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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7화

Penulis: 금소
하도진은 미간을 찌푸린 채 걸음을 멈췄다. 사람들은 숨소리마저 죽이고 모두 하도진만 바라봤다.

고은율은 눈가가 빨갛게 젖어 있었다. 고은율은 하도진의 손바닥에서 천천히 손을 빼내더니 옆에 선 하도진을 올려다보며 억지로 웃음을 걸었다. 진주알 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괜찮아. 나 혼자서 있으면 돼.”

민하윤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민하윤이야말로 이 자리에서 가장 쓸모없는 외부인 같았다. 민하윤은 남편 하도진과 다른 여자가 쉽게 떨어지지 못하고 엉켜 있는 모습을, 그저 조용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고은율은 서둘러 몸을 돌려 어른들 앞에 허리를 숙였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폐 끼쳐서 죄송해요.”

그 말을 끝내자마자 고은율은 도망치듯 현관 쪽으로 빠져나갔다.

하도진은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 하도진은 고은율의 온기가 아직 남아 있는 손바닥을 내려다보다가 천천히 뒤돌아섰다. 하도진의 시선이 식탁을 한 바퀴 훑고 지나가더니, 끝내 민하윤에게 꽂혔다. 하도진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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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485화

    민하윤은 그때 형편이 무척 가난했다.대학에 붙은 뒤로는 민씨 가문과 거의 인연을 끊고 살다시피 했고 이른바 친부모라는 사람들은 민하윤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민하윤은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학업을 이어 갔다.수업을 듣는 와중에도 일을 몇 개씩이나 함께 했다.그때는 돈이 너무도 절실했다.등록금, 생활비, 양아버지의 병원비, 그리고 간병인 서정아의 월급까지 챙겨야 했다.그 모든 것이 산처럼 민하윤의 위에 얹혀 있었다.그런 연애소설을 읽으며 민하윤은 그때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좋아. 그럼 나중에는 아주 많은 돈을 가진 남자와 결혼하면 되지. 사랑 같은 건 잡히지도 않는 허상일 뿐이니까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겠지.’하지만 민하윤은 몇 년 뒤 자신이 모두의 부러움을 사는 하도진의 아내가 되고 운 좋은 결혼 한 번으로 모든 삶이 바뀔 줄은 꿈에도 몰랐다.그런데 정작 그렇게 되고 나니 민하윤은 많은 돈에는 더 이상 집착하지 않게 됐다.오히려 정말로 원하게 된 건 아주 많은 사랑이었다.사람이란 늘 그런 법이었다.남의 떡이 더 커 보이고 손에 넣지 못한 것이 늘 가장 좋아 보인다.민하윤은 잠시 멍해졌다.콧잔등이 시큰해졌고 그 시절의 막막함이 떠오르자 눈가가 순식간에 붉어졌다.하도진은 담담한 얼굴로 민하윤보다 먼저 손을 뻗어 뺨 위의 눈물을 닦아 내며 물었다.“네가 진짜 원하는 게 뭔데?”“메헤...”“응?”하도진은 몇 초 멍하니 있다가 어이없다는 얼굴로 물었다.“갑자기 왜 양 울음소리를 내는 거야?”민하윤은 빵 터질 뻔했다.조금 전까지 가슴을 짓누르던 먹먹함도 단번에 걷혀 버렸다.곰곰이 생각해 보니 하도진을 탓할 일도 아니었다.서른넷 먹은 남자가 이런 유머에 익숙할 리 없었다.“그냥 애교 섞인 추임새 같은 거라고 생각하시면 돼요.”민하윤은 애써 설명했다.“난 그저 양이 우는 소리 같은데?”하도진은 여전히 이해 못 하겠다는 얼굴이었다.그러던 하도진은 갑자기 몸을 숙여 그대로 민하윤을 눌렀다.그 순간, 공기가 순식간에 뜨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484화

    “그게 왜 문제야?”하도진은 당황한 듯 눈을 깜빡였고 도무지 감을 잡지 못한 얼굴이었다.“여자들은 원래 다 명품 가방이랑 다이아몬드나 보석을 좋아하는 거 아니야?”하도진은 정말 뭐가 문제인지 몰랐다.하도진이 속한 세계에서는 재벌 가문의 아가씨들이든 사모님들이든 체면을 세우기 위한 명품쯤은 기본이었다.민하윤은 하도진의 아내가 되었고 하도진은 민하윤을 조금도 부족하게 대하고 싶지 않았다.그래서 일부러 돈을 들여 민하윤의 드레스룸을 가득 채웠다.에르메스 한정판 가방과 구하기 힘든 다이아몬드 액세서리, 불꽃처럼 반짝이는 컬러 스톤, 패션쇼에서 막 내려온 최신 기성복 세트까지 수두룩했다.자기 능력 범위 안에서 수많은 여자가 탐내는 것들이라면 하도진은 전부 민하윤에게 안겨 줬다.그런데 어째서 그게 잘못이 되는 걸까.하도진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무슨 말인지 분명히 물어보려던 참에 민하윤이 하도진의 볼을 콕 꼬집었다.“여자들은요?”민하윤은 예민하게 그 한마디를 물고 늘어졌고 눈을 흘기며 쏘아붙였다.“그럼 누구한테 또 줘 봤는데요?”하도진은 말문이 턱 막혔다.순간 스쳐 간 표정에는 찔림이 고스란히 드러났다.하도진은 차마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그는 사람을 사랑하는 법도 낭만을 표현하는 법도 서툴렀다.예전에 고은율과 함께했던 7년 동안에도 가방을 수십 개는 사 줬고 보석 세트도 몇 번이나 선물했다.물론 그 값이 결코 적은 건 아니었다.하지만 하도진은 고은율이 자기한테 바친 7년에 비하면 그 정도는 별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다.그래서 하도진은 자신이 내린 선택 자체를 후회하지는 않았다.문제는 그걸 민하윤 앞에서 어떻게 설명하느냐였다.이제 막 다시 마음을 돌려 보려고 애쓰는 마당에 전 여자 친구의 이야기까지 꺼내는 건 스스로 지뢰를 밟는 꼴 아니겠는가.“진짜 듣고 싶어? 대신 화내면 안 돼.”하도진은 거짓말은 하기 싫어서 조심스럽게 떠봤다.그러자 민하윤은 즉시 두 손으로 귀를 막았다.누구 얘기인지 안 들어도 뻔했다.민하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483화

    “도진 씨, 이 말은 딱 한 번만 할게요. 저는 선배를 좋아하지 않아요.”민하윤은 바닥에 떨어진 흰 셔츠를 집어 들어 대충 걸쳤다.폭포처럼 흘러내린 머리카락이 자연스럽게 가슴 앞으로 굽이쳐 내려왔고 또렷한 이목구비에 젖은 눈매까지 더해져 사람을 홀릴 만큼 요염했다.조금 전까지 격하게 몸을 섞은 탓인지 얼굴에는 아직 피곤한 기색이 남아 있었다.그런데도 어딘가 사람을 홀리는 요염한 기운이 감돌았다.하도진은 그런 민하윤을 가만히 바라봤다.그 순간, 하도진은 숨이 엇나갔다.인정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민하윤은 정말 아름다웠다.짙은 유혹이 깃든 얼굴인데도 전혀 천박하지 않았고 올라간 눈매는 날카로울 만큼 강렬했다.그런데 또 이상하게도 민하윤은 세상 물정을 모르는 듯 맑은 눈빛을 가지고 있었다.눈빛이 한 번 흐를 때마다 사람 정신을 빼놓을 정도로 매혹적이었다.“네가 선배를 안 좋아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널 그런 쪽으로 안 보는 건 아니잖아. 그 사람이 너한테 얼마나 잘하는지 설마 너도 모를 리 없고...”“선배는 저한테 정말 잘해주세요.”민하윤은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제가 도진 씨랑 결혼하지 않았더라면 선배가 정말 저한테 고백했으면 저는 결혼했을지도 몰라요. 아무래도 다시는 선배처럼 좋은 사람은 못 만날 것 같으니까요.”민하윤은 자기 할 말을 묵묵히 이어 갔다.하도진은 미간을 찌푸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나같이 듣기 싫은 말뿐이었다.결국 참지 못한 하도진이 손을 뻗어 민하윤의 두 볼을 꾹 누르며 말했다.“잠깐만, 임형섭이 너한테 고백하면 결혼할 수도 있었다는 게 무슨 뜻이야? 너 지금 결혼이 뭐 시장에서 과일 고르듯이 간단한 줄 알아? 이건 안 익었으니까 이내 저걸로 바꾸겠다는 식이야? 그리고 다시는 임형섭 같은 좋은 사람 못 만난다니... 그건 또 무슨 말이지? 하윤아, 양심에 손 얹고 말해 봐. 결혼하고 나서 내가 너한테 못한 게 뭐 있어?”하도진은 또 속 좁게 심통이 나기 시작했다.양손으로 민하윤의 양 볼을 잡고 살짝 잡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482화

    두 사람은 애초에 대화가 통하지 않았다.민하윤이 하나를 말하면 하도진은 둘을 답했고 민하윤이 하늘 이야기를 꺼내면 하도진은 땅 이야기만 했다.결국 두 사람은 각자 다른 속셈을 품은 채 서로를 마주하고 있었다.하도진은 마지막 남은 옷까지 벗어 던졌다.셔츠는 아무렇게나 바닥에 떨어졌고 하도진의 몸은 그대로 민하윤의 눈앞에 완전히 드러났다.민하윤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민망해서 똑바로 바라보지도 못하면서도 자꾸만 하도진의 완벽한 몸매를 몰래 훔쳐보게 됐다.서른넷이나 된 남자가 어떻게 자기 몸을 이렇게까지 완벽하게 관리할 수 있는 걸까.곧고 길게 뻗은 쇄골, 단단한 가슴, 넓은 어깨와 잘록한 허리를 가진 하도진은 정말 몸이 좋았다.그리고 아래로 이어지는 단단한 복근은 눈길을 떼기 힘들 만큼 유혹적이었다.“하윤아, 보기만 해도 되지만 만져도 돼. 만지고 싶어?”속마음을 들킨 민하윤은 얼굴이 순식간에 새빨개진 채 머리를 세차게 흔들었다.그럴 마음은 있어도 차마 손댈 용기는 없었다.하도진은 낮게 웃었다.그러더니 두 걸음 앞으로 다가오더니 뻔뻔하게 입술을 핥으며 말했다.“넌 안 하고 싶어도 난 하고 싶어.”“진짜 뻔뻔하네요. 아까까지는 그렇게 화를 내더니... 그럴 거면 평생 저를 상대하지 마... 읍!”하도진이 민하윤을 끌어안았다.그러더니 길고 단단한 손가락이 민하윤의 머리카락 사이로 파고들었다.그 순간, 공기 어딘가가 터져 버린 것 같았다.하지만 이번에는 예전과는 조금 달리 하도진은 묘하게 더 거칠었다.눈매가 물기를 머금은 채 민하윤은 고개를 젖힌 채 하도진을 받아냈다.이럴 때의 하도진은 평소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도무지 같은 사람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천천히 해 보자는 기색은 조금도 없었다.하도진은 거칠고도 미친 사람 같았고 어딘가 집요하기까지 했다.그런데도 하도진은 민하윤에게 늘 뜨겁고 낯선 기쁨을 안겨 줬다.민하윤은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하도진만큼 민하윤을 잘 아는 사람은 없었다.하도진은 민하윤의 예민함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481화

    “너 진짜 이 정도로 한심한 거야? 내가 한 발만 늦었어도 더 가관인 꼴 봤겠네?”“짝!”민하윤이 손을 들어 하도진 뺨을 후려쳤다.맑고 날카로운 소리가 울리자 두 사람은 모두 순간적으로 조금 정신이 들었다.하도진은 혀끝으로 어금니 안쪽을 훑었다.그러더니 자조 섞인 웃음을 흘렸다.“왜? 내가 네 정곡이라도 찌른 거야?”“도진 씨는 그게 제일 문제예요. 저는 도진 씨가 바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여전히 똑같네요. 내뱉는 말은 독하고 입은 더럽고... 좋게 말하면 죽어요? 제 말은 듣지도 않고 멋대로 죄부터 뒤집어씌우는 거예요?”“도진 씨가 다 봤다면서요? 그러면 제가 아까 피한 것도 봤겠죠. 제가 고개를 돌려서 선배를 피했잖아요. 눈이 멀었나요? 선배가 저한테 입 맞추려 한 것만 봤고 제가 피한 건 못 봤어요? 제가 먼저 선배한테 달라붙기라도 했나요? 아니면 가만히 서서 키스하게 두기라도 했어요? 도대체 무슨 자격으로 저한테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건가요!”민하윤은 말하면 할수록 더 서러워졌고 가슴속에 눌러 두고 있던 불씨가 단숨에 치솟았다.민하윤의 입술은 삐죽 내려갔고 마지막에는 목소리까지 울먹였다.하도진은 깊게 숨을 들이켰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민하윤의 눈가가 붉어진 순간 하도진은 이미 후회가 밀려왔다.하도진은 방금 너무 화가 나 있었다.이성을 완전히 잃은 채 민하윤이 자기 몸도 제대로 돌보지 않는다는 것까지 몰아붙여 버렸다.하도진의 마음속에는 늘 하나의 폭탄이 묻혀 있었다.과거의 모든 날 동안 하도진은 그 폭탄이 언제 터질지 몰라 불안해했고 두려워했다.그리고 오늘에 하도진은 그 폭탄이 자기 눈앞에서 터지는 걸 똑똑히 봤다.가장 두려워하던 일이 결국 일어난 것이다.그렇게 고상한 척하던 임형섭이 하도진의 민하윤에게 손을 댔다.친구라는 이름으로 민하윤의 곁을 맴돌던 남자가 마침내 그녀에게 선을 넘으려 했다.하도진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고 마음이 복잡했다.두 사람은 말없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빌딩 밖으로 나왔다.해는 이미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480화

    민하윤은 문을 두드렸다.하지만 소파에 기대 누워 있던 임형섭은 아무 반응도 없었다.잠깐 망설이던 민하윤은 결국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선배... 형섭 선배...”민하윤은 임형섭의 어깨를 가볍게 흔들며 깨우려 했다.임형섭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민하윤의 손목을 덥석 움켜잡았다.차갑고도 매끈한 민하윤 손목의 감촉에 임형섭은 순간 놓아주기 싫어졌다.민하윤은 낮게 숨을 삼켰다.본능적으로 임형섭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했다.“선배, 취하셨어요!”황급히 몸을 빼려던 민하윤은 그대로 임형섭의 눈과 마주쳤다.평소의 온화한 임형섭의 기색은 온데간데없었다.깊이를 알 수 없는 눈동자가 민하윤을 정면으로 붙들고 있었다.그 안에는 노골적인 욕망과 소유욕이 서려 있었다.“내가 취했다고?”임형섭은 입가에 쓴웃음을 걸었다.“하윤아, 그냥 내가 취했다고 생각해.”민하윤은 눈을 내리깔았고 속눈썹이 가늘게 떨렸다.임형섭은 정말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임형섭은 민하윤의 손목을 잡은 채 그녀를 앞으로 끌어당겼고 두 사람 사이는 순식간에 아슬아슬할 만큼 가까워졌다.“선배, 선배... 취하셨어요!”민하윤은 몸이 앞으로 기울었고 심장은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뛰었다.임형섭이 조금씩 다가오는 걸 보며 민하윤은 점점 당황하기 시작했다.임형섭은 민하윤의 손목을 붙든 채 고개를 들어 그녀의 입술을 찾았다.하지만 닿기 직전에 민하윤은 갑자기 고개를 홱 돌렸다.민하윤은 임형섭의 입맞춤을 바로 피해버렸다..그렇게 되자 임형섭의 입술은 민하윤의 긴 머리카락만 스치고 지나갔다.임형섭은 자조적으로 입꼬리를 올렸다.패배감과 허탈함이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서서히 번져 올랐다.민하윤은 억지로 마음을 다잡았다.임형섭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온 뒤 뭐라도 말하려고 입을 열었다.그런데 문득 고개를 들었다가 유리문 쪽을 보자마자 그대로 굳어 버렸다.그 순간, 하도진이 문밖에 서 있었다.하도진은 말없이 그 자리에 선 채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얼굴은 어둡게 가라앉아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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