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아는 어안이 벙벙했지만 구경하는 마음으로 따라갔다.엘리베이터를 나오자마자 회사로비에서 고성을 지르는 소리가 들렸다."당신들 무슨 권리로 날 짤라! 내가 유씨 가문에서 20년동안이나 힘들게 고생하며 일했는데 이렇게 짜르는게 어디있어! 보상금도 없고 이건 나보고 죽으라는 거지? 당신들 내가 고소할거야!"인사부의 책임자는 이에 해명했다."장 여사님, 저희가 어제도 온종일 전화를 드린후 반복적으로 설명해 드렸습니다. 여사님께서 상황을 이해못하고 일방적으로 저희의 전화를 끊은겁니다. 여사님이 수속도 밟지 않고 출근도 안하시길래 저희도 어쩔수 없이 결근처리를 한것 뿐입니다. 만약 불만이 있으시다면 노조에 항의하셔도 됩니다. 여기에서 소란을 피워도 할수 있는건 없어요.""당신들이 나더러 출근하지 말라며, 그게 어떻게 무단 결근이야? 당신들 권리를 이렇게 남용해도 되는거야? 나 강 대표님을 만나야겠어, 강한서보고 나오라 그래!""강 대표님께서는 지금 시간이 없으십니다, 이 안건은 대표님께서 처리하신겁니다, 만약 여사님이 이 처사에 불만이 있으면 소송을 하셔도 됩니다. 저희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계속 소란을 피운다면 죄송하지만 여기 경비를 불러 쫓아내는 방법밖에 없습니다."말하면서 경비한테 손짓을 했다. 경비가 제지하려는 찰나 장씨 아주머니는 인파를 헤치며 울타리를 뛰어넘어 2층으로 뛰어올라갔다. 그리고는 경비들한테 경고를 했다."당신들 오지마, 만약 한 발자국이라도 움직인다면 난 여기서 뛰어내릴거야!"1층으로부터 5 - 6미터의 높이에서 떨어진다면 죽지는 않겠지만 부상은 확실히 입을것이였다.그녀가 이렇게 협박하지 경비들도 섣불리 다가가지 못했다.경비들도 사고가 나서 회사에 영향을 주는것에 대해 책임을 지고싶진 않았기 때문이였다.장씨 아주머니는 이 점을 노리고 죽기살기로 강한서를 불렀다."나는 여태까지 강씨 가문을 위해 뼈 빠지게 일하면서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강 대표는 무슨 권리로 날 짜르는거지? 난 절때 용납할수 없어! 만약 오늘 강 대표가
"주씨 아주머니랑 같이 그림 전시회에 갔었는데 마음에 드시는 그림이 있으신것 같아서 사드렸어요, 몇억이나 돼서 돈이 살짝 부족해서 친구한테도 빌렸는걸요."신미정은 눈썹을 찌푸렸다."그걸 강운이 엄마가 받았어?""안 받았어요, 아주머니가 너무 귀중한 물건이라 받을수 없다고 했어요, 저는 거기서 환불하지도 못한다 해서 창고에 넣었놓았어요."신미정의 입꼬리가 떨리더니"너 이제부터 주강운 근처도 가지마.""왜요?"강민서는 불만이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어머니께서 저랑 주강운오빠가 사귀는걸 지지했던게 아니였어요?"신미정은 말했다."그건 주강운도 너한테 관심이 있다는 전제하에서 지지한거지, 주얼리 전시회 그 날, 걔가 널 피하는 걸 못봤을것 같니? 지금은 네가 도리여 달라붙어서 집착하는 상황이 됐어. 알아? 몰라?"내가 좋아해서 집착하는건데. 내가 좋으면 됐지! 강운오빠 주위에 다른 여자도 없고 저도 그나마 괜찮게 생겼고 어릴때부터 알고지낸 죽마고우잖아요, 주씨 아주머니도 절 좋아하시고 오빠랑 사귀는건 시간 문제예요.""주강운이 너한테 흥미가 없다면 네가 시집갔을때 엄청 고생할거다.""당시 제가보기엔 아빠도 엄마를 좋아한다는걸 느끼지 못했는데요, 하지만 엄마도 지금은 잘 지내시잖아요."신미정은 하마트면 효녀의 말로 인해 숨이 넘어갈뻔 했다.그녀는 뭐라고 할려고 할려던 찰나 강현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어머니, 장씨 아주머니가 한성 그룹회사 안에서 뛰어내리려고 해요!"말하면서 유현아가 자신한테 보낸 동영상을 신미정에게 보여주었다.신미정은 삽시에 사색이 되었다. 일어나 밖으로 향했다.- - - -장씨 아주머니가 회사 대청에서 투신하겠다고 소란을 피운다는 소식은 빠르게 강한서 귀로 흘러들어갔다.강한서는 이런 수법으로 남을 협박하는 사람을 제일 싫어했다. 그리고는 민경하더러 경찰으로 부르라고 했다.민경하는 말했다."현우 대표님이 아래층에 있습니다, 아마도 강단해 대표님의 뜻일겁니다. 필경 장씨 아주머니는 강씨 가문에서 십 몇년동안을 일했었기에 이 일에 대해서 너무
유현진은 오랜만의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인터넷상의 일련의 사건들을 처리하고 디저트를 먹고는 대본 숙지하러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그녀가 맡은 역할은 비록 극중에서 비교적 중요한 일부분을 차지하고 있었으나 사실 분량이 그렇게까진 많진 않았다. 그리고 주요한 분량은 극의 뒤부분에 몰려있었다.비록 황후라는 캐릭터는 다른 사람들의 환심을 사지않는 역할이라 그녀가 만약 평범하게 연기한다면 연출효과도 밋밋할수밖에 없었다.악역은 연기하기 어려워서 그녀가 이걸 통해 연예계에 진출하려면 무조건 평범하게 연기해서는 안되었다.그녀는 여러번 연예계 선배들의 유명한 작품들을 보면서 반복적으로 인물의 성격을 파악했다. 그리고 점점 연기방향에 대해 알아가는듯 했다.그녀가 다 감상하기도 전에 민경하의 전화가 그녀의 생각을 멈추었다."사모님, 강 대표님이 서류를 집에 깜박 두고 왔습니다. 이제 곧 시작하는 회의에서 꼭 필요한거라 여기로 직접 보내주실수 있나요?"(강한서 요즘 왤케 깜박하는게 많아? 벌써 치매라도 걸렸나?)유현지은 속으로 한마디 내뱉고는 물었다."어떤 서류인가요? 그이한테 어디에 두었는지 물어봐주세요.""강 대표님 서재 탁자에 있습니다, 갈색 종이봉투예요."유현진이 문을 열자 한 눈에 탁자위 그 갈색서류봉투를 찾았다.그녀는 사진을 찍어 민경하에게 보냈다."이거예요?""맞습니다, 그겁니다. 빨리 와주실수 있나요? 회의가 곧 시작될것 같습니다."유현진은 입을 삐죽 내밀고는 답했다."알았어요."그녀는 간단하게 정리하고는 신을 신고 서류를 가지고 밖을 나섰다.
강한서가 내려왔을땐 아래층엔 이미 사람이 엄청 몰려있었다.장씨 아주머니는 이층 난간밖에 앉아있었고 사람들에게 자신의 상황을 울며 설명했다. 현장에는 사진을 찍는 사람도 있었고 서로 의논하는 사람도 있었다.유현아가 처음으로 강한서를 발견하고는 높은 목소리로 말했다."강 대표님이야."사람들은 순식간에 조용해졌고 너도나도 길을 비켜주었다.강현우는 좋은 구경을 하기위해 2층에서 사람을 불러 의자를 놓게 했다. 거기에 앉아서 유유히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강한서를 발견한 그는 입꼬리가 올라갔다."형 드디어 왔네."강한서는 그를 한번 흘겨보고는 주위를 둘러봤다. 그리고는 차갑지만 엄숙한 목소리로"다들 자기자리로 돌아가."비록 몇글자였지만 위압이 넘치는 언어였다. 사람들이 뿔뿔히 흩어지려고 하는 찰나 강현우가 입을 열었다."형, 장씨 아주머니는 우리회사의 오랜직원이야. 만약 성심성의껏 처리하지 못한다면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회사이미지가 나락으로 떨어질것 같은데?"장씨 아주머니는 이에 맞장구를 쳤다."다들 가지마! 나는 비록 강씨 가문의 가정부로 일했었지만 나도 한성 그룹의 한명의 직원이야, 내 이 십 몇년간의 청춘을 모두 강씨 가문에 바쳤었어, 공로는 없다고 쳐도 고생하면서 내 인생을 바쳤어. 그런데 나이가 들었다고 이렇게 일방적으로 해고해? 만약 오늘 내가 이 회사에서 쫓겨난다면 나의 오늘은 당신들의 미래야!"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주위는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한성 그룹의 오랜 직원의 수는 그렇게 많진 않았다, 최근 몇년간 회사가 급속도로 발전했기에 수많은 엘리트들을 영입했었다. 하지만 그에 상응한 직책들은 그리 많지 않았기에 필수적으로 일부분 직원을 해고할수밖에 없었다, 오랜 직원들은 항상 자신이 해고될 상황을 염두에 두고 두려워하고 있었다.필경 나이가 들면 경험이 아무리 풍부해도 체력적으로 젊은이들한테 밀려 경쟁에서 도태되기 쉬웠다.장씨 아주머니의 이 한마디로 인해 다들 자신을 연관짓는걸 멈출수 없었다. 회사를 위해 자신의 인생을 바쳤는데 회사가 이렇게 쉽게 발로
강한서는 안색이 어두워졌다.장씨 아주머니는 기세를 몰아 한층 더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16년. 제가 강씨 집안에서 16년을 일했어요. 그런 저를 짜른 것도 모자라 기본 보상도 없대요. 남편이 실업하여 연로한 부모님과 어린 자녀가 다 저만 바라보고 있는데, 저마저 일자리를 잃으면 우리 가족 전체가 길바닥에 나 앉아야 돼요."기회다 싶은 강현우는 옆에서 부추겼다."형, 너무 한 거 아냐? 십여 년간 일해온 직원을 이렇게 대하는 건 너무 매정한 처사지."강한서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쌀쌀맞게 말했다."저는 계약대로 처리한 것밖에 없어요. 이에 불만이 있으면 노무 중재 신청을 해요. 여기에서 날 위협해봐야 아무런 쓸모 없어요. 심지어 명예훼손죄로 고소할 수도 있어요."그러면서 민경하를 보면서 말했다."경찰 불러요."이말에 장씨 아주머니의 팔이 후들후들 떨렸다. 신미정은 그더러 우선 이틀 정도 휴식하라고 하면서 강한서의 화가 조금 사그라들면 사정해보겠다고 했다.그런데 겨우 하루가 지나서 그는 한성 그룹에서 보내온 해고 메일을 받았다. 게다가 기존에 주기로 했던 보상도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앉아서 기다릴 수 없었던 그는 회사로 바로 달려왔지만 소송같은 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가 원하는 건 결국 보상이었다.그가 망설이고 있을 때 프론트에서 한 여인의 목소리가 울렸다."경찰 부르지마."모든 사람들이 일제히 목소리가 나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다름 아닌 강한서의 모친 신미정이었다.신미정 옆에는 문서를 가져다 주러 온 유현진이 서 있었다.유현진도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신미정을 마주칠 줄 몰랐다. 피임 사건이 있고 나서 신미정은 그를 엄청 쌀쌀맞게 대했다.유현진이 문서를 가져다 주러 온 걸 알고 함께 들어왔던 것이다.그런데 회사에 들어서자마자 장씨 아주머니가 이층에서 뛰어내리겠다고 하는 모습이 보였다.장씨 아주머니는 신미정을 보자 구세주라도 만난 듯 울먹이면서 말했다. "사모님, 저를 도와주셔야 돼요."신미정은 그런 장씨를 화난 얼굴로 쳐다보았다. 분명 며칠 기
어쨌거나 장씨는 신미정의 사람이다. 신미정이 있는 한 그에게는 승산이 있다. 하지만 지금 신미정이 자리를 뜨려 한다.신미정이 없어지면 희망도 없어진다.이때 강현우가 입을 열었다."큰어머니, 대화로 잘 풀었으면 장씨 아주머니가 여기에서 목숨으로 협박할 일도 없잖아요."이 말에 장씨 아주머니가 힌트를 얻었다.오늘 여기까지 와서 소란을 피우지 않았다면 신미정은 아예 코빼기도 안 보였을 것이다. 어렵게 분위기를 조장해서 담판까지 이끌었는데, 신미정이 사라지면 그의 요구도 물 건너간다.강한서의 친엄마로서 신미정이 아들 편을 들 게 뻔하다.이러한 생각들이 머리를 스치자 장씨 아주머니는 더 견결한 태도로 말했다."사모님, 일이 이렇게 된 바 저 더 잃을 것도 없어요. 저는 강씨 집안에서 일하는 동안 충성을 다했어요. 그런데 작은 사모님 한 마디에 저를 짜르려 하고 있고, 보상 하나 없이 이상한 오명까지 들씌우잖아요. 이 바닥에서 입소문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시잖아요. 이렇게 저를 짜르면 저 진짜 끝이에요. 오늘 해결해 주시지 않으면 저도 살 길이 막혔으니 여기에서 그냥 뛰어내려 한성그룹이 오래 충성스레 일해 왔던 직원을 어떻게 대하는지 사람들에게 알릴 거예요."신미정은 화가 나서 얼굴이 푸르딩딩해졌다. 저 바보같은 인간! 다른 사람한테 이용 당하는 것도 모르고!주변도 갑자기 들끓었다. "십여 년 일했는데, 짜르면서 보상도 없다니, 강 대표님 너무 하시네.""이건 그나마 괜찮은 거지. 기존에 재무부서 손 부장은 아직 감옥에 있잖아.""손 부장은 법을 위반하나 거구. 그런데 이 도우미 아줌마는 뭐했는데. 어쨌거나 십여 년을 일했는데 이렇게 냉정하게 내치는 건 아니지.""듣는 바에 의하면 강 대표님 사모님의 뜻이라고 하던데. 사모님이 도우미를 싫어해서 강 대표님한테 뭐라 했나봐. 그랬더니 강 대표님이 바로 짤랐고.""이건 뭐 소꿉장난도 아니고."......사람들이 수군거리는 말을 듣자 유현진의 눈가가 부르르 떨렸다. 지난 생에 도대체 강씨 집안에 뭘 잘못을 했기에 강씨 집안
작은 소리로 수군거리던 사람들이 갑자기 유현아의 한마디에 화두를 유현진에게 돌렸다.그러자 신미정도 한 마디 덧붙였다."그래, 현진아. 장씨가 너희를 여러해 동안 보살폈는데, 네가 너그럽게 봐주렴."지금 유현진이 오명을 뒤집어쓰면 강한서가 회사에서의 명망을 잃는 일은 피면할 수 있을 것이다.유현진은 민경하가 자신을 이 자리에 부른 이유를 비로소 알게 되었다.문서를 가져와?거짓말!일이 커지면 강한서의 이미지에 영향을 미칠까 봐 그더러 오명을 뒤집어 쓰라는 거잖아!유현진은 차디찬 눈빛으로 강한서를 쳐다봤다. 민경하는 마음이 찔리는지 눈길을 피했다.이때 강한서가 눈썹을 찌푸리더니 입을 열었다. "엄마, 이미 사적으로 협의가 끝난 일이잖아요. 제가 오늘 장씨의 요구를 들어준다면 나중에 회사에서 짤린 사람마다 와서 소란을 피우면 제가 모두 받아들여요? 회사가 자선 사업이 아니잖아요."연기로 따지면 강한서는 유현진보다 한 수 위다!유현진이 오명을 뒤집어쓴 상황에서 이렇게 태연하게 말하다니.그때 신미정이 입을 열었다."현진이와 조금 오해가 있었던 거잖아. 현진이가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는다면 장씨더러 현진이한테 사과하라고 하면 되잖아. 나를 봐서라도 그만 넘어가주면 안 되겠니?"장씨 아주머니는 바로 그 뜻을 알아차리고 유현진 앞에 무릎을 꿇었다. "작은 사모님, 제가 잘못했어요. 저 한 번만 용서해주세요. 저 진짜 이 일자리를 잃으면 안 돼요."주변이 갑자기 또 들끓기 시작했다."이렇게 연세가 있으신 분이 무릎을 꿇다니!""일자리를 찾는 게 오죽 어려우면 이러시겠어?""아무 근심 걱정 없는 귀하신 사모님께서 어떻게 일하는 사람의 어려움을 알겠어. 그의 한 마디면 사람을 바로 짜를 수 있잖아.""유씨 집안도 일반인에서 한 걸음씩 여기까지 왔는데, 어떻게 사람이 저 정도로 매정할 수가 있어."
"자신이 비를 맞았다고 다른 사람한테 펄펄 끓는 물을 뿌리려는 격이죠."......유현아가 이 소리를 듣고는 입고리를 말아올리더니 나서서 유현진을 말렸다. "언니, 아빠가 늘 타인을 너그러이 대하라고 타일렀잖아. 그만해. 아주머니가 사과했잖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가 안 풀린다면 대충 벌하면 되지.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계속헤서 소란을 피우는 것도 보기 안 좋잖아."유현진은 그런 유현아를 쏘아보았다.만약 오늘 이만 끝내면 유현진은 "연세 든 사람에게 일말의 연민도 없는 냉혈 인간"이라는 오명을 뒤집에쓰게 된다.그래서 유현진은 바로 입을 열었다."아주머니, 한서 씨가 저 때문에 아주머니를 짜른다고 하셨죠? 그럼 이 자리에서 원인을 말씀해 주실 수 있어요? 여기에 있는 분들이 제가 아주머니에게 너무 심한 벌을 줬는지 판단을 해주게요."이 말에 장씨가 멍해졌다. 그걸 어떻게 그의 입으로 말하란 말인가?자신이 피임약통을 일부러 눈에 띄는 곳에 버려 신미정과 정인월이 발견하도록 하여 강한서와 유현진이 피임하고 있는 사실을 유출했다고.그가 체결한 계약에서 첫 번째가 바로 주인의 비밀을 누설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다.설령 신미정이 시킨 일이더라도 그는 솔직하게 말할 수가 없다. 그가 계약한 사람은 강한서이기 때문이다. 이 바닥에서 비밀누설은 금기 사항이다. 그래서 장씨 아주머니는 한참이나 머뭇거리다가 우물거리면서 말했다,"그게......쓰레기를 까먹고 버리지 않아서......"참 교묘하게 큰 잘못을 에둘러 갔다.유현진은 그가 솔직하게 말하지 못할 줄 알았다."아주머니, 한서 씨가 결벽증이 있고, 또 조금이라도 지저분한 환경에서 잠자면 알레르기 증상을 보이는 거 아시잖아요. 재작년에도 아주머니가 진드기를 제때에 제거하지 않아서 한서 씨가 붉은 발진으로 병원에 한 주나 입원한 거 기억하시죠. 그때도 제가 아주머니한테 침실만은 격일로 반드시 소독하라고 했잖아요. 그런데 아주머니는 어떻게 하셨죠?"재작년에 강한서가 진드기로 인해 붉은 발진을 앓았던 사실은 전체 회사
어두운 표정으로 이번 일의 경위를 할 번 곱씹은 홍혜림의 얼굴이 순간 일그러졌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서해금은 항상 절묘한 타이밍에 나타나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한 번도 어긋난 적조차 없었다. 조금만 먼저 얘기를 꺼냈다면 의심을 살 수 있었고 조금만 늦으면 도와줄 기회를 놓칠 수 있었다. 서해금은 늘 홍혜림이 더는 손 쓸 방법이 없는 타이밍에 나타났다. 궁지에 몰린 상황에 당연히 홍혜림은 평소처럼 이성적인 사고를 할 수 없었고 도움을 주려는 사람의 손길을 거절할 리가 없었다. ‘서해금이 어떤 인간인데?’서해금은 이익을 얻을 수만 있다면 거지도 아버지로 모실 수 있었고 가치가 없는 사람이라면 친아버지도 아버지라 인정하지 않을 사람이었다. ‘그런 인간이 아무런 계획도 없이 도와줄 리가 없어.’‘애초부터 이 모든 것이 서해금이 꾸민 짓이라면 말이 되긴 하지.’‘하지만 대체 왜?’홍혜림은 순간 자신에게도 조향대회의 투표권이 있다는 사실을 또 올렸다. ‘설마 그것 때문에?’서해금 의도를 파악하게 된 홍혜림은 순간 화가 치밀었다. ‘가식적인 X. 감히 날 두고 수작을 부려?’생각에 잠긴 홍혜림이 인상을 폈다 찌푸렸다를 반복하며 가끔은 이를 악무는 모습을 지켜보던 진윤이 걱정스레 물었다.“엄마, 왜 그래요?”홍혜림이 감정을 추스르며 대답했다. “아무것도 아니야. 역겨운 일이 떠올라서 속이 좀 안 좋아서 그래.”아직 어린 나이라 홍혜림 말의 의미를 눈치 채지 못한 진윤이 말했다. “엄마도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어차피 전 부정행위도 하지 않았잖아요. 지금은 제가 신고까지 했으니 저희가 여기저기 부탁할 필요 없어요. 오히려 그 사람들이 저희에게 사정을 해야겠죠. 엄마도 이젠 회사로 나가 보세요. 전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요.”진윤의 말에 홍혜림의 표정이 조금은 누그러졌다. “너만 괜찮으면 엄마는 아무것도 겁나지 않아. 회사에는 네 아빠와 형이 있어. 내가 할 일은 널 지키는 거야.”그 말에 진윤은 강한서의 말을 떠올렸다.“너한텐 좋은 부
진윤: ...진윤이 흥, 콧방귀를 꼈다. “네가 얘기 안 하면 내가 모를 줄 알아? 한성 그룹 대표지?”진윤이 머리가 떨어질세라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엄마, 형님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에요. 언변이 장난이 아녜요. 게다가 맞는 말만 골라서 한다니까요. 전엔 우리 형이 세상에서 제일 능력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형도 그 형님 앞에선 꼬마에 불과한 것 같아요.”진윤의 뒤통수를 툭 치려던 홍혜림은 그의 머리에 감싸진 붕대를 보고는 시선을 내려 엉덩이를 차버렸다. “형이 널 얼마나 예뻐했는데 팔이 밖으로 굽어?”진윤이 바지의 먼지를 털며 말했다. “좋은 건 당연히 형이 더 좋죠. 하지만 능력으로 따지면 형님이 더 뛰어난 것 같아요..”강한서를 향한 콩깍지가 두껍게 쓰인 진윤의 모습에 홍혜림은 괜히 질투가 났다. 하지만 상대방이 강한서라는 사실에 오히려 마음이 놓이기도 했다. 정인월이 직접 교육한 아이였으니 성품이 우수하고 능력이 뛰어난 것은 말 할 필요도 없었다. 진수 그룹과 한성 그룹은 같은 업계에 종사하지 않은 탓에 협업하는 일이 거의 없어 연계가 잦은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진윤은 한성 그룹이 종사하고 있는 업계와 관련된 전공을 하고 있었고 강한서는 IT 업계의 정상급 인물이었다. 그러니 강한서와 가깝게 지내는 것은 진윤에겐 좋은 일이었다. 하지만 홍혜림은 강한서가 아무 이유 없이 진윤을 도울 리가 없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그녀는 아무리 생각해도 강한서가 여자친구 대신 자신에게서 서해금의 일을 알아내려는 의도가 있을 것이라 여겼다. 홍혜림은 그 일엔 조금도 관여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신세를 지고도 모른 척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게다가 강한서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그녀에게 자신의 요구를 이야기한 적도 없어 오히려 홍혜림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서 대표에게 우리가 신고했다는 사실을 알리지 말라고 은근슬쩍 오 교수님을 귀띔하게 한 것도 너의 그 스승님 생각인 거야?”진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먼저 도와주겠다고
입가를 파르르 떨던 홍혜림이 진윤의 손을 툭, 쳐냈다. “저리 가. 엄마한테 그런 농담하지 마.”진윤이 웃는 얼굴로 다가가 홍혜림의 어깨를 주물렀다. 그러자 홍혜림이 진윤을 다시 자리에 앉혔다. “얌전히 앉아있기나 해. 넌 애가 다치고도 얌전히 있지를 못 해.”잠시 말이 없던 홍혜림이 다시 입을 열었다. “왜 엄마한테 얘기도 안 하고 신고했어? 오 교수님께도 비밀로 하라고 하면서 말이야. 대체 무슨 생각인데 이렇게 수상하게 구는 거야.”“엄마, 만약 학교 측에서 빨리 결과를 발표할 생각이었다면 진위 여부는 신경 쓰지도 않은 채 얼른 이 일을 마무리 지으려고 했을 거예요. 저희가 오 교수님께 부탁할 시간 같은 건 주지도 않았을 거라고요.”“그럴 시간이 있었다고 해도 학교 명예가 걸린 일인데, 누가 그 책임을 지려고 하겠어요?”진윤의 말에 홍혜림이 멈칫했다. “그러니까 네 말은 학교에서 너한테 처분을 내렸다는 말이 가짜라는 얘기야?”진윤이 말했다. “엄마, 서화 대학은 엄마와 아빠가 수많은 인맥과 돈을 들여 고르고 고른 대학이에요. 업계에서의 명성도, 학교 분위기도 말 할 것 없이 좋고요. 오랜 세월을 지내며 명성을 쌓아온 학교예요. 그만큼 수많은 일을 겪어왔다는 얘기잖아요.”“그런 학교가 고작 이런 여론에 궁지로 몰려 학생에게 처분을 내리는 것으로 여론을 잠재우려고 했을 가능성이 얼마나 있다고 생각하세요?”“지금은 예전과 달라요. 요즘은 순식간이면 소문이 퍼진다고요. 이런 일은 조금만 미숙하게 처리해도 오히려 힘들게 쌓아온 명성에 금이 가게 할 수 있어요. 그러니 어떻게 봐도 학교 측에서는 함부로 저에게 모든 책임을 지게 할 수는 없어요.”“오히려 진실을 파헤치는 편이 학교의 명성을 지키는 제일 좋은 방법이에요.”잠시 조용하던 진윤이 말을 이었다. “엄마, 만약 엄마가 학교 이사진이라면 부정행위가 사실이었다는 결론과 부정행위가 루머였다는 걸론 중 어떤 게 신입생 모집에 더 큰 영향을 줄 거라고 생각했을 것 같아요?”홍혜림이 미간을
식사 자리가 마무리된 후 홍혜림을 배웅하러 나온 서해금의 뒤를 오성빈이 따라나서며 나지막이 물었다. “서 대표님이 말씀하신대로 했으니 약속하신 건...”“걱정마세요.”서해금이 시선을 거두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일만 잘 마무리 되면 약속드린 건 꼭 지켜드리죠.”“그럼 최대한 빨리 해결하도록 할게요. 질질 끌어봐야 좋을게 없으니까요.”“부탁드려요.”고개를 끄덕인 서해금이 성월에게 눈짓을 보냈다. 그러자 서해금의 뜻을 바로 알아들은 성월이 곧바로 오성빈을 배웅했다. 사실 학교에서는 진윤의 부정행위에 관해 아무런 결론도 내린 것이 없었다. 여론은 여전히 뜨겁기만 했다. 하지만 그런 때일수록 여론에 흔들리지 말아야 했다. 만약 조사 결과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긴다면 그 여론은 오히려 학교에 독이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성빈은 학교 임원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며칠 동안이나 홍혜림의 연락을 무시했다. 물론 그 역시도 최대한 빨리 이 일을 마무리하고 싶었다. 진윤이 부정행위를 저질렀다는 증거는 전혀 찾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오성빈이 모든 증거 수집을 마치고 드디어 진윤의 누명을 벗겨주는 쇼를 하려던 그때, 경찰이 갑자기 학교로 찾아왔다. 진수 그룹에서 진윤의 시험 부정행위 문제로 경찰에 신고를 한 탓이었다. 교장의 연락을 받은 오성빈은 그만 멍해졌다. 제일 먼저 서해금이 떠올랐지만 그녀가 약속했던 일을 떠올린 그는 곧 주먹을 꽉 움켜쥐고 서해금에게 연락하고 싶은 충동을 꾹 참으며 홍혜림의 연락처를 눌렀다. 홍혜림이 전화를 받자마자 오성빈이 물었다. “사모님, 어제 분명 진윤 학생 일은 잘 처리해 드리겠다고 말씀 드렸잖아요. 왜 신고를 하신 거예요?”홍혜림이 놀란 말투로 말했다. “신고라뇨? 전 신고한 적 없어요.”“사모님이 신고하신 게 아니라고요?”의아한 듯 묻는 오성 빈에게 홍혜림이 대답했다. “전 신고한 적 없어요. 교수님께서 이미 윤이가 부정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증거를 찾으셨다면서 조치를 취하시겠다고 말씀하셨잖아요. 그래서 계속
장준의 아버지는 요직을 맡고 있었고 장씨 가문엔 그의 아버지를 제외하고도 수많은 정치인들이 있었다. 그랬기에 가족 중 단 한명이라도 꼬리를 밟힌다면 그의 가문은 수습 불가능한 상황으로 치닫기도 했다. 장준이 저질렀던 인간 같지도 않은 일들이 하나하나 밝혀지기 시작했다. 폭행, 음주 운전, 도박, 성폭행...피해자들이 하나둘 인터넷에 장준의 진짜 모습을 폭로했다. 수많은 피해자의 목소리를 누를 수 없었던 장씨 가문의 스캔들이 결국 전부 드러나고 말았다. 홍혜림 역시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녀는 곧 회사 계정으로 진윤은 그날 운전을 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발표와 함께 그와 관련된 증거들과 범죄경력증명서를 전부 공개 했다. [그러니까 진윤은 또 다른 도련님의 기사를 막기 위해 총알받이가 됐다는 거네?][어쩐지 뭔가 이상하더라니.][그렇게 심각한 교통사고에 진윤 한 사람만 공개 처형하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역시 여론을 부추기는 사람이 있었다는 거네요.][발 빼려고 하지 마. 장준이 주범이었다고 하더라도 진윤이 그 경기와 아무런 관련도 없는 건 아니잖아. 끼리끼리는 과학이라고 했는데 그놈이 그놈 아니겠어? 서화 대학에서도 진윤의 재시험 부정행위를 인정 했잖아.][학교엔 이미 소문을 파다해요. 이번 일과는 관련이 없다고 해도 언젠가는 비슷한 사고를 쳤을 거예요. 장준이나 진윤이나 크게 다를 거 없잖아요.][저기요. 두 사람을 싸잡아 욕 하지는 마요. 한 명은 범죄자고 다른 한 명은 그저 인성에 문제가 있는 것뿐이에요. 그게 어떻게 같아요? 얼른 진상 규명이나 하시죠. 피해자에게 피해 보상은 해야 하잖아요.]...휴대폰을 한 쪽으로 던져버린 서해금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장준이었어? 어쩐지...”성월이 그녀에게 차를 건네며 나지막이 물었다. “대표님, 진윤 씨 일은 이미 어느 정도 해결이 된 것 같아요. 그럼 저희 계획은 어떻게 해요?”“아직 끝나지 않았어요.”서해금이 찻잔을 들어 올리며 덤덤하게 말했다. “홍혜림은 누구보다
장씨 가문 아들이라는 이유로 여론이 들끓는 것을 염려한 탓인지 기사는 간단한 몇 마디 말로 상황을 간결하게 보도했다. 하지만 한현진은 감추려고 할수록 일은 점점 더 커질 것이라 생각했다. 드디어 주강운이 손을 쓴 모양이었다.고개를 들어 강한서를 바라보는 한현진의 눈이 별처럼 반짝였다.“여보, 장준이 잡힌 것 같아.”강한서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누가 그래?”한현진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강한서에게 한성우가 보낸 기사를 보여주었다. “시간, 교통사고, 장 모 씨, 약물. 이 단어들만 봐도 누군지 뻔하잖아.”강한서가 놀랍다는 듯 말했다. “장 모 씨가 정말 장준이야? 어떻게 잡힌 거지? 누가 신고라도 한 건가.”“나쁜 짓을 그렇게 많이 했으니 벌을 받는 거지. 피해가 한두 명이면 집안 세력으로 어떻게든 막을 수 있겠지만 그 수많은 피해자를 전부 막을 수는 없잖아?”강한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기사에 다른 얘기는 없어?”“없어. 그냥 언급만 한 수준이야. 하지만 이 기사를 시작으로 진실을 밝혀 나가려는 사람은 분명 있을 거야. 그건 우리가 상관할 일이 아니지.”한현진이 나지막이 말했다. “장준과 관련된 기사가 퍼져 나가기 시작하면 사모님께 이 기회를 빌려 진윤 씨에 관련한 입장 발표를 하시라고 말씀 드려.”강한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 아침 연락드릴게.”강한서는 이상할 정도 순순히 대답했다. 예전이라면 어떻게 된 일이냐며 꼬치꼬치 캐 물었을 것이 분명했다. 지금처럼 쉽게 넘어갈 리가 없었다.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한현진의 시선에 강한서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가 다정한 목소리로 한현진에게 물었다.“왜?”하지만 한현진은 곧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아무것도 아니야. 산책 가자.”강한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옷 가지고 올게.”강한서의 뒷모습을 지긋이 바라보던 한현진이 휴대폰을 들어 한성우에게 문자를 보냈다. [오늘 강한서가 좀 이상해요. 평소엔 꼬치꼬치 따지더니 오늘은 기사를 보여줘도 아무것도
멈칫한 강한서가 입술을 짓이겼다. “누가 어딜 들어갔다고?”강한서의 목소리에 수화기 너머의 사람은 순간 조용해졌다. 그러더니 곧 어색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한서야, 야근 안 했어? 오늘은 일찍 퇴근했네.”강한서는 화제를 돌리는 한성우의 말에 전혀 동요하지 않은 채 다시 물었다. “방금 누가 어딜 들어갔다고?”“방금 내가 뭐라고 했어?”한성우가 모른 척 대답했다. “갑자기 네가 튀어나오는 탓에 다 잊어버렸잖아.”강한서가 말했다. “강운이가 장준을 처넣었다며.”한성우: ...후회 막심한 얼굴로 자신의 입을 툭 친 한성우가 웃으며 대답했다. “어, 맞아. 바로 그거야. 나도 방금 어디서 그 소식을 듣고 형수님과 수다나 떨려고 전화한 거야. 너도 알잖아. 형수님과 내가 뒷담화 할 땐 죽이 척척 맞는 거.”“그래?”강한서가 담담한 말투로 말을 이었다. “난 두 사람이 나한테 뭔가 숨기는 게 있는 줄 알았지.”“그럴 리가 있겠어?” 한성우가 당당하게 말했다. “우리가 널 속일 수는 있고? 두 사람 요즘 진윤 씨 일 때문에 걱정이 많잖아. 그래서 나도 신경 좀 썼지. 봐, 소식을 듣고는 바로 알려 주려고 전화했잖아.”“그래.”강한서의 대답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한성우의 귓가로 곧 다시 강한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진이가 강운이한테 뭐라고 했는데?”한성우: ...한성우가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뭐? 형수님이 강운이와 연락했어?”잠시 침묵하던 강한서가 다시 입을 열었다. “너한테 전해달라고 한 말이 뭐냐고.”의심이 아닌 확신에 찬 말투에 한성우는 머리가 찌릿, 할 정도로 소름이 돋았다. ‘조금만 참았다가 나중에 전화할 것이지, 난 왜 하필 지금 한 거야?’어차피 한강서가 전부 눈치 챈 마당에 더는 숨길 필요가 없어진 한성우는 결국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 “형수님이 너한테 숨겼다고 뭐라고 하지 마. 형수님이 강운이에게 연락한 게 아냐. 나한테 눈치를 주라고 부탁하셨어. 강운이네는 줄곧 장씨 가문과 사이가 안 좋았잖아
“실망이라니. 엄마는 단 한 번도 널 창피하게 여긴 적 없어. 넌 엄마가 배 아파 낳은 내 자식이야. 내가 널 몰라? 엄마는 그냥 네가 이번 일 때문에 힘들어 할까봐 그래. 엄마는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즘 네가 말도 없고 조용하기만 해서 우리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진윤의 등을 어루만지며 홍혜림이 나지막이 말했다. “이런 일은 아무것도 아니야. 인생 살면서 이런 일 안 겪는 사람은 없어. 이겨내면 돼.”고개를 끄덕인 진윤이 홍혜림을 꽉 끌어안았다. ...아름드리.“그러니까 아주머니가 뒤에서 여론몰이에 동조했다는 거야?”한현진이 자몽을 까며 강한서에게 말하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절묘한 타이밍에 나타나서 알아봤더니 오성빈 교수라는 사람, 성 비서님의 먼 친척이시더라고. 그러니까 그분이 나서서 얘기만 해주면 잘 해결될 가능성이 높아.”잠시 생각하던 한현진이 말했다. “그래서 일부러 홍혜림 씨가 신세를 질 수밖에 없게 만드시겠다? 홍혜림 씨를 다시 뺏어가려는 거야?”“그럴 수도 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닌 것 같아.”한현진이 눈을 반짝이며 강한서 곁으로 다가갔다. 꿍꿍이 가득한 얼굴로 한현진이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그럼 우리는 그걸 지켜보면 되겠네. 본인 계획대로 흘러가고 있다고 착각하게 만든 다음대체 뭘 하려는 생각인지 지켜보자고.”강한서가 어쩐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한현진을 쳐다보았다. 그 표정에 어리둥절해진 한현진이 물었다. “왜 그렇게 웃어? 뭐야, 그 음흉한 웃음은.”강한서가 나지막이 대답했다. “근묵자흑이라는 단어가 너무 맞는 말인 것 같아서.”한현진: ?“설명 똑바로 해. 누가 그 묵인데?”강한서는 씩 웃으며 한현진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한현진이 깐 자몽을 가져가 한 입 베어 문 강한서의 표정이 곧 강한 신맛에 잔뜩 일그러졌다. 자몽을 겨우 삼킨 강한서가 인상을 찌푸린 채 믿을 수 없다는 듯 말했다. “넌 이걸 대체 어떻게 아무렇지 않게 먹을 수 있는 거야.”한현진이 눈을 깜빡였다.
[그래도 학교 측에서 끝까지 부정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재수강하라고 하면 어떡해요?]강한서가 웃으며 말했다. [넌 언제든 법적 대응을 할 수 있다는 걸 잊지 마. 내가 대신 신고해줘?]진윤은 그제야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 번뜩 정신이 들었다. 인터넷에 도배된 악플로 잔뜩 지친 진윤은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는 일에만 몰두해 있었다. 그는 심지어 학교 측에 새로운 시험 문제를 내도록 제안한 후 라이브 방송을 통해 부정행위가 없었음을 증명할까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강한서의 한마디는 진윤의 모든 고민을 한 방에 해결했다. 스스로의 결백을 증명하는 건 결국 그 사람들이 파놓은 함정에 뛰어 드는 것 과 다를 바가 없었다. 사람들은 애초부터 그가 부정행위를 했을 거라 확신하고 있었다. 그러니 진윤이 라이브 방송으로 결백을 증명한다고 한다고 해도 사람들은 또 미리 답을 알고 있으면서 카메라 앞에서 쇼를 하는 것이라며 의심하게 뻔했다. 부정행위의 증명해야 할 사람은 진윤이 아니라 그를 의심한 사람들이었다. 진윤이 순간 눈을 반짝였다. [얼른 엄마를 말려야겠어요. 교수님에게 부탁할 필요가 없잖아요. 전 당당하니까 얼마든지 조사하라고 해요.][잠깐만.]강한서가 진윤을 불렀다. [잠깐만 기다려 봐.][왜요?]입술을 깨물던 강한서가 중얼거렸다. [고작 학생인 네가 시험에서 부정행위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여론이 이 정도로 들끓는게 처음부터 이상했어. 이제야 의문이 조금 풀리는 것 같네.][그게 뭔데요. 얼른 얘기 해줘요.]성격 급한 진윤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는 강한서 때문에 괜히 마음만 조급해졌다. 강한서가 말했다. [넌 지금 아무것도 하지 마. 어머님께도 오 교수님이라는 분 만나보라고 해. 뭐라고 하는지 얘기나 들어 보고 다시 대책을 세워야해.]진윤이 조금 전처럼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형님, 어차피 이렇게 된 거 그 인간들의 계략을 역이용하시려는 거예요?]강한서가 쯧, 혀를 차며 말했다. [매형이라고 불러]진윤: ...홍혜림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