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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9화

Author: 임공
문자를 보냈지만, 답장은 오지 않았다.

‘아, 바쁘구나.’

시연은 그렇게 생각했다. 결국 스르르 밀려드는 졸음을 버티지 못하고 잠들었다.

전날 낮잠을 너무 오래 잔 탓일까...

다음 날 아침, 시연은 이른 시간에 눈을 떴다.

그녀는 옷을 갈아입고 조용히 고상훈 회장이 있는 쪽으로 향했다.

고상훈은 이미 마당의 의자에 앉아 있었다. 원래 잠이 적은 사람이니까.

“할아버지.”

시연은 살짝 웃으며 다가갔다.

“좋은 아침이에요.”

“그래, 그래.”

고상훈은 인자한 미소로 고개를 끄덕였다.

“조이 데리러 왔구나? 그 애는 나보다 늦잠인데, 깨우지 마.”

그리고 손짓으로 시연을 옆자리로 부르며 말했다.

“와서 잠깐 앉아.”

“네.”

시연은 얌전히 자리에 앉았다.

고상훈은 손수 차를 우리는 중이었다.

“차 마실 줄 아나?”

“잘 몰라요. 그냥 아무렇게나 마셔요.”

“하하하.”

고상훈은 소리 내어 웃었다.

“그거면 됐지, 뭘 더 바라나. 나도 그래.”

그는 찻잔을 건네며 말했다.

“조금만 마셔봐.”

“감사합니다.”

잠시 후, 하나둘씩 고상훈한테 인사를 드리러 어른들이 모여들었다.

대부분 고씨 집안 어른들이었는데, 시연은 민망해서 자리를 살짝 피해 섰다.

그때 마침 조이가 깨어났다.

시연은 조이의 방으로 가 아이의 매무새를 정리해 줬고, 머리를 다 묶어주고 나니, 아이 돌보미 오수자가 방으로 들어왔다.

“지 선생님, 어르신께서 조이 데리고 오라 하세요. 식사하시겠대요.”

“네, 곧 갈게요.”

조이를 안고 거실로 나서자, 왁자지껄하던 대화 소리가 순식간에 잦아들었다.

모든 시선이 시연과 조이에게 쏠렸다.

어떤 이들은 시연을 알아보았고, 어떤 이들은 잠깐 머뭇거리며 기억을 더듬었다.

하지만 누구도 섣불리 말을 걸지는 않았다.

“시연, 이리 오너라.”

고상훈이 손짓했다.

“증조할아버지!”

조이는 반짝이는 눈으로 팔을 뻗었다.

통통한 두 팔이 허우적거리며 앞으로 쏠렸다.

“배고파요! 밥!”

“그래, 그래.”

고상훈은 눈이 사라지도록 웃으며 말했다.

“다 준비해 뒀지. 증조할아버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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