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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저희 일에 대해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유시아는 그의 말을 가로막았다.

“게다가 저희 둘 사이의 일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해요.”

제일 중요한 것은 임재욱이 현재 임씨 그룹의 대표라는 점이다. 대우 그룹은 정운시에 뿌리내린 지 오래되었고 그 뿌리가 든든해서 심송학 삼촌조차 상대할 수 없었기에 더 이상 그녀의 일에 관여하지 않았다. 그런데 유시아가 어떻게 소현우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을까?

소씨 가문이 파산 위기를 겪은 후, 현재의 영광을 되찾은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기에 유시아는 자기 일로 그들에게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

특히 소현우처럼 온화하고 친절한 사람을 힘들게 할 순 없었다.

소현우는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무 일도 없어요. 클럽에서 절 위해 해주신 일만으로 아주 고맙습니다.”

유시아는 그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화제를 바꾸었다.

“더 이상 제 일에 간섭하지 마세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살짝 고개를 끄덕인 뒤 재빨리 길 반대편으로 걸어갔다.

그녀는 먼저 약국을 찾아 들어가 카운터 앞에서 한참을 서성이고 있었다. 약사가 무엇을 찾는지 묻자, 그녀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 사후 피임약을 사고 싶은데요.”

이런 것을 직접 사지 않더라도 임재욱이 조만간 그녀에게 사다 줄 것이었다.

그러나 그가 약을 가져다주길 기다리느니 직접 사서 먹고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키고 싶었다. 그리고 임재욱에게도 알려주고 싶었다.

지금 그녀는 그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더 이상 그의 아이를 갖고 싶지 않다고.

약사는 그녀를 잠시 쳐다보다가 머뭇거리며 유리 상자에서 약을 꺼냈지만 내려놓지 않고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저기 혹시 그... 유병철의 딸?”

당시 유시아의 화려한 결혼은 모든 사람의 이목을 집중시켰고 언론에서도 이를 보도했다.

살인자의 딸이라도 당당하게 재벌 집에 시집가는 운 좋은 인생이었다.

물론 결말은 비극적이었다.

유시아는 잠시 놀랐다가 고개를 끄덕이고 한 글자씩 뱉어냈다.

“유병철 씨는 제 아버지입니다. 전 친딸이고요.”

약사는 입을 삐죽이며 조롱하는 말투로 말했다.

“그렇다면 참 대단한 사람이네.”

“그래서 약은 안 팔 건가요?”

약사는 마치 허공에 주먹을 휘두르는 것처럼 화를 내며 약상자를 그녀에게 던졌다.

“결제하세요.”

유시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계산하고 돌아섰다.

방금 약사가 그녀의 등 뒤에 대고 침을 뱉었다.

“살인자의 딸은 감옥에 가야 마땅해. 이게 정의가 살아 있는 거지. 꼴 보기 좋네. 감옥에서 나와 몸 팔고 다니나 보지? 너무 저질스러워, 아주 뻔뻔해.”

목소리는 작지도 크지도 않았기에 문을 열고 나가려던 유시아는 모두 들을 수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유시아를 들으라고 말한 것이었다. 약사는 신서현의 골수팬이었다.

그녀는 잠시 쓴웃음을 지으며 앞으로 걸어갔다.

아빠는 신서현을 죽였다. 이것은 이미 법의 심판을 받은 일이었고 그녀도 변명하지 않았다. 그녀는 이것 때문에 겪은 수모들을 모두 감수했다.

선생님은 어렸을 때부터 그녀에게 무슨 일을 하든 그에 따른 결과는 자기가 감수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그녀는 아버지의 딸로 아버지의 사랑을 받았기에 아버지가 남긴 죄도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녀가 친딸인 이상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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