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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화

Author: 임공
“전화 왜 끊었어? 고 대표님이지? 그분, 너 걱정 많이 하시던데.”

“걱정은 무슨...”

시연은 가볍게 눈을 들어 은범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미소를 지었다.

“한 회장님과 마찬가지로, 고유건 씨도 내 환자야. 그냥 형식적으로 하는 걱정이지.”

그 말은 은범에게 핑계처럼 들렸지만, 시연은 곧 말을 이었다.

“얼마 전 BLUE 앞에서 고유건이 칼에 찔린 사건, 못 들었어? 내가 고유건의 주치의였어.”

이 사실은 비밀이 아니었다.

은범은 그제야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런 일이 있었구나.”

하지만 남자는 남자를 잘 아는 법! 은범은 운전대에 힘을 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래도 내가 보기엔, 그 사람 너에게 무척 신경 쓰는 것 같아. 아마... 너를 좋아하는 걸지도 몰라.”

그 말에 시연은 깜짝 놀라며 눈을 크게 뜨고 은범을 쳐다보았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그 사람 여자 친구 있는 거 몰라? 바로 장소미잖아, 아까 같이 봐놓고선.”

은범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자조적으로 웃었다.

“그래, 내가 너무 앞서갔나보다, 그렇지?”

그는 그렇게 말했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여전히 불안과 초조함이 있었다.

‘나도 서둘러야 해. 그렇지 않으면 상황이 어떻게든 달라질 수도 있을 거야. 또 한 번 시연이를 잃을 수 없어!’

차는 시내로 들어섰고, 시연은 길가를 가리켰다.

“나 여기서 내려줘. 여기서 지하철 타면 돼.”

은범은 그녀를 한 번 쳐다보며 물었다.

“어디 가는데? 내가 데려다줄게. 지하철은 왜 타?”

“괜찮아. 나 태산요양병원에 있는 내 동생 보러 가는 길이야. 여기서 꽤 멀어, 너 시간 낭비하게 하기 싫어. 너는 네 볼일 보러 가.”

“나 바쁜 일 없어.”

은범은 멈출 생각이 없었다.

“나도 우주를 오랫동안 못 봤어. 같이 가자.”

은범은 차를 계속 몰았고, 시연은 더 이상 거절할 수 없어 마지못해 동의했다.

“그럼, 부탁할게.”

“부탁은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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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ugnay na kabanata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78화

    “우주, 무슨 일이야?” 시연은 방으로 뛰어들어가자, 우주가 핸드폰을 책상 위에 던져버린 것이 보였다. 은범은 핸드폰을 집어 들고 화면을 확인한 후, 시연에게 내밀었다. 화면에는 이미 게임의 모든 스테이지를 클리어한 상태가 표시되어 있었다! “...” 시연은 또다시 말을 잃었고, 마음속은 우주가 해내 보인 것들 때문에 도저히 차분할 수 없었다. 은범이 말했다. “서번트 증후군이라고,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사람 중 일부는 특정 분야에서 천재적인 능력을 보이는 경우가 있어. 우주가 그런 경우인 것 같아.” “음...” 시연은 놀라서 울음이 터질 것 같은 붉어진 눈시울로 손으로 입을 가렸다. 눈물이 금세 쏟아질 듯했다. 그녀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동생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 진단을 받고 난 후, 글을 읽고 쓰는 것에만 집중했을 뿐, 더 많은 가능성을 생각해 보지 못했던 것이다. 시연은 우주의 재능을 알아보지 못한 자신이 원망스러웠고 죄책감이 들었다. “정말 그렇다면, 내가 우주의 가능성을 놓치고 있었던 거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지 마. 넌 이미 최선을 다했어.” 오랜 세월 시연과 함께해왔던 은범은 시연이 동생을 위해 얼마나 큰 노력을 했는지 잘 알고 있었다. 장미리 같은 새어머니와 냉정한 아버지 지동성 사이에서, 시연이 아니었다면 우주는 벌써 버려졌을 것이다. 시연은 자신이 지씨 집안에서 당한 학대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우주를 위해 인내하며 살아왔다. 요양병원을 나온 은범은 시연을 학교로 데려다주었다. “우주에 대한 일은 내가 전문가와 상의할 테니 걱정하지 마. 내가 있으니까.” 만약 우주가 서번트 증후군을 앓고 있는 게 맞다면, 시연은 정말로 은범에게 큰 빚을 지는 것이었다. 하지만 시연은 우주를 위해 그 빚을 감수하기로 했다. “은범아, 고마워.” 학교 밖에는 차량이 들어갈 수 없어, 은범은 시연을 강울대학교 앞에 내려주고 떠났다. 시연이 기숙사로 향하는 중, 핸드폰이 울렸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79화

    이때, 유건의 잘생긴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 동공은 축소되며 냉랭한 비웃음을 머금었다. ‘지시연, 참 냉정한 여자였군.’ 시연의 이런 태도는 소미처럼 큰 소란을 부리는 것보다도 훨씬 타격감이 컸다. 마치 시연이 보이지 않는 손으로 뺨이라도 후려친 듯, 마음이 몹시 아려왔다. 유건의 눈썹은 차갑게 얼어붙었고, 그의 목소리는 담담하고 냉정했다. “그깟 드레스 한 벌, 더 좋은 걸로 사주면 그만이야.” “그래요.” 시연은 유건이 그러거나 말거나 상관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그럼 전 들어갈게요.” 그녀는 돌아서서 다시 기숙사 쪽으로 걸어가며 작별 인사조차 하지 않았다. 시연의 뒷모습을 뚫어지게 바라보던 유건은 갑자기 손을 들어 드레스가 든 상자를 바닥에 내리칠 듯이 들어 올렸다가 곧 멈춰 섰다. 그는 문득 스스로에게 물었다. ‘내가 왜 이러고 있지? 저 여자가 원하지 않으면 그뿐인데, 왜 화가 나는 것일까?’ 유건은 바로 돌아서서 차에 올라타고 집으로 향했다.집에 도착해 거실의 불을 켠 유건은 소파에 앉아 고개를 들어 벽에 걸린 시연에게 주려고 했던 그 그림을 보았다. 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시연에게 주려고 준비했던 팔찌가 놓여 있었다. 이제 그 팔찌 옆에 드레스까지 추가되었다. 유건은 차가운 웃음을 터트리며 자조했다. “허! 지시연에게 주려고 했던 것들 결국 하나도 주지 못했네!” “지시연, 넌 정말 좋고 나쁨도 모르는 고집불통이야!’ ...점심때, 시연은 친구 임진아와 식사하기로 했었다. “여기!” 진아는 시연에게 서류 하나를 건넸다. “뭔데?” 진아가 대답했다. “대학원 진학 추천서야. 어제 학교에 갔는데, 네 것도 챙겨왔어.” 시연은 서류를 열어보고는 이마를 찡그렸다. “대학원 추천은 그렇게 쉬운 게 아니잖아.” “너 성적도 좋고, 매년 장학금도 받아왔잖아. 왜, 못 할 것 같아?” 진아의 말이 맞았지만, 대학은 이미 반은 사회로 나가는 문턱이었고, 시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80화

    유건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유건 씨!]장소미는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 저녁에 촬영이 없어서 저희 어머니가 유건 씨와 저희 집에서 저녁 식사 함께하자고 하셨어요. 언제 저 데리러 올 수 있어요?] 그녀의 말투는 유건이 당연히 올 것이라는 확신에 차 있었다. 평소의 유건이라면 그렇게 했겠지만, 지금 그는 그럴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오늘 저녁엔 일이 있어. 못 갈 것 같아.” 유건은 현재 할아버지의 병환이 가장 우선순위라 소미의 전화를 끊어버렸다. 장소미는 핸드폰을 쥐고 당황하며 충격에 빠졌다. ‘고유건이 내 대답도 듣지 않고 전화를 끊어버리다니!’ ‘이런 일은 한 번도 없었는데!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거지?’ “지, 시, 연...!!” ‘틀림없이 시연 때문이야!’ ‘지시연이 고유건의 아내 자리를 차지하고, 고유건을 못 오게 막은 것이 틀림없을 거야!!’ 소미는 화가 치밀어 핸드폰을 집어던졌고, 그것은 바닥에서 산산이 부서졌다. 그녀는 또다시 시연이 했던 말들이 떠오르며, 이를 악물고 이를 갈았다. “지시연, 이렇게 교활한 계략을 쓰다니! 해도 너무하는군!” ...병원 진료실에서 양석현과 시연은 유건에게 자세한 상황을 설명했다. “수술이 최선입니다. 하지만 환자분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서, 수술 전에 몸을 잘 추슬러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수술을 견디기 어려울 겁니다.” 유건은 반쯤 감긴 눈으로 물었다. “수술 성공률은 얼마나 됩니까?” 시연은 양석현을 한번 바라본 후 대답했다. “양 교수님은 이 분야의 권위자세요. 직접 집도하시면 성공률이 93% 이상이고, 수술 후 치료가 잘 이루어지면 5년 이상의 생존율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 결과는 유건이 예상했던 것보다 나은 예상치였다. 유건은 시연을 믿으며 말했다. “그럼 네 말대로 진행해.” “알겠어요.” 시연은 작게 대답했다. “하지만 치료를 시작하려면 할아버지의 협조가 필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81화

    얼마 지나지 않아, 유건은 고상훈의 퇴원 수속을 다 마쳤다. 그날 저녁 유건과 시연도 바로 고씨 가문의 본가로 이사했다. 유건은 차를 주차하고 거실로 들어갔다. 고상훈은 몸이 허약하고 기력이 없어서 집에 오자마자 바로 방으로 돌아가 쉬었다. 거실에서는 시연이 집사인 이호민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집사님, 할아버지 식사랑 약은 대강 이 정도예요. 제 연락처를 저장해두시고요. 잠시 후에 제가 환자를 돌보는 데에 필요한 정보가 담긴 문서를 보내 드릴 테니까 가끔 잊어버리시면 한 번씩 확인하시면 돼요.” “그거 좋네요.” 이호민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부엌 쪽을 가리키며 “왕 아주머니가 지금 국을 끓이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상관없었지만, 사모님이 한 번 봐주시겠어요? 문제가 없는지?” “그럴게요.” 두 사람은 함께 부엌으로 향했다. 유건은 조용히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마음속으로 감탄하며 자연스레 얼굴이 부드러워졌다. ‘지금 여기 지시연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할아버지가 아프셔서 집안 분위기가 어두워지고 혼란스러워질 줄 알았는데, 지시연이 와서 모든 걸 잘 정리해 주니 나도 마음이 놓이네.’ 유건은 먼저 고상훈의 상태를 확인한 후 방으로 들어왔다. 방에 들어서자, 방 한가운데에 그다지 크지 않은 캐리어가 하나 놓여 있었다. 그 안에 짐이 얼마 들어있지도 않을 것 같았다. 그때 방문이 열고 들어온 시연은 방 안에 미리 와있던 유건을 보고 잠시 멈칫했다. “미안해요, 문 두드리는 걸 깜빡했네요.” 유건은 별다른 반응 없이 캐리어를 가리켰다. “이게 전부야?” “이 정도면 많은 거죠.” 시연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대답했다. “한 계절 옷하고 책 몇 권 정도...” ‘한 계절?’ 유건은 눈썹을 치켜올렸다. “옷을 한 계절 입을 것만 가져왔어?” “네.” 시연은 눈을 깜빡이며, 그가 왜 묻는지 이해하지 못한 표정이었다. “여기서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82화

    “우주가 식중독에 걸렸대요...” 시연의 눈가가 붉어졌고, 유건은 동생 우주를 모를 테니 설명하듯 덧붙였다. “우주는 제 남동생이에요!” 유건은 순간 놀라서 몸이 굳어졌다. 시연에게 가족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들었기 때문이다. ‘원래 지시연에게도 가족이 있었구나.’ “내가 같이 갈게!” “아니에요...” “아니긴 뭐가 아니야?” 시연이 거절하려던 순간, 유건이 단호하게 말을 끊었다. “지금 이 시간에 여기에서 차를 잡는 건 불가능해! 같이 가!” 유건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 “너 동생이 걱정되지 않아?” “아, 네!” 다급한 상황에서 결국 시연은 유건을 거절하지 못하고 함께 차에 탔다. “정말 죄송해요. 이렇게 늦은 시간에 귀찮게 해서요.” 유건은 그녀를 흘깃 보며 말했다. “그런 말 하지 마. 네가 나한테 얼마나 큰 도움이 됐는데, 이럴 때 내가 널 안 도우면 나는 사람도 아니게?” “감사해요.” 시연은 고개를 숙여 감사의 뜻을 표했다. ... 우주는 요양병원 근처에 있는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시연이 병원에 도착했을 때, 응급실은 사람이 많아 혼잡한 상태였다. “의사 선생님, 제가 지우주 환자 보호자예요!” 의사는 시연을 보며 말했다. “드디어 오셨네요! 빨리 위세척해야 하는데 환자가 자폐증이 있어서 소통이 어려워 협조하지 못하고 있어요. 지금 마취 후 삽관할 수밖에 없습니다! 빨리 서명하세요!” 시연은 그 말을 듣고 다리가 풀려버렸다. 비록 그녀도 의사였지만, 막상 우주의 일에 있어서는 전문가로서의 냉정을 유지하기 어려웠다. “지시연!” 유건이 재빨리 그녀를 부축하며 넘어지지 않도록 옆에서 부축했다. 그는 시연이 이렇게 힘들어하는 모습을 차마 볼 수 없었고, 그녀를 반쯤 안은 채 의자에 앉혔다. “여기서 기다려.” 시연은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유건은 이미 의사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어디에 서명하면 되죠?” 의사는 유건을 보며 물었다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83화

    입술 위의 부드러운 감촉에 두 사람 모두 순간적으로 멍해졌다. 유건은 서둘러 시연에게서 떨어졌다. ‘내가 이 여자를 볼 때마다 자꾸 키스하고 싶은 충동이 일어나는 게 이번이 몇 번째지? 아이고, 모르겠다!!’ “흠.” 그는 가볍게 헛기침하며 어색함을 감추려 했다. “아무 말도 하지 마. 네가 안 피곤해도, 네 배 속에 있는 아이는 피곤하지 않겠어?” “네...” 시연은 고개를 숙이며 유건의 시선을 피했다. 유건은 그녀를 소파에 조심스럽게 눕히고 돌아서며 말했다. “그럼 자라.” “그래요.” 하지만 시연은 도저히 잠들 수 없었다. ‘두 번째였어! 고유건이 나에게 키스한 게!!’ ‘지난번엔 술에 취해서 한 실수였다지만, 이번에는 왜?!’ 시연은 손으로 입술을 만지며 생각했다. ‘내가 어떻게 장소미의 남자 친구에게 키스를 받을 수 있지?!’ ‘고유건의 입술이 얼마나 많이 장소미와 닿았을지 모를 일인데!!’ 결국 시연에게는 잠들 수 없는 밤이 이어졌다. ... 다음 날 아침, 유건은 시연을 강울대학교병원까지 데려다주었다. 차에서 내리며 그는 시연의 손을 잡고 말했다. “잠깐만, 근처 식당에서 아침 먹고 가.” 시연이 대답하기도 전에, 저쪽에서 누군가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바로 장소미였다. 소미는 눈가가 붉게 충혈된 채로 유건과 시연 두 사람을 원망과 슬픔이 뒤섞인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소미의 원망은 시연을 향했고, 슬픔은 유건을 향한 것이었다. “유건 씨... 지 선생님과 둘이서...?” 시연은 미소를 지으며 유건의 손을 뿌리쳤다. “저 먼저 갈게요.” 시연이 출근 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서둘러 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유건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가.” 유건이 시연에게 다정하게 대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소미는 참지 못하고 감정을 시연에게 폭발시켰다. 시연을 붙잡으며 외쳤다. “지 선생님! 뭐라고 말이라도 하고 가요! 설명도 없이 어디로 가려는 거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84화

    ‘헤어지자고?’유건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사실, 나는 장소미와 제대로 된 연애를 한 적도 없는데...’하지만 자신이 한때 소미에게 결혼을 약속했던 만큼...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응.” 순간, 소미의 얼굴은 창백해졌다. “안 돼요!! 유건 씨, 저는 헤어지는 걸 원하지 않아요...” “소미 씨, 대답할 때 너무 서두르지 말고...” 유건의 낮고 차분한 목소리가 그녀를 덮었다. “사실은, 소미 씨가 얼마나 오래 기다려야 할지 모른다는 거야.” 끝이 보이지 않는 기다림은 지치기 마련이다. 유건은 자리에서 일어나 소미의 눈물로 뒤범벅된 얼굴을 보며 한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생각을 충분히 하고 대답해. 만약 우리가 헤어져도, 내가 약속했던 지원은 변하지 않을 거야.” 그는 결국 소미에게 죄책감을 느꼈고, 일종의 보상이라도 하기 위한 지원을 약속했다. 유건은 자리를 떠났다. 소미는 흐르던 눈물을 닦고, 갑자기 손을 들어 탁자를 뒤엎었다. 방 안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녀는 이를 갈며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외쳤다. “지시연! 내가 이렇게 호락호락 물러날 것 같아?!!” ... 유건은 회의를 마친 뒤, 사무실로 돌아와 서류 두 개에 서명하고 그것을 주지한에게 건넸다. “지한아, Four Hours에 연락 좀 해줘.” 지한은 잠시 멈칫했다가, 유건이 미소 지으며 설명을 덧붙이자 고개를 끄덕였다. “지시연에게 줄 거야.” 유건과 시연이 고씨 가문의 본가로 이사한 일은 지한도 알고 있었다. Four Hours는 고급 맞춤 의류를 제작하는 곳으로, 유건이 입는 모든 옷은 이곳에서 제작하고 있었다. 이제 시연의 옷도 함께 맞추려는 것이었다. 지한은 속으로 생각했다. ‘결국 시연 씨에게 느끼는 형님의 감정이 예전과는 확실히 달라진 것 같네.’ “알겠어요, 형님.” ... 병원에서 시연은 하루 종일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무엇을 하든 자꾸만 유건과 나눴던 그 키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85화

    유건이 말이 떨어지자마자, 고상훈은 깊은 의미를 담은 눈빛으로 손자를 응시했다. “입을 함부로 놀리면 안 되지. 아내에게 그렇게 말하는 게 아니야.” 유건은 순간 멈칫하며 눈을 깜빡였다. “제가 뭐라고 했다고 그러세요? 별 말한 것도 없잖아요.” 그리고 그는 다시 물었다. “할아버지, 그럼 할아버지의 손주며느리가 어디 갔는지 아세요?” “나한테 묻냐?” 고상훈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 아내가 어디 갔는지 네가 몰라? 그럼 너 스스로 반성해야지.” “저더러 반성하라고요?” 유건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제가 모를 리가 없죠. 할아버지의 손주며느리가 저한테 전화하긴 했는데, 제가 그때 바빠서 못 받았을 뿐이거든요.” 고상훈은 한순간도 눈을 떼지 않고 유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유건은 왠지 불편해졌다. “할아버지, 왜 그렇게 쳐다보세요?” 고상훈은 단호하게 말했다. “널 보면 딱 한 가지 생각만 나. 말만 앞서는 녀석.” 유건은 그 순간 고상훈에게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고상훈에게 완전히 말로 당한 유건은 방으로 돌아갔다. 그는 핸드폰을 들고 시연에게 전화를 걸며 중얼거렸다. “전화 안 받으면 두고 보자.” 그러나 이번에는 시연이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 유건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어디야?” [할아버지가 말씀 안 하셨나요?]시연은 의아한 듯 물었다. [집에 들렀을 때 할아버지께 말씀드렸는데요.]유건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나는 너에게 물어봤는데 왜 자꾸 대답은 안 하고 나한테 다시 물어봐?” 그는 약간 화가 난 듯했다. 평소 기분 변화가 심한 남자였다. 시연은 입술을 삐죽 내밀며, 더 이상 그를 자극하지 않기로 했다. [지금 창우면에 있어요.] “창우면? 그게 어디야?” 유건은 기억을 더듬었지만, 창우면은 한적한 시골 마을이라는 것이 어렴풋이 기억났다. “거기서 뭐 하러 가 있냐?” [일하러요.] 시연은 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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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608화

    ‘정말일까?’시연은 조용히 유건을 바라봤다. 유건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가 의심스럽기만 했다.‘일 못 하게 한 것도, 우주 데리고 간 것도... 다 이 사람의 수단 아니었어?’‘이제 와서, 일 안 하게 하려는 게 목적이고, 우주가 수단이라는 식으로 말하다니.’‘이 사람... 이제 와서 물러서는 척하면서 방심시키려고?’하지만 시연은 알고 있었다. 고유건이라는 남자는, 자신을 무너질 수밖에 없도록 하는 사람이라는 걸.‘힘의 격차가 너무 커. 내가 이 사람을... 이길 수 있을 리 없잖아.’“유건 씨.”시연은 천천히 손을 들어 남자의 셔츠 앞자락을 살짝 쥐었다. 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제발... 우리 우주한테는 아무것도 하지 마요.”“우주는... ‘그분’이 자기 아빠란 걸 몰라요. 아빠도, 우리 엄마처럼... 세상에 없다고 생각해요.”마지막 말이 끝나기도 전에 시연의 목소리는 흔들렸고, 곧 조용히 울음이 터져 나왔다.“흑... 부탁이에요... 제발...”시연이 가까이 다가오기도 전에, 유건은 먼저 그녀를 품에 안았다.한 손으로는 등을 감싸 안고, 다른 손으로는 조용히 지시했다.“시연이 집으로 가자.”“네, 형님.”차는 곧장 시연의 집 방향으로 움직였다....시연의 집 앞. 차가 멈췄지만, 유건은 함께 올라가지 않았다. 아직 해가 중천에 있고, 그도 할 일이 있기 때문이었다.그는 조심스럽게 시연의 외투를 여며주며 말했다.“올라가서 좀 쉬어. 이런 날, 혼자 생각만 하면 기분만 더 안 좋아져.”시연은 말없이 유건을 바라봤다. 그 눈빛에 담긴 뜻을, 유건은 바로 읽었다.“우주는 잘 있어. 별산장에 데려다줬거든. 오늘은 많이 피곤하니까... 다음에 같이 보러 가자. 못 믿겠으면... 최 선생님께 연락해서 영상 통화해 봐.”‘그래도... 그 아이를 걱정하는 네 마음, 나도 알아.’시연은 길게 떨리는 속눈썹을 감추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알겠어요.”유건은 그녀가 집 안으로 들어가는 걸 끝까지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607화

    진아는, 스무 해가 넘는 인생에서 단 한 번도 이런 경험이 없었다.이런 경험이라는 것은... 첫 키스. ‘지금 이게 뭐야?’그녀는 숨 쉬는 것조차 잊은 채, 눈을 동그랗게 떴다.그렇게 모든 감각이 멈춰버렸다.‘이거... 꿈인가? 아니면... 악몽?’다행히도, 지하는 그리 오래 키스를 이어가진 않았다.금세 입을 떼었지만, 두 사람의 이마는 여전히 맞닿아 있었다. 남자의 거친 숨결이 진아의 얼굴을 휘감았다.그리고 듣기만 해도 숨 막히는 낮고 거친 목소리.“진성빈이랑... 잔 거야?”진아는 들었다. 하지만 동시에, 듣지 못한 것 같았다. 아니,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뭐라고? 내가 누구랑 뭘 했다고?’“묻잖아.”지하의 손이 진아의 턱을 살짝 더 조였다. 그리고 눈은 얼음처럼 차가웠다.“진성빈이랑 잤어? 어젯밤에? 아니면... 그 전부터?”‘이게 지금, 진짜로 나한테 하는 말이야?’그제야 진아는 머릿속이 새하얘진 상태에서 현실로 끌려 나왔다.그리고 엄청난 수치심과 분노가 뒤늦게 터졌다.“미친...!”진아는 손을 번쩍 들어 지하의 뺨을 그대로 올려 쳤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힘껏.철썩!예상치 못했던 손길에 지하의 고개가 한쪽으로 돌아갔다.“임진아!! 미쳤어?!!”진아의 두 눈엔 눈물이 맺혔고, 금세 투명한 진주처럼 뚝뚝 흘러내렸다.“진짜... 최악이야, 당신이란 사람!”“문 열어! 나 내려야 해! 당장 내려줘!”진아는 문손잡이를 잡고 안간힘을 써 봤지만, 열리지 않았다.“아저씨!! 이 사람이 미친 거예요!! 문 열어달라고요!!”하지만 지하의 명령 없이, 운전기사가 움직일 리 없었다.“임진아!”지하는 진아가 다칠까 봐 뒤에서 그녀를 껴안은 채 두 손을 감싸 안았다.“좀 진정하고, 움직이지 마. 다치면 어쩌려고 그래? 어디 다친 거 아니야? 내가 좀...”“싫어!!”진아는 겁에 질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울부짖었다.“만지지 마! 제발... 제발 그만 좀 해!!”팔이 붙잡혀 있으니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606화

    순간, 유건의 눈빛이 매섭게 가라앉았다. 잘생긴 이목구비에 드리워진 어둠은 말 그대로 ‘폭풍 전야’였다.“귀신이라도 봤어?”“그건 아닌데요.”지한은 고개를 저었지만, 표정은 진짜 귀신이라도 본 사람처럼 굳어 있었다.그리고 안쪽을 가리키며 말했다.“형수님... 주무시고 계십니다.”“자는 게 뭐 어때서?”유건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바로 안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지한이 급히 팔을 잡고 막았다.“형님!”“형수님, 혼자 주무시는 건... 아니에요.”‘뭐...?’유건의 눈이 번쩍 들렸다. 날카롭게 지한을 쏘아보며 낮게 물었다.“누구랑 자는데?”지한은 잠깐 뜸을 들이다가 하나하나 손가락을 접으며 말했다.“우주 도련님, 임진아 씨... 그리고...”말끝을 흐렸지만, 유건은 누구인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진성빈? 설마 지하 이 자식 말이 맞았다고?’그 순간, 유건의 눈앞에 불이 번쩍 켜졌다.‘씨... 진짜 그럴 줄은 몰랐는데...’이성을 붙잡고 있던 마지막 끈이 ‘툭’ 끊어졌다.길고 날렵한 다리를 성큼 내디딘 유건은 말 그대로 번개처럼 안쪽으로 뛰어 들어갔다.“하...”지한은 웃음을 참으며 입꼬리를 비틀었다.‘좋은 말로 하면 안 들어. 형은 꼭 이런 식이야.’“지... 지하 도련님.”민환이 조심스럽게 물었다.“같이... 안 들어가세요?”“가야지.”지하는 어깨를 으쓱이며 따라나섰다.“너희 형님이 질투하는 거 구경하는 게 제일 재밌거든. 이건 못 참지.”유건과 지하는 거의 동시에 테라스 쪽 방으로 들어섰다.그리고 두 사람이 본 풍경은...넓은 소파침대 위, 나란히 누운 네 사람이 곤히 자는 모습이었다.왼쪽부터 우주, 시연, 성빈, 그리고 진아.우주와 시연은 단정하게 담요를 덮고 제법 떨어져 자고 있었다.문제는 성빈과 진아.각자 담요는 있었지만, 두 사람은 마주 보고 누워 있었고, 성빈은 무의식중에 진아를 안고 있었으며, 진아는 그 품에 꼭 파묻혀 있었다.두 사람 모두 너무도 평온한 얼굴로 잠들어 있었다.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605화

    “아야...”진아를 옮겨 눕힌 성빈이 머리를 살짝 흔들며 중얼거렸다.“좀 어지럽네. 뭐지, 이거...”그러고는 진아 옆에 털썩 누워버렸다.“술이 확 돌았나 봐. 좀 누워 있을게.”그 순간, 시연의 눈매가 반짝 빛났다.‘우주 옆은 안 된다더니, 진아 옆은 괜찮다는 거야?’‘그럼... 이건 뭐, 노골적인 배려인가?’“성빈아.”“응?”“요즘은 여자 친구 얘기 안 하네? 설마... 또 헤어졌어?”“푸흐.”성빈은 어이없다는 듯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저었다.“아냐, 저번에 헤어지고 나서 쭉 혼자야. 벌써 얼마나 됐는데.”“그래?”시연은 흥미롭게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왜? 다시 안 사귀는 이유라도 있어?”“딱히... 그냥 이젠 안 끌리더라.”성빈은 팔을 뒤통수 밑에 괴며, 조금 피곤한 듯한 말투로 이어갔다.“연애라는 게... 처음엔 괜찮은데, 조금만 깊어지면 피곤해져. 내가 문제인 거지 뭐. 금방 지치고, 오래 못 가.”‘좋아하는 마음이 부족했겠지.’“흠...”그 옆에서 진아가 작게 코를 훌쩍이며 몸을 말았다.“진아야? 어디 불편해?”성빈은 바로 몸을 일으켜 옆에 있던 담요를 챙겼다. 우주에게 한 장, 그리고 진아에게 한 장 정성스럽게 덮어주었다.‘히터 틀어놨지만, 자다 보면 또 추워질 수 있지.’시연은 그런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다시 대화를 이어갔다.“근데 궁금한데... 너 정말 연애 많이 했잖아. 그럼 도대체 어떤 스타일이 좋은 건데?”성빈은 멈칫하더니,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모르겠어.”순간 눈빛이 허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다들 착하고 괜찮았어. 근데... ‘이 사람이라면 평생 같이 갈 수 있겠다’ 그런 느낌이 안 들었어.”말은 그렇게 했지만, 성빈의 시선은 진아에게 머물러 있었다.진아의 머리끈이 살짝 조여져 있는 걸 보곤,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말없이 고무줄을 빼주었다.찰랑- 길게 풀린 머리가 베개에 흘러내렸다.“뭐 하는 거야?”시연이 슬쩍 웃으며 물었다.“아.”성빈은 자연스럽게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604화

    진아는 눈을 깜빡이며 말끝을 흐렸다.“그냥... 요즘 시험 준비 때문에 조금 힘들어서 그런가 봐.”“그럴 줄 알았어.”성빈은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진아의 팔을 놓았다.“이따 밥 오면, 네 몫까지 두 배로 먹어야 해. 알지?”띵동-그 말을 막 끝내자마자, 현관 초인종이 울렸다.“오! 배달 왔다! 내가 받을게!”성빈은 성큼성큼 현관 쪽으로 향했다.“후...”그가 나가자마자, 진아는 긴 숨을 내쉬며 이마를 문질렀다.그 모습을 본 시연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머금고 진아를 바라봤다.“긴장 풀어. 얼굴 안 빨개졌어. 성빈이는 둔해서 눈치 못 챌 거야.”진아는 화들짝 고개를 들며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근데... 너 어떻게 알았어? 티... 많이 났어?”“아니.”시연은 부드럽게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근데 난 성빈이처럼 눈치 없는 타입은 아니거든.”“시연아...”진아는 시연의 손을 덥석 잡으며 말했다.“절대 말하지 마. 제발. 약속해.”“안 해.”시연은 웃으며 진아의 등을 토닥였다.“말할 거였으면 진작에 했어. 근데 진아야, 너 이렇게 계속 말 안 하면... 성빈이는 평생 몰라.”진아는 입술을 꾹 깨물더니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괜찮아... 나는 성빈이가 날 안 좋아하는 거 알면서도... 나 혼자 좋아하는 거야.” “진아야...”시연은 안타까운 눈빛으로 진아를 바라보았다. 진아의 씩씩한 말투 뒤에 가려진 애정이 너무 뻔히 보였다.진아가 웃어 보이자, 눈꼬리가 살짝 휘어지며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내가 성빈이를 좋아하는 건 내 마음이야. 성빈이는 날 그냥 여자 사람 친구로 생각하지.”“근데 내가 그 얘기 꺼내면, 그 친구마저 사라질 것 같아서 싫어. 그냥 지금 이대로도 좋아.”그 말에 시연은 가슴이 먹먹해졌다. ‘이런 마음을... 얼마나 오래 혼자 안고 있었을까.’그때, 성빈이 음식 봉투를 들고 들어왔다. “왔다!”두 사람의 분위기가 묘하게 가라앉아 있는 걸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뭐야? 무슨 비밀 얘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603화

    무언가를 깨달은 순간, 시연의 눈빛이 순식간에 흔들렸다. 그리고 몸이 저도 모르게 작게 떨렸고, 입술마저 새하얗게 질렸다.‘설마... 진짜 그 이유야?’“당신...”시연의 목소리는 갈라지고 있었다.“당신... 장소미를 살리려고, 날 이렇게까지 몰아붙이는 거예요?”“당신 미래 장인어른의 목숨은 소중하고, 나는... 우리 우주는, 그저 버려도 되는 목숨이에요?”시연의 눈가가 붉어졌고, 울음이 복받쳐 올라왔다.“당신... 예전에 분명히 말했잖아요. 다신 나를 몰아붙이지 않겠다고.”‘맞아... 그땐 그 말을 믿었는데.’유건은 약속을 지켰다. 강제로 함께하자고 하지 않았고, 이혼하자는 말에도 아무 말 없이 수긍했다.그런데 지금, 다시 칼을 쥐고 휘두른 건, 장소미 때문이었다.[시연아.]유건은 그녀의 숨소리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챘다.[너... 지금 떨고 있어? 어디 안 좋아? 추워?]시연은 그의 말이 들리지 않는 듯 허탈한 웃음을 터뜨렸다. ‘역시... G시 고씨 가문의 고유건 대표님... 이 정도쯤은 마음만 먹으면 다 할 수 있지.’“진짜 대단해요. 힘 있는 사람이란 건 이런 거군요...”[시연아, 그런 뜻이 아니야. 난...]“그럼 뭐예요?”시연의 목소리가 커졌다.“그럼 당신, 대체 왜 날 이렇게까지 몰아붙여요? 내가 뭐 그렇게 잘못했는데요?!”유건은 입을 열지 못했다. 진실을 말 할 수 없으니까.‘오선화 교수 말대로... 지금 당장이라도 일을 그만두고 쉬어야 아주 작은 가능성이라도 남겨둘 수 있다고 말 할 순 없어.’ ‘그 말을 지금 시연이에게 하면... 무너질 거야.’‘아이도, 이미 시연의 뱃속에서 꽤 자랐잖아.’ 아무리 생각해도 시연에게 사실을 말하는 건 너무 잔인했다.‘시연이가... 감당할 수 없을지도 몰라.’“하...”자조 섞인 웃음을 흘리자, 시연은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찌르는 듯한 통증이 올라왔다. “내가 바보였어요. 이런 전화... 걸질 말았어야 했는데...”‘한마디만 하면... 이 사람이 풀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602화

    “교수님.”시연은 당연히 무슨 업무 지시일 거라 생각하며 조용히 문을 닫고 다가섰다.“앉아.”양석현은 손짓으로 자리를 권하며 시연을 위아래로 찬찬히 살폈다.“아직도 컨디션 안 좋을 텐데, 벌써 출근한 거야?”“괜찮아요.”시연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미소 지었다.“감기 기운 조금 있었을 뿐이에요.”“음...”양석현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어딘가 말을 꺼내기 어려운 표정이었다.그러다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이제 임신 후기가 됐잖니. 그냥... 이번 기회에 병가 좀 길게 쓰고, 출산하고 회복될 때까지 쉬는 게 어때?”“네?!”시연은 놀란 눈으로 양석현을 바라봤다.‘갑자기 왜 이런 얘기를...?’그동안 양 교수는 누구보다 그녀의 업무 능력을 신뢰하고, 임신 중에도 특별 대우 없이 똑같이 대해줬던 사람이었다. ‘무슨 일이 생긴 걸까?’“교수님... 저는 정말 괜찮아요. 이전에 선배 선생님들도 다 출산 직전까지 근무하셨어요.”“알아.”하지만 이번엔 양석현이 단호했다.“그렇지만, 지금은 상황이 좀 다르다고 판단했어. 시연아, 그냥 내 말 듣고 이번엔 좀 쉬어.”시연의 눈빛이 점점 날카로워졌다. ‘이상해. 무조건 쉬라니... 무슨 이유가 있는 게 분명해.’“교수님, 무슨 일 있었나요? 저에 대한 안 좋은 얘기라도 들으신 거예요?” 양석현은 깊게 숨을 들이쉬곤, 조심스레 말했다.“병원 고위층에서 직접 전화가 왔어. 네가 당분간 병가 쓰게 해달라고 하더구나.”“네...?”시연은 눈이 휘둥그레졌다.‘병원 고위층...? 갑자기 왜 그런 명령이...?’“교수님... 이번엔 또 누가 뭐라고 한 건가요?”“그런 건 아니고...”양석현은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별다른 설명은 없었어. 그냥 병원 측에서 종합적으로 판단한 거라고만 했어.”‘종합적인 판단...? ‘내가 그런 대우를 받을 만한 사람인가?’시연은 한순간 숨이 턱 막혔다. ‘나는... 그냥 평범한 레지던트일 뿐인데...’‘병원 고위층이 나서서 병가를 밀어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601화

    VIP 병실 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의사들과 간호사들이 분주하게 들락날락했고, 장미리와 장소미는 병실 밖으로 내보내졌다. 문이 닫히고 나서야 안쪽에선 응급처치가 시작됐다.“유건 씨...!”유건이 복도에 모습을 드러내자, 장소미는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그녀는 그대로 유건에게 달려들어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무서워요... 아빠가... 아빠가 이대로 못 일어나시면 어쩌죠... 흐윽...”유건은 소미의 어깨를 조용히 토닥였다. “의사 선생님들이 최선을 다하고 계셔. 너무 걱정하지 말고...”하지만 위로의 말을 끝내기도 전, 유건의 시선은 복도 반대편에서 막 도착한 사람에게 향했다. 시연이었다. 유건은 반사적으로 손을 들었다가, 소미를 떼어내지 못하고 그대로 굳었다. ‘지금... 내가 장소미를 뿌리치면... 더 무너질 거야.’‘하지만... 시연이 앞에서 이러는 건...’시연은 그런 모습을 담담한 눈빛으로 바라보다가 이내 조용히 시선을 피했다. ‘이제 놀랍지도 않아. 저런 장면, 처음도 아니니까.’“지시연!”갑자기 장미리가 시연을 발견하곤 발걸음을 재촉해 다가왔다.“지시연! 도대체 뭐가 문제야?! 네 아버지가 지금 안에서 저러고 있는데, 왜 이러고만 있는 거야?!”장미리는 시연의 손을 거칠게 움켜쥐었다.“돈이 필요하니? 얼마든지 줄게. 필요한 게 얼마든 말만 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다 해줄게!”손을 너무 세게 잡힌 바람에 시연은 얼굴을 살짝 찡그리며 말했다.“놓으세요.”하지만 장미리는 놓지 않았다. ‘이 사람... 정말 절박하구나.’ ‘그 정도로... ‘그 사람’ 상태가 심각한 거야?’“맞다... 너 돈은 안 부족하지? 고씨 기문 며느리인데, 뭐가 부족하겠어?”장미리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원하는 게 뭐야? 말만 해! 내가 무릎이라도 꿇을게. 네 엄마 묘를 원래 자리로 돌리자는 거야? 아니면 내가 너한테 사과하길 바라는 거야? 뭐든지 해줄게...”시연은 아무 말 없이 서 있었고, 어떤 감정도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600화

    ‘생명이 장담 못 할 수도 있다니...’유건은 상상도 못 했던 진실이었다. ‘어쩌다... 이렇게까지 된 거야?’ 유건의 눈매엔 서리가 맺힌 듯 차가운 빛이 감돌았다. 그리고 턱선은 단단히 굳었고, 두 손은 무의식중에 꽉 쥐어져 있었다.‘결국, 내가 시연이를 제대로 못 챙겼구나...’그 순간, 오선화가 조용히 말을 이었다.“사실 전에 사모님께 말씀드린 적 있어요. 일 그만두고 푹 쉬시라고요. 아무것도 하지 말고, 태아랑 본인만 생각하시라고요. 그랬으면 상황이 조금 나아졌을 수도 있었어요. 근데... 사모님이 거절하셨죠.”‘왜 거절했어? 시연아.’유건은 더 이해가 안 됐다.그때, 안쪽 진료실에서 문 여는 소리가 들렸다. 오선화가 바로 유건 쪽을 향해 조용히 일렀다.“고 대표님, 사모님 나오십니다.”유건은 깊은 숨을 들이쉰 뒤, 표정을 최대한 평정심 있게 정리하고는 자연스럽게 시연 앞으로 다가갔다.“다 끝났어. 오선화 교수님이 그러는데, 특별한 건 없대.”시연은 잔뜩 찌푸렸던 미간을 살짝 펴며 말했다.“그래서 괜찮다고 했잖아요. 굳이 병원까지 올 필요는 없다고요.”하지만 속으론 안도하고 있었다. ‘다행이다... 정말 괜찮아서...’“조심해서 나쁠 건 없지.”유건은 조심스레 시연의 팔을 감싸며 말했다.“가자. 오선화 교수님께 인사드리고 가자.”“교수님, 수고하셨어요.”“두 분, 안녕히 가세요.”...돌아가는 길. 차 안은 무겁도록 조용했다. 유건은 말없이 운전대를 잡은 채 한마디 말도 하지 않았다.그저 묵묵히, 시연을 집으로 데려가는 중이었다.도착하자, 먼저 내린 그는 시연 쪽으로 돌아와 문을 열어주었다.시연은 남자의 얼굴을 힐끔 보았는데, 표정은 어둡고, 눈빛엔 깊은 생각이 깃들어 있었다.‘뭐야... 분위기가 왜 이래. 장소미랑 문제 생긴 거야?’ ‘혹시... 또 안 좋은 소식 들은 건가?’시연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나 혼자 올라가도 돼요. 오늘 밤, 내가 시간을 뺏었잖아요.”그 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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