄마 안 아프게 할래요. 안아달라고 안 할래요.”“우리 조이, 진짜 착하다.”시연의 마음은 그 순간 푹 녹아내렸다.‘이런 아이가 내 곁에 있어 주는 게...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945화

    지금 이 순간에도, 유건은 시연을 억지로 곁에 붙잡고 있는 셈이었다. 권력으로 얻게 되는 건 결국 ‘사람’뿐, 마음은 아니었다.지한은 어릴 적부터 유건과 함께 자란 사이였다.그래서 누구보다 유건이 안쓰러웠다.이건 시연만 힘든 게 아니었다.사실, 유건도 지치는 거 아닌가?‘우리 형님... 평소엔 그렇게 냉철하면서...’‘왜 유독 감정 문제에선 이렇게 헤어 나오질 못하지.’“형님... 뭐 하러 이렇게까지...”“그만.”유건은 낮게 잘라 말했다. 미간에는 깊게 주름이 잡혔다.잠시 침묵하던 유건은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억지라도, 이렇게라도 시연이 옆에 있는 게... 그 지난 3년보단 낫지.”지한의 눈이 잠깐 흔들렸다.‘사랑이라는 게 진짜 무섭구나.’시연은 유건에게 있어 도무지 벗어날 수 없는 굴레였다.“그럴 거면요, 형님. 차라리... 시연 씨한테 솔직히 마음을 전해보는 건 어때요? 왜 굳이 이런 방식으로, 강제로, 숨기면서...”유건은 살짝 고개를 숙였다가, 입꼬리를 옅게 올렸다.‘솔직히 전하면... 달라지기라도 할까?’그 생각만으로 웃음이 나왔다.“저는요,..”지한은 조심스레 말했다.“한 번쯤 해볼 가치는 있다고 생각해요. 어차피 지금보다 더 나쁠 순 없잖아요. 만약, 형님이 평생 시연 씨를 놓지 않을 생각이라면...”“됐어.”상처 치료가 끝난 유건은 자리에서 일어섰다.붕대를 살짝 고쳐 매며 말했다.“가자. 시연이 기다리겠다.”지한은 속으로 긴 한숨을 내쉬었다.‘하... 진짜 답답하다.’더는 말하지 않기로 했다.그리고 두 사람이 밖으로 나가보니... 텅 빈 벤치.시연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어디 갔지?”지한은 조심스레 유건을 힐끔 바라봤다.유건의 얼굴이 눈에 띄게 굳어졌다.‘설마... 진짜 그냥 간 거야?’‘형님 걱정은커녕, 이 잠깐도 못 기다리고?’‘너무하네...’“제가 찾아볼게요...”지한이 핸드폰을 꺼내려던 순간, 건물 모퉁이에서 시연이 물병을 들고 걸어왔다.지한과 유건을 발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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