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님, 자세가 야합니다

사모님, 자세가 야합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5
By:  6jayUpdated just now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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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외도와 모욕 속에서 무너져가던 한소율. 남편이 던지듯 끊어준 PT 회원권으로 만난 트레이너 차도진은 그녀의 몸보다 먼저 상처를 알아본다. 남편이 있는 여자와 선을 지켜야 하는 남자. 가까워질수록 위험해지는 손길과 숨결 속에서, 소율은 잃어버린 자신과 금지된 욕망을 동시에 되찾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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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제1화

결혼 6주년 기념일 저녁.

탁자 위에는 소율이 세 시간 동안 준비한 안심 스테이크와 프랑스산 와인이 차갑게 식어가고 있었다.

은은한 촛농이 하얗게 굳어 내릴 무렵, 자정을 넘긴 시각에야 현관 도어록이 풀리는 전자음이 울렸다.

문이 열리고 남편 최민우가 들어섰다.

고급 맞춤 정장에서는 시트러스 향수와 함께, 낯설고 달콤한 플로럴 향기가 스치듯 풍겼다.

“민우 씨, 왔어? 늦는다는 연락이라도 주지…….”

소율이 앞치마를 풀며 다가갔다.

하지만 민우는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명품 서류 가방을 소파에 툭 던졌다.

“일이 바빴어. 이런 날이라고 굳이 유난 떨며 차리지 말라니까.”

식탁을 흘끗 본 민우의 눈동자에는 감동 대신 노골적인 피로와 귀찮음이 깔려 있었다.

소율은 풀던 앞치마 끈을 놓쳤다. 매듭 끝이 손목에 걸렸는데도 한동안 빼내지 못했다.

남편의 브랜드 사업이 연 매출 수백억을 기록하기 시작한 뒤로, 이런 냉대는 일상이 되어 있었다.

“하린이는?”

“아까 9시에 잠들었어. 아빠 기다린다고 끝까지 버티다가…….”

“그래. 피곤하니까 먼저 씻을게.”

민우는 넥타이를 거칠게 풀어헤치며 안방 드레스룸으로 향했다.

식탁을 정리하려던 소율의 시선에, 민우의 재킷 안주머니에서 미끄러져 나온 은색 봉투 하나가 닿았다.

두툼한 엠보싱 봉투 겉면에는 청담동 초고가 프라이빗 짐, ‘루미너스’의 금박 로고가 박혀 있었다.

'선물인가……?'

결혼기념일을 잊지 않은 남편의 깜짝 선물일지도 모른다는 찰나의 희망이 스쳤다.

샤워를 마치고 가운 차림으로 나온 민우는 봉투를 든 소율을 보고 피식 헛웃음을 흘렸다.

“벌써 봤네. 내일 아침에 주려고 했는데.”

“이게 뭐야, 민우 씨? 프라이빗 짐 회원권……?”

민우는 탄산수를 들이켠 뒤 식탁 맞은편에 삐딱하게 기대어 섰다.

소율을 위아래로 훑는 남편의 시선은 재고 상품을 품평하듯 서늘했다.

“다음 달에 우리 브랜드 리뉴얼 VIP 갈라 파티 있는 거 알지?”

“응, 알지. 당신이 반년 넘게 준비한 행사잖아.”

“주요 투자사 대표들이랑 인플루언서들 전부 부부 동반으로 와.”

민우가 탄산수 병을 식탁에 탁 내려놓으며 말을 이었다.

“그 자리에 내 아내로 당신 데리고 가야 하거든. 그런데 솔직히 지금 당신 꼴로 그 사람들 앞에 나설 수 있겠어?”

소율의 숨이 턱 막혀왔다.

“내…… 꼴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

“거울 좀 봐, 소율아. 등이 굽어서 어깨는 잔뜩 말려 있고, 걸을 때마다 발을 질질 끌잖아. 배는 출산한 지 5년이 지났는데도 그대로 처져 있고.”

민우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얼음송곳처럼 날카로웠다.

“내가 왜 회당 30만 원짜리 최고급 VVIP 1:1 PT를 100회나 끊어줬겠어? 파티 전까지 제발 사람들 앞에 내놓을 수 있게, 사람 구실은 하게 만들라는 거야.”

“민우 씨…… 말이 너무 심하잖아! 내가 왜 이렇게 됐는데……!”

소율의 목소리가 모멸감으로 잘게 떨렸다.

“하린이 낳고 산후조리도 못 한 채 당신 회사 첫 로고랑 카탈로그 디자인했어. 초기 자금 부족할 때 친정에서 돈 끌어다 준 건 누구였는데? 당신 자리 잡을 때까지 밤낮없이 갈려 나간 게 나야!”

“또 그 소리야? 언제 적 이야기를 평생 우려먹을 셈이야?”

민우가 짜증스럽게 말을 잘랐다.

“그땐 나도 힘들었어. 지금 내가 벌어다 주는 돈으로 남들보다 백배는 편하게 살잖아? 남편이 잘나가면 그 격에 맞게 자기 관리라도 해야지. 왜 이렇게 구질구질하게 굴어?”

민우는 다가와 소율의 턱을 억세게 쥐어 올렸다.

그의 차가운 눈동자에 비친 소율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

“다른 집 여자들 좀 보고 배워. 다들 애 낳고도 처녀 때 몸매 유지해. 솔직히 지금 넌…… 여자로 안 보여.”

여자로 안 보인다.

청춘과 경력을 모두 갈아 넣었던 아내에게 던진 사형선고였다.

민우는 손을 털고 안방으로 들어가 문을 쾅 닫아버렸다.

적막이 내려앉은 거실. 소율은 주저앉을 뻔한 다리를 간신히 버텼다. 손에 쥔 봉투가 구겨지며 바스락거렸다.

드레스룸 전신 거울 속에는 늘어난 티셔츠에 구부정한 어깨를 한 초라한 여자가 서 있었다.

결혼 전, 당당하게 무대를 누비던 디자이너 ‘한소율’의 빛은 어디에도 없었다.

눈물이 차올랐지만 소율은 이를 악물고 삼켰다.

'울지 마, 한소율. 울면 지는 거야.'

짓밟힌 수치심의 바닥에서 차가운 오기가 솟구쳤다.

***

다음 날 오전 10시.

청담동 프라이빗 짐 '루미너스'의 묵직한 통유리 문이 열렸다.

블랙우드 아로마 향이 감도는 VIP 전용 트레이닝 룸.

소율이 긴장으로 굳은 채 들어섰을 때, 기구 앞에 서 있던 한 남자가 천천히 돌아섰다.

압도적인 피지컬.

기능성 티셔츠 너머로 드러난 단단한 근육과 베일 듯 날카로운 턱선, 그리고 깊고 서늘한 눈동자.

국가대표 상비군 출신의 VVIP 전담 트레이너, 차도진이었다.

도진의 시선이 소율의 창백한 얼굴부터 굳어 있는 목덜미, 안으로 말린 어깨까지 정밀하게 훑어 내렸다.

남편의 멸시와는 다른, 신체의 비명과 무너진 밸런스를 꿰뚫어 보는 시선이었다.

“한소율 회원님?”

“……네.”

소율이 숨을 삼키자, 도진이 소율의 바로 앞까지 성큼 다가섰다.

188cm의 큰 키가 가까이 다가오자, 소율은 저도 모르게 뒤로 물러났다.

그 순간, 도진의 서늘한 시선이 소율의 굽은 등을 정확하게 짚었다.

“도망가지 마시죠.”

도진이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단호하게 말했다.

“사모님 몸, 지금 완전히 망가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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