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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4화

作者: 금소
그 전화 한 통을 기점으로 두 사람은 완전히 갈라섰다.

민하윤은 아드린으로 떠났고 하도진은 병원으로 달려갔다.

...

민하윤의 희고 고운 손끝이 한때 산산조각 났다가 테이프로 다시 이어 붙인 사진 위를 조심스레 훑었다.

송해정은 민하윤이 그 사진을 가지고 있는 걸 발견했을 때, 당장이라도 목을 조르듯 달려들었다.

미친 사람처럼 사진을 찢어 너덜너덜하게 만들고 민하윤의 뺨을 몇 대나 후려치며 욕을 퍼부었다.

“이 천한 년아, 인신매매범 둘을 잊지를 못해? 도둑을 엄마로 섬기는 년아!”

민하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송해정이 미쳐 날뛰며 때리는 걸 묵묵히 견뎠다.

작고 차가운 방이 다시 죽은 듯 고요해졌을 때, 민하윤은 바닥에 쪼그려 앉아 사진 조각을 하나하나 주웠다.

‘이건 엄마의 얼굴, 이건 엄마의 손, 이건 엄마가 딱 한 번 입던 분홍색 옷, 이건 아빠의 하얗게 센 머리, 이건 아빠의 자애로운 웃음, 이건 주름이 깊게 팬 아빠의 얼굴... 저건 웃음 많던 나... 저건 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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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711화

    하도진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었다.민하윤이 왜 하필 이 문제에서만 이렇게 고집을 부리는지 왜 이 일만큼은 끝까지 자신과 부딪치려 하는지 알 수 없었다.더구나 민하윤이 왜 그런 애매하면서도 사람의 마음을 후벼 파는 말을 한 건지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다.임신 중에도 비슷한 일이 한 번 있었다.정말 별것도 아닌 일로 두 사람이 다퉜는데 민하윤은 만삭에 가까운 몸으로 집을 나가 버렸다.한밤중에 지갑도 휴대전화도 챙기지 않은 채 화가 난 얼굴로 혼자 밖으로 나갔다.하도진도 처음에는 화가 나서 집에 버티고 있었지만 5분도 지나지 않아 차 키를 들고 뛰쳐나갔다.한참을 찾아다닌 끝에 르네 별장에서 몇백 미터 떨어진 정원 산책로에서 민하윤을 발견했다.민하윤은 계속 눈물을 닦으면서도 죽어도 차에 타고 집으로 돌아가지는 않겠다고 버텼다.하도진은 거의 무릎이라도 꿇을 심정으로 달랬다.그때 민하윤이 뜬금없이 한마디했다.“나 정말 너무 지쳤어요. 조금은... 후회되기도 해요.”그 말을 들은 순간 하도진은 가슴이 내려앉는 것 같았다.하지만 민하윤이 대체 무엇을 후회한다는 건지 차마 묻지 못했다.하도진은 아이를 생각해서 자신이 먼저 물러섰고 애써 장난스럽게 웃으며 민하윤을 달랬다.“우리 사이가 깨질 만한 말은 하지 말자. 내가 잘못했어. 화 안 풀리면 날 한 대 때릴래?”결국 두 사람은 다시 화해했다.그날 밤 있었던 일은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 다시 꺼내지 않았다.하지만 하도진은 가끔 생각했다.‘하윤이는 왜 후회한다고 했을까. 무엇을 후회한 걸까...’사실 하도진의 마음속에는 이미 떠오르는 답이 하나 있었다.다만 인정할 용기가 없었을 뿐이었다.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다시 만난 뒤 두 사람은 마치 겨울 호수 위의 얼음을 손잡고 걷고 있었던 것 같았다.그 얼음이 얼마나 두꺼운지는 아무도 몰랐다.혹시 다음 한걸음에서나 아니면 바로 다음 순간에 얼음이 깨져 두 사람이 함께 끝을 알 수 없는 차가운 물 속으로 가라앉을지도 몰랐다.사실 얼음에는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710화

    두 사람 모두 간신히 마지막 이성은 붙잡고 있었다.침대 위에서 낮은 목소리로 다투는 동안, 옆에서 자던 연이도 분위기를 느끼기라도 한 듯 좀처럼 편히 자지 못했다. 작은 손을 자꾸 움직이다가도 갑자기 화들짝 놀라고는 했다.민하윤은 문득 너무 지쳤다는 생각이 들었다.몸이 아니라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피로가 밀려왔다.‘그때 다시 화해했던 게 너무 성급했던 건 아닐까? 결국 우리 두 사람은 또 예전과 같은 길을 걷게 되는 걸까...’두 사람은 성격부터 살아온 환경까지 너무 달랐다.하도진은 명원에서도 손꼽히는 집안에서 태어나 부족한 것 하나 없이 자란 사람이었다. 늘 당당했고 자존심이 강했으며 누구 앞에서도 고개를 숙일 필요가 없는 사람이었다.반면 민하윤은 사소한 일 하나도 몇 번이고 곱씹는 성격이었다.마음이 여리고 예민해서 작은 일도 쉽게 넘기지 못했고 늘 불안해했다. 마음 한구석에는 자신도 쉽게 떨쳐 내지 못하는 열등감까지 자리 잡고 있었다.민하윤에게는 언제나 안정감이 부족했다.하도진이 아무리 큰 재산을 가지고 있고 평생 써도 다 쓰지 못할 만큼 많은 것을 가진 사람이라고 해도 달라지지 않았다.민하윤에게 있어서 일자리는 단순히 월급을 받는 직장이 아니었다.자신의 시간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고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존재이자 독립적인 사람으로 우뚝 설 수 있는 존재였다.지금 두 사람이 다투는 이유도 단순히 육아휴직을 한 달 일찍 끝내고 복직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었다.그건 그저 쌓여 있던 문제를 터뜨린 계기에 불과했다.애초부터 두 사람의 관계에는 보이지 않는 차이가 있었다.서로를 충분히 믿지 못했고 하도진은 늘 자신의 방식으로만 민하윤을 사랑했다.정작 민하윤이 어떤 마음인지 무엇을 원하는지는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았다.그 사랑은 너무 무거웠고 너무 자기중심적이었다.“하윤아, 대체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 거야?”하도진이 거칠게 숨을 들이쉬며 민하윤의 턱을 잡았고 시선은 민하윤의 입술에 고정돼 있었다.당장이라도 입을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709화

    연이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옆으로 누워 있었다.작은 두 손은 주먹을 꽉 쥐고 있었고 길게 올라간 속눈썹 끝에는 맑은 눈물방울이 매달려 있었다. 보고 있자니 민하윤은 괜히 마음이 짠해졌다.민하윤은 연이를 품에 안고 몸 위에 덮여 있던 얇은 이불을 걷어 냈다. 그리고 잠옷 단추를 풀어 아이를 달래기 시작했다.그 순간, 욕실 쪽에서는 불빛이 새어 나왔다.하도진은 대리석 세면대에 두 손을 짚은 채 거울 속 물에 젖은 얼굴을 바라보다가 잠시 멍해졌다.그러고는 어이가 없다는 듯 피식 웃었다.‘참나... 처음도 아닌데 이 정도로 정신을 못 차리다니.’고작 한 번 봤다고 코피까지 쏟다니 하도진은 스스로 생각해도 우스웠다.민하윤이 연이를 다시 재우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욕실 문이 열렸고 가운을 걸친 하도진이 밖으로 나왔다.두 사람은 눈이 마주치자 거의 동시에 시선을 피했다.하도진은 침대 쪽으로 걸어오다가 민하윤 곁에서 곤히 자는 연이를 못마땅한 눈으로 한번 흘겨봤다.“아기 침대로 안 옮길 거야?”하도진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하도진의 말투는 부드러웠고 먼저 화해해 보려는 기색도 조금 묻어 있었다.민하윤은 아기 침대에서 자는 주주를 힐끗 바라보다가 그제야 무슨 일이 있었는지 눈치챘다.“네. 오늘은 연이랑 잘 거예요.”민하윤은 여전히 하도진에게 쌀쌀맞았다.하도진이 한마디 물으면 딱 한 마디만 대답할 뿐, 그 이상은 입도 열지 않았다.아직도 복직 문제로 화가 풀리지 않았다는 걸 하도진도 알고 있었다.하도진은 능청스럽게 가까이 다가오며 물었다.“그럼 나는 어디서 자?”“이렇게 큰 침대에서 설마 잘 자리 하나 없겠어요?”민하윤은 눈길도 제대로 주지 않았고 말투에도 날이 서 있었다.하도진은 속으로 한숨을 삼키고 먼저 민하윤의 허리를 감싸안으며 말했다.“자리는 있지. 대신 좀 비좁겠네...”민하윤은 대꾸하지 않고 고개를 숙여 풀어 놓았던 잠옷 단추를 하나씩 다시 채웠다.그러자 하도진이 달래듯 말했다.“이제 그만 화 풀어. 그 정도 일 가지고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708화

    하도진은 그렇게 말하고 병원을 나섰다.기사가 차를 하씨 본가 앞에 세웠다.1층 현관에는 불 하나만 희미하게 켜져 있었다. 하도진은 차창을 내리고 2층 침실 쪽을 올려다봤다.창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두꺼운 커튼까지 쳐져 있어 빛 한 줄기 새어 나오지 않았다.집에 들어선 하도진은 외투를 벗어 놓고 소매를 걷어 올리며 2층으로 올라갔다.조심스럽게 침실 문을 밀자 침대 머리맡 조명 하나만 희미하게 켜져 있었다.그런데 방 안을 보자마자 뭔가 이상하다는 걸 알아차렸다.아기 침대는 텅 비어 있었고 두 아이가 수면조끼를 입은 채 민하윤의 양옆에서 나란히 자고 있었다.하도진은 기가 막혔다.고작 오늘 조금 늦게 들어왔을 뿐인데 벌써 자기 자리가 사라졌었다.하도진은 소매를 걷어 올리며 두 녀석을 깨우지 않고 어떻게 다시 아기 침대로 옮길지 고민했다.‘어른은 큰 침대에서 자고 아기는 아기 침대에서 자야지.’한번 정한 규칙은 지켜야 했다.사실 아이들이 태어났을 때만 해도 집에서는 아기 침대를 따로 들일 생각이 없었다.민하윤은 새 가구에서 유해 물질이 나올까 걱정했고 르네 별장 안방 침대가 워낙 넓으니 한쪽에 아이들의 자리를 만들어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하지만 하도진은 단호하게 반대했다.결국 사람을 시켜 특대형 아기 침대 두 개를 주문 제작했다. 좋은 원목을 골라 장인이 직접 만들었고 꼭 필요한 마감재 외에는 유해 물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신경을 썼다.나중에는 그중 하나를 하씨 본가로 옮기고 르네 별장에는 하나만 남겨 두었다.그때 하도진이 내세운 이유는 그럴듯했다.어릴 때부터 혼자 자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서너 살쯤 돼서 갑자기 따로 재우려 하면 더 힘들어진다면서 고집했다.민하윤은 별다른 의심 없이 하도진의 말을 믿고 동의했다.하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하도진은 그저 속이 좁은 사람이었다.자기 아내가 다른 남자를 끌어안고 자는 꼴은 죽어도 못 봤다.아무리 작은 아기라도 마찬가지였다.두 아들도 엄연히 남자였으니까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707화

    하도진은 송지훈에게 싸늘한 눈빛을 던졌다.민하윤에 관한 얘기를 한 번만 더 꺼내면 자신이 먼저 칼을 들겠다는 표정이었다.송지훈은 속으로 혀를 찼다.평소 그렇게 사이가 좋던 부부가 아무래도 싸운 모양이었다. 하도진은 집에서 제대로 한 소리 듣고 와서는 송지훈한테 화풀이하는 게 분명했다.송지훈은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이현이가 임신했어.”하도진의 눈동자가 순간 커졌다.“언제?”“나도 오늘 알았어. 이현이가 이런 걸 뭘 알겠어. 몸이 좀 이상하니까 혼자 임신 테스트기 사서 해 봤는데 두 줄이 나온 거야. 놀라서 하윤 씨랑 백누리 씨한테만 말했대.”송지훈은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둘이 옆에 있어서 다행이지... 이현이 성격이면 나한테도 숨겼을지 몰라.”하도진이 피식 비웃었다.“그러니까 준오가 칼 들고 널 죽이려 한 게 이해가 되네.”그러고는 다시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말했다.“그래서 구씨 가문까지 찾아가서 결혼 허락받으려고 한 거야?”“응.”하도진은 일부러 약 올리듯 한마디 던졌다.“그런데도 살아서 돌아왔네. 운도 좋다.”“너무하네. 내가 그렇게 이현이랑 안 어울려?”송지훈의 말에는 은근한 떠보는 기색이 섞여 있었다.하도진이 뭐라고 답하든 사실 크게 상관은 없었다. 다만 송지훈은 하도진이 구이현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확인해 보고 싶었다.어쨌든 구이현이 오랫동안 몰래 좋아했던 사람이니 따지고 보면 송지훈에게는 한때 제대로 된 라이벌이었던 셈이었다.하도진은 어이없다는 듯 송지훈을 흘겨봤다.“네가 생각해 봐.”하도진은 입꼬리를 비틀며 말을 이었다.“이제 곧 서른 되는 남자가 스무 살 갓 넘은 애를 만나 놓고 뭘 잘했다고 그래? 게다가 걔는 친구의 친동생이잖아. 우리 셋이 어릴 때부터 봐 온 애를 어떻게 그런 눈으로 봤냐?”하도진이 혀를 차며 덧붙였다.“송지훈, 넌 겉보기에는 멀쩡하게 생겨 놓고 알고 보니 꽤 양심 없네.”말 한마디 한마디가 어찌나 독한지 송지훈은 피를 토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겉으로는 땀을 닦는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706화

    민하윤은 가끔 자신이 리틀 하도진을 낳은 게 아닐까 싶을 때가 있었다.주주는 이제 겨우 다섯 달밖에 안 됐는데도 이상하리만큼 의젓하고 차분했다.예방접종을 하러 병원에 갔을 때도 그랬다.연이는 동그란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주변을 구경하느라 신이 나 있었다. 사람만 보이면 방긋방긋 웃어 대더니 막상 주삿바늘이 들어가는 순간 표정이 확 바뀌었다.연이는 그대로 민하윤 품에 얼굴을 묻고 서럽게 울어 댔다.반면 주주는 전혀 달랐다.진지한 얼굴로 자신에게 주사를 놓는 의사를 빤히 바라보더니 바늘이 들어가는 순간에도 살짝 미간만 찌푸렸을 뿐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그러고 보니...’민하윤의 시선이 잠든 주주에게 천천히 향했다.태어난 뒤로 민하윤은 아직 주주가 웃는 모습을 한 번도 못 본 것 같았다.엄마가 된 뒤 민하윤은 두 아이를 거의 직접 챙기다시피 했다.평소에는 산후도우미와 나지혜가 함께 아이들을 돌봐 주고 있었지만 웬만한 일은 민하윤이 직접 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기저귀를 갈고 분유를 먹이고 재우는 것부터 아이들에 관한 일이라면 이제 무엇이든 능숙하게 해냈다.민하윤은 먼저 방 안 에어컨 온도를 조금 높였다.두 아이의 잠옷을 수면조끼로 갈아입힌 뒤 얇은 이불까지 잘 덮어 주고 나서야 민하윤은 지친 몸을 이끌고 욕실로 들어갔다....잠자리에 들 시간이 다 되도록 하도진은 돌아오지 않았다.민하윤은 휴대전화를 확인해 봤지만 새로 온 전화나 문자는 하나도 없었다.결국 민하윤은 더 기다리지 않고 몸을 돌려 두 아이를 품에 끌어안은 채 잠이 들었다.하도진이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거의 자정이 다 된 시간이었다.병실에 들어선 하도진은 링거를 맞으며 누워 있는 송지훈을 보고 코웃음을 쳤다.“구준오는 밥도 안 먹었대? 기왕 때릴 거면 좀 세게 때려서 아예 죽여버리지 그래.”송지훈은 어이가 없다는 듯 웃으며 아픈 갈비뼈 쪽을 손으로 감쌌고 천장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내가 살아 있어서 많이 아쉬운가 본데?”“멀쩡한 남자가 주먹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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