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을 먹고 간단한 아침을 먹은 뒤, 유시아는 가까운 ATM기로 가서 돈을 찾았다.다행히도 임재욱이 그녀의 카드를 정지시킬 만큼 미친 것은 아니었다. 덕분에 그녀는 지금 빈털터리가 되진 않았다.돈을 찾고 관리사무소에 가서 각종 비용을 냈다. 점심쯤 그녀의 집에 물과 전기가 모두 연결되었다.유시아는 오후에 집을 구석구석 청소했다. 먼지가 쌓인 아버지의 초상화를 깨끗하게 닦아서 거실 테이블에 올려놓고 아버지에게 말했다.“나 꼭 잘 살아갈게요.”집은 다시 깨끗하고 밝아졌고 유시아의 기분도 훨씬 좋아졌다. 내일은 아버지가 좋아하던 꽃 화분을 두 개를 사서 아버지의 초상화 옆에 놓을 계획을 세웠다.그녀는 자기 노트북을 켜고 인터넷 쇼핑몰에 로그인하고 사고 싶은 것을 사려고 했다.감옥에서 가져온 물건은 그녀의 핸드폰을 포함해서 일상 생활용품이었고 모든 것은 다 임재욱 집에 있었다. 이번 생에는 다시 가져올 가능성이 없었기에 스스로 새것을 사려고 했다.장바구니를 클릭하니 안에는 그녀가 미처 사지 못했던 치마가 여러 개 있었다. 대부분 밝은 컬러이거나 작은 꽃무늬가 있는 원피스들이었다.사실 그녀는 이런 밝은 컬러와 꽃무늬를 전혀 좋아하지 않았다.그녀는 오히려 강렬하고 화려한 컬러인 버건디 컬러를 선호했다.예전에 대학 캠퍼스에서 매일 단정하고 숙녀처럼 입었던 옷은 모두 임재욱이 그런 스타일을 좋아했기 때문이다.그녀는 그의 취향을 알아내기 위해 그의 친구에게 공을 들였고 알아낸 정보대로 그가 좋아할 만한 스타일로 자기를 꾸미고 다녔다. 그가 좋아하는 옷을 입고 그가 좋아하는 음식을 먹었다.그녀는 그가 좋아하는 모습으로 살아가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하면 그가 감동하고 자기를 사랑하게 될 줄 알았다.하지만 그것은 그녀가 스스로 감동을 줄 뿐이었고 지금도 그녀는 자신을 불쌍히 여기는 유일한 사람이었다.임재욱의 마음속에는 신서현밖에 없었고 유시아의 외모 변화로 그녀를 다르게 보지 않았다. 심지어 그녀가 따라 배운 걸음걸이를 비웃었다.유시아는 쓴웃음을 지으며
소현우는 미소를 지었다.“어머니가 강아지를 무서워해요. 구름이는 주로 내 개인 아파트에서 키우고 있어요. 이번에는 출장하고 도우미분의 휴가가 겹쳐서요. 펫샵도 있긴 한데 거기 환경이 걱정돼서요. 감염될 수도 있고. 그래서 시아 씨한테 물어보는 거예요.”“그래요. 그럼.”유시아는 대답하며 그의 손에서 구름이를 안아 들었다.“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구름이 잘 돌보고 있을게요.”소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믿어요.”말을 마치고 그는 옷 속에서 명함을 한 장 꺼내 건네주었다.“이거 받아요.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해요.”유시아는 대답했다.“네.”“그럼, 난 가볼게요. 잘 있어요.”소현우는 그녀를 향해 손을 저으며 차를 운전해서 동네를 빠져나갔다.유시아는 고개를 숙이고 켄넬 안에 있는 작은 생명체를 바라보았다. 맑은 눈을 뜨고 자기를 올려다보는 모습에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웠다.그녀는 강아지를 보며 웃다가 갑자기 작은 동물과 가까워지는 것이 사람을 사귀는 것보다 쉽다는 생각이 들었다.구름이를 안고 집에 돌아온 유시아는 얼른 구름이를 켄넬에서 꺼내어 우유를 주고 자유롭게 집안을 돌아다니게 해주었다. 그녀는 신이 나서 스케치북을 꺼내 구름이의 모습을 그렸다.작은 녀석이 새로운 환경에 오니 장난을 쳤다. 온 집안을 여기저기 뛰어다니기도 하고 때로는 소파에 올랐다가 창틀에 뛰어오르기도 했다. 구름이의 존재로 유시아의 작은 집에 생기가 더해졌다.하지만 즐거움은 늘 슬픔을 낳는다.저녁이 되자 녀석은 조금 지쳤는지 코가 건조하게 갈라져 물기가 한 방울도 없었고 울음소리도 또렷하지 못했다. 아픈 것이 분명했다.유시아는 구름이가 아플까 봐 긴장했다. 그녀는 옷을 바꿔입고 구름이를 안고 동물병원으로 갔다.시간이 늦어 동네에 있는 동물병원은 이미 문을 닫았다. 유시아는 어쩔 수 없이 택시를 타고 기사님에게 네비로 가장 가까운 동물병원으로 가달라고 했다.구름이는 그녀가 긴장한 것을 눈치챘는지 혀를 빼꼼 내밀고 그녀의 손등을 핥으며
정유라는 어두운 밤거리를 서둘러 떠나는 여자의 모습을 바라보며 말했다.“저 사람, 유시아 같은데...”이 말을 들은 임재욱은 고개를 돌려 한번 바라보며 물었다.“그래요?”“조금 비슷한 것 같아요.”정유라는 가늘게 눈을 뜨며 속으로 날짜를 계산하더니 말했다.“만약 다른 죄를 더 지어 가중처벌 받지 않았다면 이미 출소했겠네요?”유시아라는 여자에 대한 기억이 정유라는 강하게 남아 있었다.당시 임재욱이 임씨 집안에서 주는 모든 것을 포기하면서까지 그 여자와 결혼하겠다고 해서 임재욱의 할아버지께서 끝내 허락을 해주었지만, 임재욱은 결국 결혼식 현장에서 유시아를 감옥에 넣고 빠르게 이혼했다.이 남자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남자였다.알 수 없기에 두려웠다.그래서 유시아를 떠올리면 정유라는 동정심을 느꼈다.정유라는 입을 닫고 침묵했다.그는 그녀에게 더 말하기 귀찮았지만, 할아버지께서 그를 위해 정해주신 약혼녀이기에 그녀에게 밉보일 수 없었다.차가 정씨 가문 저택 앞에 도착했고 정유라는 차에서 내렸다. 임재욱은 뒷좌석에 기대어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유시아 집으로 가.”그는 쉽게 문을 열고 들어왔지만, 유시아는 아직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하지만 집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고 거실에는 유시아의 스케치북이 놓여 있었다. 그림의 첫 페이지에는 강아지가 그려져 있었다.유시아는 한때 유망한 미대생이었다. 그녀는 한동안 매일 임재욱을 쫓아다녔다.“재욱 오빠, 내 모델 좀 해주면 안 돼요? 내가 멋있게 그려 줄게요.”그는 매달리는 그녀가 조금 귀찮았다.“유시아, 귀찮게 하지 마.”“모델 해주겠다고 하면 내가 멋있게 그려주고 2주 동안은 귀찮게 안 할게요. 네?”그는 경멸하는 눈빛으로 그녀를 한 번 노려본 뒤 남학생 기숙사 문으로 들어갔다.유리문에 비친 그는 유시아가 등 뒤에서 그를 향해 웃긴 표정을 짓고 도망하는 것을 보았다. 다음날 그녀는 그의 룸메이트를 통해 그림 한 장을 전해 주었다. 그림 속의 소년은 임재욱과 매우 닮아 있었는
그는 유시아를 보고 눈을 치켜올리며 말했다.“그 개는 어디서 났어?”유시아는 고개를 숙이고 구름이를 한번 바라보며 말했다.“친구가 맡아 달라고 했어요.”“친구?”임재욱은 눈썹을 살짝 꿈틀거리며 말했다.“소현우?”유시아는 얼굴이 창백해졌다.“어떻게 알았어요?”‘그가 어떻게 알았지? 하긴 어떻게 그가 모를 수 있을까?”출소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남자들이 그녀의 주위를 맴돌았다. 차를 몰고 문 앞을 막거나 강아지를 주려고 오거나. 그녀는 여기저기 흘리고 다니는 쉬운 여자일 뿐이다. 신서현의 털끝도 따로 올 수 없다.“이제부터 소현우하고 자주 만나지 마. 그리고...”임재욱은 차갑게 웃었다.“유시아, 네가 돈 많은 남자를 찾았다고 해서 나를 벗어 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을 하는 거야. 알겠어?”유시아는 그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걱정하지 마요. 우리 둘 사이 문제에 다른 사람은 절대로 끌어들이지 않을 거니깐.”유시아는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은 일에 책임을 지는 기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내가 하기 싫은 일은 남에게도 시키지 말아야 한다.이것이 그녀가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한테서 받은 가르침이었다.그녀는 말하면서 구름이를 바닥에 내려놓고 작은 담요를 따뜻하게 깔아 주었다. 그녀의 다정한 행동과 부드러운 눈빛은 마치 아이를 돌보는 것 같았다.구름이를 다 챙기고 그녀는 몸을 일으켰다.“임재욱 씨, 내 얼굴 아직 질리지 않았어요?”아무리 자기가 좋아하는 일이라도 너무 자주 하면 질리기 마련이다.그녀는 감옥에 있었을 때 이를 바득바득 갈며 그를 미워했지만, 나중에는 미워하는 것도 지쳐서 스스로 마음을 내려놓았다.“임재욱 씨...”그녀는 부드럽게 물었다.“언제 나한테 질릴 예정이에요? 증오도 괴롭힘도 모두 신물이 날 정도로 말이에요.”임재욱은 그녀의 말을 듣고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며 쓴웃음을 지었다.“예전에 넌 내가 널 지겨워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어?”특히 그가 그녀와 만나기 시작할 때
사실 그러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감히 어떻게 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유시아는 정말 다시는 이 독하기 짝이 없는 남자를 건드리지 않을 것이라고 맹세했다.만약 애초에 그를 사랑하지 않았더라면, 누명을 쓰고 감옥에 들어갔더라도 최소한 자신의 마음은 지킬 수 있었을 텐데, 지금처럼 이렇게 망신은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유시아가 사람 보는 눈이 없어 벌어진 일이었기에 그 누구도 탓할 수 없었고 그저 앞으로는 자신의 마음을 지키려고 노력할 수밖에 없었다.임재욱은 미간 사이를 눌렀다. 지금 보니 유시아는 지난 3년 동안 감옥에서 똑똑함을 많이 배운 것 같았다. 적어도 예전에 그녀가 얼마나 우스꽝스러웠는지 알지 않았는가.그때의 유시아는 수업 시간에 그림을 배우는 것 외에는 항상 임재욱의 뒤를 졸졸 따라다녔고 영원히 지칠 줄 모르는 행성처럼 영원히 임재욱이라는 태양의 주위를 맴돌았다.임재욱이 유시아에게 소리치고 호통을 치며 그녀를 하찮게 대해도 유시아는 항상 그에게 익살스러운 표정을 하고는 말없이 물러갔다.하루 이틀 지나면 이런 상황은 계속 반복되었다.마치 유시아의 대학 생활에는 임재욱만 있는 것 같았다!한때 자신을 깊이 사랑했던 여자에게 복수해서는 안 되지만, 만약 유시아가 유병철의 딸이라면, 말이 달라진다.임재욱과 신서현의 일은 원래 그 아무도 몰랐다.어쨌든, 그때의 임재욱은 그저 평범한 대학생이었을 뿐이고 마침 다니는 대학교에서 멀지 않은 시내에는 일 년 내내 영화 제작진들이 주둔하여 영화를 촬영하고 있는 촬영장이 있었다.겨울과 여름 방학 때마다 임재욱은 그곳에서 단역으로 아르바이트하며 생활비와 등록금을 마련했다. 뛰어난 외모 덕분에 감독은 그에게 신서현과 가까이서 호흡을 맞출 기회를 줬다.그때, 신서현은 이미 배우들 사이에서 떠오르는 샛별이었기에 유명세를 타고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이들은 몰래 교제하며 모든 파파라치의 눈을 피했지만 유독 유병철의 눈만은 피하지 못했다.유병철은 한때 업계에서 워낙 유명했던 스턴트맨이었는데, 심송학에
목격자의 진술에 의하면, 현장은 매우 처참하고 무서웠다고 한다.그날 TH 빌딩의 CCTV는 인위적으로 파괴되어 아무런 영상도 남지 않았지만, 신서현은 꽤 유명한 신인배우였기에 이 일은 사회의 광범위한 주목을 받았고 결코 시간이 지나도 묻힐 수 없는 사건이 되었다. 인터넷에는 네티즌들의 추측이 분분했고, 경찰은 신서현과 연관된 거의 모든 사람을 샅샅이 조사했다.3일 후, 유병철은 직접 경찰서에 전화를 걸어 자수했다!경찰이 유병철을 체포하러 왔을 때, 그는 이미 수면제를 먹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뒤였다!영악하고 이기적인 남자는 스스로 가장 편안한 죽음을 택했고 비겁하게 흰색 알약으로 자신에게 내려질 정의의 심판을 피했다.옛말에 아버지의 빚은 자식이 갚는다는 말이 있듯이 유시아가 자기 아버지를 대신해 못다 한 죗값을 마저 치르게 하는 것이 큰 잘못은 아닌 것 같았다. 게다가, 유병철이 그렇게 한 것도 유시아를 위해서였으니, 그녀는 기득권자로서 이 일에 전혀 연관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없었다!임재욱이 떠날 생각이 없는 것 같아, 유시아는 화장실로 갔다.일반 가정집의 욕실이었기에 별장처럼 넓고 호화로운 욕조는 없었고 샤워기만 있었다. 물을 덥히고 욕실에서 나왔을 때, 임재욱은 소파에 앉아 있었지만, 시선은 테이블 위에 놓인 유병철의 영정사진에 고정되어 있었다.순간 당황한 유시아는 임재욱이 자기 아버지의 영정사진에 무슨 짓을 할까 봐 빠른 걸음으로 그에게 다가갔다.“대표님...”임재욱은 얼굴을 돌려 유시아의 팔을 잡아당겼고 그녀를 소파에 내동댕이쳤다. 방금 그의 일련의 동작은 과격하고 속도가 빨랐기에 유시아는 속수무책이었고 머리가 어지러워 한동안 말도 하지 못했다. 임재욱은 이미 유시아의 몸 위로 올라타 살짝 그녀의 몸을 짓누르고 있었는데, 야릇한 분위기가 흘렀고 천이 찢어지는 소리가 났다.구름이는 놀란 듯 돗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들을 향해 몇 번 짖었지만 아무도 반응을 해주지 않았다.가슴에 차가운 공기가 느껴지자, 유시아는 온몸을 떨었다.“대표
예전에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땅이 두꺼운 줄 몰라 임재욱을 애타게 추구하던 유시아는 이미 그때의 화려하고 번화한 결혼식장에서 죽었다.사랑이라는 것은 애초부터 서로 오고 가는 것이 아니었다.유시아는 3년간의 옥살이를 통해 자신을 철저히 돌아보았고, 스스로 잘못된 점을 발견하고 고치려고 노력했다!임재욱은 유시아에게 조금도 정을 주지 않았고 이리저리 구워삶기만 하였으며 그에게 있어서 유시아는 마치 더럽고 구겨진 걸레와도 같아 그녀 자신마저도 참을 수 없을 만큼 불쾌할 정도였다.사람만 죽이면 끝인데, 임재욱은 유시아를 살려두었고 천천히 그의 고문과 수모 속에서 고통을 느끼게 했다!한참 후, 유시아의 의식은 점차 흐려졌다.임재욱은 눈살을 찌푸렸고 눈가에 눈물 자국이 남아 있는 유시아를 보고 있으니, 그녀가 정말로 억울해하는 것 같았다. 임재욱은 천천히 유시아의 몸에서 일어나 앉았고, 닥치는 대로 땅에서 자기 외투를 주워 그녀에게 덮어주고는, 담배에 불을 붙여 유유히 한 모금을 빨았다.담배 한 대를 다 피울 무렵, 임재욱은 일어나 유병철의 영정사진을 향해 걸어갔다.‘애초에 네가 왜 서현이를 죽였는지, 네 딸을 위해서였는지, 아니면 내가 모르는 다른 이유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이 이렇게 된 이상, 난 네 딸이 네가 과거에 저지른 잘못에 대해 책임지게 하는 건 잘못된 게 아니라고 생각해! 유병철, 만약 내가 원망스럽다면 너 자신부터 탓해. 결코 건드리면 안 되는 여자를 건드린 너 자신을 원망하라고!’임재욱은 입술을 깨물었고 눈빛은 서서히 어두워졌다!소현우는 일주일 만에 정운시로 돌아왔다.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소현우는 유시아에게 전화를 걸어 구름이에 관해 물었다.유시아는 조금 마음에 찔렸는데, 구름이는 그녀의 집에 온 첫날 밤에 몸이 아팠을 뿐만 아니라, 보여서는 안 되는 장면까지 보여 구름이를 잘 돌보지 못했다고 생각했다.다행히도 구름이는 말을 할 줄 아는 앵무새가 아닌 강아지였고 그렇지 않으면 유시아는 소현우를 볼 면목이 없었다.유시아는 구름이
사람은 결국 집단생활을 하는 동물이었기에 혼자 외로워하는 것보다 두 사람이 같이 있는 것이 더 나았다.유시아는 끝내 소현우의 권유를 거절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여 차 안으로 들어가 앉았다.소현우는 유시아를 데리고 매우 우아하게 장식된 레스토랑에 갔는데, 지배인이 직접 나와 그를 맞이하는 것을 보면 그는 이곳의 단골손님인 것이 분명했다.“대표님, 오셨습니까...”지배인은 잠시 유시아를 쳐다보다가 이내 미소를 지으며 그들을 창가 근처의 자리로 안내했다.“친구와 함께 식사하러 오셨군요. 마침 오늘 프랑스에서 건너온 블랙 트러블이 있는데, 미용에도 좋고 몸에도 좋고, 참 잘 오셨어요!”소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럼 하나 시키죠.”말하면서 소현우는 메뉴판을 받아 자신이 자주 먹는 요리를 몇 개 주문하고는 다시 메뉴판을 유시아에게로 돌렸다.“뭐 먹고 싶어?”유시아는 주문하지 않았고 이내 입을 열었다.“이미 많이 주문했잖아요. 우리 둘이 먹기에는 충분해요. 음식을 낭비는 건 좋지 않으니깐요.”“좋아.”소현우는 들고 있던 메뉴판을 옆에 있던 지배인에게 건네며 말했다.“그럼, 이것만 먼저 주문할게요!”이 집 레스토랑은 음식이 섬세하고 담백하게 맛있어서 위가 좋지 않은 유시아와 같은 사람에게는 매우 적합했다.유시아는 너무 맛있게 먹어서 자기 모습이 어떻게 보이는지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우연히 고개를 들자 조리 있게 먹는 소현우의 모습을 보고는 갑자기 얼굴이 뜨거워 났다. 감옥에서는 끼니마다 엄격한 시간제한이 있었는데, 그 시간 내에 다 먹지 못하면 더는 먹을 수 없어 배를 쫄쫄 굶어야 했고 그 상태에서 동료들과 함께 재봉틀을 밟거나, 간단한 손가방을 만드는 일을 해야 했다.시작하면 늦은 밤중까지 해야 했기에 배가 너무 고파 위가 자주 아프곤 했다.유시아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거쳐서야 자기 식사 속도를 올릴 수 있었고, 한순간도 느긋하면 안 되었다.마치 감옥살이를 한 사람은 뼛속까지 비천한 흔적을 지녔고,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영원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