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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4화

Autor: 금소
아기들의 울음소리는 점점 더 커졌고 둘이 누가 더 크게 우나 경쟁이라도 하는 것 같았다.

민하윤은 민망한 듯 얼른 이불을 끌어당겨 몸을 가리고 하도진을 발로 툭 찼다.

“도진 씨, 애들이 울잖아요.”

“좀 울다 보면 알아서 그치겠지.”

하도진은 전혀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지금은 다른 일이 더 급했다.

그런데 정말로 옆방의 울음소리가 뚝 그쳤다.

하도진은 그 순간만큼은 두 아들이 그렇게 기특할 수가 없었다.

‘이제야 눈치가 좀 생겼네. 엄마랑 아빠가 좋은 시간 보내는 건 방해하면 안 된다는 걸 아는구나.’

두 아이의 아침 수유 시간은 8시였지만 하도진과 아이들은 그대로 늦잠을 자서 10시가 다 되어서야 일어났다.

하도진은 유난히 개운한 얼굴로 아래층에 내려가 분유를 탔다. 젖병을 물리고 기저귀를 갈아 주는 일도 오늘만큼은 군말 한마디 없이 척척 해냈다.

민하윤은 오후 1시가 되어서야 겨우 눈을 떴다.

그사이 에너지가 넘치는 하도진은 쌍둥이를 유모차에 태워 산책까지 다녀온 뒤 두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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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707화

    하도진은 송지훈에게 싸늘한 눈빛을 던졌다.민하윤에 관한 얘기를 한 번만 더 꺼내면 자신이 먼저 칼을 들겠다는 표정이었다.송지훈은 속으로 혀를 찼다.평소 그렇게 사이가 좋던 부부가 아무래도 싸운 모양이었다. 하도진은 집에서 제대로 한 소리 듣고 와서는 송지훈한테 화풀이하는 게 분명했다.송지훈은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이현이가 임신했어.”하도진의 눈동자가 순간 커졌다.“언제?”“나도 오늘 알았어. 이현이가 이런 걸 뭘 알겠어. 몸이 좀 이상하니까 혼자 임신 테스트기 사서 해 봤는데 두 줄이 나온 거야. 놀라서 하윤 씨랑 백누리 씨한테만 말했대.”송지훈은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둘이 옆에 있어서 다행이지... 이현이 성격이면 나한테도 숨겼을지 몰라.”하도진이 피식 비웃었다.“그러니까 준오가 칼 들고 널 죽이려 한 게 이해가 되네.”그러고는 다시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말했다.“그래서 구씨 가문까지 찾아가서 결혼 허락받으려고 한 거야?”“응.”하도진은 일부러 약 올리듯 한마디 던졌다.“그런데도 살아서 돌아왔네. 운도 좋다.”“너무하네. 내가 그렇게 이현이랑 안 어울려?”송지훈의 말에는 은근한 떠보는 기색이 섞여 있었다.하도진이 뭐라고 답하든 사실 크게 상관은 없었다. 다만 송지훈은 하도진이 구이현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확인해 보고 싶었다.어쨌든 구이현이 오랫동안 몰래 좋아했던 사람이니 따지고 보면 송지훈에게는 한때 제대로 된 라이벌이었던 셈이었다.하도진은 어이없다는 듯 송지훈을 흘겨봤다.“네가 생각해 봐.”하도진은 입꼬리를 비틀며 말을 이었다.“이제 곧 서른 되는 남자가 스무 살 갓 넘은 애를 만나 놓고 뭘 잘했다고 그래? 게다가 걔는 친구의 친동생이잖아. 우리 셋이 어릴 때부터 봐 온 애를 어떻게 그런 눈으로 봤냐?”하도진이 혀를 차며 덧붙였다.“송지훈, 넌 겉보기에는 멀쩡하게 생겨 놓고 알고 보니 꽤 양심 없네.”말 한마디 한마디가 어찌나 독한지 송지훈은 피를 토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겉으로는 땀을 닦는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706화

    민하윤은 가끔 자신이 리틀 하도진을 낳은 게 아닐까 싶을 때가 있었다.주주는 이제 겨우 다섯 달밖에 안 됐는데도 이상하리만큼 의젓하고 차분했다.예방접종을 하러 병원에 갔을 때도 그랬다.연이는 동그란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주변을 구경하느라 신이 나 있었다. 사람만 보이면 방긋방긋 웃어 대더니 막상 주삿바늘이 들어가는 순간 표정이 확 바뀌었다.연이는 그대로 민하윤 품에 얼굴을 묻고 서럽게 울어 댔다.반면 주주는 전혀 달랐다.진지한 얼굴로 자신에게 주사를 놓는 의사를 빤히 바라보더니 바늘이 들어가는 순간에도 살짝 미간만 찌푸렸을 뿐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그러고 보니...’민하윤의 시선이 잠든 주주에게 천천히 향했다.태어난 뒤로 민하윤은 아직 주주가 웃는 모습을 한 번도 못 본 것 같았다.엄마가 된 뒤 민하윤은 두 아이를 거의 직접 챙기다시피 했다.평소에는 산후도우미와 나지혜가 함께 아이들을 돌봐 주고 있었지만 웬만한 일은 민하윤이 직접 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기저귀를 갈고 분유를 먹이고 재우는 것부터 아이들에 관한 일이라면 이제 무엇이든 능숙하게 해냈다.민하윤은 먼저 방 안 에어컨 온도를 조금 높였다.두 아이의 잠옷을 수면조끼로 갈아입힌 뒤 얇은 이불까지 잘 덮어 주고 나서야 민하윤은 지친 몸을 이끌고 욕실로 들어갔다....잠자리에 들 시간이 다 되도록 하도진은 돌아오지 않았다.민하윤은 휴대전화를 확인해 봤지만 새로 온 전화나 문자는 하나도 없었다.결국 민하윤은 더 기다리지 않고 몸을 돌려 두 아이를 품에 끌어안은 채 잠이 들었다.하도진이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거의 자정이 다 된 시간이었다.병실에 들어선 하도진은 링거를 맞으며 누워 있는 송지훈을 보고 코웃음을 쳤다.“구준오는 밥도 안 먹었대? 기왕 때릴 거면 좀 세게 때려서 아예 죽여버리지 그래.”송지훈은 어이가 없다는 듯 웃으며 아픈 갈비뼈 쪽을 손으로 감쌌고 천장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내가 살아 있어서 많이 아쉬운가 본데?”“멀쩡한 남자가 주먹 두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705화

    민하윤이 하씨 본가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저녁이었다.주주는 분유를 먹고 일찌감치 잠들었고 연이는 거실 가득 놓인 장난감을 혼자 차지한 채 신나게 놀고 있었다.고작 하루 집을 비웠을 뿐인데 장난감이 또 부쩍 늘어난 것 같았다. 넓은 거실이 온통 아이들 물건으로 가득 찰 정도였다.고풍스럽고 우아하게 꾸며진 거실을 둘러보면 알록달록한 장난감밖에 보이지 않았다.노란색 대형 포클레인 장난감, 빨간 소방차, 목마와 아기용 미니 피아노, 오뚝이, 말랑한 블록까지 종류도 다양했다.소파 위에는 그림책과 유아용 책, 새로 산 아기 옷들이 잔뜩 쌓여 있었다.거실 한쪽에는 아예 아이들을 위한 공간까지 따로 마련해 안전 울타리를 둘러놓았다.연이는 그 안의 놀이 매트에 앉아 통통한 자기 손을 정신없이 빨고 있었다.그 주변에는 어른들이 둘러앉아 연이를 보며 연신 감탄했다.“아이고, 귀여워라. 손이 그렇게 맛있어?”“우리 아기는 정말 똑똑하네. 하는 짓마다 어쩜 이렇게 예쁜지...”김옥자는 돋보기안경까지 쓰고 눈을 가늘게 뜬 채 휴대전화를 들었다.통통하고 사랑스러운 증손주를 카메라에 담느라 화면을 연신 눌러 댔다.민하윤은 그 모습을 보고 웃음이 나왔다.역시 이때쯤의 아기들은 뭘 해도 모두의 관심을 받았다. 손가락 하나 빠는 것만으로도 온 가족이 둘러앉아 귀엽다며 난리였다.“할아버지, 할머니. 저 왔어요. 오늘 애들 봐주시느라 고생 많으셨어요.”민하윤은 두 분께 인사를 건네면서 몸과 손을 꼼꼼히 소독했다.“고생은 무슨... 애들이 얼마나 얌전한데... 우리야 둘이랑 놀아서 너무 좋았지.”“저녁은 먹었니? 안 먹었으면 사람 시켜서 밥 데우고 국도 새로 끓이라고 할게.”민하윤은 얼른 손사래를 쳤다.“괜찮아요. 친구들이랑 밖에서 먹고 왔어요.”익숙한 엄마의 목소리를 들은 연이가 작은 머리를 힘껏 뒤로 젖히며 민하윤을 바라봤다.그러고는 옹알옹알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내며 열심히 엄마를 불렀다.하지만 민하윤은 바로 안아 주지 않고 먼저 화장실로 가 손부터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704화

    “송지훈, 난 널 친구라고 믿었어. 그런데 네가 감히 내 동생한테 손을 대?”구준오는 주먹을 꽉 쥐고 그대로 송지훈의 얼굴을 후려쳤다.정확하고 거센 주먹에 송지훈의 고개가 옆으로 크게 돌아갔다. 그 순간, 이가 혀와 입천장을 세게 스치면서 입안에 비릿한 피 맛이 번졌다.“이현이랑 결혼할 거야.”송지훈이 침착하게 대답했다.“난 이현이와 결혼하고 싶어.”늘 잔잔하던 눈빛에도 그제야 미세한 흔들림이 일었다.구준오가 버럭 소리쳤다.“꿈도 꾸지 마. 네가 내 동생이랑 결혼해? 이번 생은 물론이고 다음 생에도 어림없어!”구준오는 분노가 걷잡을 수 없이 치솟았다.“난 널 친구라고 믿었는데 네가 한 짓이 이거야? 이현이는 이제 겨우 스물두 살이야. 넌 걔보다 열 살이나 많잖아. 어떻게 내 동생한테 그런 마음을 품을 수가 있어?”송지훈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코 안쪽에서 뜨거운 액체가 흘러내리는 느낌이 들었다. 의사인 송지훈은 바로 코피라는 걸 알아차리고 손등으로 담담히 닦아 냈다.“열 살 차이인 건 알아. 하지만 이현이가 미성년자였을 때는 어떤 선도 넘지 않았어. 도덕적으로나 법적으로 문제가 될 만한 행동은 한 번도 하지 않았어.”송지훈은 구준오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난 진심으로 이현이를 좋아해.”구준오는 기가 막힌다는 듯 다시 송지훈의 멱살을 움켜잡았다.“미성년자일 때 아무 짓도 안 했다고 지금 그걸 자랑이라고 해?”구준오는 이를 악물었고 거친 목소리로 말했다.“미성년자일 때부터 그런 마음을 품고 있었으면 그게 더 미친놈이지!”“오빠...”구이현은 너무 울어 목소리까지 쉬어 있었고 황급히 달려와 구준오의 소매를 붙잡으며 어떻게든 진정시키려 했다.구준오는 송지훈을 밀어내며 차갑게 말했다.“꺼져. 앞으로 내 눈앞에 다시는 나타나지 마. 내가 그동안 사람을 잘못 봤어. 오늘부터 너랑 난 이제 친구도 뭐도 아니야.”그때 구이현이 울먹이며 말했다.“오빠, 나 지훈 오빠의 아이를 가졌어.”구준오는 그대로 굳어 버렸다.잠시 귀가 먹먹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703화

    구준오는 술자리 접대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이었다.온몸에 술 냄새가 밴 채 지친 듯 좌석에 기대 있었고 손끝에는 이미 다 타 버린 담배 한 개비가 끼워져 있었다. 반쯤 열린 차창 밖으로 희뿌연 담배 연기가 흩어졌다.그때 갑자기 휴대전화가 울렸다.전화를 받자 너머에서 희미하게 여자의 울음소리가 들렸고 어머니의 싸늘한 목소리가 이어졌다.“어디야? 당장 집으로 와.”구준오는 순식간에 술이 확 깼다.불길한 예감에 미간을 찌푸린 채 기사에게 차를 돌려 경원 별장으로 가라고 했다....술 냄새를 풍기며 집에 도착한 구준오는 현관 앞에 세워진 검은색 SUV를 보고 걸음을 멈췄다.송지훈의 레인지로버였다.‘이 늦은 시간에 송지훈의 차가 왜 여기 있는 걸까?’아까 어머니에게 전화가 왔을 때 들렸던 울음소리까지 떠올리자 불안감이 더욱 짙어졌다.구준오는 무거운 걸음으로 돌계단을 하나씩 올라갔다.가사도우미가 다가와 외투를 받아 현관에 걸어 주면서 이상한 표정으로 몇 번이나 눈치를 줬다.하지만 구준오는 그런 의미를 알아차릴 겨를도 없었다.거실 쪽에서 희미하게 동생 구이현의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순간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고 곧장 불이 환하게 켜진 거실로 향했다.구이현은 소파에 앉아 있었고 얼마나 울었는지 눈이 퉁퉁 붓고 새빨개져 있었다.구준오를 발견하자 참았던 서러움이 다시 밀려왔는지 구이현은 입술을 삐죽거리며 울먹였다.“오빠, 나 좀 도와줘.”구준오는 하나뿐인 동생을 어릴 때부터 금이야 옥이야 아꼈다.두 사람은 나이 차이가 꽤 났고 주변 친구들 대부분이 외동으로 자란 탓에 구준오에게 어린 동생은 더욱 각별한 존재였다.하늘의 달이나 별처럼 손에 넣을 수 없는 것만 아니라면 구이현이 원하는 건 무엇이든 해 주고 싶어 했다.구이현이 한마디만 하면 이유도 묻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해 들어줬다.그렇게 애지중지 키운 동생이 지금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울고 있었다.구준오는 집에 낯선 사람이 있다는 것조차 신경 쓰지 못한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702화

    “결정은 네가 해. 송지훈 씨한테 말하고 둘이 같이 책임을 지든지 아니면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몰래 아이를 지우든지...”백누리는 한숨을 내쉬었다.“하지만 후자를 선택하면 두 사람 사이에는 평생 지울 수 없는 벽이 남을 거야.”구이현은 벌게진 눈으로 두 무릎을 끌어안고 얼굴을 파묻었다.손끝에는 힘이 잔뜩 들어가 하얗게 질려 있었고 시선은 다시 테이블 모서리에 놓인 임신 테스트기로 향했다.한참을 망설이던 구이현은 떨리는 손으로 휴대전화 잠금을 풀고 번호 하나를 눌렀다....송지훈은 막 수술실에서 나온 참이었고 무려 여섯 시간 동안 이어진 고강도 뇌수술을 끝낸 탓에 체력이 바닥난 상태였다.송지훈이 벽에 등을 기대고 잠시 눈을 감고 있었는데 수술 보조가 휴대전화를 내밀었다.“송 선생님, 계속 전화가 오고 있습니다.”송지훈은 화면에 뜬 이름을 확인하는 순간 저도 모르게 미간을 좁혔다.구이현은 평소 그가 근무 중일 때 먼저 연락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이렇게 전화를 계속 걸어온 건 처음이었다.송지훈은 구이현에게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 아닐지 싶어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그런데 전화를 받으려는 순간 통화가 끊겼다.송지훈은 곧바로 수술모와 장갑을 벗고 손을 씻은 뒤 휴대전화를 움켜쥔 채 조용한 복도로 향했다.다시 전화를 걸자 구이현은 3번 만에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응. 나 방금 수술 끝났어. 무슨 일 있어?”“이따가 또 수술 있어요?”구이현은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당황하고 겁에 질린 상황에서도 가장 먼저 송지훈의 사정을 생각한 건 구이현의 오래된 습관이었다.“없어. 그런데 너 울었어?”송지훈은 단번에 이상함을 알아차렸다.그러고는 창밖을 잠깐 바라본 뒤 곧장 엘리베이터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안 울었어요.”구이현은 코를 훌쩍이면서도 끝까지 아니라고 우겼다.그러다가 맞은편에 앉아 있는 민하윤의 차분한 눈빛과 마주치자 마침내 용기를 냈다.“저 할 말 있어요.”잠시 숨을 고른 뒤, 구이현은 힘겹게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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