تسجيل الدخول잔잔하게도 울린 아침 조회 때와는 달리 1교시를 알리는 종소리는 좀 더 우렁찬 느낌.
율혜는 제 노선도 정했겠다, 보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제가 받은 새 교과서를 훑어보였다.
그 결과, 설마 했지만 올해도 똑같은 운명.
엄마, 아빠, 언니, 오빠, 여동생, 남동생.
일본어로 가족 호칭이 적혀있는 낱말 카드 부록을 만지작거린 순간, 세 살배기로 회귀해야 하는 제 운명을 받아들여야 했다는 거다.
“39페이지 펴면 돼. 일본어 선생님은 목차 순서대로 수업 진도를 나가지 않아서 조금 뒤죽박죽이거든... 1단원 이후에 5단원으로 갔다가 지난주부터는 2단원으로 돌아왔어.”
살짝 멈칫하기는 했어도 제 운명을 받아들인 율혜가 일본어 교과서에서 손을 떼던 그 순간.
휘안은 기다렸다는 듯 율혜의 곁으로 다가가 율혜가 펼쳐야 할 페이지를 손수 넘겨주었다.
“……!”
향에 예민한 율혜는 인위적인 향이라면 저도 모르게 즉각적인 거부감을 보이는 편이다.
근데 어째서인지 휘안의 체향은 남달랐다.
달큰하면서 포근하니 가까이 두고 싶은 향.
아무튼 향도 주인 따라 간다더니 휘안의 얼굴만큼 예쁘장한 향인 게 확실했다.
“고마워, 휘안아~ 근데 향수는 어떤 거 쓰는 거야? 갑자기 궁금해졌어. 향이 너무 좋거든.”
“어… 향수? 나 향수 같은 건 안 쓰는데...”
저에게 향수의 출처를 물어 보인 율혜에 난감한 듯 자신의 눈가 주위를 긁어 보인 휘안.
누군가의 눈에는 앙탈 정도로 치부될 수도 있지만 휘안을 아는 사람들에 의하면 이는 멋쩍거나 부끄러울 때 나오는 행동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 행동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휘안과 같은 버퍼링을 겪게 만드는 부작용도 있었고.
“어… 방금 전 내 질문의 의도는 휘안이 향이 좋아서 물어본 건데… 혹시라도 휘안이한테 실례가 됐다면 지금 바로 사과할게. 전학 온 첫날부터 짝꿍을 불편하게 만들다니. 정말이지 내가 잘못한 게 맞아. 미안해, 휘안아.”
“어, 아니야! 하나도 안 미안해도 돼! 진짜 불편하다는 거 하나도 못 느꼈어! 내가… 그래! 집 가서 섬유유연제 이름이라도 외워 올게. 내 향의 출처라면 그게 전부일 거 같거든.”
아기 토끼 굿즈 수집 마니아인 리짱의 취향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기 토끼를 닮은 얼굴로 테마파크 캐스터 분이 할 법한 손 인사를 여럿 건네는 예쁜 짝꿍.
덕분에 율혜의 놀란 마음은 진정이 됐는지 피이 하는 소리로서 긴장도 흘려보내게 됐다.
“뭐야... 휘안이는 사과를 받으면 엄청 놀라는 친구구나? 알았어. 휘안이 말대로 하나도 안 미안해할게. 그니까 휘안이도 이렇게 손 내려.”
싱긋 웃는 얼굴로 커다란 두 손을 내려주자 저도 모르게 낮은 탄성을 내비친 휘안.
저에게는 없는 남성의 목울대가 울렁이는 걸 보니 괜히 제 손끝도 달아오르는 느낌이었다.
아니, 이건 어쩌면 휘안 역시 감지했을 열감.
그러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월요일 아침이라 교실을 딴 곳으로 착각해 1교시 수업부터 늦을 뻔했다는 일본어 선생님이 등장했다.
아마 저 선생님만 아니었다면 리짱은 지금 당장이고 세 살배기 마냥 엄마 아빠 품으로 숨어들어 휘안을 관찰하기 바빴을 테지만.
***
아마도 오전 내에 2학년 전체에 퍼진 소문.
2학년 4반의 전학생이 그렇게 예쁘다더라.
물론 율혜 역시 이 같은 상황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지만 구태여 저희 반 아이들이 아닌 다른 이들의 관심까지 바란 건 아니었다.
“체리.”
물론 교실 뒷문에 서서 제 영어 이름을 부르는 다른 반 남학생 한 명은 예외였지만.
“뭐지. 왜 여기에서도 체리라고 부르지. 난 재이 말고 재원이라고 부른다고 했는데.”
삐죽삐죽 작게 투덜거리는 목소리로 저를 찾아온 남학생 앞에 서자 당장이고 복도 한 편으로 쭉 이끄는 에스코트.
2학년 학생들 모두 같은 반 유무에 성별 유무를 떠나 전학생 율혜에게 말 한 마디 붙여보려 그렇게 안달이 났다는데 어째서인지 이 남학생만은 하도 자연스러운 눈치였다.
“그래. 벌써 우리 학교 연예인 다 됐더라. 반대편 복도까지 4반 전학생 소문이 쫙 놨어. 아마 조금 있으면 또 새로운 소문이 맴돌겠지. 네가 누구랑 점심을 먹었고, 아까 좀 전에는 다른 반 누구랑 대화를 나눴다 하는 거까지.”
“뭐 그래도 상관없어~ 어차피 한국에서는 내가 누군지 모를 테니까. 근데 넌 왜 자꾸 래운이처럼 행동하지? 왜 네가 하고 싶은 대로만 하냐는 거야. 내가 학교에서는 체리 말고 한국 이름으로 불러달라고 했잖아.”
“아, 미안. 그건 노력할게. 래운이 때문에 나도 널 체리라고 부르는 게 입에 뱄지 뭐야. 아무튼 밥은 잘 먹었지? 물론 예린이랑 같이?”
보아하니 서론은 됐고 본론으로 가자는 태도.
전학 온 첫날부터 큐피드 활동을 제대로 했다는 걸 알면 재이 넌 까무러치고 말걸.
하여튼 리짱을 뭐로 보고 말이야.
“아~ 왜 나를 의심 하냐는 눈빛? 설마 내가 너 하나 의심하러 왔을까. 자, 이거나 받아. 래운이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전학 선물. 엊그제 주려 했는데 네가 시간이 안 됐잖아.”
“에휴, 그날은 함부로 취소할 수 있는 날이 아니었다니까. 여고 친구들이랑 걸스 나이트 하기로 했는데 중간에 어떻게 나와. 아무튼 고마워. 근데… 어? 이 츄잉 캔디는 네가 넣은 거지? 나머지 초콜릿들은 래운이가 넣은 거고.”
“하여튼 눈썰미도 좋아. 특별히 체리 맛으로 넣었어. 이래봬도 구하기 꽤 힘든 거거든. 물론 그렇다고 너한테 큰 걸 바란다는 건 아니고.”
한국 이름 박재원.
알 만한 이들에게는 재이 재원 팍.
2학년 8반의 반장.
홍보부 동아리의 회장.
여기서 좀 더 재미를 더하자면 리짱은 재이와 예린을 잇는 큐피드로서 이 학교에 잠입해 온 목적성이 있는 전학생이라는 거고.
교실 불을 다 끄고 청소년 지식 채널의 영상을 관람하자면 제 아무리 시끌벅적한 아이들이어도 이내 조용해지기 마련이다.영상을 보며 여러 생각이 들어 숙연해지는 아이들도 있는가 하면, 어두컴컴한 분위기 속 하나의 화면에만 시선을 고정하다 눈꺼풀이 무거워지는 아이들도 더러 존재하더라니까.달리 말해 각자 이런저런 이유들로 나른한 기운이 가득한 시간을 보내게 된다는 뜻.물론 아이들을 지도하는 선생님 입장에서는 이런 시간만큼 편한 시간이 없기도 했다.“율혜… 아니, 넌 또 언제 들어온 거야?”“종 치자마자. 율혜 코 자고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진짜로 코 자고 있었네... 다행이다. 지금이 딱 낮잠 자기 최적인 시간대잖아.”“어련하실까. 안 그래도 차휘안 너 올지 말지 내기하려 했어. 연극부 동아리실에서 여기까지 오는데 거리가 가까운 건 아니잖아.”각자 다른 동아리에 속해있다는 이유로 다른 장소에 있게 된 상황이 탐탁치만은 않은 편.그래도 책상에 엎드려 곤히 잠든 율혜를 보고 있자니 마음이 놓였다고 해야 하나.휘안은 율혜의 배 위에 제 손을 올려두고는 예린의 이야기에 물음표를 더하는 반응이었다.“그래? 둘 중 누가 안 온다는 쪽이었는데?”“아, 안타깝게도 내기 자체가 성립이 안 됐어. 재이도 나도 무조건 온다는 쪽이었거든. 근데 이렇게 종 치자마자 올 줄은 몰랐던 거지.”“음~ 뒷문 쪽에 앉아있다 죽어라 뛰면 돼. 누구나 가능하지. 뭐든 트리거만 명확하다면. 다음부터는 종 치고 몇 초 안쪽으로 올 지로 내기해. 그편이 더 할 만 한 내기일 테니까.”과연 있는 그대로의 솔직한 심경.체력장도 아니고 체육 대회도 아니라는데 뭐가 그렇게 다급한 뜀박질이었을까.이 장소에 휘안으로 하여금 그를 일깨워줄 트리거는 단 한 명뿐인 게 전부였지.그저 제 시야에 율혜가 들어오고 닿아있으면 그만이라는 목적 하나로서 율혜의 옆자리를 차지하기로 마음먹었다니까.“그나저나 얼른 하교할 때나 왔으면 좋겠네. 오늘 점심도 먹는 둥 마는 둥이었잖아. 그니까 집 가서 좋
“신났네, 신났어. 어떻게 이제야 좀 진정이 됐나보지? 그러게 내가 뭐랬어. 막상 자리를 옮겨보면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을 거라니까.”“응. 율혜 뒷자리, 생각보다 괜찮은 거 같아. 물론 예린이 자리가 탐나긴 해. 마음 같아서는 멋대로 바꾸고 싶으니까. 하지만 뭘 어쩌겠어. 우리 반 평화를 위해서 나도 좀 참아봐야지.”새로 나온 자리 배정 표를 확인하고 뭐라 반응할 새도 없이 자리를 옮겨야 한다는 것.그건 마치 겨울잠에서 깨어나 어느 이름 모를 맹수에게 제 곳간을 털렸다 한들 뭐라 손 쓸 새 없이 화부터 삭히고 제 살 길 도모해야 하는 아기 토끼의 입장과 일맥상통하다.“그래, 참아줘서 너무 고맙네~ 근데 말이야. 내가 보기에는 이것도 나름 공평해. 그 왜 이상한 청소 당번 제도에서 불이익 본 애들 말이야. 걔들이 좋은 자리를 차지했어. 한 번 쭉 둘러봐. 뭔가 얄팍한 규칙이 있다니까.”“그런가? 그럼 도준이나 소연이는?”“걔네 둘이야 성이 이씨랑 성씨잖아. 가나다 순서 따져 봐도 딱 중간. 그니까 이익 볼 것도 없고 불이익 볼 것도 없지. 쟤들 자리 봐봐.”“아하~ 그럼 성이 차씨랑 지씨인 나랑 율혜는 불이익 쪽에 가깝다는 거네. 어쩐지 벌써부터 바람이 잘 들더라고. 막 썰렁해.”시베리아 한파 저리가라 추위가 직방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는 창가 쪽 자리.율혜가 전학을 왔던 4월이야 봄이었던 만큼 낭만 가득한 자리가 맞았지만 지금은 아니다.이제 곧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갈 시기에서는 낭만보다는 현실을 걱정해야 하는 때라니까.“그래. 차휘안 네가 아무리 운이 좋다고 해도 어떻게 늘 좋은 자리만 차지하겠지니. 때로는 위기도 겪는 법이야. 남자답게 받아들여~”“음... 근데 예린아. 사실상 예린이 너도 불이익에 가깝지 않아? 예린이 자리는 율혜 옆이잖아. 그럼 찬바람 직통인 거 아닌가.”“그래. 네가 왜 안 물어보나 했다. 너나 나나 자리는 비슷한데 왜 나만 이익이냐는 거지?”“응. 암만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가. 왜? 나 너무 티 났어? 나름 표정
젤라토 컵을 잡기 무섭게 손가락 끝에 호호 입김을 불어넣으면서도 육성으로나마 많이는 차갑지 않다고 주장하는 율혜.휘안은 이럴 걸 예상이라도 한 듯 젤라토는 한 컵에 스푼은 두 개로 주문을 했던 거다.율혜의 주장은 늘 한결 같은 맛이 있다니까.“그러게. 늘 율혜 말로는 이 컵이 문제라지. 글쎄, 우리 율혜는 이 젤라토가 아른거려서는 한참 전부터 발이 동동 떠다니는 중이라는데. 자, 율혜만 아 해보세요. 그토록 기다리던 소금 캐러멜 젤라토~ 어디 맛 표현 좀 해줘봐.”소금 알갱이가 콕콕 박힌 캐러멜 젤라토 한 입 얻어냈다고 두 볼 조심스레 감싸고 고개를 좌우로 왔다 갔다 거리는 건 어디서 배운 건지.그새 요청 아닌 요청이 들어왔다고 수준 이상의 맛 표현을 보여줄 줄 아는 율혜였다.“맛있어! 정말이지 아주 조금만 차갑고 엄청 쫀득한 젤라토. 입안에서 파티가 열리고 있어. 단 맛의 비율은 90, 짠 맛의 비율은 10이랄까.”입 안 가득 행복을 전해준 젤라토 맛에 감동을 받았는지 다시금 컵 밑동을 잡고 조심스레 퍼 올린 젤라토 한 입.그렇게 저 한 입 어디로 가나 쭉 지켜보는데 이번에는 저 보고 아 하라는 입모양이었다.“어때? 휘안이도 입안에서 파티가 열렸을까?”“음~ 막 폭죽 터지고 난리 났어. 이 파티로 말하자면 도무지 쉽게 끝날 거 같지가 않아. 율혜가 말한 비율대로 단짠단짠 제대로인데? 아주 강렬해. 딱 우리 스타일이라 할 수 있어.”“치잇~ 휘안이도 먹을 줄 아는군. 그렇다면 우리 둘 다 젤라토에 스푼을 꽂고 파티 시간을 연장하는 게 좋겠어. 아, 혹시라도 귀찮아지면 말해. 리짱이 휘안이 대신해서 퍼줄 테니까.”제가 아닌 남을 위하는 착한 마음씨 하나 때문이라도 눈이 간다는 율혜인데 저희가 앉은 테이블 핀 조명마저도 율혜를 알아본 눈치.아기 토끼의 솜털 마냥 보드라운 피부 결에 핑크빛으로 물든 두 뺨을 잘도 비춰주는 각도.이러면 또 어디 안타까운 접촉 사고라도 핑계 삼아 뽀뽀하기 최적의 타이밍이라고 그 기회를 놓칠 리 없는 휘안이었다
“존중이라... 그거 참 좋은 단어군. 그렇다면 프로 아이돌로서 나를 존중해준다고 말한 김에 하나 더 존중해주지 않을래? 글쎄, 남부러울 거 없이 잘만 살던 내가 왜 작사에 도전하게 된 걸까. 설마 모르는 척 할 생각은 아니겠지?”“그거야 내가 체리한테 작사를 추천했으니까? 체리가 가사를 잘 쓸 거라는 확신이 있었어.”“그치? 덕분에 아주 바빴던 방학이었어. 사진 공모전 말고도 작사라는 영역에도 신경을 쓰게 됐으니까. 그래서 어떤 날에는 할머니 표 수제 푸딩을 두 개씩 까먹을 수밖에 없었다는 거지.”“음~ 어쨌든 둘 다 해냈잖아. 원래 아무나 아티스트가 되는 게 아니야. 체리도 알잖아. 체리는 모든 면에서 나보다 선배라니까.”올해 12월,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 발매될 예정이라는 라디안의 일본 싱글 앨범.율혜는 래운의 부탁과 꼬드김 그 사이 어디쯤의 제안을 받고는 작사라는 새로운 영역에 도전장을 내밀게 되었다.정해진 멜로디 라인에 제가 원하는 노랫말을 이어붙이는 건 태어나 처음 해보는 일.그럼에도 타고나기를 상상하는 걸 좋아하고 탁월한 언어 감각의 소유자인지라 쓰고 싶은 가사는 술술 나왔다.모르는 한국어야 번역기 어플을 돌리면 되고, 일본어야 말할 것도 없이 쉬운 작업이었으니까.그렇게 래운에게는 작업하는 내내 창작의 고통과 함께했다고 표현했지만 그러한 기간이 있어 여느 때보다 알찬 여름 방학이었다.따라서 문제는 개학 이후인 현재라는 거지.제가 래운에게 넘긴 두 건의 작업물이 QA 엔터테인먼트 내부 블라인드 테스트에서도 통과되었는지의 여부.부모님께는 물론이고 미래 이모께도 비밀로 하고 제 가사를 상부로 올려 보냈으니 결과는 래운을 통해 들을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그게 아니었으면 이렇게 제 의지로 핸드폰을 붙들고 래운과 상대하는 일도 없었을 테니까.“응. 너무 잘 알지. 그래서 내가 그 진정한 아티스트가 됐는지 알고 싶다는 거야. 참고로 사진 공모전에서는 진정한 아티스트가 됐어. 그니까 작사에서도 본론으로 가자는 거지.”“본론? 지금까지
아, 이래서 도준이 얘가 휘안과 단 둘이 하는 등교는 괜찮지만 휘안에 율혜까지 껴서 하는 하교는 여전히 적응이 안 된다고 했던 건가.소안은 제 앞의 해맑은 두 아이를 보니 그 언젠가 본 억울한 표정의 도준이 떠올랐다.늘 상 이 둘과 함께라면 외딴섬이 되는 건 시간문제지만 제가 갈 길 달리 했다가는 눈에 불을 켜고 일거수일투족을 묻는다는데.하지만 제가 누구겠는가.이 둘보다는 오래 살아온 만큼 함부로 쉽게 휘둘리지 않는 재주를 지녔다는 거지.“하하~ 우리 동생들 대화가 끊이지를 않네. 그래서 오늘은 개학 첫날이었는데 뭐 특별한 일은 없었어? 담임선생님은 여전하신 편이고?”얼굴을 몰라도 익히 들어왔던 그녀의 이야기.그러니 또 다른 대화의 물꼬를 틀 목적으로 김미영 선생님의 존재는 최적이나 다름없었다.어째서인지 그녀를 둘러싼 각종 이야기는 화수분마냥 계속해서 끊이지를 않더라니까.“음~ 개학한 기념으로 조만간 자리를 바꿀 거라고 했어요. 그거 말고 특별한 일은 없었던 거 같은데? 오늘은 그냥 개학한 첫날이었잖아.”“아, 나 하나 더 생각났다. 우리 반 청소 당번. 그거 원래 번호 순서대로 돌아가면서 했는데 개학하면서 리셋 됐잖아. 또 처음부터.”“어, 맞아! 그래서 예린이는 바로 고개를 내저었던 거 같아. 아무래도 예린이 성이 나 씨여서 그랬던 거겠지. 물론 뭐라고 불만을 터뜨리지는 않았어. 예린이는 우리 반의 평화를 위해서라면 꾹 참아보겠다고 말했으니까.”어쩜 깨닫는 표정마저 이리도 아기자기한지.핫도그를 베어 물고 모차렐라 치즈를 쭉 늘이던 첫입에 윙크로 뜨거움을 승화시켰던 얼굴도 얼굴이지만 지금 얼굴도 얼굴이었다.“근데 난 자리 바꾸기 싫어. 지금 앉고 있는 자리가 좀 좋아야지. 아마 웬만해서는 만족이 안 될 거 같아. 율혜도 그렇지 않아?”“그렇다면 내가 또 한 번 말씀드려볼까? 이번에도 휘안이랑 예린이랑 가까이 앉고 싶다고. 정말이지 갑작스러운 건 싫으니까.”“하긴. 담임선생님이 율혜 말이라면 잘 들어주시기는 해. 지금 앉고 있는
“음~ 난 이케맨 우사기의 임팩트를 이기고 싶으니까 토끼풀 하나하나 세심히 엮어 만든 토끼풀 반지로 하고 싶어. 율혜가 아쉬움 하나 못 느끼게 제대로 된 걸로 만들어줄게.”“좋아! 휘안이 의견이 좋아서 리짱은 솔깃할 수 있겠어. 휘안이가 만들어주는 토끼풀 반지는 우리 둘이 재회한 의미로서 나눠 끼는 거지. 우리 둘만의 웨딩 밴드는 몇 년 뒤에나 가능한 거고 말이야. 정말이지 완벽한 레벨 업인걸~”타인의 부추김이 아닌 제 의지 하나만으로 계획을 세우고 의견을 내세워본 게 얼마만인지.토끼풀 반지라는 소재만 던져줬을 뿐인데 둘만의 웨딩 밴드라는 레벨 업도 그려냈다.작은 두 손으로 휘안의 한 손 붙들고는 손가락 마디마디 굵기를 재보겠다는 율혜.그러다 못내 흥미가 떨어지면 더위가 가신 오후에 예쁜 토끼풀을 구하러 가보면 어떨까 하는 제안이 들려줄 거다.그럼 또 휘안은 고개를 끄덕일 테고, 드디어 맞물린 톱니바퀴를 되찾았다는 결론이니까.***우리 집 막내의 배필을 마주하게 된 소감.사진 한 장 안 보여주고 누나가 직접 보는 게 더 큰 감동일 거라고 같은 말만 반복하더니 왜 그렇게 엄호에 엄호를 더했는지 알 만 했다.그 여느 평범한 십대 소녀라기에는 우리네 주변에서 마주하기 힘든 출중한 외모의 소유자.이로써 딱 하나는 확실해졌지.제 동생은 여자라는 종족에 관심이 없었던 게 아니라 아무 여자가 아닌 예쁜 여자에게만 관심을 두겠다는 뜻이었다니까.“율혜야. 알로에 주스 더 따라줄까?”“네! 저 알로에 주스 더 마실래요.”“그래~ 주스 많이 있으니까 필요하면 또 말해줘. 그나저나 우리 율혜를 언제 만날 수 있을까 싶었는데 드디어 오늘에서야 만났네. 왠지 귀여운 여동생이 하나 생긴 기분이야.”원래 같아서는 율혜와 인사만 주고받고 눈치껏 자리를 비켜주려 한 소안이었지만 계획을 수정하기로 마음먹었다.그도 그럴 것이 소안은 불과 보름 전까지만 해도 해외 유학에 해외 연수에 외국물 꽤나 좀 먹어봤다는 해외파 인재.그러니 느낌적인 느낌으로 외국물 꽤나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